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 -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기
요조 (Yozoh)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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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뮤지션 요조를 처음 본 것은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TV프로그램이었어요.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음색이나 음악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렇게 스쳐 지나가게 되었죠. 그 후에 이런 저런 말이 들려오면서 그다지 이미지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오늘도, 무사>라는 책을 읽으며, 책방 무사의 주인 요조와 제대로 만나볼 수 있었네요.

어린 시절부터 작은 책방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항상 궁금해요. 서울 계동에서 운영하던 책방 무사가 제주도 서귀포의 옛건물로 옮겨가도 요조가 만들어가는 책방의 풍경이 여전히 그녀다운 것이 참 좋더군요. 처음에는 장강명의 추천사를 보면서, 약간 과장된 것이 아닌가 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녀가 갖고 있다는 작지만 신실한 세계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거 같더군요.  

영업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커피원두가 많아지면서 향도 맛도 기괴한 블렌딩을 만들어보고는 우리는 한 배를 탄 거라며 손님들과 함께 마시기도 하고요. 나쁜 의미의 인간상에 시달리다, 침대에 누워 천장과 오랜 회의를 한 끝에 계속 하기로 한 끝에 좋은 인간상과 함께하는 풍경도 그려낼 수 있었지요. 그런 과정이 참 따듯하고, 평온한 기분을 만들어주더군요. 영업시간이 끝나면, 왠지 모를 안도감에 빈둥 모드로 접어드는 시간도 참 좋고요.

빈둥모드에 접어들었을 때, 찾아온 남학생과의 대화도 기억에 남습니다. ‘여배우라는 표현이 여성혐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페미니즘이 궁금해졌다던 학생인데요. 저는 그 단어를 차별적인 언어로 알고 있었는데, 굳이 혐오라는 단어까지 붙였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했어요. 저도 요즘 페미니즘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페미니즘에 대한 도서를 잘 정리해놓은 서점이 책방 무사라니, 한번 찾아가보고 싶기도 하네요. ‘오늘 요조의 서가라고 하여 추천도서도 수록해놓았는데, 그 중에 <남창일기>부터 저도 읽고 싶더라고요. 전에 제 타임라인에 누군가의 서평이 올라온 것을 봤는데, 제목에서 거부감이 들어서 그냥 넘어갔던 것이 절로 아쉬울 정도로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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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에 빠지다 100 미로에 반하다 1
탁연상 지음 / 상상놀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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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학생들을 위한 신문에 수록된 숨은 그림 찾기나 크로스워드 그리고 미로찾기 같은 것들을 재미있게 했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미로에 빠지다 100>을 보면서 뭐처럼 학창시절의 추억도 떠오르고, 왜 그런 것들을 수록해두었는지 알 거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짧은 거리는 머릿속으로 따라가면서 그 길이 맞는지 아닌지 가늠하다 보니, 공간 감각이 순간적으로 좋아지는 느낌을 살짝 받았거든요.

다양한 모양과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각형부터 원형, 다이아몬드형태도 있었고요. 또한 우리가 미로 찾기 퍼즐 하면 떠오르는 형태가 가장 많았지만, 눈송이 같은 느낌을 주는 길로 되어 있는 미로가 있어서 재미있기도 했네요. 저는 길이 직선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런 형태가 더 헛갈리기는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비가 꽃을 찾아가거나, A+ 등심을 굽기 위해 바비큐 그릴을 찾아가야 하는 것처럼 소소한 이야기도 있어서 찾고자 하는 동기부여, 혹은 보람 같은 것도 살짝 있었고요. 등심은 구워야 제 맛이니까요~ 처음에는 약간 헤매기도 했지만, 금새 예전에 했던 방식이 떠올라서 나름대로 쉽게 풀어나갔던 거 같아요. 난이도가 완전히 높은 편은 아니기도 하고, 부록처럼 정답이 수록되어 있기도 해요.

요즘 이렇게 놀이책이라고 할 법한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 짧지만 잠시 머릿속을 비울 수 있는 좋은 쉼표가 되어주는 거 같아요. 얼마 전 읽은 책에서도 그런 휴식을 통해서 사고방식을 더욱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감을 잡으니 더욱 재미있어서 막 풀어나갔는데, 그 책을 읽고 나서, 머리가 복잡할 때 풀어보니 머릿속이 좀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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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기본소득 - 자유로운 사회, 합리적인 경제를 향한 거대한 전환
필리프 판 파레이스.야니크 판데르보흐트 지음, 홍기빈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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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가 노예 해방, 20세기가 보편적 선거권 도입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기본소득의 세기가 될 것이다.” -필리프 판 파레이스

사회보장이라고 하면,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그리고 사회복지 서비스 정도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언제던가요? 뉴스에서 핀란드에서 보편적 사회복지 정책인 기본소득을 실험해본다는 소식을 듣고 그런 방법도 있구나, 라며 스쳐 지나갔었던 거 같아요. 이후 2년만에 이 실험이 2년만에 종료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각종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을 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본 적이 있어요. 양측의 논리가 다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양측의 논리가 다 논파가 가능하겠다 싶기도 하고, 덕분에 기본소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기도 하고요. 문득 그리스 아테네의 페리클레스의 개혁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물론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민회에 참여를 하면 수당을 주는 방식이 유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아테네 시민들이 정치의 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던 것도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아무래도 인공지능과 로봇이 자동화와 무인화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결국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세상이죠. 심지어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에게 과세를 하여 사회복지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본 적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기본소득이 대안이 될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개인적인 관심을 쌓아가는 와중에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바로 기본소득 운동의 주창자인 정치철학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와 기본소득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정치과학자 야니크 판데르보호트의 <21세기 기본소득>입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역사, 정치, 경제, 윤리를 비롯하여 다각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고, 배경지식을 충분히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사실 저는 기본소득을 복지의 하나의 형태로 생각했어요.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복지에 대한 시선이 선별주의에 가깝기에,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나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에서도 더욱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지도 모르죠.

제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한 자유와 평등의 실현입니다. 사실 사람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로 분명한 차이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조건의 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장치로 보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사회적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실질적 자유가 주어질 수 밖에 없겠지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치던 복지국가가 만들어지던 와중에 세계적 경제 불황이 오면서 자연스럽게 복지는 축소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지금 이대로 진행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빈곤계층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는 경제불황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겠지요. 그래서 기본소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의미있게 느껴지는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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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의 기적 -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
스리니바산 필레이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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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물질이 그렇듯 미덕과 실패는 분리할 수 없다. 미덕과 실패를 분리하면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니콜라 테슬라

미덕과 실패는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집중과 비집중 역시 분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멍 때리기의 기적> 제목만 들으면 재미있게 봤던 멍 때리기 대회가 절로 떠오르는데요. 그 때 기사를 읽으면서 멍 때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혹시나 그런 것인가 라는 걱정을 조금 했지만요. 원제인 ‘Thinker Dabble Doodle Try’처럼 자신의 뇌에 휴식을 주고 삶에 리듬감을 더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책 제목도 랩에서 라임을 맞추는 것처럼 리듬감이 가득한 거 같아요. 이 책의 저자는 하버드 대학교 정신과 교수이자 뇌과학자인 스리니 필레이입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와 경험을 통하여 이러한 결론을 도출해낸 것입니다. 물론 큰 전제는 여기에 있지만, 이에 대한 뇌과학의 연구 내용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정말 흥미롭더군요. 뇌과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 결과만 보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갈 수 있어서 좋아요.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이 떠오릅니다. 회색 빛의 단조로운 거리에 때로는 흉물처럼 보일 수도 있는 낡은 구조물에 아이디어를 더해 즐거움을 더한 스트릿 아트인데요. 어쩌면 집중과 비집중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인가에 집중하다가도 잠시 뇌를 쉴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시간을 통해 회색 빛으로 경직될 수 있는 뇌에 유연성을 더해주고 나아가서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겠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집중력을 키우라는 요구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거기다 스마트기기들이 보편화되면서, 어떻게 보면 요즘은 도리어 산만하게 집중하는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아주 비효율적인 과잉 집중 상태가 된다고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이런 식으로 제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볼 수 있고, 필요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네요. 제가 재미있게 느꼇던 부분은 직감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생각하는 뇌에게 다른 옵션을 더해줄 수 있는 방식인데요. 전에 읽은 책에서 의지력을 키우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쉽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 것을 심화할 수 있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법, 즉 암시를 주는 법도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어요. 보통은 자책을 하고, 더 잘해보자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그런 과정은 도리어 뇌에 스트레스를 주고, 뇌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반하여 움직이게 만든다고 하네요. 그래서 자신에게 유용한 질문과 주문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식적인 뇌뿐 아니라, 무의식적인 뇌를 긍정적으로 일깨우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뇌에 휴식을 주고, 나아가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까지 알 수 있는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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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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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쳐서 성장해나가기 때문일까요? 청소년기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소설을 읽을 때면, 제 학창시절이 겹쳐지는 순간들이 있는 거 같아요. 나는 언제쯤 철이 들려나, 고민을 할 때도 많은데, 막상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그래도 아주 조금이지만 성장했구나 라는 자기 위로에 살짝 빠지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존 그린이라는 작가는 독특합니다. 청소년기의 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참 잘 그려내거든요.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에 이어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 있어> 역시 그러합니다.

16세의 에이자 홈즈는 자신이 세균에 감염될거라는 불안에 빠져 있는데요. 끊임없이 자신을 소독하다 못해 살균제를 마시게 되는 상황까지 흘러가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지금까지도 그러하지만 눈이 너무 건조하고 염증이 많이 생겨서, 극단의 상황을 상상한 적이 정말 많은데요. 물론 실행에 옮기지 않았지만, 그 것이 문제라고도 생각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어쩌면 강박증이라는 것 역시 그 걸 너무나 의식하고 크게 의식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도 그렇고요. 여기에 더해 그녀는 자신의 자아가 희미하다 못해,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갖고 있어요. 주인공도 아닌 그저 공기처럼 존재하는 인물처럼 인식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어쩌면 청소년기에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죠. 그녀는 자신을 마트료시카처럼 인식하거든요. 점점 더 작아져서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그런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멈추지 않아요. 때로는 공감할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렇게까지 불안정한가라는 걱정을 하며 들여다보게 만드는 주인공이었던 거 같아요.

그녀의 친구 데이지와의 우정이 어우러지고, 그리고 어린 시절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왔던 데이비스와의 사랑이 꽃피면서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지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데이비스의 아버지인 억만장자 러셀 피킷의 실종과 그에 걸린 현상금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갈등과 모험적인 요소도 있지 않은가 했는데, 제가 기대했던 부분은 크게 강조되지 않은 거 같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더욱 촘촘하게 엮어주고, 아이들의 성장을 드러내는 부분이 되어주죠. 제목이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에서 나온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모래시계처럼 말이죠. 스스로가 끊임없이 작아져서 결국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에이자가 거북이 밑에 더 거대한 거북이처럼 성장해나가는 중이라는 것이죠. 물론 아직까지는 모래시계의 윗부분이 너무나 거대하게 느껴지고, 아차하면 그대로 깔려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크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에이자에게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니, 결국 그녀만의 거대한 거북이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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