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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 -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철학 읽기
크리스티나 뮌크 지음, 박규호 옮김 / 더좋은책 / 2016년 3월
평점 :
베테랑 심리 상담가인 크리스티나 뮌크가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을 통해 소개해주는 열명의 철학자 역시 심리 상담가 같았다고 해도 괜찮을까? 안티폰, 소크라테스, 보이티우스, 존 로크, 임마누엘 칸트, 프리드리히
니체,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페터 비에리, 페터 슬로터다이크까지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딱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차 역시 매우 그러하다. ‘죽음이
두렵게 느껴질 때’는 ‘소크라테스’를 찾으면 되고, ‘세상의 부당함이 납득되지 않을 때’는 ‘임마누엘 칸트’를
만나면 되기에 10층짜리 심리상담소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내가 지금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부터 찾아가게 된다.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은 ‘여자답게’라는
말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 만나야 할 ‘시몬 드 보부아르’였다. 아무래도 비슷한 말을 많이 들으면서 성장을 하기도 했고, 가끔은
그것이 나도 모르게 심리적인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열 가지 고민 중에 나와 전혀 상관없이 느껴지는 것 역시 없었기 때문에 결국 다 읽게 되기도
한다. 그 중 ‘타인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함께하고 싶은 ‘장 폴 사르트르’가
기억에 남는다. 개성적인 삶을 살아간 그의 모습 중에 한가지인 작가 사르트르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 소개문구를 보고 바로 “타인이 바로 지옥이야”라는 말이 떠올랐는데, 역시나 그 대사가 나온 희곡 ‘닫힌 방’이 소개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꽤 있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타인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것 역시 나에게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나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본질로 환원시킬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았는데, 나 역시 그런 딜레마에 많이 빠진 적이 있어서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타인에 비친 나의 모습까지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함께할 것인가, 함께하지 않을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 아니겠는가?
또한 ‘나쁜 습관과 이별하고 싶을때’
만나야 할 ‘존 로크’가 있다. 책 제목을 봤을때부터 행복과 철학은 좀 안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존 로크가 거기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해주기도 했다. 물론 그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행복’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간의 행복을 위해 나쁜 습관을 반복하고 있는 나에게 그가 이야기하는 ‘이성 능력을 지닌 존재가 행하는 자유의 핵심’은 정말 중요한 개념이
되어주기도 했다. 처음에 목차에서 철학자들의 이름을 읽으며 어려울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언이 많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