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보이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6년은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였다고 해요. 영국의 호가스 출판사는 ‘21세기 관객을 위해 셰익스피어 희곡을 재구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뉴 보이, New boy>로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현대적으로 풀어내었습니다. 저에게 오셀로는 이방인 그리고 질투라는 단어로 기억되는데요.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질투는 초록색 눈의 괴물이고, 사람의 마음을 먹이로 삼는다고 말하죠. 그래서 질투심이 강하다는 의미로 ‘green eyed monster’라는 관용적인 표현, 그리고 ‘green’이 질투와 관련된 색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죠. 물론 이 책에서는 이방인에 조금 더 초점을 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래서 표지 역시 화합을 이야기하는 보라색이 아닐까 나름 추측을 해보았어요.

소설은 1970년대 미국 워싱턴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 온 가나 외교관의 아들 오세이 코코테의 하루를 담아내고 있는데요. 처음에 목차를 보고 의아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짧은 시간 동안 흑인인 오세이가 느끼는 편견과 차별의 시선이 참 놀라울 정도더군요. 어쩌면 그것들이 수없이 반복되고 그렇게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절대 둔감해질 수 없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오세이는 그 곳에서 다니엘라를 만나게 되는데요. ‘알파벳 하나로 불리는 서로의 이름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끌려하는 모습이 읽는 사람마저 설레게 만들더군요. 오를 흑인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자신과 정반대 색깔의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운동장에서 전학생이라고 생각하는 디의 시선이 저에게는 참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학교의 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금발 소녀 디로 인해 낯선 존재인 오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 역시 조금은 달라지기 시작하는데요. 이를 질투하는 이언이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이르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여 먹이로 삼는 괴물이 등장한 것이죠. 이언은 오에게 쏠리는 관심을 견뎌내지 못하는데요. 뿌리깊은 열등감을 갖고 있던 이언은 이방인으로 살아온 오의 마음 속에 자신도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를 열등감이 잠자고 있음을 알아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하지만 오가 갖고 있던 열등감은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오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은연중에 선을 긋고 밀어내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감정이니까요. 무어인이기에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여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오셀로처럼 말이죠. 도리어 현대를 배경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고,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시리즈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 살펴보니 2020년까지 이어질 이 프로젝트에서, 요 네스뵈가 <멕베스>, 길리언 플린의 <햄릿>을 재해석한다고 해요. 권력과 욕망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해석할지 정말 기대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2천년간 가장 정통한 로마 이야기로 평가 받는다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 저는 이 책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이 바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서였었는데요. 독학을 통해서 총 15권의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한 시오노는 리비우스의 <로마사>, 그리고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과 같은 작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갔다고 해요. 책에서 인용을 하는 것을 보면서,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총 4권의 완역본으로 나온다니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습니다.

왕정, 공화정, 그리고 제정으로 이어온 천 년의 제국 로마, 리비우스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변곡점에서 역사가로 활동한 로마인인데요.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로마인이 기록한 로마서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책을 읽으며 아무래도 후대에 기록된 책에서 느낄 수 없는 생생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거 같았어요. 저는 특히나 연설부분이 그러했는데요. 물론 작품해설을 보니 이는 백퍼센트 리비우스의 창작이므로, 역사적 기록이리가보다 문학 작품이라고 보아야한다고 했지만요. 하지만 외적의 침입을 막아내고 로마 재건의 기틀을 다졌던 마루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의 연설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물에 대한 작가의 뛰어난 이해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으며 내내 연설문에 감탄을 했었는데요. 그래서 원로원 의원 메티우스 폼푸시아누스는 <로마사>중 연설들만을 따로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편집한 것에 충분히 공감이 가더군요. 역사서와 문학작품의 경계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가독성이 좋은 책인데요. 인물들의 성격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로마인들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연설문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거 같습니다.

리비우스는 142권의 분량으로 로마사를 집필했는데요. 현재 남은 것은 총 35권 정도라고 합니다. 이 중 1~5권까지의 내용을 <리비우스 로마사Ⅰ>로 묶었는데요. 로마의 건국에서부터 제2의 로마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카밀루스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진진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로마인 이야기를 열심히 챙겨봐서인지, 이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상당했어요. 이 후의 이야기는 조금 더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할 거 같은데요. 앞으로 나올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차르트, 사회적 초상 - 한 천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음악의 글 6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미애 옮김 / 포노(PHONO)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말년에 집필한 <모차르트, 사회적 초상> 모차르트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죠. 거기에 괴팍’, 혹은 광기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고요. 모차르트에 대한 이미지는 여기에 한정되어 있어서, 인간으로서 또한 생활인으로서의 모차르트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거 같아요.

문득 헬렌 켈러가 생각나네요. 물론 조금은 다른 이유가 있지만, 그녀 역시 장애를 극복한 여성에 한정되어서, 사회주의 운동가로서의 면모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특정한 이미지가 강한 인물들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기도 하고요. 저 역시 모차르트의 음악이 아닌 인간 모차르트하면 저는 영화 아마데우스가 먼저 떠오를 정도니까요. 아무래도 그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해서일까요? 책을 읽으며 그가 갖고 있던 고민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의 삶에는 자신의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도 했고요.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고 싶었지만, 사회적인 제약에 궁정 귀족들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던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지요. 또한 예술가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었던 그에게 봉건적 절대주의 전제 정치의 굴레는 너무나 굳건하기만 했고요. 그래서 궁중 사회의 시민 예술가라는 수식어가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음악의 천재이지만, 나머진 천하에 둘도 없는 둔재"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그 당시에는 사회성이 부족하여 이리저리 치이는 인물로 보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빛나던 그의 삶이 그렇게 흘러간 것에는 원인이 있었고, 그가 진정으로 바라던 소망과 현실 사이에 격차가 모차르트를 힘들게 했는데 말이죠. 어떤 면에서는 그는 지극히 결과로만 평가 받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해요. 천재성이 돋보이던 그의 음악 역시 분명 뛰어난 재능이 뒷받침하고 있었지만, 그의 노력 역시 간과될 수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모차르트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천재이다라는 명제를 갖고 바라보는 것 역시 정말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 잘 앉고 잘 걷기만 해도 우아하고 날씬해진다!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에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발걸음이 가볍다 못해 통통 튀는 거 같다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냥 비유적인 표현이었으려니 생각했는데,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을 읽으면서 실제로도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와 비슷한 말을 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확연히 다르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몸이 주는 메시지라는 것이 있고, 내 기분에 따라 꽤 많이 좌우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힘든 운동보다도, 평상시의 자세를 바로 잡아, 좋은 자세를 습관으로 만들어온 저자의 책을 더욱 유심히 보게 된 거 같아요. 도움이 되는 팁이 너무나 많았고, 그래서 더욱 사진 같은 것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내내 했던 거 같기는 합니다.  

일상의 자세는 버릇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또한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이 말이 과장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이, 저는 조금만 낯선 공간에 가면 긴장되어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요. 아무래도 주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름 안테나를 뾰족 세우고 있다 보니, 그러한 심리상태가 그대로 몸으로 드러나는 것이죠. 또한 집중을 하면 저도 모르게 몸을 작게 마는 버릇도 있어서, 어깨가 많이 뭉쳐서 고통받기도 해요. 나름 요가와 필라테스를 배워서 고쳐보려고 노력하지만, 의식하지 않고 있으면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가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몸에게 새로운 언어를 익히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부분도 크지 않나 해요. 특히나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잘 짚어주고 있고요.

책을 읽으며 저에게 도움이 된 것들이 많아요. 머리의 위치를 이해하는 것이었는데요. 혀를 입천장 가장 높은 곳에 대고 나서 느껴지는 그 윗부분이 머리라고 해요. 그 아래는 목인 것이죠. 저처럼 어깨가 올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팁인데요. 솔직히 제 입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아무도 모르잖아요. 의식적으로 혀로 밀어 올리는 것처럼 하면, 동시에 어깨를 내리는 자세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말이죠. 그리고 몸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알려주는데요. 저는 팔이 좀 짧은 편이라, 네일아트에 많이 신경을 쓰는데요. 평소에도 팔을 사용할 때도 어깨를 함께 움직여 길게 뻗는 듯한 느낌으로 움직이면 훨씬 더 보기 좋더라고요. 다리 역시 마찬가지이고, 그렇게 움직이다보면 훨씬 더 몸의 선의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프랑스 여성들 사이에서 우아함의 구루라고 불리는 마담 쉬크처럼 우아함을 일상의 모습으로 평소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왓츠 더 퓨처 -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
팀 오라일리 외 지음, 김진희.이윤진.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차 산업혁명, 저는 이 단어를 들으면 러다이트 운동이 떠오르곤 해요. 기계화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기계를 부수는 것으로 그 분노를 표시했던 노동운동이었죠. 학창시절에는 이 것을 배울 때 솔직히 놀라기도 했었는데요. 요즘은 그 당시의 노동자들의 분노와 좌절이 조금은 이해가 되고 기술혁신이 사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조금은 불편한 시선을 갖게 되는 거 같아요.  

이번에 팀 오라일리의 <왓츠 더 퓨처 What's The Future-It's Up To Us>를 읽으며 그러한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는데요. 미래에 대한 책들을 읽다 보면 조금은 밝아졌다가, 미래를 다룬 영화를 보면 다시 불안해 했다가를 반복하는 거 같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팀 오라일리는 자신을 미래학자가 아닌 지도제작자라고 말합니다. 지금 현재 시점을 분석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지도로 그려낸다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그는 지금까지의 혁신과 그에 따른 사회의 변화를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는데요. 예를 들면 우리는 1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필름왕국 코닥이 어떻게 몰락해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는 그 후 기업환경과 일자리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까지 분석하여 그 흐름을 읽어줘요. 사람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대단한 혁신을 기억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그 순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 것이 어떻게 인간의 삶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롭더군요.

다만 그렇다 보니 책의 두께는 정말 상당했는데요.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는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 책을 읽다 보면 어려운 내용은 아니고 약간 역사와 과학을 함께 읽는 느낌이라 나름 재미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열심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도를 그리는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그는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기술도 그 당시에는 혁신이었고, 그로 인해 인류는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냈음에 주목합니다. 저 역시 기술은 인간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래서 더욱 첨단 기술을 잘 알아야 할 거 같습니다. 기술의 자리를 우리가 대체할 수 없으니 인간이 지켜내야 할 고유의 영역을 찾아야 할 테니 말입니다. 혹자는 이 것을 기술에 의해 인간의 역할을 빼앗긴 것으로 볼 수 도 있어요.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었고, 제가 본 수많은 영화에서도 그런 모습을 그려내니 말이죠. 하지만 책을 읽으며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시각을 바꾸려고 노력하니, 또 다른 미래의 모습도 얼핏 보이는 거 같더군요. 이 책의 원제처럼 인류의 미래 역시 인류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물론 이 책을 읽을 때 니체의 철학을 다룬 책을 함께 읽고 있어서였는지, 인생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된 면도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