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구의 비밀 - 르 코르뷔지에의 의자부터 루이스 폴센의 조명까지
조 스즈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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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집어 들게 되었다. 명품 가구의 비밀. 가구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 유례와 족보를 알 수 없었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멋진 집에서 봤던 가구들의 사진들이 가득했다. 지은이 조 스즈키가 직접 가구들을 조사해서 쓴 이 책에서 그 가구들의 사연을 시대순으로 연관성 있게 잘 설명해주었다. 사진이 너무 많지만, 글이 너무 적지도 않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잘 만든 책 같다.

서점에 갈 때마다 읽은 것이 벌써 반을 읽었다. 이젠 사야 할 때인가? 처음엔 이렇게 서점에서 가끔 서서 다 읽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진과 함께한 이 책을 이제는 주문해서 소장하고 싶어졌다.

가구의 역사와 함께한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가구의 과학이다. 스틸을 쓰면서 어떤 혁신이 있었는지, 그 스틸이 플라스틱에 어떻게 자리를 내주었는지, 그리고 합판이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그런 가구의 역사를 가구의 엔지니어링과 함께 이야기해준다.

유명 가구 디자이너들의 일화들까지 정말 명품 가구의 많은 것들을 다채롭게 이야기해준다.


픽스 스탠드로 유명한 "앵글포이즈 램프" (Anglepoise Lamp) 하나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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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가족대화 - 평범한 아이도 지혜롭게 키워내는 행복한 가정의 비결
슈물리 보테악 지음, 정수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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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5년 전 어제 나는 이 책을 읽고 북플에서평을 썼다고 북플이알려줬다.

5년이라는 시간의 길이를 느껴보라고 강제했지만, 막연하다.

유대인은 자녀 교육을 잘 시킨다 하여 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남은 것은 그리고 스스로 화자 하는 것은


한국의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돌아오면

"오늘 뭐 배웠어?" 에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정도에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어?" 정도를 물어본다면,

유대인인 그들은

"오늘은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

을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아이였고, 학생이었고, 사회 초년생이었고,

다시 또 시간이 지나서

내가 그 시절들의 카운터파트 (counterpart)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고, 학생들을 만나고, 사회 초년생들을 만나보니


"오늘은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

가 더 값지게 느껴졌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몇백 페이지에서 수많은 문장과 단어들을 읽을 때,

그때도 우리는 책에게 저자에게 읽고 있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했을까?"


질문은 '능동적'을 넘어 '주도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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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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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마라조프가의 형제들 1권을 겨우 마쳤다.

나는 아직도 도스토예프스키는 혀와 턱의 근육들이 충분히 경쾌해졌을 때나 쉽게 말할 수 있다. '카라마조프적인'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마라조프와 장남 드미트리가 어떻게 중심인물인지 납득하는 데는 1권의 500페이지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카마라조프적인' 이 말이 이 소설의 상징어일 것이다. 그리고 '방탕에 깊숙이 몸을 담그고 타락 속에서 영혼을 질식시키는 그리고 고결한 선택 받은 자들과 그들을 따르는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지상의 빵 대신 바벨탑을 쌓는 대다수를 위한 지상의 빵을 돌로 변하지 않게 줄 수 있는'  그 카마라조프적인 의미는 둘째 이반과 막내 알렉세이의 광야에 있었던 노인과 15세기가 지나 한번 찾아온 '그'와의 서사시에 대한 대화에서 정의된다 (이 대심문관 장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한 문장이 몇 페이지에 걸치는 그 장을)

그리고 카마라조프가의 형제들 이후의 소설에 카마라조프가의 형제들이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것을 수긍하게 된다. 6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를 단 2~3일 정도의 소설 속 시간에서 채워나가는 도스토예프스키 그 자신의 내면의 그 광대함이 놀랍다.

전자책으로 종이책과 병행하며 틈틈이 아껴가며 읽기에 너무 좋다. 재미있다.

그리고 읽는 동안 나를 나의 현실과 거의 완벽하게 분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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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5-31 0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트예프스키 소설은 아직 한번도 못 봤네요 예전에 이 책 볼까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앞부분을 잘 넘기면 재미있다고 하던데... 앞부분에 많은 설명이 있어서 그걸 넘어가지 못하는 거겠지요 일본에서는 이걸로 드라마를 만들었어요 그것도 몇해 전에 봤군요

초딩 님 마지막까지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초딩 2020-05-31 12:19   좋아요 1 | URL
아 희선님 안녕하세요~ 정말 말씀하신대로 앞 부분이 좀 정신 없고 말 많음에 힘든데, 중반 정도부터 빠지는 거 같아요.
죄와벌, 지하생활의 수기 다 그랬던 것 같아요.
오늘 날씨 너무 좋네요 :-)
희선님 좋은 날 되세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문학동네 김희숙님의 번역을 보며 느낀 것은, '번역은 또 다른 창작' 이라는 것이다.

이 생각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의 채애리님 번역본을 보며 처음 들었다. 실제 원문은 보지 못했지만, 대화들을 작가의 감정과 의도함을 잘 살려서 번역한 것 같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마디로 '참 말이 많다' . 죄와벌에도 그렇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 그렇다. 그래서 그 대화체를 잘 번역해야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주 두꺼운 3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이 위대한 책을 모조리 읽어내려면 정말 번역이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 사둔 민음사 카라마조프가 있지만, 책이 너무 두껍고 개인적으로 문동을 좋아하니 전자책으로 문동 김희숙님의 번역본 1권을 거의 다 읽었다.

사실, 문동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역시 오래되고 직역이 가득한 미음사와는 다르네'라고 느꼈고, 하인 스메르자코프의 "~했습니다요"와 같은 표현의 유래를 알려줘서 전문성 또한 있었다.

1권을 읽으며 밑줄친 부분 몇 부분을 열거해본다.


문동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민음사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문동 (124)

무엇보다 거짓을, 모든 종류의 거짓을, 특히 자신에 대한 거짓을 피하십시오.


민듬사 (122)

무엇보다도, 거짓을, 어떤 것이든 거짓을 피하고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을 피하십시오.


문동 (124)

자기 안에 있는 그 무엇이 추악하게 여겨질지라도, 자기 안에 그것이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깨끗하게 정화됩니다.


민듬사 (122)

부인의 내부에서 어떤 것이 부인께 추잡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부인께서 자기 내부에서 그것을 인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정화되는 겁니다.


이 부분은 민음사의 번역이 특히 더 어렵게 느껴진다. 세심하게 읽지 않으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것 같다.


문동 (342)

왜냐하면 수도사란 무언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상의 모든 사람이 마땅히 되어야 할 그런 사람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음사 (341)

왜냐면 수도승은 뭔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저 속세의 모든 사람들이 응당 되어야 할 그런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문동 (362)

다만 다들 뒷구멍으로 그러지만 나는 탁 까놓고 그러는 것뿐이야. 그 추잡한 놈들이 죄다 나한테 덤벼든 것도 내가 이렇게 솔직하기 때문이지. 나 그대의 그 천국에는,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갈 생각 없다.


민음사 (361)

다만 다들 몰래 그 짓을 하지만 나는 탁 터놓고 한다는 말이지. 내 이렇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건만 이런 나를 온갖 추잡한 놈들이 못 잡아 먹어 안달이라니까. 그나저나,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자네의 그 천국이라면 나는 들어갈 마음이 없어.


문동 (433)

아빠, 아빠, 부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쎄?


민음사 (433)

아빠, 아빠, 정말 부자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보다 힘이 쎈 거야?


10살도 안된 아이의 대화로 문동이 적합한 것 같다. 매끄럽기도하고.


문동 (443)

우리가 당한 치욕의 대가로 당신네들로부터 돈을 받는다면 제 아들 녀석한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민음사 (444)

내가 받은 치욕의 대가로 당시네들한테 돈을 받는다면, 우리 아이한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걸 발명해내야 한다. 라는 인용의 경우 

문동은 "볼테르의 '서한집' CXI, '세 협잡꾼에 관한 새 책을 쓴 작가에게 보내는 펴지'에서 인용한 말" 이라고 되어있고

민음사는 "앞서 표도르도 인용한 볼테르의 말"이 전부이다.


문동이 더 나중에 나온 것 같으니, 그 동안 더 연구가 되어졌을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민음사의 번역이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대화 당사자들의 지위와 상황을 고려하고, 또 문장을 좀 더 매끄럽게 번역한 문동의 번역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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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5-25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출판사의 경우에는 정말 다른
책을 구할 수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사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런 점에서 고전은 선택지가 많아
참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초딩 2020-05-25 14:13   좋아요 1 | URL
네 선택지가 없을 때 난감한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이슈가 있고 그래서 국내에 들어왔는데 번역이 안 좋다는 말을 들으면 안타갑습니다 ㅜㅜ
그리고 ˝엄청나게 시끄럽고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같은 책은 조판된 원문도 보고 싶고요.
하지만, 그래도 이 땅에서 번역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 :-)
원 작가에게 문의도하고 조사도하고 노고가 정말 많으신 것 같습니다.

link123q34 2020-05-27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두권의 같은 부분을 직접 묶어주시니 느낌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첫 카라마조프가 공항에서 샀던 엉뚱한 판본이었는데..ㅋㅋ 다음에 문학동네판으로 다시 읽고 싶네요.^^

초딩 2020-05-28 09:10   좋아요 1 | URL
^^ 예전에 어떤 분이 동물농장 번역본 비교해주신게 인상 깊고 많은 도움이 되어서 저도 한 번 해봤습니다 ^^
link123q34 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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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모두 의사였다. '였다' 과거다.

아내는 수학 경시 대회를 휩쓸며 의대에 입학했고, 그렇게 의사가 되었는데, 자식 교육을 위해 의사의 길을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혼자만 의사인 남편이 분리수거를 도왔다.

분리수거를 마치고 돌아와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수학 문제집이 산더미처럼 많아. 얘들 공부 너무 과하게 시키는 거 아니야?


아내가 말했다.


그거 모두 내가 푼 거야.

내가 나로써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


타인에 강제되어 굴종했을 때 '비탄, 슬픔, 분노, 좌절'이라는 말들을 어떤 용도로든 쓸 수 있지만

스스로 굴복했을 때, 그 어떤 말로도 위로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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