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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섯 얼굴 - 우울, 불안, 분노, 중독, 광기, 그리고 사랑에 관하여
김건종 지음 / 에이도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지현 선생님의 '정신과 의사의 서재'에서 추천한 '마음의 여섯 얼굴'을 읽었다. 책 표지가 사진보다 훨씬 더 예쁘다. 책의 주제답게 책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일 년에 몇백 권씩 책을 읽으신 분답게 참고한 서적과 인용한 문구가 하나하나 모두 밑줄을 긋고 싶을 만큼 인상 깊었고 내용에 적절했다. 사실, 밑줄을 이렇게 많이 그으며 읽은 책도 오랜만이다.
예상했던 정신분석에 관한 책은 아니었다. 기시감을 느낄 겨를은 없다. 그래서 더 좋았다. 어려운 정신분석학의 용어 대신,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의식에 흐름에 가까운 사유 그리고 진료실을 찾았던 환자 사례로 6가지 우리 마음을 풀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좋았다'를 이야기하면, 6개의 감정을 공부하며 배우는 것이 아니고,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정하게 되었다. 특히 그 첫 번째 장의 '우울'은 생각하는 바가 많았다.
소화를 다 못했지만, 그래도 여기에 그 이해와 공감을 남겨본다.
우울
이 '우울 자리'의 핵심은 '너 때문이야'라고 하는 대신에 '나 때문이야'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나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시 말해 내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33
불안
인간의 무의식에는 부정이 없다. 따라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일이 아니다. p79
내가 나를 아는 것은 애당초 타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p91
분노
분노는 가장 흔한 이차 감정이다. 화를 내는 순간의 강렬한 에너지 덕분에 우리를 괴롭히는 저 날카로운 감정들은 잠시 희미해진다. p105
중독
자해는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을 이해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 p144
광기
우리의 멀쩡함은 광기 속에 잠겨 있고, 그 광기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멀쩡하다. p166
사랑
인간의 뇌에는 타인만이 수리할 수 있는 약점이 있다. p202
그리고 '맺음말'의 이 문장으로 이 책을 정말 맺을 수 있다.
'질병이 없는 상태가 건강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삶은 아니다'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