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회
마빈 민스키 지음, 조광제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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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거대하다. 그리고 655페이지다. 무려. 이런 책은 들고 다닐 수 없다. 책상에 펼쳐두고 간간이 본다. 2~3페이지 정도의 짧은 무수한 장들로 구성되어있다. 뇌의 신경 모델을 참조해서 만든 Machine Learning, AI처럼, 수많은 작은 뉴런들이 시냅스로 소통하며 아주 복잡한 일을 해내듯이, 아주 작은 장들이 꼬리를 물고 점진적으로 'AI의 아버지 MIT 마빈 민스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직은, 그리고 후루룩 뒤를 넘겨본 현재까지는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어도 읽어낼 수 있다. 오히려 너무 '이거 너무 평이하잖아' 라고 생각할 만큼.

그런데 곱씹어 보면, 그는 뉴런의 작은 결정 객체들로 복잡한 행위를 하는 것을 책의 이 구조로 야금야금 설명하고, 기계는 컴퓨터는 사람의 마음과 자아를 결코 대체할 수 없다는 거센 저항을 '우리는 인간 전체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결정을 내리는 마음 중 아주 일부만을 다룬다'라고 누그러뜨리고 있다. 지금은 어떤 경전을 읽듯이 보고 있다. 너무 두껍고 어려워 보여 방치해뒀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컴퓨터 공학의 전략 중 하나인 "divide and conquer"로 읽어 가고 있다.



<사진 출처: https://sdtimes.com/ai/artificial-intelligence-leader-marvin-minsky-dies-at-88/>

사진은 아마 이책의 시작부에서 이야기하는 '건축가'일 것이다.

2016년 88세에 돌아가셨다. RIP

마빈 민스키 교수의 영문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Marvin_Mi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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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8-28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많이 더운 하루였습니다.
초딩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즐겁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초딩 2020-08-28 22:2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또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20-08-29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655페이지에 저, 기죽어요. ㅋ 두꺼운 책을 보시는 분들을 존경해염.

초딩 2020-08-29 16:42   좋아요 0 | URL
에구 아닙니다. 각 장마다 끝에 공백이 많아요 :-)
좋은 하루 되세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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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책 중 처음 만난 것은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었다. 책이 참 작으면서 예쁘다 생각했고, 어려운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 등을 짧고 쉽게 설명했었다고 기억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 전 겨울 호랑이님의 서평 중에 표지가 예쁜 책을 보니 제목 또한 근사하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였다. 이건 분명 '양자역학' 일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날 일방적이고 수동적 통보를 한 채 나만 있을 약속 장소인 교보 문고에서 문을 닫기 직전, 주차권을 받기 위해 가판을 뛰어다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가 생각나서 직원분에게 물어보고 찾아서 샀다. 서점을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많은 사람이 봐서 너덜너덜해진 책을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하지만 이미 '굿바이' 노래가 두 번 나왔고,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저자의 동안인 얼굴이 생각났다. 그제야 나는 그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기억해냈고, 혼자 즐거워했다.

<출처: 카를로 로벨리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Carlo_Rovelli >


책은 주술 같았다. 혼미하게 나에게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도대체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시간'도 그저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양자란 말인가. 고체, 기체, 액체 등으로 인간은 세상의 물질을 나누어 놓고, 시간은 '추상적인' 새장에 여태껏 가두어 놓은 것 같다.

탈레스의 제자 아낙시만드로스의 '시간의 순서에 따라'로 '시간'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제목은 'The Order of Time'인데, 마지막까지 읽고 보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저자의 그것보다 이 책을 더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중반은 '시간은 변화의 척도일 뿐이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와 '아무 변화가 없을 때도 흐르는 시간이 있다'라고 한 뉴턴의 두 시간을 통합한 아인슈타인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기억에 의존하는 '희미한 것'을 이야기하며 - 여기 근방 부터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낮은 엔트로피 (복잡도)에서 높은 엔트로피로 증가하는 것으로 시간을 정의한다. 이 정도 되니, 시간은 이제 물질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궁금해진다. 무엇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일까? 카드를 섞는 그 손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꼭 한 번 더 읽어봐야지라고 다짐하며 책장을 덮었다.

그러다 왜 로벨리의 책은 이렇게 작고 비쌀까 그가 작아서일까? 표진 사진으로만 보면 동안에 작은 체구 같은 데라고 생각하다, 구글링했다. 위키피디아나 엔트로피가 조금밖에 복잡해지지 않은 시간을 들인 구글링에서는 그의 키를 찾지 못했다. 그가 현재 61세이고, 그가 연구하는 이론이 '루프 양자중력'이라고 되어있는 부분은 영어가 없어서 나는 지붕 중력 이론으로 끝까지 알고 있었고, 내 나름대로 뭔가 지붕을 매개로 그 아래에서 순환 또는 연결된다고 생각했는데, 영문 위키피디아를 보니  loop quantum gravity theory 로 되어있었다. 순환 양자 중력 이론.


이론 명을 제대로 알아도 이해는 여전히 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차피 발음 나는 대로 쓸 것이면 영문 표기도 해주면 좋겠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죽는데도 살아 있는 자들은 자신들이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산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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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8-26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자의 ‘시간‘에 대한 인식론을 다룬 철학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책의 내용을 수식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많은 부분이 여백으로 남겨져 있고, 이를 채우는 것은 독자 몫이라 여겨집니다.^^:)

초딩 2020-08-26 09:18   좋아요 1 | URL
^^ 넵. 맞습니다. 여백과 생략으로 더 어렵지 않게 또 더 탐구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과학 또는 한 분야의 전통한 사람들은 다른 분야도 폭넓게 이해하고 또 연결하고 있구나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8-26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만은 죽지 않을 것처럼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어리석게도...

초딩 2020-08-26 22:57   좋아요 0 | URL
^^ 항상 댓글과 응원 감사합니다~
태풍 조심하세요~

AgalmA 2020-08-27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벨리 책은 다 작고 예쁘게 나와서 소장욕을 부르는 과학서 아닌가 싶어요ㅎㅎ 예쁘게 물리학 공부하세요야 뭐야 싶죠😁😁😆

초딩 2020-08-31 00:14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넵 감사합니다.
:-)
물리학을 가장한 철학으로 일단 대 만족하고 있습니다
 
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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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뉴턴의 고전물리가 몹시 궁금하다면 김상욱교수의 '떨림과 울림"을 먼저 또는 그 책만 보면 좋을 것 같다. 난 먼저 봤다. 거꾸로 읽은 느낌이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로 워밍업을 하고 '떨림과 울림'을 보는 게 순서에 맞는 것 같다.

책은 에세이 형식을 띠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정교하게 이론들을 차례차례 엮어 물리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생각이 되지만, 그보다는 이 땅의 한 과학자가 어떤 고민으로 어떻게 사회를 바라보며 과학을 하고 있는지 엿보는 재미가 더 크다.

대학에서 '물리'를 하는 사람은 세상과 단절된 상아탑에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또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 누구보다도 술잔을 기울이며 사회에 대해 열렬히 토로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떨림과 울림'에서도 그랬지만, 김상욱 교수님의 인문학에 대한 조예는 아주 깊다. 다른 분야에도 박식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고대에 철학자라고 명명되는 사람들이 모든 학문을 한 것처럼, 결국 모든 학문은 하나로 연결되어있으니, 당연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단상들이 쓰여 있어서 글은 쉽게 읽힌다. 거기에 묻어 있는 과학도 내가 그것들을 잘 알고 있는 착각을 하듯이 술술 읽을 수 있다. 우주, 시간, 결정론과 자유의지, 엔트로피까지는 친근해졌지만, 역시 양자역학은 어렵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니 위안으로 삼는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가 '양자역학'은 어렵고 자신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우주 만물의 이치를 알 수 있는 열쇠로 생각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모르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가 모순이라고 생각하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그것의 '정의'도 모를 것이고 '범위'도 모른다고 생각되고, 그래서 그것으로 우주의 모든 원리를 알 수 있을 듯이 말하는 것은 '양자역학'의 용도를 모르고 있거나, '우주의 모든 원리'의 번지수를 잘 못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난해함을 내세우기 위해 자주 예로 드는 '관측하는 순간 결정되거나 바뀐다'나는 것은 관측을 '인간이 눈으로 관측'하는 것을 연상 시켜 물체가 그 경계를 유지한 채 여기저기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저 나의 개똥철학이다.


'복잡하다는 것을 정리하기란 생각보다 복잡하다.' p211


그래도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읽어 볼 것이고, 같이 읽고 있어서 머리가 더 뒤죽박죽인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마저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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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8-23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떨림과 울림‘만 읽었어요. 읽으면서 똑똑한 사람은 문이과를 가리지 않는구나 싶었습니다ㅎㅎ

초딩 2020-08-23 23:41   좋아요 1 | URL
ㅜㅜ 저는 맨날 사대주의처럼 번역서만 보다 요즘 이렇게 멋진 분들의 책을 보니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더 일찍 보지 못한 것에 저의 좁은 시야를 탓합니다. :-) 좋은 밤 되세요 파이버님~

반유행열반인 2020-08-24 0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그렇고 떨림과 울림도 카를로로벨리 책도 그렇고 뭔말인지 모르겠는데 읽는 동안 좋았습니다(문돌문돌)

초딩 2020-08-24 09:18   좋아요 1 | URL
‘읽는 동안 좋았습니다‘에 큰 라이크 드립니다 ^^ (격공)
좋은 하루 되세요~

막시무스 2020-08-2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분야, 특히나 물리학이 철학분야 만큼이나 묘한 중독성이 있는것 같아요!ㅎ 초딩님의 꼬리물기 독서를 응원합니다!ㅎ

초딩 2020-08-24 17:16   좋아요 1 | URL
^^ 그말이 그말 같고, 철학인지 과학인지 방황하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는데, 막시무스님의 파이팅에 힘을냅니다 ^^
ㅎㅎ 감사합니다. 멋진 하루 되세요.
 
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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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은, 특히 서부의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의 스탠퍼드대학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들의 풍성한 소스로부터 흥미롭고 그 자체만으로도 단편이 될 수 있는 흥미롭고 귀감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사례와 먹고 사는 문제와는 이미 작별한 지 오래되어서인지 인간의 온갖 사소하면서도 유의미한 심리와 행동에 대한 많은 실험 결과와 그 논문들로 글을 멋들어지게 참 잘 쓴다. 샘이 날 만큼 잘 써나간다. 책을 구상한 시점부터 악착같이 수집하고 정리하고 범죄 수사에서는 볼 수 있는 온갖 자료를 붙이고 실로 연결한 벽을 몇 개는 가지고 있거나 그에 상응하는 작가 노트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 같다. 오리지널스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라는 황금 성게 같은 딱지를 표지에 붙이고 있는데, 총 페이지가 513페이지이다. 하지만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레퍼런스 페이지가 100페이지에 달하고 고맙게도 영어로 가득해서 양심에 가책을 가지지 않고 훌쩍 건너뛸 수 있는 보너스도 주어진다. 나는 왜 이렇게 문맥 (Contexts)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뱅뱅 돌고 있을까?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그렇다. 이렇게 밑줄을 많이 그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나는 배경색을 형광으로 바꾸는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책을 출퇴근하면서 오디오북 1.2배속으로 신나게 듣고, 내용이 휘발하기 전에 전자책으로 다시 한번 통독하면서 최대한 들은 내용 중 중요하거나 감명 깊은 부분을 밑줄 그었다. 예전에 속독법에 관심이 있어, 한참 속독법 때, 샌드위치 독서법이 흥미로웠다. 샌드위치처럼, 읽은 책을 뇌의 워밍업을 위해 읽고, 대상이 되는 책을 읽고 다시 마무리 체조하듯이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 그러면 워밍업을 하면서 뇌가 속도가 붙어 어려운 책을 더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고, 책을 최소 두 번은 읽는다는 든든함이 있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깊게 고민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고 전자책으로 통독하는 것도 어쨌든 동시에 2번 읽고 속도도 즐길 수 있어서 이 두꺼운 책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것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말이다.

오리지널스는 '안경을 인터넷으로 판다'에 대해 사람들은 안경을 착용해보고 사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는 모든 이의 부정적 반대를 깨고 성공한 와비파커와 CIA 내에서 정보 공유 위키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거센 반대를 깨고 인텔리피디아를 만들어 CIA의 정보 처리에 크게 기여한 메디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기존에 전달하려는 내용에 관한 사례를 들고 끝나는 것과 다르게, 이 책은 하나의 사례를 주제별로 계속해서 다룬다. 각 장에서 앞에서 거론한 사례들을 그 장의 주제에 맞게 다시 끌어내서 더 심층 분석하거나 다른 각도 (view, perspective)로 바라본다. 장이 지날수록 사례가 추가되고 심지어 각 사례가 연결되거나 그룹화 (grouping) 되어서 나중에는 머릿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듯이 이 책의 무수하고 값진 내용이 폭발한다.

'오리지널'은 독창성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독창성이란, 특정한 분야 내에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 또는 그런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말한다.
독창성은 창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의성은 참신하고 유용한 개념을 생각해내는 일이다. p23

책은 전반부는 독창성의 시작에 대해 다룬다. 어떻게 독창적일 수 있을까? 그것은 호기심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기시감이 아닌 당연하지 않게 여기고 궁금해하고 의심하는 미시감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독창성은 특별한 존재나 천재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도 평등하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이고, '질' (quality)의 산출물이 아닌 '양' (quantity)의 노고의 결과라고 격려한다. 초반에 개인이나 조직이 어떻게 독창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중후반부는 그것을 어떻게 실체화시키고 조직 내 구성원과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다룬다.
밑줄 그은 내용을 정리하는 데는 어쩌면 읽은 시간 보다 많이 걸릴 것 같다. 의미를 재분석하고 또 연결하고 시간이 흐르는 과정이 순서대로 배치하고 상황별로 공간적으로 분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 책은 사람 얼굴이 표지에 나오는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와는 격이 다르다. 그래서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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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20-08-23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경색을 형광으로 바꾸는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웃었더니 『오리지널스』가 더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초딩 2020-08-23 11:41   좋아요 0 | URL
:-) 웃음 드렸다니 뿌듯합니다. 길게 썼는데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잘라님 이북 보시니 공감대가 더 생가는 것 같아요~ 구글 스토리도 그렇고 그런책들은 들고 다니면 어깨가 아프고 상해서 속 상한데 이북이라 좋아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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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우주와 아주 작은 양자 두 세계를 보는 '물리'의 이야기이다. 유명한 영화와 그에 맞춘 책들, 텔레비전의 교양프로로 마치 대중적인 교양이 된 듯한 양자와 다르게 흐르는 시간, 탄생의 빅뱅 등을 인문학자 같은 김상욱 교수님이 매우 흥미롭고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빅뱅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우리의 정신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라는 두 질문에 과학은 답하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양자역학도 이 세상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고 힘으로 다르게 흐르는 여러 개의 시간도 과학은 아직 당황하고 황당해한다고 한다. 시간 가는 줄, 책장 넘기는 줄 모르게 읽으며 생각했다. 시공간의 기준 그리고 그 기준에 따른 측정은 인간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아직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해하고 나면, 우리는 이미 우리의 존재를 초월하는 존재가 되어있을 것 같다.

과학자들은 죽음을 전기력으로 모인 원자들이 다시 흩어지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그 대목을 보니, 그 흩어진 원자들이 다시 적절하게 모이면 인간이 되어 환생할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 확률은 엔트로피 (복잡도)가 증가만 하듯이 아주 아주 낮을 것이다. 그래서 불교는 무수한 환생을 해야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했나 보다.

아주 놀라운 것은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들이 세상을 구성하는 것, 시간, 천체의 운동에 대해 사유한 것들이 현대의 과학에서 일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상대적인 시간과 뉴턴의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을 아인슈타인이 합쳤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고대 선조들은 현대의 과학이 끙끙거리는 것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깨우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창밖을 내다본다. 나의 이 사유하는 정신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존재해서 어떻게 될까. 그리고 자꾸만 과거가 되고 다급하게 다가오는 미래와 잡을 수 없는 현재의 이 시간은 무엇이란 말인가. 밤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저 사람도 나와 같겠지?


그래서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p207


인간은 '인지' 혁명이라는 첫 번째 혁명을 맞이해서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 등을 멸망시켰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정보를 교류 공유할 수 있어서 그랬다고 한 것 같다. 다른 동물과 다르게 호모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을 통해 과학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번째 농업혁명을 통해 정착해서 모여 살며 이 지식의 교류가 더 활발해졌을 것이다. 원시 시대부터 모든 현상을 신에게 돌리듯 종교가 세상을 보는 창이었는데, 어느 순간 인간은 '왜'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신이 노해서 번개가 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번개가 칠까? 그것이 과학혁명이고 도시가 탄생해서 현재까지 왔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은 최소한 지구상에서 어느 다른 생명체도 하지 않는 인간만이 가진 사유일 것이고, 그리고 과학은 신과 종교라는 창을 대체한 세상을 보는 태도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또 의문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왜 이런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그리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이해하려고 할까. 이 끝 없이 무한한 호기심을 왜 가지고 있을까? 소크라테스가 말하듯 인류의 모든 활동은 보존을 위한 것일까? 인류의 보존. 우리 인간의 종의 보존 방식일까?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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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0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이로운 건 인간이에요. 끊임없이 연구를 해도 알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전 시장의 자살 사건을 비롯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알 수 없는 건 인간이라는 존재... 그래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팁을 조금이라도 주는 소설에
매료되는가 봅니다.

초딩 2020-08-21 10:17   좋아요 1 | URL
네 ^^ 이간이 가장 경이롭고 이해하기도 힘들고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맛에 고전에 빠져드는 것 같고요 ^^
페크님 언제나 행복한 하루되세요~

2020-08-2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1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0-09-05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히 중간에 머물러서 창 밖을 내다보거나, 한숨 쉬면서 멍때리며 안쓰던 뇌(?)를 쓰는 기분으로 안내하는 책이지 않나요. 다정한 김상욱의 물리에 저도 반했답니다!!

초딩 2020-09-05 13:20   좋아요 0 | URL
비오는 창가에 한참을 서 있었어요 ㅎㅎㅎ
정말 고전이 아닌 이 물리책으로 심연에 빠질 수 있다니!!!
저도 무척 매려되었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