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쉬어가세요 - 행복한 나무늘보로 사는 법
톤 막 지음, 이병률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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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늘보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서였는데요. 짤막한 영상으로 나온 지하철에서 내리는 나무늘보의 모습이 왜 그리 기억에 남던지요. 물론 늦었다고 생각할 때 정말 늦었다라는 말도 재미있었지만요. 항상 급한 성격 때문에 서두르는 편이라, 그 영상을 자주 돌려봤어요. 나중에는 늦으면 어때? 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기도 했고요.

 이번에 읽은 톤막의 <천천히 쉬어가세요>는 우리의 시점이 아닌 나무늘보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일러스트와 시인 이병률의 감각적인 번역 그리고 행복한 나무늘보로 하는 법이라는 부제까지도 좋고요. 사실 나무늘보로 사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해요.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무늘보의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이죠. 남들과 다른 것, 혹은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시선도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겠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욱 행복한 나무늘보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저 휩쓸리듯이 살아가지 않고, 자신만의 쉼표를 정확하게 찍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하지만 남들 속도에 맞추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이 과연 자신의 삶일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걸을 땐, 걷는 것만 생각하세요. 서두를 것 하나 없어요."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저는 걸을 때도 제가 걸어온 거리를, 그리고 걸어가야 할 거리를 계속 계산하고 있거든요. 제 시선은 늘 과거와 미래에서만 방황할 뿐, 지금 이 순간에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앞으로는 산책을 할 때면 이 말을 꼭 기억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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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글 심폐소생술 - 한 줄이라도 쉽게 제대로, 방송작가의 31가지 글쓰기 가이드
김주미 지음 / 영진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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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년간 방송작가로 활동해온 김주미의 <망한 글 심폐소생술> 방송이라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채널을 돌리지 않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5초 싸움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욱 감각이고 유쾌한 글쓰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이 책에서는 망한 글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31가지의 방법을 알려주는데요. ‘발견_ 작가의 마음, 글감 찾기’, ‘구조_ 글의 재료를 골라내고 엮는 힘그리고  실행_ 유형별 생생한 글쓰기 기법으로 3단계로 구성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눈길이 가는 것부터 읽게 되더군요. 제목부터 딱 끌리는 책이어서 그럴까요? ‘첫눈에 끌리는 제목 짓기부터 찾아봤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을 정하는 것도 그렇고,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안성맞춤인 제목을 짓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이 보이더군요. 생각해보면 저는 글을 쓸 때 그냥 책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곤 하는데,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제가 읽은 감상을 잘 아우르는 제목을 고민해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요. 그래서인지 글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군요. 청력과 호기심이 있다면 일상 속에서 충분히 찾아낼 수 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주는 것 중에 하나가 말버릇이라고 하니, 일단 제 자신의 말버릇부터 생각해보고 싶어지고요. 또한 패키지여행식 글쓰기를 보면, 제가 낯선 사람들과의 여행을 싫어해서 패키지여행을 거의 안 해봐서 인지, 도리어 함께 여행간 사람들을 관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 궁금하기도 하더군요. TV속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응용해봐도 된다니 한 번 도전해볼까 합니다. 글쓰기를 더욱 재미있고 다채롭게 할 수 있는 팁을 많이 알려주는 책이라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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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러시아
시베리카코 지음, 김진희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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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처럼 운명처럼 만난 러시아 남자 P와 결혼하여 일본에서 살아가던 리카코는 남편의 나라에서 1년간 살아보는데요. 저도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춥고, 어둡고, 무서운 걸 보면 어떤 고정관념 같은 것이 조금 퍼져 있었는지도요? 하지만 리카코가 러시아에서 보낸 일년의 시간은 맛과 멋이 함께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차와 빵을 좋아해서 그럴까요? 달콤한 디저트와 차를 즐기는 문화도 너무나 좋았고요. 호밀을 듬뿍 써서 산미와 밀도가 풍부한 러시아 흑빵으로 시작하는 아침도 기대되네요. 그리고 러시아의 봄맞이 축제 마슬레니차에 먹는 블리니도 궁금하고요. 태양을 닮은 둥근 크레이프를 켜켜이 쌓은 것처럼, 따듯한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보여서요. 그리고 양배추롤 골룹지에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레니비를 더한 레니비 골룹지도요. 김밥을 정말 좋아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재료를 다 먹고 구르면 되지 않냐는 식의 농담을 하던 학창 시절이 기억나서 혼자 웃기도 했네요.

 외우고 잊고, 외우고 잊고를 반복하며 해야 하는 러시아어 공부, 사실 그 어떤 외국어 공부가 그와 다름이 있겠어요. 그래도 몇 개월 후에 러시아에 다시 놀러가 축사까지 했다니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덕분에 러시아의 일상과 러시아의 가정식에 대해 알게 되어서 즐거웠어요. 저는 음식이 잘 맞으면 여행하는 내내 행복해하는 경향이 있어서 왠지 러시아에 가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 보르시를 좋아하는데 병조림으로 나와있는 것도 있다니 알아보고 싶어지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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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나무 일기
리처드 히긴스 엮음, 허버트 웬델 글리슨 외 사진, 정미현 옮김 / 황소걸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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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통해 명상하고, 자연으로 인간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그렇게 자연과 함께 살아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4권 분량의 일기를 남겼다고 해요. 리처드 히긴슨은 소로의 일기를 보며 어린시절부터 키워왔던 나무의 대한 사랑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소로가 나무와 걸었던 길을 뒤따라 걸어갔던 그는 소로의 일기에서 100편의 글을 뽑아 자신이 찍은 사진과 글을 더해 완성한 책이 바로 <소로의 나무 일기>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도 몇 컷 있고, 소로가 직접 그린 스케치도 더해 풍성함을 더하기도 했고요. 소로가 직접 스케치한 소나무의 꼿꼿한 자세와 거기에서 덕성을 읽어내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조선시대 선비의 문인화가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저 역시 나무와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산 것이 아닌데, 왜 그렇게 훅훅 지나가는 풍경처럼 생각해왔는지 스스로 궁금해질 정도로 참 좋은 글들이 많았어요.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되는 것도 아니고 컬러풀한 사진이 더해진 것도 아닌데, 문장 하나하나마다 저 역시 그 풍경을 미루어 그릴 수 있을 것만 느낌은 무엇일까요? 나무의 나이테가 하나하나 늘어나듯이 소로의 시선 역시 한해 한해 깊어지는 것만 같더군요. 오래 바라보고, 살피고, 그렇게 사랑하다 보면 닮아가는 것일까요? 소나무를 자신의 인생의 상징으로 여겼던 소로는 점점 더 나무처럼 곧으면서도 유연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왠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함께 할 수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자연을 닮아가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로가 걸어간 길을 함께 하는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자연을 조금 더 가까이 하면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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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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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 에토의 <다시 만나다> 저 역시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이후로 다시 만나게 된 작가네요. 책에서 시간의 흐름은 사람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는 표현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독자와 작가 역시 그러한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마냥 모래알처럼 흩어져가기만 하는 것만 같았던 시간이 그래도 나름의 흔적을 조금은 남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고, 거기다 단편은 더욱 어려워하는 편입니다. 왠지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 혹은 말 줄임표가 가득한 느낌이 들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전작을 읽을 때보다는 그 여운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여섯 편의 단편 중 왠지 다시 만나다 라는 표제와 잘 어울리는 것만 같은 마마도 그러하죠. 가족이기에 슬픔의 결 중에서 텅 비는 슬픔을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짧아야 할 시간의 공백이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짧은 글이기에 더욱 밀도있게 느껴졌던 순무와 샐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그 짧은 찰나에 ‘1억 총 평상심을 원하는 일본의 내면을 들여다본 기분도 들었고요. 이런 느낌이 맞을지 몰라도 검도 대련을 보는 느낌도 들었어요. ‘푸른 하늘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잠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아주 오랜 시간 후에 재회하기를 바라게 되네요. 하지만 저와 작가 모리 에토가 다시 만나기 전까지의 시간은 짧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이야기 다시 만나다의 마무리처럼 말이죠. “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녹아드는 나리키요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눈물이 핑 돌 만큼 재미있다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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