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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평점 :
카를로 로벨리의 책 중 처음 만난 것은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었다. 책이 참 작으면서 예쁘다 생각했고, 어려운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 등을 짧고 쉽게 설명했었다고 기억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 전 겨울 호랑이님의 서평 중에 표지가 예쁜 책을 보니 제목 또한 근사하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였다. 이건 분명 '양자역학' 일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날 일방적이고 수동적 통보를 한 채 나만 있을 약속 장소인 교보 문고에서 문을 닫기 직전, 주차권을 받기 위해 가판을 뛰어다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가 생각나서 직원분에게 물어보고 찾아서 샀다. 서점을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많은 사람이 봐서 너덜너덜해진 책을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하지만 이미 '굿바이' 노래가 두 번 나왔고,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저자의 동안인 얼굴이 생각났다. 그제야 나는 그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기억해냈고, 혼자 즐거워했다.

<출처: 카를로 로벨리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Carlo_Rovelli >
책은 주술 같았다. 혼미하게 나에게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도대체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시간'도 그저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양자란 말인가. 고체, 기체, 액체 등으로 인간은 세상의 물질을 나누어 놓고, 시간은 '추상적인' 새장에 여태껏 가두어 놓은 것 같다.
탈레스의 제자 아낙시만드로스의 '시간의 순서에 따라'로 '시간'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제목은 'The Order of Time'인데, 마지막까지 읽고 보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저자의 그것보다 이 책을 더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중반은 '시간은 변화의 척도일 뿐이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와 '아무 변화가 없을 때도 흐르는 시간이 있다'라고 한 뉴턴의 두 시간을 통합한 아인슈타인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기억에 의존하는 '희미한 것'을 이야기하며 - 여기 근방 부터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낮은 엔트로피 (복잡도)에서 높은 엔트로피로 증가하는 것으로 시간을 정의한다. 이 정도 되니, 시간은 이제 물질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궁금해진다. 무엇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일까? 카드를 섞는 그 손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꼭 한 번 더 읽어봐야지라고 다짐하며 책장을 덮었다.
그러다 왜 로벨리의 책은 이렇게 작고 비쌀까 그가 작아서일까? 표진 사진으로만 보면 동안에 작은 체구 같은 데라고 생각하다, 구글링했다. 위키피디아나 엔트로피가 조금밖에 복잡해지지 않은 시간을 들인 구글링에서는 그의 키를 찾지 못했다. 그가 현재 61세이고, 그가 연구하는 이론이 '루프 양자중력'이라고 되어있는 부분은 영어가 없어서 나는 지붕 중력 이론으로 끝까지 알고 있었고, 내 나름대로 뭔가 지붕을 매개로 그 아래에서 순환 또는 연결된다고 생각했는데, 영문 위키피디아를 보니 loop quantum gravity theory 로 되어있었다. 순환 양자 중력 이론.
이론 명을 제대로 알아도 이해는 여전히 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차피 발음 나는 대로 쓸 것이면 영문 표기도 해주면 좋겠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죽는데도 살아 있는 자들은 자신들이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산다.'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