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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36가지 표정 - 시간과 역사, 삶의 이야기를 담은
양쯔바오 지음, 이영주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도시에서 읽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과 역사, 삶의 이야기를 담은 도시의 36가지 표정> 입니다. 책을 읽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살고 나면
사라지게 되지만, 그들이 모여서 살아간 도시라는 공간은 여전히 그 곳에 있겠구나,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역시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공간이고요. 하지만 그 것을 읽어나가는 눈이 부족해서인지, 저는 이런 책이 참 좋네요. 간판,
광고탑, 표지판에서도 도시의 시간을 읽어낼 수 있고요. 심지어
우리 곁으로 내려와 있는 다양한 공공 조각상 역시 제가 모르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늘 제단 위에 올라가
있는 조각상들이 땅으로 내려오게 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로뎅의 ‘칼레의 시민들이라는 작품 덕이었다고
하니, 그 조각상을 보는 느낌이 또 다른 거 같아요.
도시의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공조각도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지만, 제가
인상적으로 본 것은 바로 음용수대와 벤치였습니다. 음용수대는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의 키스신으로 참 로맨틱한 공간으로 다가오기도 했었는데요. 파리에
음용수대가 설치되게 해준 사람이 바로 영국의 자선가 리처드 윌리스 경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따서 ‘윌리스 분수’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더위를 식히고 물을 공급하는 역할 뿐 아니라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공공예술작품의 역할도 해내고 있지요. 물론 이제는 생수나,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고다니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 버렸지만요. 그래도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도시의 풍경에 어울리게 설치해둔 음용수대의
매력은 여전한 거 같아요. 벤치 역시 그러한데요. 얼마 전에
대만에 다녀왔는데, 예술가 귀이우메이가 디자인한 벤치를 보지 못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그 것이 정말 아쉬웠는데, 아무래도 차를 타고 이동을 하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정말 ‘도시의
정의를 거칠게 다시 써내려’가는 존재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인 듯 합니다. 그래서 벤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을 걷게 만드는 장치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미국의 ‘코카콜로니제이션’과 ‘맥도날디제이션’에 대한 것입니다. 식민지화라는 뜻의 단어 콜로니제이션을 결합하여
만든 것인데요. 문화적 식민지화의 선봉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랜드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다 맥도날드의 간판들을 자국의 도시의 풍경에 맞게 제작한 사진을 보고, 문득
작년에 100년이 된 가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교토의 니넨자카 스타벅스에 다녀온 것이 떠올랐어요. 이런 식으로 지역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였어요.
하지만 그 역시 매우 섬세한 방식의 글로벌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다녀온 그 스타벅스에서도 외관과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지극히 일본적이었지만, 그 곳에서
선택하는 음료나 서비스는 스타벅스 그대로였기에, 우리의 생활이 지극히 미국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볼거리도 생각할거리도 많은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