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유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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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중국이기에, 저 역시 파편적인 역사를 알고 있을 뿐인데요. 이번에 시안, 뤄양, 카이펑, 항저우, 난징, 베이징이라는 중국의 도읍지를 중심으로 하여 중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를 읽으니 제가 갖고 있는 짤막한 지식들이 조금씩 연결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예를 들면 삼국지 연의에서 동탁이 낙양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천도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여기에서 나오는 낙양이 바로 뤄양이고 장안은 시안인데, 동탁이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가 책을 읽다 보면 어렴풋이 보이더라고요. 이 책에서도 약 200여페이지, 3분의 1이 넘어가는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시안인데요. 중국의 가장 많은 왕조가 도읍으로 둔 곳이기도 하여 세계 4대 고도로 손꼽히는 곳이죠. 또한서양엔 로마, 동양엔 장안이라는 말처럼 중국 역사의 황금기를 이끌고 또 시진핑의 중국의 꿈의 중심지 역시 시안입니다. 저에게 시안은 두보의 춘망덕분에 조금은 쇠락한 이미지가 강했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시안에서 자부심을 찾고 뤄양에서 기도하며, 카이펑에서 기개를 얻고 항저우에서 낭만을 맛본다. 난징에서 와신상담하며, 베이징에서 미래를 본다.”

아무래도 이 말을 의식하면서 읽어서일까요? 성인의 무덤이라는 호칭인 을 받은 두 명의 인물, 공자와 관우의 무덤인 공림과 관림이 있는 곳이 뤄양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네요. 거기에 중국 3대 석굴로 손꼽히고 불교 예술의 그기를 보여주는 용문석굴이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니까요. 카이펑은 인공운하인 변하를 통해 황하와 회하와 이어지는 요지에 자리잡은 곳입니다. 황하하면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물을 다스리는 것이 모든 것을 다스리는 것이라는 것이 한자에 그대로 나올 정도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곳이죠. 카이펑 지층에 켜켜이 자리잡은 유적지속에서 그 곳에서 전설 속 왕조가 아닌가 했던 하나라의 역사가 드러나고 있다니, 어쩌면 하나라의 시조라 하는 우왕의 전설이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더군요. 항저우에서는 낭만을 맛본다고 했죠. 아무래도 동파거사라 불린 소식의 존재감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한 차 애호가 건륭제가 항저우의 용정차를 어차에 봉할 정도로 즐겼다고 하는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생각해보면 건륭제를 등장시켰던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도 차를 즐기는 황제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죠. 또한 주원장이 명나라를 건국하며 수도로 정한 난징, 하지만 슬픈 역사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난징에 이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베이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다시 시안으로 옮겨가는 느낌이랄까요? 결국 베이징의 미래와 시안의 자부심은 접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고, 역사를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 또 역사를 그 시대의 관점에서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많아서 흥미로운 시각이 정말 많았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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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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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약이 없었다면, 세계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무한대로 상상해볼 수 있는 10가지 약에 대한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비타민C, 퀴닌, 모르핀, 마취제, 소독약, 살바르산, 설파제, 페니실린, 아스피린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입니다. 에이즈를 불치병으로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여러 학자들의 분전을 한 결과 일단은 에이즈에게의 참패를 면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다만 막대한 치료비 덕분에 아직은 그 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해요. 자신이 개발했지만 약값이 비싸게 책정되어 신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안타까워한 일본의 학자 덕분에 가격에 많이 내려간 편이니 다행이고요. 전에 소아마비 검사방법을 고안한 거스리와 백신을 만든 학자가 특허를 포기하여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책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물론 학자들의 노력을 간과할 수는 없기에 난제이기도 하네요.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바로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퀴닌은 키나 나무에 포함된 약효 성분인데, 말라리아 치료에 뛰어난 효과를 보여줍니다. 말라리아에 관련된 역사는 정말 다양했는데, 서로마제국 말기 이탈리아을 침략했던 훈족, 그리고 게르만 민족 역시 말라리아로 인해 물러나게 되었다고 해요. 퀴닌의 효과를 알게 된 유럽인들은 이를 음료로 마시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식민지 쟁탈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게 되기도 한 것이죠. 제가 주목한 것은 바로 강희제에 대한 것인데요. 강희제에서 옹정제 그리고 건륭제로 이어진 청나라의 황금기를 연 황제이기도 하죠. 40세에 나선 원정길에서 말라리아에 걸렸던 강희제는 퀴닌을 통해 치료를 할 수 있었고, 병든 자신을 보며 도리어 대통을 이을 꿈에 부풀어 있던 황태자를 폐하고, 옹정제로 대를 잇게 하니까요. 약이 만들어낸 역사의 변곡점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처럼 역사와 사람 그리고 약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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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From Paris 피에스 프롬 파리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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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종이가 비싼 것이고, 또 편지를 보내는 비용도 상당했다고 하죠. 예전에 제인 오스틴의 서간문을 모아놓은 책에서 편지를 쓴 방식을 보니 요즘처럼 편지를 쉽게 보내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마르크 레비의 소설 <피에스 프롬 파리 P.S. From Paris>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삶에서 잠시 빗겨 나와 있다고 할까요? 대중적인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미국인 작가 폴, 그리고 불륜까지 저지르는 남편 다비드와의 권태로운 결혼생활과 캔디 같은 캐릭터만 연기하는 것에 질려버린 영국의 여배우 미아는 파리에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마치 깜빡 하고 적지 못했지만, 꼭 덧붙였어야 할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파리에서의 그들의 삶입니다.

파리에서 또 다른 자신들로 살아가던 두 사람의 삶이 겹쳐진 것은 친구들의 준비라고 우겨보고 싶은 우연과 우연이 겹쳐져서인데요. 결국 만날 사람들은 만나게 된다는 것일까요? 오해로 시작되었던 그들의 만남은 설렘으로 변해가지만, 그들의 인생에는 애매하기는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있었죠. 폴의 소설은 본인도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로 한국, Korea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요. 폴의 연인은 한국인 번역가 경입니다. 일년에 약 2주간의 시간을 함께하는 경,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랑에 빠져있는 다비드, 그리고 폴과 미아 어쩌면 이들은 소설 속의 대사처럼 각자의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경쾌하고 약간의 반전을 갖고 있다고 할까요? 희곡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사로 이어지는 소설이라 그런지 그 흐름이 빠르게 느껴져서 더욱 그런 느낌을 준 거 같기도 합니다.

문득 예전에 봤던 일본 드라마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나아요. 설령 해피엔드가 아니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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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심리학 - 스몰 마인드가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법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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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쉽게 지쳐버리고 마는데요. 마치 기가 빨려 나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몇 일전에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남편은 기초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다고, 운동을 하라고 했었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는 생생하다 못해 날라 다닐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뭔가 체력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죠. 그러다 <소심한 심리학>을 읽으니, 그 이유가 명확히 보이더군요. 바로 자신을 평가하는 중심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네요. 친구들과 있을 때는 내가 어떻게 행동해도 서로 이해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모든 것을 필요이상으로 다 의식하고 있으니 힘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네모토 히로유키는 자신 역시 스몰마인드’, 즉 너무 소심해서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작은 마음의 소유자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배경 역시 저와 매우 비슷했는데요. ‘착한 우등생을 연기해왔고, 그래서 사람들의 기대에 충족하는 것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런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던 그는 상담을 통해 자신을 치유했고, 그 경험을 살려 17년간 심리상담사로 활동했습니다. 초연결사회가 되면서, 더욱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이 책을 통해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7단계를 제안하는데요.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자기긍정감과 생각과 행동의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 두는 자기중심 사고를 키우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또한 작은 마음을 버리고 성장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소심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섬세한 능력들을 잘 활용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이를 조금만 다른 각도로 보면 다양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역시 참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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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
마누시 조모로디 지음, 김유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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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프로듀서로 밤낮없이 일해온 마누시 조모로디는 아이를 키우면서 독특한 경험을 하게 도는데요. 배앓이를 심하게 하느라 잠이 들지 못하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몇 시간씩 정처 없이 돌아다니면서도 아이가 잠시라도 잘 수 있도록 스마트기기조차 자제하게 됩니다. 그 때는 더없이 지루했던(bored)시간이지만, 일상으로 복귀하고 나니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시트 라디도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청취자와 함께 사람과 스마트기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것이죠. 디지털 기기들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지루함조차 아주 손쉽게 달래주곤 하죠. 하지만 덕분에 우리의 뇌에는 휴식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일 수도 있어요. 무엇인가를 비워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Bored and Brilliant>입니다.

도전1, 자신을 관찰하라

도전2, 이동할 때는 기기를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둬라.

도전3, 하루 동안 사진을 찍지 마라.

도전4, 앱을 삭제하라.

도전5, 페이크케이션을 떠나라.

도전6, 다른 것들을 관찰하라.

도전7,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제가 제일 재미있게 생각한 도전은 바로 페이크케이션,fakecation’인데요. 가짜라는 의미의 ‘fake’와 휴가라는 뜻의 ‘vacation’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자신에게 스마트기기로부터의 휴가를 주는 것인데요. 그냥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쉽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도전4에서 앱을 삭제된다고 해도, 당신은 삭제되지 않는다는 식의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 과정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왜 그렇게 다 쓸모있고 유용하고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앱으로만 가득차있는지 말이죠. 새삼 자신의 스마트함에 놀랐다고 할까요? ^^;;; 옷을 좀 버려야 한다고 드레스룸에 들어갔다가, 실패하는 그 모습을 반복한 것이 더 솔직한 심경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더욱 끌리는 도전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소감에 나온 내 주변의 디지털 세계와 나의 관계를 재조정한다는 표현에도 나 역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저는 어렸을 때, 옥상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요. 그저 옥상에 있던 정원에서 나무, , 흙 냄새를 맡으며,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서 지루하지 조차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간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이동을 하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짧다면 짧은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니까 말이죠. 그래서 어쩌면 샤워를 할 때나 잠이 들 무렵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네요. 뇌가 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그 때뿐이니 말이죠. 그런데 그럴 때는 그 아이디어를 메모를 하지 못하니 더욱 문제인데요. 그래서 저도 매일 자신에게 페이크케이션을 주기 위해 일정을 설정하는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물론 도전의 7단계를 다 해나갈 것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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