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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하시다 스카코는 ‘세계에서 가장 히트한 일본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오싱’의
작가입니다. 저는 드라마로는 다 보지 못했지만, 책으로 그리고
극장판으로 만난 적이 있어요. 패전 후 폐허가 되었던 일본 그리고 전후 경제 부흥기와 고도 성장에 이르는
그 시기를 한 여성의 삶 속에 잘 녹여내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를 통해,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90세가 넘은 그녀는 3년전에 ‘종활終活’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종활이란,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라는 의미로, 일본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취활(就活)’, 결혼 준비를
하는 ‘혼활(婚活)’처럼
많이 사용되는 단어라고 하는데요. 마치 어린 시절 들었던 ‘관혼상제冠婚喪祭’와 같은 맥락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이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녀는 아쿠타카와상의 주관사이기도 한 문예춘추(文藝春秋에
"나는 안락사로 죽고싶다. 품위 있고, 건강하고, 아름답게"라는
요지의 글을 기고하여, 일본 사회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고 해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종활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녀가 갖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풀어내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잠자듯 가고 싶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시곤 했어요. 그 때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요. 이제
제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할머니의 마음이 어렴풋이 짐작이 되더군요.
아마 하시다 스가코와 기본적으로는 어느 정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 그리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30여년의 세월을 홀로 살아오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그녀의 삶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삶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건강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고 싶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런 소망을 아끼기에, 자신의 죽음에서도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무리하게 삶을 연장시키기 않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또한
병원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다는 바람도 있고 그래서 더욱 유심히 읽게 되는 면도 많았던 거 같아요. 덕분에
안락사와 존엄사 그리고 연명치료와 완화치료가 어떤 것인지도 명확하게 알게 되었고, 나의 죽음은 어떠해야
할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