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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을 그리다 - 내실에서 꿈을 찾은 예술가
정항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4월
평점 :
신사임당을 화폐인물로 선정한다는 뉴스를 봤을 때, 나부터도 ‘화폐 인물 선정과 관련된 뒷이야기’에 나오는 어떤 사람들처럼
하필이면 현모양처과 거의 동일어로 느껴지는 분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신사임당이 살아간
시대에는 그러한 삶이 여성의 미덕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은 아직까지도
있었다. 하지만 前 오죽헌시립박물관장 정항교가 편저한
<사임당을 그리다>를 읽으면서,
내가 신사임당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사임당이 살아간 시대는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여성에게는 척박하기 그지 없었다.
일례로 그녀의 그림솜씨에 대한 소문을 듣고, 남편의 친구들이 찾아와 그림을 청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집이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하지 않기도 했지만,
여자가 종이를 펴고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다가와 유기 쟁반에 그림 한 점을 그려 내보냈다니 정말
놀라웠다. 거기다 자신의 이름조차 가질 수 없이 누구의 어머니,
아무개의 아내로 살아가야 했던 그 시대에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개발하고 여류예술인으로 자리매김한 신사임당을 뒤늦게나마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우리가 부르고 있는 사임당師任堂이라는 당호 역시 그녀가 자신이 본받고 싶어하는
인물에 대한 마음을 담아 지은 것이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결의가 느껴지는 듯
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의 사임당이 아닌 화가로서, 또 초서풍이라는 자신만의 유려하고 섬세한 필치를 완성한 인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사임당을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율곡 이이 덕분에 신사임당이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남성이 주도한 조선시대의 역사에서 율곡 이이가 어머니의
뛰어난 재능을 글로 남기면서 생긴 착각이 아닌가 한다. 또한 신사임당의 재능은 아들 옥산 이우와 딸
매창에게로 이어져서 이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도 컸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