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 한국 KBS, 영국 BBC, 독일 ZDF 방영 다큐멘터리
KBS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제작팀.류종훈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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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언론을 접하게 되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2018년 판문점에서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진 북미정상회담을 보면서 우리는 역사의 큰 변곡점에서 살아가고 있고, 또한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래서 이번에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라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한국 KBS와 영국 BBC, 독일 ZDF가 공동으로 제작하고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책인데요. 북한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라는 두 가지 축을 가지고 심도 있게 분석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정치를 바라보는 키워드는 바로 파워엘리트입니다. 정치사상강국을 향해 나아갔단 김일성, 군사강국을 지향했던 김정일을 이은 김정은은 경제강국을 꿈꾸고 있는데요. 그는 이를 위해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적 기술을 소유함으로써 사회 또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테크노크라트, 즉 기술관료를 전진배치하기 시작하죠. 물론 이 전에, 여러 사람들을 숙청하여 자리를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했고요. 이를 통해서 김정은 시절에 노동당이 아닌 군부로 넘어간 지배체제를 다시 노동당으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가 핵실험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소기의 목적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군부를 약화시키는 한 수였다는 평가 역시 흥미롭더군요. 또한 여러 차례 회담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김여정이 그 동안 했던 역할들과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북한의 경제를 바라보는 키워드는 달러 히어로즈인데요. 이들은 북한경제의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선봉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 하는 해외 노동자들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1960~70년대에 이루어졌던 이주노동자들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북한의 정치를 살펴볼 때도,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던 것처럼, 북한은 대한민국의 고도성장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으로 밑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거 같기도 했습니다. 파워엘리트와 달러 히어로즈는 정말 극과 극에 서있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쩌면 이 것이 북한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가깝지만 너무나 먼 나라 북한을 이해하는 입문서로 정말 딱 좋은 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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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팝콘북
이부키 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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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남아 새로운 일을 할까, 동료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까. 하늘을 가득 메울 것 같은 벚꽃 잎을 올려다보며 아오야기는 미소를 짓는다. 다음 무대의 막이 오르려 하고 있다. (371p)

이부키 유키의 <컴퍼니>를 읽으며, 입가에 내내 미소가 감돌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이야기의 마무리를 보며 절로 박수를 치게 되었다고 할까요. 저는 이전에 이 작가의 책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를 읽으며 주인공들의 관계 때문에 길을 잃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가는 과정도 딱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 감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여성 가극단인 다카라즈카에서 출간 즉시 뮤지컬화했다고 하더군요.

제약회사에서 일한지 벌써 25년차, 47세의 만년 총무과장인 아오야기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새로운 도전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나름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삶에 거대한 균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리고, 심지어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시키시마 발레단으로 좌천까지 당하게 되죠. 발레단의 연말공연을 성공리에 진행하면 본사로 돌아오게 해준다고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은 누구의 자리라고 정해진 것은 없잖아요. 그저 무명의 자리이고, 그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회사는 아무런 무리 없이 돌아가니까요.

그렇게 컴퍼니(カンパニ-)를 옮긴 아오야기는 새로운 컴퍼니(カンパニ-)와 함께 새로운 커리어를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회사의 광고모델이기도 한 검은 머리의 귀공자로 불리는 세계적인 발레리노 다카노 하루카를 중심으로 회사명 변경의 캠페인의 피날레를 바로 발레 공연으로 하기 위한 조정자로 발길을 내딛지만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죠. 그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려고 시작했던 일이, 그의 삶을 바꾸게 된 것이죠. 마치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해요. 처음에는 노력이 재능을 이기지 못한다는 유이와 재능이 노력을 이기지 못한다는 다카노의 이야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발레와 공연에 친근감과 흥미를 갖게 하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기도 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최고가 될 수는 없어도, 최선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결말까지도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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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탐하다 - 한국 막걸리의 맛과 멋을 찾아서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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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걸렀다라는 말에서 막걸리라는 이름이 나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나름 심리적 저항감이 좀 있었다고 할까요? 거기다 술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시기에, 막걸리란 제가 다니는 대학과 라이벌이었던 대학의 상징과 같은 것이어서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거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워낙 술을 다양하게 즐기는 편이라, 어느새 막걸리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지역의 특색을 살린 막걸리가 많다 보니, 더욱 그런 거 같네요. 제주도에서 마셨던 우도 땅콩 막걸리의 맛은 친구들과 쌓았던 즐거운 추억과 함께 아직도 생각나고 말이죠.

그러다 <막걸리를 탐하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선조들이 잘 활용해온 막걸리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나가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결과로만 보자면, 심지어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으니, ‘신의 물방울이라고 하는 와인에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겠다 싶더군요. 거기다 재미있는 것은 저에게 처음에 저항감을 주었던 막 걸렀다라는 것 역시 막걸리의 장점이라고 합니다. 거친 체로 거르기 때문에 원료성분과 발효과정에서 증식한 효모균체가 그대로 막걸리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막걸리를 흔들지 말고 위에 맑은 부분만 마시는 친구도 있었는데, 그러면 상당히 손해를 볼 수 도 있겠더군요. 이런 막걸리의 효과도 그러하지만, 역사도 잘 짚어주었는데요. 고구려 건국설화에서부터, 송나라 사신이 남긴 글에서도 고려 서민들이 마시던 탁한 술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요. 또 가뭄이나 기근이 오면 내려졌던 조선시대 금주령에서도, 농부들이 마시는 막걸리는 예외로 인정해주었다고 하니, 참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술임에 분명하네요.

일제강점기부터 절곡의 근현대사 역시 막걸리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요. 이는 한국의 양조장 24곳을 소개하는 이야기에 더 잘 드러나더군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기에 더욱 조명하고 싶은 막걸리 명소 24곳인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며,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지평주조의 지평생막걸리나 송명섭 막걸리, 소성 막걸리는 저 역시 알고 마셔 본 적도 있어서 더욱 반갑더군요. 그 중에 오랜 역사를 이어온 진천덕산양조(옛 덕산양조장)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한국전쟁때 한국군의 진지로 사용되기도 했던 양조장인데, 퇴각하면서 인민군이 진지로 사용할까봐 소각하려는 것을 막아낸 것도 그러하고요. 또한 새마을사업 때 도로포장사업으로 훼손될뻔한 것을 지켜낸 것도 그러하죠. 심지어 막걸리산업이 후퇴할 때 역시 후손들의 노력으로 다시 문을 열기도 했고요. 다행히 이제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제로 지정되어서 그러한 수고를 덜 수 있겠네요.

또한 생강냉이술이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유심히 봤던 대강양조장과 오메기술이라는 것을 알려준 제주도의 이야기도 있네요. 다양한 누룩과 재료에 따라서 풍부한 확장성을 가진 것이 막걸리이던데, 개인적으로는 인절미를 좋아해서인지, 인절미를 이용한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어지더군요. 물론 그 방식이 복잡하고 어렵다지만, 언젠가는 그 방식을 살려낸 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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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영어단어 암기 SEW SERIES에 맡겨라! - 퍼즐로 영어단어 완전정복 - 공무원시험편
이창호 지음 / 조세플러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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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이나 잡지로 영어 단어로 하는 크로스워드퍼즐을 자주 하는 편인데요. 워낙 크로스워드퍼즐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학은 결국 단어량에서 승부가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에 퍼즐로 영어단어 완전정복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어려운 영어단어 암기 SEW SERIES에 맡겨라!>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SEW, Square English Words”정사각형square과 방위(North, Easr, West, South)를 이용해 영어 단어를 쉽고 오랫동안 암기할 수 있는 단어 공부 방법이라고 합니다. 한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방위에 맞게 단어를 4개 그리고 각 단어의 앞 글자를 모아서 또 하나의 단어를 더 익힐 수 있습니다. 5개에서 13개까지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져있어서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퍼즐을 맞추는 것을 좋아해서 나름 재미있게 풀어나갔는데요. 어려운 단어는 어쩔 수 없이 정답을 볼 수 밖에 없었고, 제 기준으로 진짜 난해한 단어들은 원어민에게 이 단어 아냐고 물어보면서, 힌트도 얻고 때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농담도 해보고 그랬네요. 단어의 양이 제한적이기도 하고, 힌트가 많지 않기도 하고, 거기다 해오던 가닥이 있어서인지 저에게는 크로스워드퍼즐이 더 잘 맞는 거 같기도 하네요.

이후, ‘꿀팁! 유사영어 단어 총정리가 있는데, 게임방법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실한 편이라, 어떠한 연결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부록으로 단어 최종 완성이 나오는데요. 앞서 제시된 뜻이 다시 나오고, 난이도가 나오는데, 정리를 몇 번째 질문 형식으로 해놔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본문 게임은 그런 식으로 정리해놓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정답편에는 페이지에 따라 보기 쉽게 정리가 되어 있었네요. 다만 의문인 것은 왜 같은 것을 두 번이나 수록해놨냐는 것인데, ‘단어 최종 완성에서는 난이도와 그 단어를 사용한 문장을 수록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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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라는 사람 - 영화 <노무현입니다> 원작
이창재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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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이미 봤지만, 그 원작인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읽은 이유는 아무래도 영상콘텐츠는 빠르게 많은 것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저도 놓치는 것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곱씹어서 생각할 기회가 적기도 하고요. 그런데, 워낙 방대한 자료를 모으다 보니, 영화는 이 책의 예고편이었다고 영화 감독이자 이 책의 저자인 이창재도 밝히고 있더군요. 사실 이전에는 이창재의 <길 위에서>라는 책을 먼저 읽고,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를 봤었는데요. 충실한 자료 준비를 바탕으로 사람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느껴져서, 그의 영화와 책을 기다리게 될 거 같아요.   

"왕에게 상소하는 심정으로 국민께 계속 건의하고 제안해야 한다. 국민을 따라가는 건 리더가 아니다"

연설비서관이었던 강원국의 이 말과, 유시민과 "노무현의 시대가 올까요?"라는 화두로 나눈 대화를 다시 생각해보니, 문득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그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역할할 수 있으니 말이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책도 여러 권 봤지만, 이렇게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역시 정말 의미있게 여겨집니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니까요. 그래서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모아서 인간 노무현을 그려볼 수 있으니까요. 이창재 감독은 시사회를 하며, 초대를 해도 될까 망설인 적이 있다고 해요. 그 상대가 골수 보수주의자였기 때문인데요. 시사회가 끝나고 그 사람은 정치인 노무현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인간 노무현은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와 책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합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 그 어떤 이념과 사상의 대립이 있더라도, 일단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사람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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