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로봇
데보라 인스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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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듯한 설렘과 온기가 가득한 봄을 담은 소설 <내 정원의 로봇, A Robot in the Garden>입니다. 데보라 인스톨의 데뷔작인 이 소설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화하고 싶은 책으로 선정된 11권 중에 한 권이라고 해요. 일본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서점직원들이 직접 로봇을 만들어서 전시도 했다고 해서 찾아보다 보니, 후속작도 보이더군요. <Robot in the House>, 이 책도 너무나 좋게 봐서, 후속작도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네요. 로드무비에서 홈드라마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니 로봇 탱의 매력이 더욱 통통 튈 거 같은걸요.

1편은 주인공의 여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야기의 배경은 미래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일상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용되고 있는 시대,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부모님의 남긴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벤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있지요. 수의사가 되기 위해 긴 시간 노력해왔지만, 실수로 시험에 떨어지고 마는데요. 그와 반대로 그의 연인 에이미는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며 성공지향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들이 사는 집 앞에 나타난 로봇은 오래된 것인지 낡고 이상한 모습을 갖고 있었어요. 에이미는 너무나 당연하게 로봇을 가져다 버리라고 했지만, 벤은 그의 무기력하기만 했던 일상에 나타난 로봇 탱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탱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벤은 탱을 고치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시니컬한 유머가 만연된 세상이라 그런지, 유쾌하면서도 따듯함을 잃지 않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절로 제 마음도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었네요. 책을 읽는 저조차 로봇이 이렇게 사랑스러워도 되나 싶을 정도이니, 함께 여행을 떠난 벤의 변화 역시 절로 이해가 되고 말이죠.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어른으로 불리게 된 벤이 탱과 함께 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 역시 참 좋았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에이미처럼 벤이 답답하게 느껴졌거든요. 언제까지 과거에 붙잡혀 있을 것인지 말이죠. 물론 에이미가 바랐던 유능한 어른이 될 수 없을지는 몰라도요. 이렇게 따듯하고 친절한 어른이라니, 정말 좋은 방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욱 후속작이 기대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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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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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다. 세계는 좋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에 나오는 글귀는 매년 내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지곤 한다. 다이어리를 바꿀 때마다 나름 고르고 골라서 새로운 다이어리에 글을 적기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글이 더해질 것 같다. 바로 그의 방랑기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동양방랑>또다시 인간이 한없이 재미있어졌다이다.

일본에서 청춘의 구루로 불리는 후지와라 신야지만 그 역시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마냥 자유로울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고, 세상에 무감각해지는 느낌이 강해질 때, 그는 다시 방랑을 떠났다. 터키에서 일본까지 아시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으며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끔 나는 시야가 넓지 않다고 생각하곤 한다. 소리에는 나름 민감해서 어떤 소리를 듣다 보면 여행의 추억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사진으로는 가봤던 곳이다라는 정도의 감상만 반복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느낀 것은,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무관심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내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방랑을 선택했던 후지와라 신야가 부럽기도 했다. 나에게는 되살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적 배경은 80년대이다. 하지만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 그 풍경의 조각이 모여있는 도시는 여전히 그 곳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도리어 그리움이라고 할까? 아련함이라고 할까? 반가움이라고 할까? 아니다. 그 모든 것을 합친 감각일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파편화 되어버린 지금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 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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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히샴 마타르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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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The Return: Fathers, sons and the land in between’이라는 부제가 더욱 마음에 와 닿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 감각들이 글로 잘 전해지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네요.

사실 저는 리비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아랍의 봄에 대해서 겨우 들어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책에 금방 빠져들게 된 것은, 우리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또한 그가 이 책을 통해서 반체제운동을 하다 투옥 중에 사라진 자신의 아버지의 작은 흔적이나마 찾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부모님이란 그런 존재니까요.

저 역시 책을 읽으면서, 리비아에 대해서 꽤 많이 알게 되고, 알아보게 되었는데요. 2차 세계 대전 이후, 중동에 등장한 신생 국가 중에 리비아가 있었다고 해요. 석유생산국인만큼 부존자원이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이지만, 1969년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수립되고, 카다피의 독제체제가 40여년을 이어오게 되죠. 반정부시위인 아랍의 봄을 통해 카다피가 실각하지만, 독재정권시절에 실질적으로 후계자로 활동했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성공, 그리고 시를 사랑하던 자신의 삶마저 뒤로하고 반체제 운동을 하던 아버지는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라는 아부살림에 수용되는데요. 아버지가 체포되기까지 남아있던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도, 또 가까스로 탈출을 했지만 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가족들도 참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희생당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도요. 카다피가 죽어도 돌아오지 못했던 아버지, 그래서 1996년 아부살림에서 벌어진 학살에 희생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지고 있을지는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 없네요. 담담하게 자신의 여정을 기록하고 있기에 그가 보여주는 리비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쩌면 미래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모습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던 거 같아요.

이 책의 저자 히샴 마타르는 리비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온 자신의 가문의 이야기를 담은 <귀환>을 통해서 일차적으로 묻고 싶은 것은 아버지에 대한 것이겠지만, 어쩌면 궁극적으로 묻고 싶은 것은 리비아의 선택이 아닌가 해요.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 독립운동을 했던 할아버지 그리고 외교관으로 사업가로 승승장구하지만 카다피의 실체를 파악하고 저항의 길을 선택한 아버지의 아들답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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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가바사와 시온 지음, 오시연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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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기기가 느려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면, 재부팅을 하거나 최적화를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그 무엇보다도 스마트한 뇌에는 그런 기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은근히 갖곤 했는데요. 물론 재부팅은 안되지만, 그래도 조금만 신경쓰면 나름대로 최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정신과의사이자 작가인 가바사와 시온은 우리 뇌 속에 신경전달물질 7가지를 잘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는데요. 의욕과 열정의 도파민, 집중력과 기억력의 노르아드레날린, 신체능력과 몰입에너지의 아드레날린,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세로토닌, 재충전의 멜라토닌, 영감과 아이디어의 아세틸콜린, 그리고 효율을 높여주는 엔도르핀입니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치유물질인 세로토닌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신경써서 읽게 되는 것을 보면, 제가 요즘 스트레스 지수가 좀 높은 편인가 봅니다. 뭔가 집중을 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목을 움직여서 긴장을 낮추려고 하는데요. 사람의 머리는 5~6키로그램정도라, 목에 많은 근육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좋은 습관이라고 해요. 습관을 조금 더 최적화시키려면 머릿속으로 구령을 붙이며 리듬감을 더하면 좋다고 하네요. 리듬운동이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한가지의 신경물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신경물질을 관리하는 방법도 알 수 있었는데요. 수면물질은 멜라토닌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체내시계를 리셋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 고조도의 빛을 받아줘야 하는데, 그래서 산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죠. 이 때 리듬감을 더해서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이때 길게 운동을 하면 신경이 도리어 피로해지기 때문에, 15~30분 정도의 산책이 좋다고 합니다.

이것저것 다 귀찮다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행복물질인 도파민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데 필요한 음식이 있거든요. 고기, 우유, 아몬드, 땅콩에 풍부한 티로신과 당질 그리고 참치, 가다랑어, 연어, 우유, 바나나등에 풍부한 비타민 B6를 조합해서 섭취하는 것이죠. 저자가 추천하는 메뉴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아몬드 우유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뇌를 최적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서 흥미롭게 읽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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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컬렉션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KBS 천상의컬렉션 제작팀 지음, 탁현규 해설.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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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교양 프로그램 천상의 컬렉션을 예술교양서로 만들어낸 <천상의 컬렉션>

책에 수록되어 있는 화보 화질이 너무 좋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요. 일단 화보의 수준에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인무의 강산무진도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가로 856센티미터, 세로 43.9센티미터에 이르는 작품을 수록하다 보니 정말 작게 담겨 있는데도 책장이 딱 멈춰질 정도였어요. 저 역시 익숙한 화가의 이름은 아니었는데, 그는 김홍도와 쌍벽을 이루었었다고 해요. 김홍도에 비해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그저 유려하고 아름답다라는 말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정조 사후 노화가가 그려낸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니, 정조가 만들어나가고자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완성시키지 못했던 부강한 조선을 그려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고 아껴준 옛 군주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봐도 조금 부족하길래, 방송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게 1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서 다 보게 되더라고요. ‘천상의 컬렉션답게 방송으로 보고 책으로 보고 그렇게 계속 봐도 마냥 좋네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대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달항아리의 매력에 빠지기도 하고,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감은사지의 사리장엄구입니다. 예전에 대만의 국립고궁박물관에 가서 미세조각을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이런 초미세 공예품들에 큰 관심이 생기는 거 같아요. 죽어서도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바다에 묻혔던 문무왕이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절이 감은사죠. 이제는 절터에 쌍둥이 석탑이 우두커니 서있는데, 동쪽탑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해요. 부처의 사리를 가장 귀하게 모시는 사리장엄구에는 0.3밀리미터의 금 알갱이로 꽃 모양을 표현하는 아주 섬세하고 미세한 조각이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예전에 우리 문화유산을 다 모아놓은 도감을 보며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서 반드시 알아야 할 걸작 25점을 만나는 것도 참 감동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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