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구멍이 뚫릴 때 - 바람 빠진 마음에 빵빵하게 채워 넣는 위로 한 움큼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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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참 공감이 가는 책이 바로 <마음에 구멍이 뚫릴 때>이다. 실제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 내 마음에 구멍이 뚫려서 밝고 가벼운 행복은 다 빠져 나가버리고, 어둡고 무거운 불행만이 남아버린 기분이랄까? 그럴 때면, 차라리 그냥 감정의 무게와 상관없이 다 사라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심리상담사인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도리어 그럴 때면 자신을 소중히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내 마음이 마치 고무공 같다고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 쓰다듬어주면서 마음의 탄력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처를 받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일상 속에서 수많은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방법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나에게 정말 유용한 이야기였던 사실 날조 장치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삼국지에서 유래된 계륵(鷄肋)이라는 고사성어의 뒷이야기가 떠오른다. 조조의 마음을 민감하게 읽어냈던 양수지만, 도리어 조조는 그를 시기하였고, 결국 양수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스스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예민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속에서도 사실 날조 장치가 자리잡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민하다는 것과 과장하는 것 특히나 부정적으로 과장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 말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아냐 아냐라는 주문이다. 누군가의 행동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느꼈을 때, 일단 아냐 아냐라고 받아들이면,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면을 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간단한 주문들이 책에서는 많이 소개되었는데,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일지도이다. 나라는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니 맘대로 되겠어?’라는 뾰족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 말하기보다는 나는 이런 사람일지도라며 나 자신을 조금씩 달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성장의 속도가 다름을 이해하라던지, ‘지금은 아무도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경험을수용하라던지, ‘내 주변사람들은 나의 거울’, 혹은 단식과 비슷한 느낌의 단애같은 이야기들은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되었고, 또 도움이 많이 되는 제안들이기도 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스스로를 소중히여기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면, 혼자의 힘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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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배우는 인생수업
김영래 지음 / 미디어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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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읽었던 <삼국지>는 정말 영웅전이나 무협지 같은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인물은 자룡(子龍)이라는 자를 사용하던 조운(趙雲)이었다. 다름 아닌 단신으로 장판의 백만대군을 뚫고 들어가 유비(劉備)의 아들인 아두(유선)을 구해낸 이야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나중에 정사를 봤을 때도, 이 이야기가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을 정도로 좋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삼국지를 다시 읽을 때마다, 좋아하는 인물들이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 읽었을 때에는, 예전에는 정말 존재감 없다고 느꼈던 손권孫權에게 호감이 생기기도 했었고, 그를 중심으로 책을 읽는 것도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삼국지의 매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 정말이지 난세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감흥과 교훈을 주는 삶의 지침서로서의 <삼국지>를 읽어주는 <삼국지에서 배우는 인생수업>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다.

삼국지, 그 인간의 조건과  삼국지, 그 삶의 조건들 그리고 삼국지, 인물별 인재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일화와 명언을 정리해놓은 3부는 삼국지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조와 장자 조비, 그리고 삼남인 조식을 일컬어 삼조(三曹)라 하며 건안문학을 꽃피운 그들을 칭송하였다. 3부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읽을 수 있었는데, 특히 조식이 자신을 시기하는 조비에게서 벗어나고자 지었던 시는 지금 읽어도 참 반짝이는 느낌을 전해준다. 삼국지에서 많은 고사성어가 만들어지곤 했는데, 형제가 시기하고 싸우는 것을 말하는 자두연기(煮豆燃)가 여기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책에서 언급한대로, 남과의 경쟁보다 더욱 혹독한 것이 형제간의 경쟁인 것 같다. 삼국지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서로 자웅을 겨루지만, 이상하게 이 일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삼국지를 다시 읽었을 때 내가 주목했던 손권에 대한 이야기도 눈에 쏙쏙 들어왔다. ‘후세에 남을 명악담이라고 소개되었기는 하지만, 조조가 손권에 대해 한 말도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손권의 면모를 살펴보기 위해 소개된 책이 있었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소개된 육험六驗, 제갈량이 쓴 <장원將苑>에서 소개된 인물 판단법이다. 사람의 행동을 통해 그 인물의 됨됨이를 살펴보는 것인데, 헌제獻帝 의 칙명을 명분삼아 손권에게 항복을 권유한 조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항복을 권하는 부하들도 있었지만, 상대는 헌제가 아닌 조조임을 구분하여 충언을 하는 노숙과 주유가 아니었다면 적벽대전의 대승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런 방향으로 책을 읽곤 했는데, 이 책에서는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손권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런 손권의 의지가 있었기에, 조조의 탄식이 이어졌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노력하라는 말이 짜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노력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의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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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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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수플레는 섬세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디저트이다. 그리고 작가는 수플레를 인생에 비유를 한다. “수플레는 아름다운 여인의 변덕스러운 마음과도 같다. 오븐을 여는 순간, 수플레의 한가운데는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부풀어 있지만, 한순간 폭삭 꺼져버린다. 마치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처럼…”이라는 글처럼, 뉴욕의 릴리아, 프랑스의 마크, 이스탄불의 페르다의 삶 역시 한순간에 폭삭 꺼져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한 집에서 살아가는 남남이나 마찬가지였던 릴리아의 남편이 쓰러져서 반신불수가 되고, 아내 클라라가 있기에 세상과 사람을 만나며 살아갈 수 있었던 마크는 홀로 남겨지게 된다. 엄마 같이 나이 먹지 않겠다고 맹세하던 페르다의 삶 속으로 몸을 다친 엄마가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이 세가지 이야기는 부엌이라는 공간을 통해 연결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 그렇게 사랑을 나누며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이 촘촘히 엮여 있어서 읽는 내내 참 맛깔스러운 느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사람들이 수플레가 가장 숙달하기 힘든 요리라고 말하는지 이해가 됐다. 수플레는 하면 할수록 더 실력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세상엔 궁극의 수플레라는 건 없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이 이 책의 내용을 정말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궁극의 수플레가 없는 것처럼, 세상에는 완벽한 삶이란 없을 것이다. 나부터도 그러하겠지만, 삶을 살아가는 것에 숙달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없어 서로에게 행복을 찾아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아이들처럼 함께 나이 들어온 마크와 클라라의 이야기에 푹 빠졌기에 어느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어서 좋을 수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막연한 나의 기대를 배반당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 수플레이고 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기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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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 사중주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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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 아기자기함을 한 수저 더하고, 섹스를 한 수저 덜어내면 <달콤 쌉싸름 사중주>가 되지 않을까? 비슷한 구석이 거의 없는 책인데도, 뚜렷한 개성을 가진 4명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만들어가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서 그런 생각이 든 것이 아닌가 한다. ‘서점의 다이아나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작가 유즈키 아사코, 그녀의 책을 읽고나면 잔잔한 행복이 온 몸에 퍼져나간다. 아무래도 그녀의 팬이 될 거 같다.

몇 일 전에 읽은 <수플레>라는 소설도 그랬지만, 음식은 참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열네살 때부터 친구의 집에 모여 티파티를 하는 사키코, 유카코, 마리코, 가오루코는 불꽃 놀이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 사키코를 돕기 동분서주하게 된다. 힌트는 남자가 건낸 유부초밥 하나 뿐! 백화점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마리코는 우연히 나간 소개팅에서 남자에 대한 작은 단서를 얻게 되고, 잡지사에서 일하는 가오루코는 맛집 담당 기자의 협조로 유부초밥을 찾으러 다닌다. 그리고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주부 유카코는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는 유부초밥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친구들의 노력으로 남자에 대해 알아내게 되었지만 망설이는 사키코에게 친구들은 이런 말을 전해준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나설 수 있었던 건 사키코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네가 우리를 움직이게 한 거라고. 친구의 능력은 곧 나의 능력, 그 정도는 뻔뻔해도 좋잖아. 안 그러면 늘 친구들과 비교만 하면서 시시하게 살 뿐이라고.”

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말이다. 남자친구가 마신 하이볼에서 낯선 향을 감지해낸 마리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음식에 서툰 가오루코를 위해 친구들이 계획한 설음식 분담표도, 그냥 책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소설로 읽어도 머릿속에서 그 상황들이 그려지고, 행복이 더 커진다. 가오루코의 결혼식에 친구들이 불러준 タイムマシンにおねがい,타임머신에게 부탁해라는 노래를 다 함께 부르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라면 타임머신에게까지 부탁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좋아하는 시대로 갈 수 있어/시간의 나선을 뛰어넘어/타임머신에게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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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사전을 삼키다
정철 지음 / 사계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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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사전이라아무래도 지금도 사용중인 카시오 전자 사전이 마지막 사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학창시절에는 참 다양한 사전을 사용했었다. 어떤 브랜드의 사전을 쓸지 고민되서 친구들과 상의한 적도 많았고, 프랑스어를 배우게 되었을 때 구입했던 분홍색 가죽의 사전도 아직 기억 난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사준 백과사전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일단 나부터가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게 되니 <검색 사전을 삼키다>도 사전에 대한 또 하나의 정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국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 웹사전을 만들어온 정철은 종이사전부터 CD, 전자사전, 웹사전 그리고 앱사전까지 쉼없이 변화해온 사전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사전의 기원에서부터 검색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방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놓았는데, 종이 사전의 색인처럼 페이지 옆에 소제목을 삽입해놔서, 마치 사전에 대한 백과 사전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직접 웹사전을 만들어온 제작자이기에 정보에 어떻게 접근을 하고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팁도 잘 설명해주기도 해서, 검색의 세계의 근간이 된 사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무색무취해진 사전에 대한 아쉬움을 표방하는 그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전 편찬자의 일생을 다룬 배를 엮다라는 일본 소설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아직 일본의 국어사전을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만들어내고 있다. 언어라는 것은 인간의 사고의 틀과 마찬가지라, 언어에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되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워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냥 자랑거리에 멈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의 마지막 사전이 일본어 특화 사전이 아니고 국어 사전이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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