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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 위기에 내몰린 개인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브래드 에반스.줄리언 리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정치 철학자 브래드 에반스와 줄리언 리드의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국가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래서 책 제목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번역의 문제일지 몰라도 상당히
학문적인 문구가 가득해서 어려운 와중에도 책 제목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원제는 ‘Resilient Life’이더군요. 역시나
저자가 강조하던 회복력, 혹은 회복탄력성에 대한 것인데, 자칫
원제를 그대로 사용하면 정치철학서보다는 자기계발서처럼 인식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래도 제목에 사로잡혀서 조금 혼란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책을 잘 이해했다던가 저자의 의도를 파악했다고 할 수는 없겠네요. 제가 생각한 부분은
이러합니다. 초연결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연결인’이 될 수 밖에 없지요. 예전에는 다른 대륙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잘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뉴스가 전해지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뉴스를 보면서,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은근히 생각날 정도였는데요. 이처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연결인의 숙명인 것이죠. 거기다 인간은 원시 시대 형성된 생활습관으로 위험한 것을 더욱
잘 인식하고, 기억한다고 하죠.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온
본능과 새로운 시대의 흐름의 조합을 통해서, 인간은 국가가 수행해주길 기대하는 역할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그 답은 국가를 최선의 방어막이 아닌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개인이
해낼 수 있는 일을탐구하고, 나아가서 공동체의 힘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를 했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영국의 캐머론이 ‘빅 소사이어티’ 즉 큰 사회를
만들자는 정책을 들고 나왔던 것과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그의 항고문에 나왔던 이야기가 겹쳐지는 느낌도 받았네요.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회복력은 바로 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난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난 굽실대지 않았죠. 이웃이 어려우면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