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
아얀 히르시 알리 지음, 이정민 옮김, 정상률 해제 / 책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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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자 몇 권의 책을 읽어왔지만, 아직까지는 나에게 낯선 종교이고 문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상대주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기에, 16억 명에 이른다는 무슬림이 공유하고 있는 그들의 종교와 문화는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해왔다. 그리고 나 역시도, 반인륜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IS이슬람국가', 여러 테러조직들을 보며 그 종교에서도 좀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 을 해왔다.

그런데 아얀 히르시 알리의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를 읽으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정말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정말 일부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일까? 일단 서문부터 의미심장하다.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r(신은 위대하)!’라고 외치며 테러를 자행하는 기사를 인용한 듯 했지만, 날짜와 지명을 다 공란으로 비워두었다. 독자가 이 책을 언제 읽어도, 가장 근접한 시기에 그 공란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검색해봐도 이번 달 초에 벌어진 사건으로 공란을 충분히 채워넣을 수 있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이 문제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그것을 과격한 일부의 소행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지를 환기시켜주는 듯 했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그녀는 사우디아라비아, 에티오피아, 케냐, 네덜란드 이민자 공동체까지 다양한 무슬림 문화를 경험하며 성장해왔다. 할머니의 가르침으로, 비록 섬기는 방식은 달랐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육을 통해, 그리고 열여섯 살이 되어서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메디나 이슬람을 받아들이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이슬람 개혁을 말하며, 스스로를 이단자Heretic라고 칭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이단자로 치부되고, 심지어 죽음이라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협박을 받고 있는 그녀지만, 내일의 개혁가를 꿈꾸는 이유는 이슬람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7세기에 예언된 전투에 시계를 거꾸로 돌려가며 참전하는 이슬람이 아니라, 21세기 현대사회와 따듯한 조화를 만들어가는 이슬람이 되기 위해 5가지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그녀의 의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이 책은 신학 서적이 아니다. 이슬람의 미래, 나아가서 인류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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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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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웨어의 <인어 다크, 다크 우드>, 아무래도 원제를 그대로 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 그대로 나 역시 어둠 속을 헤매고 다닌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이 소설의 화자인 리오노라 쇼의 심리상태 덕분일 것이다. 10여년 전의 절친이었던 하지만 그 후로 단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클레어의 싱글파티에 참석해달라는 초대장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을 라고 부르는 초대자 플로에게 노라라고 불러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과거와 완벽한 분리를 원하는 인물이었는데, 그 초대장은 그녀가 애써 묻어두었던 과거로의 초대나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그녀 역시 자신에게 쉼 없이 왜 이 곳에 왔는지를 물어보는데, 나 역시 노라에게 묻고 싶은 것이었다. 물론 금새 그 질문은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그녀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제임스와 그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로 끊임없이 변화했지만 말이다. 물론 거기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고, 이 책을 영화로 제작하기로 한 리즈 위더스푼의 추천사 놀랄 준비를 하라. 정말로 놀랍다에 한마디 더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의 메마른 성미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준비 기간이 좀 긴 거 같다고……

다른 친구인 니나와 함께 스마트폰의 지도조차 연결되지 않는 숲 속 공터로 찾아간 그녀는 유리와 강철로 섞어 만든 듯한 독특한 별장으로 향하게 된다. 노출증이 있는 사람이 설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어두운 숲을 향해 있는 무대인 것인지, 가늠하기 힘든 그 곳의 벽에는 엽총이 걸려 있었다. 토끼를 쫓기 위한 공포탄이 들어 있는 총이라고는 하지만, 연극 쪽에서 일하고 있는 톰은 그 총을 보고 체호프의 총을 떠올린다. 주석에 따르면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정의한 각본의 원칙인데, 1막에 총을 복선으로 등장시켰다면 3막에서는 반드시 쏴야 한다는 것이다. 십 년 만에 클레어를 만난 노라는 제임스와 결혼을 할 것이라는 친구의 발표에 혼란스러워하고, 완벽한 클레어에 걸맞는 완벽한 파티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플로의 계획은 점점 더 파국을 향해 달려가기만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총은 밤에 별장으로 스며들어온 남자를 향해 발사되었다. 도대체 예비신랑인 제임스는 왜 결혼을 앞둔 자신의 신부와 친구가 즐기는 싱글파티에 찾아온 것일까?

아무래도 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물음표를 많이 사용한 거 같다. 그만큼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는 힘이 분명 있다. 특히나 여름에 잘 어울릴 거 같은 데, 영화로 언제 개봉할지 기대되기도 한다. 이미 결론을 알면서도 영화를 기대하는 이유는 소설을 읽을 때는 섬세한 심리묘사에 시선이 많이 갔었다. 노라가 범죄소설가라는 것을 잊을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직업이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과 함께, 숨겨진 복선이 상당히 촘촘하다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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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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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라는 가훈을 가진 이누야마 집안의 세 자매의 삶과 연애 그리고 결혼을 다룬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를 읽으며 생각했던 말이 있다. 바로 어떤 사회에서 유난히 강조하는 가치가 있었다면, 실제로는 그 가치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첫째인 아사코, 그녀는 남편이 휘두르는 가정폭력이라는 굴레에 갇혀 버렸다.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라는 시가 떠오를 지경이라고 할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부부관계를 홀로 부여잡고 있는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유리에를 구해주면서, 비로서 자신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남편에 두고 있는 그녀가 다시 돌아갔을 때, 내 뒷목은 절로 뻣뻣해졌다.

둘째인 하루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그녀는 돈은 없지만 더없이 착한 스포츠라이터 구마키와 동거 중이다. 구마키의 청혼을 거절하는 그녀는 아버지의 외도로 사랑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순간의 사랑은 믿지만, 그 사랑의 지속성을 믿을 수 없는 그녀에게 결혼은 두려움 그 자체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참 공감이 가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한눈을 팔면서 떠나갔던 구마키가 다시 돌아왔을 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학창시절 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냐고 화를 내던 선생님께 내가 했던 답과도 정말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 같기도 하다.

셋째인 이쿠코, 자신을 서부영화에 나오는 창부 같다고평가하는 얼핏 봤을 때는 정말 쿨해보이는 여성인 줄로만 알았지만, 그녀는 원나잇으로 흘려 보내고 있는 인연들 속에서 쉼없이 상처받고 있었다. 마치 속이 텅 빈 솜사탕 같지만, 일기를 쓰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자신이 진정으로 꿈꾸는 사랑을 만들어갈 자신이 없어서인지,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는 모습에 어느 순간부터는 아사코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마치 도덕군자라도 되는 양, 세 자매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곧잘 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리어 그런 내가 가식적으로 느껴졌다고 할까? 나 역시 인생을 살면서 쉼 없이 실수를 했고, 그런 나를 보며 친구들이 뒷목을 잡은 적도 많다. 심지어 실패 속에서 배우기는커녕 도피하기 급급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내 삶과 연애 그리고 결혼을 돌아보며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누야마 자매들의 가훈이 다시 보였다. 어쩌면 나처럼 그녀들 역시 자신만의 방법대로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는 가훈을 지켜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즐겁게 살아가는 것에만은 정답이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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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라워 스쿨 아네트 - 특별한 여자들의 더 특별한 취미, 아네트 플라워 시크릿 클래스
아네트 지음 / 책밥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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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꽃과 향초로 집을 장식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샵에 들려서 예쁘게 꾸며진 것을 사오는 것이 손쉽기는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기는데, 그럴 때 필요한 책이 바로 <더 플라워 스쿨 아네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인선(아네트)는 아네트 플라워를 꽃과 식물로 손바닥이나 화병에 그림을 그리듯이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우리 집의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는 방향이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꽃과 싱그러운 식물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면이 특히나 마음에 든다. 그리고 상큼한 감귤을 이용하여 센터피스를 만드는 방법도 색감이 너무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아주 기본적인 손질 법부터 오아시스를 바르게 적시는 방법 같은 팁도 많이 나와 있어서 도움이 된다. 특히나 와인냉장고에 꽃을 보관하면 좋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가끔 마음에 드는 꽃이 있어서 욕심을 부려 한아름 사왔다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결국은 꽃에게도 미안할 때가 있어서, 나에게는 특히나 유용하게 느껴지는 팁이기도 했다.

제일 예뻐 보였던 것은 특별한 꽃바구니인 내추럴 박스이다. 뚜껑이 살짝 열린 바구니에서 꽃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모습을 구현해냈는데, 그림을 보러 다니면 유럽을 배경으로 한 그림에서 밀집모자나 양철물뿌리개를 화기(花器)로 사용한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밀짚바구니 같은 경우는 버리기는 뭔가 아까운 것 같고, 막상 활용하기는 만만치 않아하던 아이템인데 이렇게 사용하면 정말 좋을 거 같다.

아무래도 테이블 센터피스를 빼먹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그 부분을 유심히 읽게 되었다. 토피어리를 이용한 모던 센터피스 같은 경우는 지금 사용하는 식기와 잘 어울릴 것 같았고, 향기로운 캔들을 활용할 수 있는 테이블 리스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할 수 있을 거 같은 희망을 줄 정도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방법을 자세한 설명을 수록해놓았기 때문에,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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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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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고속도로로 세시간 반여 떨어진 유리가하라 고원, 거품경제시절에 붐이었던 펜션사업이 장기불황과 함께 빈집으로 남아버린 그런 곳이다. 그런 펜션을 개조하여 카페 송드방(Son de vent:바람의 소리)’을 연 나호와 유리가하라 고원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의 런치, 바람의 샌드위치>

나호는 자신의 가게를 찾은 손님이 편안한 공기와 편안한 시간에 푹 잠겨 한때나마 행복한 얼굴이 되기라는 꿈을 갖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 역시 그런 시간에 푹 잠겨 행복했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식재료를 활용하여 맛있게 요리를 해내는 나호와 그녀처럼 자신들이 동경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병아리목장과 파란 하늘 베이커리 사람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배가 고픈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한 유리가하라 고원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농업 센터 직원 요스케의 행보도 인상적이었다. 도쿄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으며 살아가던 나호가 도쿄탈출을 감행하게 만든 인물은 바로 남편 시게루였다. 아니다 어쩌면 시게루를 구원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끝내 마음을 열지 않는 남편 시게루에 좌절하여 자율신경실조증까지 왔던 그녀는 자신을 바꾸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 힘이 된 것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기쁨이었다.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레시피대로 부탁해서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물론 가축의 건강을 우선으로 하며 키우는 병아리 목장의 베이컨과 고원의 밀과 목장의 재료 그리고 직접 만든 효모를 이용하는 파란 하늘 베이커리의 빵이었다면 더욱 맛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샌드위치 레시피가 나오는 이야기도 참 애틋하게 느껴졌는데, 마을 사람들을 걱정스럽게 만들던 리조트 호텔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것도 흥미로웠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 함께 붙들려서 나 역시 릴리필드 호텔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물론 약간의 고비가 있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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