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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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만약 큰 병에 걸렸다고 한다면 바로 여행을 떠날 것이라는 다짐을 하고는 했죠. 인생의 마지막이 병원이고 싶지는 않아서인데요. 그래서 아흔 살의 나이에 함께해온 남편 레오를 잃고 본인도 암 진단을 받게 된 노마 할머니의 선택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병원 진료실에서 1분도 있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같은 상황이어도 캠핑카를 선택하겠다며 응원하는 의사의 말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렇게 시작된 아들 부부 팀과 라미와 함께한 1년간의 캠핑카 여행,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랐는데요. 처음에는 뭔가 삶에 대한 사색적인 시선이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표지를 보고는 뭔가 시트콤의 느낌마저 나는 유쾌한 일상이 펼쳐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극과 극으로만 흘러가지 않잖아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행복해하는 할머니 아니죠! 미스 노마의 이야기가 펼쳐졌으니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저 병원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싫어서 여행을 가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렇게 여행을 떠나서도 제가 그렇게 행복하게 인생을 즐기며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그래서 더욱 즐겁게 책을 읽었던 거 같기도 해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애써 담담해하거나, 애써 행복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인생을 만끽하는 미스 노마덕분이었죠. 미스 노마는 아들에게뿐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들, 그리고 책과 같은 제목의 페이스북의 글을 읽던 사람들 모두에게 가르쳐주었네요. 인생에 대해서 “YESS!”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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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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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미얀마 - 머물고 싶은 황금의 나라
조용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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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EBS의 다큐 프라임에서 방영한 천불천탑의 신비 미얀마를 보며 그들이 지켜온 찬란한 불교문화에 감탄했던 적이 있어요. 이번에 미얀마를 짝사랑해왔다고 말하는 조용경의 <뜻밖에 미얀마>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포스코 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서 은퇴한 이후, ‘원시를 찾아서라는 주제를 갖고 오지 여행을 다니던 저자는 미얀마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4년 동안 열여섯 차례나 미얀마를 방문한 결과물이 모이고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네요.

저에게 미얀마는 아무래도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의 영향이 커서인지 시간이 멈춘 나라로 남아있죠. 하지만 미얀마는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불리는 나라이기도 한다는데, 그 변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해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목이 긴 여인들의 마을’, 저도 목에 많은 고리를 끼우고 있는 여인들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파다웅족이 사는 곳도 바로 미얀마의 산악지역에 위치한 오지 중에 오지였네요. 목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10kg에 달하기까지 한다는 고리의 무게 때문에 쇄골이 내려앉아서 착시효과를 주는 것이고, 나이가 든 할머니들은 걸음을 제대로 옮기기도 힘들어 한다니 전통이라고 해서 지켜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젊은 여성들이 그 고리를 끊어 벗어버리고 있다니 그 변화의 바람을 응원하게 됩니다. 또한 칼라단 강 상류에 사는 친족의 마을 중에 하나에서는 여성의 얼굴에 거미집 문신을 한다고 하는데요. 물론 아름답기로 소문났던 여인들을 지키기 위해 천여 년 동안 지켜온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군사정부가 인권보호를 위해 막았다는 것도 다행스럽고요. 전통과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성이 충돌하는 경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미얀마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요. 그 중에 절대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것이 미얀마 역사의 변곡점마다 활약해온 불교더군요. 미얀마 독립과 민주화의 성지가 된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의 경우에는 그 건물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것이 도시 건축의 기본일 정도니까요. 심지어 1989년 새롭게 만들어진 수도 네피도에 위치한 우파타산티 파고다 역시 쉐다곤 파고다보다 30cm 낮게 만들어질 정도니 말이죠. 국가에서 시민들이 어떠한 의미를 되새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정책을 펴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 불교와 민중의 역할을 존중해주는 느낌이 들 정도였네요. 물론 그래서 더욱 새롭게 수도로 만든 계획도시 네피도가 거대한 모델하우스로 남은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양곤과 더불어 미얀마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채 발전하고 있는 만달레이도 그 역할을 다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이 책 덕분에 미얀마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또 뜻밖에 미얀마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가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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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 꽃 한 송이
김이랑 지음, 꾸까 도움말 / 미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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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김이랑의 <마음하나, 꽃 한 송이> ‘꽃 그림 이랑 그림이라는 뜻의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꽃 그림 이랑 좋은 글이라는 생각도 들던걸요.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꽃 그림과 함께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은 책이었으니까요.

저도 꽃을 정말 좋아해서 항상 집에 꽃을 가져다 놓곤 해요. 꽃이라는 것이 보면 볼수록 그 모양 자체부터가 너무나 섬세한 존재라고 생각해 와서인지, 그림에서도 그러한 느낌이 잘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계절별로 40여종의 꽃이 나와서 그 계절에 맞는 꽃이 무엇인지도 가늠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요즘은 자연에서 꽃을 만끽하기보다는 꽃집에 가서 꽃을 구입하는 일이 많다 보니 계절감이 약간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여름의 능소화’, 이 꽃을 보고 나팔꽃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래 나온 영어명을 보니 ‘Chinese Trumpet Creeper’더군요. 능소화는 꽃이 시들지 않고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진다고 해요. 그것도 잘 표현해놓은 것이 참 예뻤어요. 중국이 원산지인 능소화이기에, 한국에서는 사신단이 들어와서 전해주어야 키울 수 있었기에, 양반꽃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물론 그런 이유가 컸겠지만, 선비의 곧은 기개를 느낄 수 있었기에 사랑받은 면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네요.

또한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봄의 라일락, ‘향기만은 나를 따라오는 듯’, 정말 이 표현이 라일락과 딱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 향기에 저 역시 발길을 멈추고 되돌아갈 수 밖에 없으니 말이죠. 그리고 가을이면 떠오르는 코스모스, 저에게는 외갓집이 바로 떠오르게 하는 꽃이기도 한데요. 언제나 가을이면 찾아오는 코스모스지만, 이제 저에게는 외갓집의 이야기들이 언제나 찾아오는 가을만큼 멀어지는 추억일 뿐인 거 같아서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눈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겨울의 동백꽃도 있고요. 부록으로 한 송이에 담간 마음이라 하여 꽃에 대한 설명이 더해져 있는데요. 그 중에서 알스트로메리아가 절 끌어당기더군요. 처음에는 백합이랑 닮았네 하며 지나갔던 꽃인데요. 그 꽃의 이야기와 꽃말을 보니 다시 책장을 앞으로 넘기게 되더라고요. 피어나기 전에는 볼품없었지만, 피어나면 더 없이 화사하고 오래 가는 꽃인데요. 꽃말마저 우정이라니, 너무나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일 친구와 만나기 전에 이 꽃을 들고 가서, 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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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쿠바 - 정열과 낭만의 이름
정용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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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저에게는 강렬한 색의 향연처럼 느껴지는 나라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한 나라라 더욱 그런 거 같아요. 헤밍웨이의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 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에 있다.”라는 말이 더욱 그런 이미지를 더해준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쿠바에 대한 사진 에세이 <코카콜라 쿠바>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거 같습니다. 직접 그 곳에 가서 모히토를 마셨다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어지는 헤밍웨이에 대한 글도 참 좋았고요. 아무래도 헤밍웨이가 좋아하는 칵테일이 모두 럼을 베이스로 하는 이유 역시 쿠바의 럼이 질이 좋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호텔 나시오날의 시그니쳐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쿠바의 역사가 담겨 있는 칵테일을 꼭 쿠바에서 맛보고 싶어지더군요.

사실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코카콜라와 쿠바의 접점이 딱 마음에 안 다가왔기 때문인데요. 코카콜라가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쿠바의 어린이에게 코카콜라 로고가 그려진 노트를 선물하고 만난 그 환한 미소 때문이었을 텐데요. 프롤로그를 읽으며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 있는 쿠바의 정치와 역사가 떠올랐지만, 이어지는 아이의 미소를 보니 저도 절로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이 책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의 쿠바에서 흐르고 있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지만,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거든요. 글로벌 맥주 회사에 지분이 넘어가면서 어느정도 표준화된 맛으로 변해버린 쿠바의 맥주처럼 쿠바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폐쇄되어 있었지만 그 속에서 자유롭게 자신들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빛났던 쿠바이기에 그런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 책도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네요. 책 제목에 쿠바 다음에 붙었던 세미콜론이 어떤 의미일지는 책을 읽는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붙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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