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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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전과 후로도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책을 3개월에 걸쳐 읽었다. 되먹지 못한 것 같은 아버지, 그 아비의 아들, 장남과는 색이 다른 나머지 이복동생들 그리고 그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공리와 같은 말을 (문학을 두 시대로 나눌 수 있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했다. 신뢰할 수 없게 했다. 1권에서 저자도 왜 이런 인물들이 작품의 주인공인지 의아해할 것이라고 선고한다.


카라마조프는 바로 그렇게 두 가지면, 두 개의 심연을 품은 본성을 지녔기 때문에, 질펀한 방탕에 대한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욕구에도 불구하고 다른 쪽에서 무엇인가가 그에게 강한 자극을 주면 곧바로 멈춰 설 수 있습니다. p464


중반을 넘어가니 내가 처음에 인물에게 부여했던 수식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는 겉으로 드러난 대립 (Contraria, 라틴어)되는 것이 공존하지만 동시에 발현되지 않는 양자역학에서나 나올 법한 '이중성' (상보적인, Complementa, 라틴어)의 한 단면을 보았을 뿐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의 이 이중성을 이 긴 이야기로 우리에게 던진다. 내미는 것이 아니고 던진다. 내민다, 보여준다, 제시한다는 말을 쓰기에는 격정적이다. 드미트리, 카챠, 그루셴카라는 격정적인 인물들은 평온한 알료샤, 지적인 이반, 그리고 히스테리컬한 호흘라코바 부인과 딸 리자와 버무려지고 너덜너덜한 헝겊에 싸였지만, 치명적으로 날카로운 스메르쟈코프로 조각된다. 이것을 채널을 돌리듯 조시마 장로의 유년기 등 여러 서브 스토리들이 채찍질한다.


충동 인간, 이성 인간, 감성 인간 p554 해설 중


재판에서 유능한 변호사 페츄코비치는 말한다.


우리 모두 진실하기로 합시다!……” p482

우리, 용감해집시다. p489


동시대의 러시아인들에게 그리고 그것은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우리의 이중성을 직시하고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친부 살해는 한 집안의 사건을 넘어서서 아버지-신의 살해라는 이념적 차원과 연결되고, 카라마조프 집안은 인간성의 중요한 문제와 내적 모순을 반영하는 소우주가 된다. p552 해설 중


책에서는 특히 학대되거나 버려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죽은 아이들도. 차라리 동물의 새끼였으면 그렇게 희생당하지 않았을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비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아들이 분명한 스메르쟈코프는 자살하고, 장남 드미트리에게 폭행당한 퇴역한 이등 대위의 아들 일류샤도 죽는다. 장남 드미트리가 아닌 사생아로 태어난 자란 하지만 자기 아들임에 틀림없을 것 같은 스메르쟈코프에 의해서 그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그 아들은 자살한다. 그리고 그 사건의 가운데 있는 충동, 이성, 감성의 세 아들의 고뇌는 우리 인간, 호모사피엔스, 결국 동물이지만 이성을 가졌다는 우리 인간의 방황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직시하라고 한다. 우리가 저질러 버린 것들을 저지르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한다. 카라마조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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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0-08-11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완독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세요!!

초딩 2020-08-11 17:43   좋아요 1 | URL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ㅎㅎㅎㅎㅎ:-)
멋진 저녁 되세요~

오늘도 맑음 2020-08-12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초딩님^^ 전 1권에서 중도포기 두번 했네요~ 건강하고 행복합시다~!!

초딩 2020-08-12 22:07   좋아요 1 | URL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정말 항상 감사드려요 :-)
오늘도 맑음님의 댓글은 항상 저에게 마법 같아요. 응원 위안 격려 공감 ~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8-15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이 길어 헷갈렸을 텐데 완독이라니 대단한 독서를 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초딩 2020-08-15 20:25   좋아요 1 | URL
:-)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페크님~
 
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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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그 어떤 학문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많은 우리의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인간과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는 본질은 같고 시대상이라는 옷을 바꿔 입은 채 실패도 성공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래서 역사는 그 무대 위의 인물들을 역사를 통해 만나고 배우는 인문학이다. 저자의 말대로 학교에서 사건과 연도를 외우는 고지식한 학문이라는 편견과 오해를 이 책은 불식시켜준다. 특히 한국사를 많이 다루어주어서 좋다. 포항의 영일만이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의 왕과 왕비가 되어 신라에 해와 달이 뜨지 않아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면 된다고 해서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이라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은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또 다른 의의를 줄 것이다. 이와 같이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 뿐만 아니라,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한 장수왕, 패를 보여주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협상의 달인 서희, 바라들 보면 중국과 일본의 신처럼 된 장보고, 신라 백성에게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어 삼국 통일의 비전을 제시한 선덕여왕, 그리고 조선 최고의 엘리트였던 판사 박상진의 독립운동,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여준 이회영 등 수 많은 인물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삶의 수많은 갈림길에 있을 때 등불을 들어 올바른 길을 안내해주는 멘토일 것이다.


저자는 역사 교사, EBS 역사 자문위원, 국사편찬 위원회 자문 위원, EBS 강사, 그리고 교육의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무료 인터넷 강의를 통해 역사를 오랫동안 우리의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가르쳐왔고, 그 역사에 대한 통찰과 역사를 인문학으로 아이들과 우리에게 전해주려는 마음이 이 책에 가득하다.


이순신은 싸워서 이기는 장수가 아니에요. 이겨놓고 싸우는 장수입니다 p25


황룡사 9층 목탑 p 64


외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패를 보여주지 않는 것입니다. p90


(장수왕) 그 누구보다 현명하게 명분과 실리를 택한 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14


그 누구보다 현명하게 명분과 실리를 택한 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54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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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10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 놓고 아직 읽지 못한 1인입니다. 올해 안에 꼭 읽는 걸로 다짐, 불끈!!!

초딩 2020-08-10 13:43   좋아요 0 | URL
앗 페크님~~~~ 저도 파이팅입니다 불끈 :-)
좋은 오후 되세요~
 
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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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회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어른들의 동화와 같은 이야기다. 빅터의아이큐는 선생님의 실수로 앞자리 1이 빠진 채 73으로 기록되고 이것이 빅터와 반 친구들에게 알려져 그는 17년의 세월을 저능아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예상되는 반전으로 나중에야 알게 되어, 그때 부터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눈물을 머금은 큰 파도와 같은 반전은 없다. 하지만, 언제 읽어도 이런 부류의 이야기는 울림이 있다. 알지만 행하지 못하는 수천 수만 가지의 인생의 실천되기 힘든 진리들은 이렇게 아무리 자주 마주해도 울림이 있다. 그리고 실천되기 힘든 진리답게 그 울림은 성냥불처럼 갑자기 밝게 타오르다 황 냄새를 잠시 남긴 채 쪼그라들어 버린다.


책을 읽고 나를 포함한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본다. 우리는 모두 뇌의 아주 적은 기능만을 사용한 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책은 말하는데, 평소 내 주위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왜 다들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또 어떤 이들은 참 못나게 살아가는 것일까. 나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책은 마치 다른 인류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우리는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특별한 존재를 다루는 것 같다. 역사 속의 위인이나 세상의 주목을 받는 위인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유전자와 환경과 운을 가진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지듯이, 이런 책은 될 수 없는 존재의 이야기와 같다. 나와는 동떨어진 신화 같다. IQ 173인 사람도 사람들이 73이라고 말하면, 저능아처럼 살 수 있으니,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173이 좀 부럽긴 하다. 많이. 좀 삐뚤어지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주 잘 읽어지지만, 이야기가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디오북으로 읽다가 성우님이 아이들이 놀리는 대사들을 너무 연기를 잘 해주셔서, 나에게 비난하는 듯한 이입이 되어 거북했다. 그래서 초반을 조금 읽고 전자책으로 마저 읽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들 때는 대부분 기존의 것에서 디자인을 살짝 고치거나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죠. 이른바 지루한 덧칠작업이죠. 그에 반해 천재들은 사물의 결정적인 요소를 바꿉니다. 새로운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죠.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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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니 우리 중 일부는 아니면 우리 모두는 어떤 감정의 전도와 전파 시간이 한 참 느린 것 같습니다. 좌뇌가 규정하는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할 만큼 늦은 것 같고, 그것에 우주와 연결된 우뇌는 꼭 그렇지 않다고 반박해줍니다.

어쨌든, 이런 때는 어떤 일을 하든 나도 모르게 감성적인 음악을 틀고 나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며, 지나온 책들을 불러내 봅니다. 이것이 반복되었는지, 식상하게 불렀던 책들은 적절히 가려 내기도 합니다.

2017년 11월 27일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기억해봅니다. "데아, 데아. 데아... 부를 필요가 없을 때,..." 이라는 제목으로 쓴 서평입니다.

그 서평은 데아를 부르고 있고, 부를 필요가 없이 지척에 누군가가 있을 때 이름은 무용하다며 시작합니다. 팔백아흔아홉 날에.라는 말과 함께 뉴욕 공항에서 찍은 사진으로 갈무리합니다.

어제는 북플이 내가 5년 전에 소년이 온다의 서평을 썼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누군가 한국 소설을 권해주었고, 나는 한국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다 아직 이승우 작가의 최근작은 샀을 때 조금 읽은 그 페이지에 머물러 있습니다.

나의 감정은 나의 우뇌는 왜 이제야 나에게 귀 기울이니, 왜 그토록 좌뇌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지내다 이제야 나를 찾니라며 말합니다. 그리고는 나를 해가 이미 내려가 버린 어두운 밤하늘로 이끕니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의 저자는 외부 세계에 대한 아니 모든 것에 대한 감정과 기억과 사유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고 인정합니다. 1조 개가 넘는 신경세포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무형의 감정이라고 믿었던 것이 세포에 아로새겨진 것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참 과학적이라고 비꼬고 싶었지만, 내 몸으로 온전히 새겨서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근사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 몸에 남긴 자국이고 내 몸입니다.

내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그것들은 좌뇌의 도움으로 경계를 가지고 나와 분리된 외부 세계의 객체이지만, 실상은 나에게 새겨지고 연결되고 나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오래 관계했을 때는 더 많은 세포가 그것을 기억해줄 것입니다. 그 사물을, 그 사람을. 1조 개의 세포들이.


제목이 근사한 드라마로 시작해서 나는 세포 이야기를 하고 있군요.

좌뇌의 마취에서 깨어난 고통은 아픕니다.


천팔백십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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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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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하버드 의과대에서 뇌를 연구하던 중, 좌뇌의 뇌출혈로 뇌졸중이 발생했다. 두개골을 열어 (개두) 수술해서 뇌출혈을 일으킨 골프공 크기의 혈관을 제거하고 8년 동안 재활을 통해 지금의 거의 뇌졸중 이전 상태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뇌졸중 이전 상태로 회복되었다"를 처음엔 "뇌졸중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왔다"로 썼다가 수정했다. 인지와 언어 수리 등을 담당하는 좌뇌의 뉴런들이 혈액 때문에 시냅스를 주고받지 못해 침묵하는 동안, 그동안 좌뇌에 억눌려왔던 우뇌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저자는 자신을 타인을 세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느끼게 (인지라는 말을 썼다가 그것은 좌뇌의 것이니 '느끼는'으로 또 바꾸었다) 되었다.

뇌졸중이 발생한 날 아침을 뇌 과학자로서 아주 선명하고 섬세하고 과학적으로 서사 했다. 그리고 좌뇌의 인지가 없어 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마치 우주와 하나가 되는 듯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녀는 잠시 회복을 꼭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는 그때의 상태가 좋아서. 아주 새로웠다.

좌뇌가 혈액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인간의 기능은 하나씩 작동하지 않았다. 소리를 구분하지 못했고, 3차원 공간 인지가 되지 않았고 색깔마저 구분할 수 없었다. 성대를 울릴 수 없었고, 수리 능력은 숫자라는 추상적인 개념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 우뇌가 활성화되었다.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만을 생각하는 감정적인 우뇌를.

이 놀라운 경험을 저자는 뇌 과학자로서 우리에게 전하고, 수술 후 그녀의 재활기 또한 과학적인 설명으로 해준다. 그것은 전혀 다른 큰 발견이었다.


이 책도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함께 보고 읽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우뇌가 극도로 활성화되면 - 좌뇌와 함께 있을 때는 정말 몰랐다는 뜻도 된다 -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구나.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면 뇌는 아주 많이 움츠러드는구나. 이제 소리치지 말아야지. 비난하지 말아야지. 영상을 보는 것, 라디오를 듣는 동안 우리의 뇌는 매우 분주하구나. 몸은 쉬고 있어도 뇌는 아주 바쁘구나. 더 많이 자야지.


인지능력이 체계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p30


그동안 나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우리와 세상의 관계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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