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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정원 - 제15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ㅣ 오늘의 일본문학 17
시바사키 도모카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 나면, 서재에 어디쯤 이
책을 둘지 잠시 생각하게 된다. 나 나름대로는 서재에 어떤 체계가 있는데, <봄의 정원>은 다른 책에 비해 많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짧은 분량이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는 그렇게까지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막상 책을 다 읽고 나서 점점 더 여운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책을 읽을 때는 자꾸만 상상의 나래를 펴는 나를 붙잡기 위해서 작가의 당부의 글을
다시 돌아보곤 했는데 말이다.
“<봄의 정원>은 기억과 만남의 이야기입니다. 낯익은 듯한 풍경
속에서, 그리운 사람 혹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을 생각하거나 먼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입니다. 꼭 천천히
읽어주세요.”
이 말이 없었다면, 물빛 벽에 적갈색
기와지붕을 갖고 있는 집에 집착하는 그래서 유리조각이 팔에 박혀도 그 집의 황록색 욕실에서 꿈꾸듯 빛나는 눈동자를 하는 니시에게 무엇인가 숨겨진
사연이 있을 거라며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니시가 보여준
20년전 물빛집에 살았던 광고감독과 소극단 배우 부부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에서 정원에 파놓은 구멍을 가늠하는 다로로 인해서 나의
상상력은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을 너무 읽었나 하며 머쓱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우여곡절 끝에 책을 다 읽고 나니 자꾸만 너무나 잔잔하기만 했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서, 나의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하게 만든다.
‘봄의 정원’이라는 사진첩 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던 두 부부는 금새 이혼을
했고, 그 후로 다른 가족들이 그 곳에서 자신의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나갔다. 사진첩 속의 집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비어있었을 때와 달리 사람이
살면서 나름의 생기를 더해가던 집, 그리고 이사온 모리오씨의 집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 외할아버지, 할머니의 산소를 찾았다 돌아가던 길에
지나가던 외갓집의 풍경이 자꾸만 오버랩 되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이사온 후로는, 내가 수십년동안 기억했던 그 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졌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그 집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변해버린 집에 느껴지던 애달픔이 손끝에 잡힐 거 같은 것을
보면, 자신의 책을 소개하던 작가의 말이 정말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질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