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 만난 Preeti 

(사실 이름 가지고 놀리면서 친해졌다. 알고 보니 인도 여자이름으로는 흔한 이름이었다.)

그 후 가끔씩 회사 근처를 산책하곤 했는데, 언제 한번 주말에 함께 트래킹을 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어서,

Preeti의 아들 Anav와 함께 근교에서 1시간짜리 걸은 적이 있다. 


트레킹이 처음이라는 5살 Anav는 눈앞에 보인 것들에 흥분되어있었고,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안내판에 있는 길이름, 꽃이름 정보등을 알려주면, 

연신 'I already know that' 자신있게 대답했다. 


마치 자연세계에서 인간세계로 환생한듯, 

자연에 대해서는 이미 꿰뚫고 있다는 당당함이었다. 

꽃을 조심스레 꺾어 

엄마 Preeti에게 선물이라 건네는 아이는 

인간세상으로 초대해준 이에게 감사의 선물을 준 듯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I want to become Anav' 라며 답한다. 

나도 내가 되어보자..

 


2.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여름 방학기간이라 기내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평소보다 많이 보인다. 

긴 시간 비행은 복도쪽을 선호하지만, 

짧은 비행은 1-2시간 멍때리기에 좋기에 window seat에 앉곤 한다. 

결론만 남겨놓은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와  지렁이 젤리를 가방에서 꺼내 놓고, 

물한모금 마시고 있는데, 

내 옆자리를 가키리며 '저기 앉아' 하며 남자아이 한명을 떨구고,

아이 엄마는 나머지 아이들 데리고 뒤로 사라졌다. 


앉아마자 안전벨트를 차분하게 알아서 잘 챙기고, 

비행기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훈육(?)이 잘 된 아이구나 하며 흐뭇하고 있었다. 

9살 Jude 이번이 두번째로 비행기를 타는 거라면서, 침착한 목소리로 떨린다고 이륙 직전 수줍게 내 귀에 작게 속삭인다. 

오른쪽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드의 눈빛이 강하게 느껴졌다. 

끝내는 아이에는 창가 자리를 내어줬다. 

대부분의 시간을 창밖을 바라보며, 

저건 사막이냐, 강이냐, 호수냐 물어보기도 하고, 

화면으로 비행기 속도, 위치를 확인해가며 나에게 중계를 해준다. 


비행기 타는 일이 노동이 되어버린 나에게, 

주드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처음 배낭여행을 떠났던 그때.

두려움과 설레움을 가득안고 미국유학을 왔던 그 쿵쾅거림. 

흔적으로나 어렴풋이 남겨진 설렘이 그립다.  




3. 한번쯤 읽었는 봐야하지 않을가 싶어서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고, 약 100년 전에 씌여졌음에도 지금 시대를 경고,풍자하는 책으로 봐도 무색하다. 

인간발단과정의 차이를 통해 인간의 계급을 창출하고, 

조건반사를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를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소름끼칠 정도로 

현 사회의 계급, 차별, 분리, 개인의 존엄성 파괴를 향한 비판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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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6-11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살 Anav의 대답이 인상적이네요. 역시 인도는 뭔가 대답도 철학적입니다~!!

비행기 타는게 노동이라니 부러우면서도 안타깝네요~!! (비행기 타본게 언제였는지.. )

han22598 2023-06-18 03: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러게요. 인도 아이라서 그런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었나 봅니다. ㅎㅎ

hnine 2023-06-11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위의 에피소드와 멋진 신세계 책이 묘하게 어우러집니다.

han22598 2023-06-18 03:5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가요? 아무생각없이 그냥 머리속에 남은 에피소드와 최근에 읽은 책을 적었을 뿐인데,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신기하네요 ^^

얄라알라 2023-06-17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가로로 올리신 게
이 글이 일상적인 내용이면서 누군가에게(저에게 ㅎ) 매우 부럽고 비일상적으로 느껴지듯

비일상적이고 참신하게 느껴져요^^

전 멋진 신세계
작년에 읽고 충격....받았었어요. 어렸을 때는 부분부분만 이해하고 넘어갔던 거더라고요. 다시 읽으니 너무나 음울했어요...

작가의 미래 묘사가 Dupont사 경력과 연결될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니, 더욱 묘했어요...^^

han22598 2023-06-18 03:56   좋아요 1 | URL
사진은 언제부터인지 제대로 안 올라가고 저렇게 90도 비틀어져서 올라가더라고요 ㅋㅋ 알라딘과 아이폰 사진 호환이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저도 신세계 책..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

페크pek0501 2023-06-22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지 오웰의 1984는 재밌게 읽었는데, 멋진 신세계는 갖고 있으나 지루하다고 해서 읽기를 망설이고 있어요.
스토너, 라는 소설은 어찌나 재밌던지 감탄하며 읽고 있어요.^^

han22598 2023-07-08 02:47   좋아요 0 | URL
오....1984가 기대가 되네요, 저는 멋진 신세계도 너무 흥미롭던데요. ㅎㅎ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와 ‘클라라와 태양‘와 연결짓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스토너.......아. 정말 멋진 소설이죠. 페크님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벚꽃 동산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50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장한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으로 이미 한번 쏙 혼을 빼놓은 체호프님. 

잔뜩 기대를 하고 달려들었는데도, 

쑤욱 밀려든다. 


재미, 감동, 깨달음.

머리가 띵.

마이 호프,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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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25 0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호프하면 체호프인거 같아요~!!

han22598 2023-06-11 07:1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새파랑님이 한참 체호프에 빠지셔서 리뷰 많이 올리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투브에서 한동안 what's in my bag 이라는 컨텐츠로 

많은 영상이 올라왔던것 같은데, 

별게 없어서 

몇개 보지 못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심심해서...가 아니라 

할일은 많고 스트레스는 받고. 그래서

나도 해봤다. 


사실 내 가방도 별거 없다. 

그래도 한번 까봤다.

Laptop, 

파우치, 

지갑, 

수첩, 

필통, 

자동차 열쇠,

emergency snack bar. 

그리고 책, 


책이 바뀌는 거 빼고는 항상 같은 것들이다. 

가끔 책 대신 킨들을 들고 다니는 정도. 


 Happy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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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02 0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통이.가벼워보여서 좋네요^^
 
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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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라는 작가를 몰랐다. 

사실 콜레트도 모른다.

보부아르도 알고 있다고 하면 양심에 찔린다.


왜 나는 글을 안 쓰는데, 

계속 써야만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일까?


사실 쓸 얘기가 많은 것도 아닌데, 

쓰지 않는 내가 나는 왜 불편한걸까?


요즘 그렇다. 

그리고  

뒤라스, 콜레트를 

이책에서 만났다. 


존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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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1 1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용! 존 멋!!!

han22598 2023-04-25 04:08   좋아요 1 | URL
쟝님도 존 멋!

페크pek0501 2023-04-22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인>을 쓴 작가 뒤라스입니까? 제가 읽은 소설입니다.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 해서 읽기가 힘들었던 소설로
기억합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긴 하죠.

han22598 2023-04-25 04:09   좋아요 0 | URL
앗, 페크님은 이미 뒤라스 책을 경험하셨군요.
저는 이제서야 알아서 저분들의 책을 하나하나 살펴볼까 합니다.
 
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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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한 인간의 행복, 더 나아가 각 개인은  벗어날 수 없는 사슬로 연결되어 

서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그들은 적어도 서로 해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시간과 삶을 잘 영위해 갈 수 있게 만들게 하는 것이 있는 것일까?


시험지를 마주하며

나를 스쳐간 사람의 입을 통해 때로는 내가 겪은 경험이 주는 깨닫음을 통해서

문제하나하나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반대다. 

점점 흐릿해진다.


질문이란,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답을 넘어서는 역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이 도리스 레싱님의 두번째 책, 

'19호실로 가다' 는 이야기가 신기해서 

비슷한 환경에 있는 분들에게 책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주인공 여자처럼 잠시라도 혼자서 지낼 곳이 있다면- 그곳이 허름한 '여관'일지도-

가고싶냐 했더니, 전원 극하게 공감했다. 

그리고 보니 종종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는 나에게는 이미 주어진 것들이 

그들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공감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표현되는 어려움의 깊이는 쉬이 가늠하지 못했다.

아..그렇구나의 영혼없는 말을 한마디 건네는 정도. 


책, 아니 이야기의 힘은 있는 것 같다. 

도리스 레싱님의 글을 읽고 

이야기로 구체화되는 삶의 모습, 감정.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인해 

그들 이야기가 더욱 생경해야할텐데... 

다섯번째 아이 때문에 

안절부절하고 책장을 넘겨야만 했다. 


서사의 힘이 있다. 

나 역시 삶을 이야기로 풀어내야하고  

글로 써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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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