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도큐멘트 - 베이징으로 간 10인의 크리에이티브를 기록하다
김선미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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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영토에서 오는 다양한 환경적 요소와 여러 민족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중국의 문화기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퍼즐을 맞추는 느낌으로 접근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 동안에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학작품을 통해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베이징 도큐멘트>를 통해 문화와 예술의 시선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10여년동안 중국 그 중에서도 베이징을 안팎에서 지켜보았던 칼럼니스트 김선미는 베이징으로 간 10인의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과 바로 지금의 중국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Creative People”을 통해 베이징에서 활동중인 한국인들 특히나 건축가, 영화인, 사진작가, 셰프처럼 다양한 직업군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요. ‘Beijing Movement’를 통해서, 지금 이 순간의 베이징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중국판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원 포트 바이 쌈의 오너셰프 한현민을 본 적이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게 된 것이 코리안 캐주얼 다이닝의 베이징 상륙기였습니다. 음식은 한 나라가 축적해온 문화를 잘 드러내는 것 중에 하나인데요. 그래서 제대로 된 한식으로 중국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더군요. 그래서 푸짐한 양을 선호하는 베이징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또한 사진작가 김동욱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길을 열었고요.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베이징 옛 성내를 중심으로 퍼져 있는 좁은 골목길 후통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요. 언제부터인가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골목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인지, 전통과 현대가 쉼 없이 교차하고 있는 후통 역시 저에게는 정말 기대되는 곳이 되어 버렸네요. 이 책을 중국 베이징이라는 도시에 관한 내 인식 변화의 기록이자 크리에이티브를 발견한 과정의 자취라고 소개하던데, 정말 적절해요. 그리고 덕분에 저 역시 베이징에서 너무 보고 싶은 것만 봤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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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보통명사
조소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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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는 에세이를 만나는 것은 좋은 친구와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닮은 구석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읽은 조소담의 <당신이라는 보통명사>역시 그런 즐거움을 주는 에세이었네요.

당신이라는 보통명사’, 하지만 내 감정에 따라 정말 다양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당신이죠. 한 때는 나만의 당신이었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당신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했어요. 결국 기억의 조각만 가지고 저마다의 길로 나뉘어지게 된다는 말에 저 역시 이런저런 추억들이 떠올랐어요. 너무나 소중하기도 하고 너무나 아프기도 해서 어쩔 줄 몰라, 그저 그 시간들이 그대로 얼어버렸으면 했었는데요. 이제는 제 기억의 조각이 되어버린 것도, 가끔씩은 꺼내보며 그땐 그런 행복이 있었다며 웃기도 하는 것이 참 놀랍기까지 하니까 말이죠.

손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의 이야기도 참 좋았어요. 그리고 저 역시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연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 이야기가 이어져서 제 생각도 또 연결되더군요. 연필보다는 샤프를 좋아하지만, 사용하는 샤프심의 종류를 표시할 수 있는 그 샤프는 늘 B로 고정되어 있어요. 미세한 두께감과 부드러운 필기감이 좋아하는 저 역시 그런 느낌의 사람일까요? 날이 갈수록 날카롭고 예민해지는 거 같아서 문득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들이 왜 그렇게 제 이야기 같던지요. 서서 먹는 물병 사용법을 깨우치고, 나중에 들어온 강아지에게 알려주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이타적 천재를 확신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이렇게 맞장구를 치다가도, 때로는 이런 관점도 가능하구나 무릎을 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내내 행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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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사로잡는 아이콘은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 아이콘으로 생각하기
펠릭스 소크웰.에밀리 포츠 지음, 오윤성 옮김 / 미디어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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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은 언어다

해외여행을 가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환경에 처했을 때도, 일단 아이콘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콘은 시각적인 효과도 뛰어나지고, 직관적인 정보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했네요. 25년간 아이콘 디자이너로 활동한 시간이 그대로 한 권의 책으로 녹아 있는 <세상을 사로잡는 아이콘은 어떻게 디자인되는가>를 읽으며, 만국 공통어가 될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빠르게 정보를 수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인터랙티브 아이콘브랜드의 이미지를 녹여내야 하는 ;브랜딩 아이콘’, 사람들이 똑 같은 이야기를 읽어내야 하는 편집아이콘 그리고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아이콘이 아닐까 싶은 길 찾기 아이콘까지 다양한 아이콘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요. 저자가 함께 작업한 애플, 페이스복, 소니, 야후!등의 글로벌 기업들의 이야기도 있고, 채택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세상에 나오게 될 아이콘, 그리고 자신이 직접 리뉴얼해 본 아이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스케치과정부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조금 더 나은 형태를 만들기 위한 수정작업, 그리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과정까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더군요. 단순한 형태이기 쉬운 아이콘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한없이 복잡한 느낌이었어요.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한 마디의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노동자를 나타내는 다양한 아이콘을 볼 수 이었는데요. 기본적인 모습은 삽을 이용하는 사람의 형태지만, 지역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신기했어요. 베이징과 상하이의 압도적으로 많은 흙더미도 과연 노동자인가 싶기도 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섬세하게 느껴지던 프라하의 아이콘도 있지요. 그 것을 잘 정리하여 저자가 만든 아이콘은 명료하게 정보를 담아내고 있어요. 그리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위한 로고도 직접 리뉴얼해서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요. 전해야 할 메시지를 정확하게 담아내는 아이콘의 매력이 잘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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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 인지 과학이 밝힌 진보-보수 프레임의 실체
조지 레이코프 & 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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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Your Brain's Politics: How the Science of Mind Explains the Political Divide>, 제목부터 끌리는 책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머리 속에서 피상적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의 문제에 말을 거들 때와 다르게, 막상 나의 이익과 손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입장에 서서 선택을 하게 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입바른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위로를 받기도 했었네요. 아무래도 언론과 교육을 통해 사회화가 되는 사람이기에, 그 사회화의 결과물이 이미 하나의 프레임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는가 해요. 심지어 우리나라 언론이 쏟아내는 프레임은 때로는 왜곡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다고 하는 것 역시 과연 나만의 생각일지 궁금해질 지경이더군요. 저자의 말처럼 진실보다 강한 프레임 심지어 타인의 의도에 의해 뒤틀려버린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영원히 그런 고민을 하게 될 거 같아요.

이전에도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을 듣더라도, 바로 머릿속에서는 코끼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인간을 통해,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프레임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는데요. 그는 사람은 성장을 하면서 보수 프레임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고 해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역으로 보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노력이 부족할 뿐이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거든요. 사회구조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에게 그 책임을 자연스럽게 떠넘기는 것인데요. 이런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저 역시 비슷한 성향을 보일 때가 많아서, 진보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이중개념 소유자라는 말이 딱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 안에 내재되어 있는 보수적 프레임이 쉽게 활성화되고, 정치 사회적인 문제 앞에서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도 책을 읽으며, 이를 의식하고 끝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니, 어느 정도 저 자신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프레임이 형성되는 것은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의 의도를 읽기 위해 조금은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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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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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다 스카코는 세계에서 가장 히트한 일본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오싱의 작가입니다. 저는 드라마로는 다 보지 못했지만, 책으로 그리고 극장판으로 만난 적이 있어요. 패전 후 폐허가 되었던 일본 그리고 전후 경제 부흥기와 고도 성장에 이르는 그 시기를 한 여성의 삶 속에 잘 녹여내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를 통해,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90세가 넘은 그녀는 3년전에 종활終活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종활이란,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라는 의미로, 일본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취활(就活)’, 결혼 준비를 하는 혼활(婚活)’처럼 많이 사용되는 단어라고 하는데요. 마치 어린 시절 들었던 관혼상제冠婚喪祭와 같은 맥락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이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녀는 아쿠타카와상의 주관사이기도 한 문예춘추(文藝春秋에 "나는 안락사로 죽고싶다. 품위 있고, 건강하고, 아름답게"라는 요지의 글을 기고하여, 일본 사회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고 해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종활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녀가 갖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풀어내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잠자듯 가고 싶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시곤 했어요. 그 때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요. 이제 제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할머니의 마음이 어렴풋이 짐작이 되더군요. 아마 하시다 스가코와 기본적으로는 어느 정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 그리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30여년의 세월을 홀로 살아오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그녀의 삶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삶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건강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고 싶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런 소망을 아끼기에, 자신의 죽음에서도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무리하게 삶을 연장시키기 않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또한 병원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다는 바람도 있고 그래서 더욱 유심히 읽게 되는 면도 많았던 거 같아요. 덕분에 안락사와 존엄사 그리고 연명치료와 완화치료가 어떤 것인지도 명확하게 알게 되었고, 나의 죽음은 어떠해야 할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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