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휴식이 되고 휴식이 삶이 되는 이곳
김재이 지음 / 부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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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가고 있어서, 함께 여행을 하며 우정을 돈독하게 만들어가곤 한다. 작년에는 오래간만에 제주도를 찾았었는데, 도시에서의 시간에 익숙한 우리답게 첫날부터 참 바쁘게 돌아다니곤 했었다. 그러다 점점 제주도의 시간에 익숙해지면서, 나이가 들면 다 함께 여기에 모여 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막연하게 하곤 했었다. 그래서 먼저 제주도에 자리를 잡고 도시에 비해 느린 제주도의 시간이 처음에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삶을 너무나 행복하게 해준다고 이야기하는 김재이의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라는 책을 읽으며 즐거웠다.

그녀는 서울 구로동 디지털단지에서 회사원을 상대로 음식점을 하며 하루 15시간을 일해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부족하기 만한 일손을 회사와 가게를 오가며 돕던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제는 가게와 병원까지 오가며 정신 없이 살아가게 된 그녀를 보던 남편은 점점 거지꼴이 되어가는 그녀에게 한마디 말을 던지게 된다. “당신 이 꼴 더는 못 봐주겠다. 그만하자. 이게 사는 거니?" 이 말은 두 사람을 도시의 빡빡한 삶을 벗어나게 해준 마법의 주문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제주로 떠난 부부는 그때만해도 토박이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던 한경면 조수리에 자리를 잡게 된다.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본 그 집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우리 집이라는 느낌 하나만을 믿고 시작된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집이 어디에 있더라도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도시생활에 진이 빠진 상태이기도 했겠지만,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오래된 농가주택을 개조하여 가게와 자신들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그 어떤 집도 우리 집이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작은 간판을 걸기도 했었지만, 대문짝보다 더 큰 간판이 마을의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역할을 겸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그들 역시 제주의 삶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중국 큰손과 부동산 투기꾼 탓에 미친년 널뛰기 하듯올라가는 땅값, 그리고 그만큼 변해가는 제주도의 풍경에 아쉬움을 털어놓을 때도 있다. 처음에는 도시에서 일한 것처럼 했지만, 영업시간을 과감하게 단축하면서 비로소 제주를 제대로 즐기게 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또 서울에서부터 데려간 애견과 그 곳에서 만나게 된 마당고양이와의 인연은 참 따듯하게 느껴졌다. 책의 부제처럼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휴식이 되고, 휴식이 삶이 되는 이 곳’, 제주에서의 시간을 담백하게 담아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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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펌킨 2016-03-2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자연해부도감 - 대자연의 비밀을 예술로 풀어낸 아름다운 과학책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지음, 이경아 옮김, 이정모 감수 / 더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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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해부도감>은 작가인 줄리아 로스먼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섬세한 그림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하늘과 땅, 꽃과 곤충, 식물과 동물과 조류 그리고 수중생명체까지 다양한 자연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서 읽으면서 절로 참 아름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린시절 외갓집에 갔을때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곳에 가면, ‘이게 뭐예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했었고, 나중에는 이와 비슷한 도감을 챙겨가서 무엇인지 찾아보곤 했었다.

인간의 손길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 땅이 어떻게 본래의 야생성을 회복해가는지를 그려낸 식생의 천이’, 그 과정이 51년에서 150년이 걸린다니 우리가 너무 쉽게 훼손하고 있는 자연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또한 인간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자연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비버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굴과 둑을 만들어내는지 신기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와 다르게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내가 나비를 좋아해서인지, 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참 열심히 읽었다. 그 중에 새처럼 겨울이면 남쪽으로 떠났다가 여름이면 북쪽으로 돌아온다는 왕나비가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이동하는 동안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룬다니, 그 이동과정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지기도 한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 역시 이동과정에 포함되는 것일까? 거기다 애벌레일 때 먹는 금관화가 갖고 있는 독성물질로 인해 독까지 뿜는 나비라니, 정말 독특한 존재로 다가온다.

그리고 먹을 수 있는 야생초를 찾는 방법이나,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요리를 할지에 대한 레시피나 어렸을 때 많이 했던 나뭇잎무늬찍기 같은 이야기도 나와서 재미있었다. 또한 새소리에 대한 것이 기억에 남는데, 새들의 울음소리를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언어로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에겐 쭈르르 쭈르르로 들리지만 그들에겐 “But I do love you”로 들린다는 검은가슴띠들종다리의 소리가 제일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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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미 - 우리는 왜 기적이어야 했을까, 영화 트윈스터즈 원작
아나이스 보르디에.사만다 푸터먼 지음, 정영수 옮김 / 책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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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쌍둥이 자매를 찾은 이야기는 페이스북 10대 이야기로 선정될 만큼 큰 화제를 모았었다. 그리고 파리에서 성장한 아나이스 보르디에와 LA에서 성장한 사만다 푸터먼이 함께 쓴 <어나더 미 ,Another me>를 통해 그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직접 감독 출연한 <트윈스터즈>도 개봉했다고 하니, 챙겨보고 싶어진다.

헐리우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사만다가 출연한 영상을 본 친구가 캡처해서 보내준 사진을 받고 인터넷을 통해 확인을 해본 아나이스는 입양아로 성장한 자신에게 자매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신청을 하고 설래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는데, 그런 메시지를 받은 사만다 역시 아나이스의 존재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온라인을 통해 서로를 확인해나가던 두 사람은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스 대학교에서 디자인 석사를 준비하고 있는 아나이스의 졸업 패션쇼에서 드디어 만나게 된다.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를 기록하면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것이다.

서로 다른 입양기관에서 입양이 되고 출생기록조차 정말 창작의 영역에 들어서는 수준이지만, 두 사람이 유전자 검사가 나오기도 전에 쌍둥이라고 확신할 수 밖에 없을만큼 둘은 꼭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입양한 양쪽 가족 모두 쌍둥이라면 함께 입양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떨어져 살았어야 했다는 것이 아쉬웠고, 그렇게 입양절차가 허술했다는것에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끝내 자신들을 부정하는 생모에 대한 실망도 있었지만, 그래도 생명을 주어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을 보면서 감동받기도 했다.

아나이스가 쓴 글은 흰색종이에 그리고 사만다가 쓴 글은 파란색 종이에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는데,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는 것이 참 좋았다. 서로가 살아온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한국도 와서 위탁모도 만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크디큰 행복과 작은 불안과 혼란 또한 성장과정까지 자신의 목소리로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나이스와 사만다로 인해서 보르디에와 푸터먼 가족이 하나로 이어지는 모습도 참 아름다웠다. 두사람이 처음 만난날, 아나이스는 쌍둥이 자매와 함께 성인기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라는 표현을 한다. 비로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함께 하게 된 두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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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백과사전 - 생텍쥐페리의
크리스토프 킬리앙 지음, 강만원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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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는 재미있는 동화처럼 느껴졌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 책들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역시 나에게는 그런 책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것이다. 그래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백과사전>은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지 싶다. 물론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도 정말 멋진 경험을 전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텍쥐페리의 삶을 스케치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기억에 남는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속의 세계에 빠져들던 어린 그였겠지만, 어느새 독립된 성인으로 자라나면서 어머니와 거리가 생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서, 어머니에게 자신의 열정과 감정들을 편지에 실어 보내곤 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안정이며, 당신의 사랑 같은 그런 사랑입니다." 라는 문구에서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과 믿음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린왕자에 대한 이야기, 어린왕자 에디터는 송년 연휴에 맞춰 출판할 크리스마스 단편을 부탁했었다고 한다. 어린왕자가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나하는 생각을 문득 했지만, 생각해보면 어린왕자는 그 어떤 시절, 그 어떤 나이와도 잘 어울린다. “아이들만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어요.”라는 어린왕자의 말처럼 말이다. 발표되지 않은 장과 생텍쥐페리가 보존하지 않은 마지막 장 같은 것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다만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끝내 무슨 뜻인지 알아볼 수 없었던 부분들은 마냥 아쉽다. “나는 지중해에서 열십자로 죽을 것이다.”라던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44세의 나이에 사라져버린 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물론 한국판에는 소설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과 바오밥나무 그리고 소품으로 다시 어린왕자를 바라보는것도 흥미로웠다. 그러한 시도는 정말 많았는데,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소품이나 패션에까지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된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출판된 어린왕자를 모아서 볼 수 있기도 했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보이면 반갑기도 했고, 한국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던 것이 중국어판으로 수록된 것은 좀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집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자신을 큰 존재라 생각하지만 태평양의 지극히 작은 섬에 모두 모을 수 있다는 말처럼 말이다. 수집가의 서재에 빼곡하게 자리잡은 수많은 어린왕자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그렇게 많은 판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성경에 이어 가장 많이 읽은 책이 어린왕자라더니, 정말 오랜시간동안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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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nendo의 문제해결연구소 - 세계적인 브랜드의 "문제해결사" 사토 오오키의 번뜩이는 디자인 사고법!
사토 오오키 지음, 정영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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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아이디어를 심플한 디자인으로 전세계 기업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디자인 오피스 넨도(nendo). 독특하면서도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디자인을 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넨도 디기발함과 심플함은 쉽게 조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평소에도 넨도가 제공하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여러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지 감탄하며 나름 고민도 하다 일본의 다도를 완성한 센노 리큐가 이야기하는 와비정신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되는 B1F을 읽으면서 그때의 생각이 나기도 했다.

넨도의 대표 산토 오오키가 안내하는 <문제해결연구소>를 함께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디자인 시선으로 생각하여 질문, 아이디어, 해결법, 메시지, 그리고 가치를 찾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마치 건물처럼 구성해놨는데, 차분히 첫층부터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필요에 따라 수시로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즐길 수도 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반드시 해결되는 문제를 찾아보자라는 그의 메시지가 있었다. 아마 처음부터 이 메시지를 봤다면 어리둥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 이 책이 말 그대로 문제해결연구소임을 깨달을 수도 있었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기 위한 필터 훈련법, 기시감을 조절하는 방법, 제품의 패키지가 주는 첫인상과 내가 받는 느낌 사이의 차이점을 탐구하는 법처럼 흥미로운 과정이 정말 많았다. 코카콜라사에서 다 쓴 콜라병을 재활용한 식기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은 그가 너무나 직설적인 코카콜라병의 상징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처럼, 이러한 방법이 어떻게 디자인으로 구현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마치 넨도디자인의 박물관을 다녀온 기분도 든다고 할까?

일단 내가 해보고 있는 방법은 작은 종이 메모술이다.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일 수 있는 작은 착상들을 아이디어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말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을 다시 조합하는데는 메모지 한장이 필요하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한장의 종이에 담아내서 조합을 해보는 것도 막상 해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가상의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가상의 브레인 스토밍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나의 아이디어를 한참 프레젠테이션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많이 했던 방법이라 나름 익숙하기도 해서 더욱 관심이 가는 디자인 사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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