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생물 - 생물의 역사가 생명의 미래를 바꾼다! 세상을 바꾼 과학
원정현 지음 / 리베르스쿨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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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과학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원정현은 과학사를 전공한 교수인데요. 그는 과학사와 과학 개념을 연결하는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해요. 전에 화학편을 본 적이 있는데요. 학창시절 그 결과물만을 기계적으로 암기해왔던 것과는 달리, 그 맥락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나요. 단순한 정보로 저장되어 있던 것들이 연결되는 기분이 들었죠. 특히나 직접 노트필기를 한 듯한 정리부분이 있어서 좋은데요. 학창시절 열심히 작성했던 노트를 들춰보는 기분도 들고, 좀 더 명확하게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도 되거든요.

매 장이 끝날 때면 또 다른 이야기’, ‘정리해 보자가 따로 준비되어 있어서 읽을 거리도 풍부하죠. 이번 편은 <세상을 바꾼 생물>이니, 생물학이 언제 학문으로 모습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의학에서부터 자연학까지 생물학은 아무래도 우리에게 가장 밀접한 학문이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제 생각과 달리 생물학은 18세기 말까지도 생물학이라는 용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니 놀랍더군요. 저 역시 기린이 높은 곳의 나뭇잎을 따먹기 쉽도록 진화해왔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그 과정을 그려놓은 그림도 말이죠. 이게 바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인데, 라마르크가 생물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인물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재미있게 본 부분은 린네, 생물을 나누는 규칙을 만들다인데요. 생물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그 학문의 의미를 인식시켜준 것과 같은 역할을 린네도 했는데요. ‘분류와 명명이 과학의 가장 기본이라는 그이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예전에 이를 암기할 때는 정말 싫어했지만, 그의 공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거 같네요. 학문의 존재를 과학사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해요. 매우 제한된 수준의 관찰과 실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던 과거에서부터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것에 대한 확증을 얻거나 반론이 등장하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이론들을 폐기하거나 재정립하면서 꾸준히 발달해온 것입니다. 과학은 자연을 더욱 깊게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잖아요. 그 대상이 되는 자연 성질처럼 학문 역시 그러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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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
정규웅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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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맞는 작품을 발견하면, 그 작가의 소설을 쭉 찾아 볼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소설가가 쓴 수필을 더욱 좋아하게 될 때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작가의 삶, 작가의 시선이 작품에 은근하게 배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의 저자가 후기를 대신하여라는 글에서 시나 소설 따위를 읽고 나면 으레 이 작품을 쓴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고, 그들의 삶의 흔적들은 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하는 궁금증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정말 공감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이 책의 저자 정규웅은 자신의 바람과 재능을 잘 살려서 문학기자로 활동해왔는데요. 예전에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에서 1980년대를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이라고 정리하는 것을 보며 어떠한 면에서는 정말 극단적인 시대였구나 했었는데요. 그 시대에 문학은 어땠을까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정치권력의 도구가 되어버린 문학도 있었지요. 바다 위의 삶이 익숙했던 그래서 한국 해양 문학의 개척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던 천금성이 전두환 전기인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쓰기까지의 과정이 그러했습니다. 그는 후에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졌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 말을 하던 그의 마음이 조금은 짐작이 된다고 할까요? 또한 한나라의 최고 시인인 서정주가 열여섯 살 아래의 대통령 생일에 축시를 쓴 것으로 말이 많았다는 이야기에서는 그의 친일전력을 생각해보면, 좋게 생각하자면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인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자신을 계관시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대한 사상성 논쟁이 문단에서 먼저 시작되었다는 것도 떠오르네요. 서정주가 이를 빨갱이 소설이라고 했다고 하는 것에는 그다지 놀랍지 않았는데, 원로 소설가 김동리가 민중 문학의 사상성은 본질적으로 불온하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놀라웠어요. 아무래도 제가 김동리의 작품을 읽으며 갖고 있었던 인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할까요?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의 자화상같기도 하고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좋아했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면 참 반가웠어요. 그 중에 당신들의 천국으로 저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청준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과 작가가 참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고요. 그리고 궁금했던 작가도 생겼습니다. 바로 강신재인데요. 사실 저는 잘 모르는 작가였는데,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평론하는 글에 대해서, 여류작가라는 호칭도 그리고 여성이 여성스럽다는 것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 지적을 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러한 작가의 시선이 작품에 많이 녹아있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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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놀이 - 그 여자, 그 남자의
김진애 지음 / 반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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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집은 정말 소중한 공간인데요. 집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벌써부터 편안해지는 기분이랄까요? 가끔 농담 삼아 완전히 방전상태라며 집에 가서 충전해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죠. 그래서 <집놀이>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끌릴 수 밖에 없었어요. 도시건축가 김진애는 집과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어우러져, 집이 더욱 집답게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들려줍니다. 스스로, 같이 그리고 자기 식으로 하는 집놀이, 이를 통해서 여자와 남자가 덜 싸우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고, 집이 작다고 불평하지 않는 길을 찾는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집에서 좀 집같이이 살아볼까?”라는 이야기로 합쳐지죠.

저도 작년에 이사를 했는데요. 처음 비어 있는 집을 봤을 때와 실내 인테리어를 하고 난 후에 집 그리고 지금 제가 살아가고 있는 집은 분명 같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요. 그 것이 바로 이제 집이 좀 집 같아요.”라는 말을 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서재가 잘 정리가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제서야 내 집 같은 느낌이 들곤 하더라고요. 사람들마다 나름의 기준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문득 저와 같이 사는 사람은 어떤가 해서 물어보기도 했어요. 내 집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들이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했네요.

사실 막상 내 집이라고 생각해도, 집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도 없죠. 집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말이죠. 계절이 바뀔 때도 그러하지만, 최근에 커튼을 하나 바꾼 것으로 시작해서 집안 분위기가 싹 달라지기도 했으니 말이죠. 그래서 집놀이가 더욱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몰라요.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사오는 스노우볼이나 오르골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집이 갖고 있는 표정이 더욱 풍부해짐을 느끼니까요. 한동안 수를 놓는 것을 등한시했었는데요. 자신이 직접 손으로 만든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뭐처럼 수를 놓고 싶어지더라고요. 수를 놓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보면, 직접 액자도 만들어서 벽을 장식하는 걸 많이 보게 되는데요. 그 이유도 이해가 되고, 그렇게 더욱더 고유한 나만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에도 절로 흥미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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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 - 불변의 진리를 찾아 나선 옷 탐험가들
박세진 지음 / 벤치워머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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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가 선호하는 패션이 확고하다 보니, 청바지나 워크웨어WORKWEAR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빈티지 청바지나 자켓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좋아서 가끔 입기는 했었지만, 그 진웨어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전혀 몰랐죠.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던 칼럼니스트 박세진의 <레플리카>입니다.  

일단은 레플리카replica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저 역시 막연하게 가품fake의 큰 카테고리 안의 의미로 생각해왔는데요. 레플리카는 일단 문화재 등의 모양과 색등을 복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복원품을 뜻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산업디자이너의 전시회를 다녀왔었는데요. 그 곳에서 전시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제품들을 실물보다 작게 만들어서 전시한 것들이 바로 레플리카였던 것이죠.

진웨어에 있어서 레플리카는 198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올드 아메리칸 패션에 대한 관심 덕분에 시작되었는데요. 단순히 그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디자인과 생산방식까지 정교하게 재현하는 레플리카, 빈티지 레플리카 청바지의 유행이 시작된 것이죠. 예전의 기계를 사용하면 생산속도도 느리고, 생산량도 적을 수 밖에 없지요. 거기다 예전의 나왔던 제품을 재현하게 위해 수작업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장인, 핸드메이드, 웰크래프트 같은 개념이 일상복으로 스며들게 되요. 심지어 청바지 뒷주머니에는 이런 생산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한 메모가 들어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저는 그걸 보고도 뭐지?’하면서 그냥 버렸으니,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이 정말 딱이네요.

이러한 흐름은 소량의 컬렉션으로 고급패션 시장을 이끄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대량생산으로 원가절감을 해내는 전문 경영인이 이끄는 브랜드로 양분되어 있던 패션계에 제 3의 길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들은 여기에서 정체되지 않고, 자신들이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제품을 만들었을까를 고민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자신들이 브랜드를 만드는 단계까지 넘어가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도리어 미국에까지 역수출하여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미국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하여 이러한 제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요. 이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기도 하고요. 또한 이 흐름이 일본의 경제 흐름 나아가 미국의 경제 흐름과 맞물린다는 점도 재미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레플리카?’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어서, 정말 볼거리도 생각할거리도 많은 책을 읽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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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기분 - 인생의 맛이 궁금할 때 가만히 삼켜보는
김인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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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 다방 대표 김인의 <차의 기분>을 읽다 보니, 문득 나는 왜 차를 마시는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도 향기로운 차 한잔을 옆에 두고 글을 쓰고 있어서일까요? 문득 삶의 향기로운 쉼표를 찍고 싶을 때라는 답이 떠오르지만, 그건 너무 멋을 낸 것이고 제 경우에는 그냥 아무 때나 마시는 거 같아요. 그냥 다양한 차를 즐기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버렸다고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으니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외로워서, 심심해서, 혼자서, 편치 않을 때, 비우려고, 시간마다이런 수식어들이 결국 삶의 모든 순간처럼 느껴졌거든요.

워낙 차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에, 나름 다도를 배우기도 하고, 차문화가 발달한 나라에 가면 꼭 경험을 늘려보려고 노력하는데요. 그런데 집에서 차를 마실 때를 떠올려보면, 나에게 원하는 차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찻잔에 남은 식은 차들을 번갈아 마시는 상황까지 가게 될 때도 있는데요. 그래서 다도에 대해서 자투리 시간을 벌기 위한 고의적인 제스처에 가깝다던지, ‘백 번쯤 우려 마시면 자신의 몸과 기질, 취향에 맞는 방식을 저절로 체득할 것이라는 말에 웃게 되더군요. 저 역시 다도를 배울 때,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고, 식은 차를 마시는 것이 나의 취향이라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더군요.

차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았는데요. 그 중에 저 역시 너무나 사랑하는 백차에 맛에 요령이 없다라는 말에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요. 다방에서 차를 마셨을 때 너무 좋아서 사가지고 왔지만, 막상 집에서는 전혀 다를 때는, 찻집의 분위기와 다르고 무엇보다 물이 달라서 그런가 하던 저이기에 차는 물과 가장 닮았기에 물맛을 가장 잘 기억한다라는 글에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갈 수 밖에 없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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