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 단편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0
0. 헨리 지음, 이성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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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잘라 시계줄을, 시계를 팔아 머리핀을 서로 선물해주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마지막 잎새'를 시작으로 익숙한 짧은 단편들이 계속된다.

처음 보았다면, 작가의 위트와 담백한 반전에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이 분자라면 오 헨리의 그것은 원자같다.


진정한 '세계주의자'처럼 보였던 사람이 자기 고향 욕을 했다며 싸우다 레스토랑에서 쫓겨나는 이야기나,

'도시 물을 먹은 사람'을 찾던 사람이 교통 사고를 당해 신문에 '도시물을 먹은 사람'으로 지칭된 자신의 기사를 읽는 이야기,

멋진 관례를 만들기 위해, 9년째 노숙인에게 푸짐한 식사를 대접하던 노신사는 3일을 굶어 쓰러지고, 매해 대접 받던 노숙인은 그날 두번의 음식 대접을 받아 과식으로 쓰러지는 이야기.

이들은 경쾌한 풍자를 하며 기분을 산뜻하게 만들어준다.

서너장만으된 단편들도 적지 않아, 손 닿는 곳에 두고, 잠시 잠시 읽기에도 좋다. 무거운 책들 중간에 끼워 읽기에도 말이다.


"수요는 조작할 수 없어. 다만 수요의 필요를 조작할 뿐이지." p192, 구두



사진은 시카고 출장 때, Willis Tower의 Skydeck Ledge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이다. 103층의 이 전망대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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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1-04 0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이구 깜짝이야~ ^^ 머리를 댕겅 잘라 ... ( 죽을텐데!) 시계줄을 ...이 단편이 순간 호러로 ( 암 .. 호러죠 . 가난한 삶이 공포니 ..) 돌변합니다 . 그런데 또 그런데로 괜찮은 장르전환 같습니다 . 진지한 이야기에 죄..죄송합니다 . ^^

초딩 2018-01-04 00:09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다른 글 댓글인줄 알고 저도 깜딱 놀랐습니다 ㅎㅎㅎㅎ

[그장소] 2018-01-04 00:13   좋아요 2 | URL
그치만 어쩐지 절묘한 느낌마저 들어요 . ^^ 그렇지 않나요? ㅎㅎㅎ
 
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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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p300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산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대영제국의 '위대한'으로 연결 시켰다. 그 위대함을 자신의 직업인 집사에 붙여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본질은 '품위'라고 자답했고, 그 '품위'는 남들 앞에서 벗을 수 없는 것들이라 귀결 시켰다. 


"즉 '품위'는 자신이 몸담은 전문가적 실존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집사의 능력과 결졍적인 관계가 있다." p57

"그가 그 옷을 벗을 때는 오직 본인의 의사가 그러할 때뿐이며, 그것은 어김없이 그가 완전히 혼자일 때이다." p58


궁색하고 오만한 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중반까지 읽던 난 '이 번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읽고 있고, 직업관에 대한 흥미로운 책이다'라며 떠별였다.

일급 집사로써, 주인공 스티븐슨은 저택의 행사 준비 때문에 바로 윗층에서 숨을 거둔 자기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즈음 나는 "여러분이나 나와 같은 사람들은 ~~"으로 맺은 '작가', '주인공' 그리고 '독자'의 동맹이 이미 책의 중반 정도에 파기될 운명으로 의도된 것임을 - 작가의 정확한 계획에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 알게 되었다. 


"자네 지금 울고 있는 사람 같네." 나는 웃으면서 손수건을 꺼내 얼른 얼굴을 훔쳤다. p137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시대의 유물로 전락해버린 마지막 일급 집사를 통해, 찬란했던 대영제국이 그 신사다움으로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을 감싸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히틀러의 꼭두각시가 된 것을 풍자했다.

집사의 주인이 독일을 도운 것으로 비판 받을 때, 주인의 품성과 신다움을 앞세워 그것은 오해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그저 집사로써의 책무를 다했다고 말할 뿐 항변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렇게 '일급 집사'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자신을 사랑하던 - 자신도 사랑했던 - 여인 '켄터'양도 떠나보낸다.


대영제국의 해는 저벼렸고, 달링턴 홀의 주인은 미국인으로 바뀌어버렸다. 하인의 수는 줄었고, 자기와 몇몇은 저택과 함께 일괄 거래되었다.

스티븐슨은 신사다움 보다는 위트와 재치 가득한 농담을 좋아하는 새 미국 주인을 잘 섬기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 받쳐 '농담'의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라는 그 저녁에도 말이다.


'품위'. 그것은 그저 실제 자신의 얼굴이 되었으면하고 바라는 가면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 있을 때도 쉬이 벗어 던질 수 없는 숨막히는 가면.


스티븐슨이 마지막으로 켄터양을 만난 때마저, 작가는 가혹하게 반전 하나 주지 않는다. 이미 파기된 우리 셋 (독자, 작가,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어떤 뜨겁고 가슴아픈 고백이나 - 특히 스티븐슨으로부터 - 회한, 애절함 따위는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집사의 The Remains of the Day라는 잔재는 나에게 더 오래 머물러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부커상을 받은 이 책은, 위대한 일급 집사 '스티븐슨'이 '일'을 위해 인생의 가치 있는 많은 것들을 잃어서 어리석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가 이 모든 것을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도, '그랬다'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셋의 동맹은 파기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분이 알라딘 100자평으로 말씀하신 것처럼 "The Remains of the Day"를 "남아 있는 나날"로 번역한 것은 아무리 의역이라해도 오역 같다. 이시구로가 자기 친구가 언급한 프로이트의 개념 중 하나인 '낮의 잔재'에서 제목을 착안했다고하니 말이다.



:-) 사진은 최근에 출장으로 다녀온 아키하바라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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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1-01 0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8-01-01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도 새해 복 많이많이요!
올려 주시는 풍경 사진도 넘 좋으니 끊지 마시고요^^*

별이랑 2018-01-01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께서 올려주시는 글은 딱딱하지 않아서 저는 좋더라구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더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매끄럽게 풀리시길 바랍니다.

˝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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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인이다.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본능이 있어 남성에 의해 제국주의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남성을 비하하는 듯하지만, 세계사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같은 맥락으로, 일본의 제국주의를 잘못된 것처럼 말하지만, 제국주의는 강대국 중심으로 행해진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일본인이 저자라고 해도 개의치 않고, 세계사 책이니 재미있게 읽겠다고 시작했는데,

논지의 전재가 담백하지 못하다.


역사책이 저자의 주관이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지만, 대 놓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니, 조금 나이브하다.

곰브리치의 세계를 그저 한 번 더 읽고 싶다.



관계 없는 사진. 집근처 가을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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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8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8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방랑 2017-12-20 22:28   좋아요 1 | URL
대세 세계사도 추천이요ㅎㅎ 요새 리디북스에서 대여 이벤트 하네요!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살까 고민이에요ㅎㅎ 출장 자주 다니시면 이북 리더기 있으심 편하실 것 같아요ㅎㅎ 이미 있으실 것 같기도!

munsun09 2017-12-30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늘 즐치 감사합니다^^
 

데아,
데아.
데아...


부를 필요가 없을 때, 이름은 무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추억할 필요가 없을 때, 사진은 찍지도 간직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행복할 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날짜를 헤아릴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글은, 그래서 부족함이 없고 불만이 없고 심연을 마주할 일이 없다면 쓸 일이 없다고 합니다. 사유할 필요가 없다면.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간직하고
시간을 셈하고
글을 씁니다.



- 웃는 남자. 그윈 플레인
익살광대, 남작이자 후작이며 로드.
그리고 노인 우르소스, 늑대 호모.

소경인 데아는 그윈 플레인을 통해 낮과 밤을 압니다.
그윈 플레인은 자신이 로드 (귀족) 인 것을 알게 되었다가 다시 돌아 간 것을 아래에서 위로 간 것이 아닌, 밑에서 다시 위로 올라 온 것임을 데아를 통해 압니다.



팔백아흔아홉날에.


이십며칠전 뉴욕 JFK 공항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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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6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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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다에서 도착한 김포공항. 공항이기를 마친 어색한 2층. 하지만 존재감을 끝까지 알리고 싶은 3층의 세븐 일레븐.

단 2일만에 온도는 영하가 익숙해져있습니다.

'익숙'과 '낯섬'은 속수무책인 변화에 대한 감상일까요? 그 '변화'라는 것도 그저 감상일까요? 신이 운명이 그저 가여워 동정하듯 - 하지만 더 가혹한 - 던져준 위안일까요?


'해픈 자는 소경입니다. 처음은 보되 끝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학자는 소경입니다. 자신의 무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p483


우리 모두는 소경이고, 소경인게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면에서는 보지 못하는 자들이 볼 수 밖에 없는 자들 보다 다행이라는 억측도 해봅니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것들이 오지랖으로 걱정입니다.

나는 그 '걱정'이 다른 이에게 '사치'와 '위선'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을 혹독하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사랑의 진정한 이름은 노예 상태이다. 남자는 한 여인의 영혼을 통해 포로가 된다. 그녀의 살을 통해서도 포로가 된다. 때로는 영혼보다 살을 통해 더욱 꼼짝 못하는 포로가 된다. 영혼이 정인이라면, 살은 안주이다." p545


역시 무슨 소리인지 무슨 괘변인지 모르겠지만, '모르겠다'고 쓰는 나는 공범입니다. 나는 공범이고 맹신자에 억측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일이 닥쳐도 닥치지 않은 것 같은 순간이 있다." p548


어떤 극과 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그건 순간이 아니고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그것에 걸맞는 존재이고, '사람'은 그래서 비참하고 슬프고, 'Human being"은 현학적이고 가식적으로 부정하고, '연인'은 냉혹한의 그저 한 과정의 체류상탱인 것 같습니다. 


"5. 기억한다고 믿으나 망각한다" p661

생각해봅시다. 두 절이 앞뒤를 바꾸든 혼자 있든, 그저 진실을 조금 더 흐릴 뿐이지 않을가요? 망각한다고 믿으나 기억한다. 절대 진리는 그 역도 참이라고 합니다. 그 증거를 나는 찾으려 애썼는데, 애쓸 필요가 없네요. 절대 진리대로 내가 종속한 세상은 예외 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깐요.


 

아키하바라역 다리 건너 저 길 언저리에서 나는 재잘 거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서 말했습니다.

그것들은 대사에서 방백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또 그 역으로 나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데아는!"

p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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