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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맨
슈테판 보너.안네 바이스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2월
평점 :
베타맨 슈테판과 알파걸 안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슈테판 보너와 안네 바이스의 <베타맨> 이 책은 소설처럼 보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라고 해요. 주인공 이름이 작가의 이름과 같은 것을 보면 느낌이 오기는 하는데, 많이
웃기도 하고, 또 함께 속상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응원하기도
하다 보니 실화가 바탕이라는 것이 조금은 놀랍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책에 수없이 인용되는 다양한 글들
역시 그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읽었던 책,
신문, 잡지의 것이겠네요.
‘알파걸’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전통적은 여성상을 ‘베타걸’이라고 한다면, 자신감과 성취욕이 넘치고 이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여성이라고 했었는데요. 그래서 ‘베타맨’을 “확고한 역할 모델의 부재로 인해 갈피를 못 잡는 현대의 남성을
일컫는 말”로 ‘알파맨, 알파걸’과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전통적인
사회에서 남성이 갖추어야 할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슈테판의 의견에 따르면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아이를
생산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것들에 대한 어떠한 콤플렉스가
느껴지더군요. 어떻게 보자면, 요즘 사회에서는 그런 남성성이
꼭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닌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서 “남자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남자로 변해가자, 그 즉시, 남자들이
다시 커브를 틀기를 원했던 것이다”라던 아르네 호프만의 글이 기억에 오래 남네요.
알파걸이라고 하는 안네 역시 그러했어요. 그녀의 친구 산드라가 인정하는
것처럼 그녀는 알파걸이죠. 누군가에게 종속되기를 원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나가고 싶어하는 여성이니까요.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또 복잡합니다. 그녀가 꿈꾸는 남성은 잡지에서 봤던 “근육질의 젊은 남자가 아이를
안고”있는 모습과 가장 닮아 있어요. 전통적인 남성 역할을
수행해내면서도, 집에 오면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하며 미래를 함께 준비해나가는 남성이니 말이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매력적이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슈테판과 안네인데, 왜 자신들은 그 것을 잘 모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자신과 잘
맞지도 않는 남성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한다던가, 마치 평범한 일상을 살다 순식간에 영웅으로 변신하는
슈퍼맨과 같은 남성을 찾는 일에 집착하는 것은 정말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생각이 저 자신에게까지 연결되더군요. 저 역시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