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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배우는 인생수업
김영래 지음 / 미디어숲 / 2016년 7월
평점 :
학창시절 읽었던 <삼국지>는
정말 영웅전이나 무협지 같은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인물은 자룡(子龍)이라는 자를 사용하던 조운(趙雲)이었다. 다름 아닌 단신으로 장판의 백만대군을 뚫고 들어가 유비(劉備)의 아들인 아두(유선)을 구해낸 이야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나중에 정사를 봤을 때도, 이 이야기가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을 정도로 좋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삼국지를 다시 읽을 때마다, 좋아하는 인물들이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 읽었을 때에는, 예전에는
정말 존재감 없다고 느꼈던 손권孫權에게 호감이 생기기도 했었고, 그를 중심으로 책을 읽는 것도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삼국지의 매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 정말이지 난세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감흥과 교훈을 주는 삶의 지침서로서의 <삼국지>를 읽어주는
<삼국지에서 배우는 인생수업>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다.
삼국지, 그 인간의 조건과 삼국지, 그 삶의 조건들 그리고 삼국지, 인물별 인재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일화와 명언을 정리해놓은 3부는 삼국지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조와 장자 조비, 그리고 삼남인 조식을 일컬어
‘삼조(三曹)’라 하며
건안문학을 꽃피운 그들을 칭송하였다. 3부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읽을 수 있었는데, 특히 조식이 자신을 시기하는 조비에게서 벗어나고자 지었던 시는 지금 읽어도 참 반짝이는 느낌을 전해준다. 삼국지에서 많은 고사성어가 만들어지곤 했는데, 형제가 시기하고 싸우는
것을 말하는 자두연기(煮豆燃萁)가 여기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책에서 언급한대로, 남과의 경쟁보다 더욱 혹독한 것이 형제간의 경쟁인 것 같다. 삼국지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서로 자웅을 겨루지만, 이상하게 이 일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삼국지를 다시 읽었을 때 내가 주목했던 손권에 대한 이야기도
눈에 쏙쏙 들어왔다. ‘후세에 남을 명악담’이라고 소개되었기는
하지만, 조조가 손권에 대해 한 말도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손권의
면모를 살펴보기 위해 소개된 책이 있었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소개된 육험六驗, 제갈량이 쓴 <장원將苑>에서 소개된 인물 판단법이다. 사람의 행동을 통해 그 인물의
됨됨이를 살펴보는 것인데, 헌제獻帝 의 칙명을 명분삼아 손권에게 항복을 권유한 조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항복을 권하는 부하들도 있었지만, 상대는 헌제가 아닌 조조임을 구분하여
충언을 하는 노숙과 주유가 아니었다면 적벽대전의 대승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런 방향으로
책을 읽곤 했는데, 이 책에서는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손권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런 손권의 의지가
있었기에, 조조의 탄식이 이어졌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노력하라는 말이 짜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노력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의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