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3월이 올해에 있었는지, 올해부터는 없기로한 건지, 손을 못들어서 나는 못 받았는지 모르겠다.

느리게 읽는 독서까지 더해져, 3월 한달내내 조르바만 읽은 것 같다. 월말이되어선 읽은 책 권수가 초라하고 부끄러워 - 허세 - 시집까지 펴 들었던 것 같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갈라파고스, 유영미


전세계 인구 중 8억5천만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5초에 한 명씩 아사하고 비타민 A부족으로 7분에 한명이 실명한다는 충격적이 보고서. 무엇보다도 자유경제주의의 우리 세계는 이 심각한 사실을 덮어버리고,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조차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배우지 않는다는 것.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 그 어떤 큰 전쟁보다 많은 - 특히 아이들 -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는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사진과 영상의 대중매체가 너무너무 자극적으로 그리고 너무 빈번하게 보여줘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고 익숙한 일들로 생각하고 무디게 바라본다는게 더 슬프다.


















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이윤기


알라딘 고전 분야에서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 대학 때 읽어서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아, 열린책들의 이윤기님 번역을 읽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쪽 번역의 대가답게 번역을 아주 맛깔나게 잘 하신 것 같다. 산투르를 치며 중력을 거슬러 뛰어오르며 춤을 추는 자유로운 영혼 - 하지만 굴곡진 아픔을 겪은 - 조르바의 모습과 책속에서 붓다를 마주하고 있는 서술자 '나'를 대조하며 읽는 재미가 좋았다. 하나님과 악마는 같다는 것. 지옥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며 천국에 가는 것이 무엇 행복하겠냐고 반문하는 조르바. 그 조르바의 입을 빌려 카잔차키스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창비


조르바식 표현으로, '악마가 물어 가버려' 라고 평하고 싶다. 울림이 없는 저림이 없는 말장난 - 언어유희라고 특징지어주기도 힘든 - 같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창비


그래서 책장에서 아주 오래된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다시 꺼내봤다. 울림과 저림이 있는 최영미 시인의.


















:) 그리고 굿모닝팝스.

언제부터인가 다시 시작했는데, 역시 너무너무 좋다! 영어라서 좋고 긍정에너지가 넘쳐서 좋고 이것저것 주워들을 것이 많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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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4-06 0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월은 참 이상한 시간였던것 같아요..어느땐 길게 늘인 엿가락같더니 어느순간 휘리릭 말리는 롤필름 같은 ㅡ그런 한달였어요 ..^^

초딩 2016-04-06 08:32   좋아요 1 | URL
정말 해가 갈 수록 더 한 것 같아요 ㅠㅠ
그장소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장소] 2016-04-06 09:37   좋아요 1 | URL
아 ㅡ시간도 나이를 먹는걸까요?!^^
초딩님도 ㅡ화이팅 놓고가요!

물고기자리 2016-04-06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훨씬 많이 읽으셨어요!
저는 완전 달팽이처럼 읽고 있거든요^^

가끔은 한 달이란 시간이 책 몇 권으로 측량되는 것 같아요ㅎ 아니면 1월은 프루스트의 달, 2월은 카뮈의 달, 이런 식으로 기억되는 것도 같고요^^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겠죠?ㅎ)

3월은 무엇에 정신이 팔렸던 건지 저도 뭔가 뺏긴 기분이에요;;

초딩 2016-04-07 00:22   좋아요 0 | URL
알라딘과 문동의 달력처럼 :-) 또 물고기자리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책과 작가로 매김하는 달 좋아요 :-)

cyrus 2016-04-07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에 ‘허세 시집’이라는 구절을 보고 헤르만 헤세 시집을 잘못 적은 줄 알았습니다. ^^;;

초딩 2016-04-07 16:55   좋아요 0 | URL
ㅎㅎㅎ역시 cyrus 님 덕에 유쾌한 하루를 보냈니다~

cyrus 2016-04-07 16:56   좋아요 0 | URL
아재스러운 드립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시선 121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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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출간된 이 시집을 처음 들췄을 때, 겉표지에 감겨진 최영미시인의 웃는 얼굴에 반했던 것 같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녀의 미모는 그녀의 시만큼 매혹적이다. 후기에 이 작은 책을 누군가에게 바쳐야 한다면 자신에게 바치고 싶다고 한다. 속절없고 대책없고 너덜너덜한 너인지 나인지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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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창비시선 369
권혁웅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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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만들어진 가마가 빛바랜 일상의 서울이라 아쉽다. 어느 시절에는 이 시들에 재잘거리고 깔깔거리며 호평을 주저하지않았건만, 마음이 녹녹지 않으니 가슴 저림 없는, 무협지로 버무린 언어유희같이 느껴지는구나.그래도 한구절이라도 건져보려했지만 같이 무협지를 읽은 분의 해설을 읽고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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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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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의 비명은 산투르를 치며 중력을 거스를 듯 뛰어오르며 춤 추던 `조르바` (실존이기도 한)를 동경하며 쓰지 않았을까? 조르바를 만나고 책 속에서 보낸 세월에 억울함을 느꼈듯이, 사람들도 그래서 더 읽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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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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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에 대한 리뷰는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특정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에, 번역까지 호불호가 갈리게 되었다면, 눈에 담지 못할 악평이 가득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위대한 개츠비'의 수식어는 제목처럼 위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 몇 개의 출판사 책들을 완독하지 못하고 들추기만 했다. 그 흔한 줄거리조차 기억에 없이.

문동의 '위대한 개츠비'는 소설가 김영하씨가 번역했다. 어느 서점에서 고등학생들이 이 책을 들고 "ㅈㅗㄹ ㄹ ㅏ 재미없는 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것에 항변이라도 하듯이 번역을 결심했다고 한다. 번역의 마무리는 소설의 배경인 뉴욕에서 할 만큼 정성을 들였지만, 이 책의 평도 녹록지 않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p11


고전 번역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거센 악평을 의식이라도 한 듯한 이 문장이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하다. :) 



개인적으로는 김영하씨의 번역과 해설이 무척 마음에 든다. 특히, 해설은 각 인물의 분석과 소설의 배경, 소설의 의미들을 조목조목 다루고 있어 책을 이해하기 수월했다. '아~' 소리와 함께.

쉬이 읽히지 않는 책을 손에 들 땐, '바라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허세라는 게, 처음부터는 아니겠지만 결국 뭔가를 은폐하게 마련이다." p76


하지만, 욕심을 내면 실망도 클 것이다. 여러 번 시도했던 이 책을 다시 들었을 때는,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답을 구해보자라고 다짐했다.

"왜 '위대한 개츠비'를 미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할까?"

"왜 개츠비는 '위대'할까?"


사진의 해설처럼, 신흥 강대국인 '뉴머니' 미국을 투영한 '개츠비'를 '그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것이다. 졸부인 양 비춰지는 모습을 지우고 싶고, 단시간에 쌓은 부와 힘이 사라질 것이 두렵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그 미국인들이 자신들과 비슷하지만 확고하고 의연한 - 무모해 보이고 덧없다 하더라도 - 개츠비를 사랑했던 것이다. 안도하며.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끝난 직후, 살아남은 자들이 '안도의 열광'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흥청대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p231, 해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개츠비를 뉴머니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폴로용 말 떼를 거느리고 동부에 나타난 톰 뷰캐넌은 올드머니에 가까운 인물이라 할 수 있다." p233, 해설

"우리의 주인공 위대한 개츠비가 인생을 걸고 사랑하는 여자가 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여자라는 아이러니는, 사실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아니다." p236, 해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도 '위대한'의 수식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애석하게도 영어 제목도 "The Great Gateby"였다. 의역으로 작명한 제목이 아니다. 그 답 또한 김영하씨의 해설에서 구했다.


"그는 무가치한 존재를 무모하게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의연하게 그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신의 상상 속에 머문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위대하다. 따라서 그 위대함에는 씁쓸한 아이러니가 있으며 불가치한 자조의 기운이 스며 있다" p237, 해설


자수성가한 개츠비가 모든 인생을 걸고 죽음을 맞이할 만큼 사랑한 데이지에게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마찬가지로 그 데이지도 개츠비보다는 개츠비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사랑한 것 같다. 그 자리에 당신이 있어서 인지 당신이 그 자리에 있어서 사랑했는지의 문제이다. 해설을 빌리면 그들은 그들 사진을 사랑한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p238


무가치한 것을 무모하게 사랑하며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달렸고, 그 실패에 의연한 개츠비를 바보 같아서 '위대한'이라고 역설적으로 수식한 것 같다. 비꼬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역설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순고한 최대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그것을 목표로 열심히 돈을 벌어 어쨌든 부자가 되었고, 그것으로 인한 병폐를 의연히 맞이하고 싶은 미국인들의 마음이 그 수식어를 더 의미 있게 만든 것일 수도 있게다 생각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는 불확실한 인생 안에서, 무엇과 어떻게를 일단 정하고 열심히 살고 의연해지자라는 실리주의가 깃든 '위대한' 같다.


이번에는 완독을 했고, 왜 이 책을 미국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지, 그리고 개츠비의 수식어가 왜 위대한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어 소소한 성공을 이룬 독서가 되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p11

"허세라는 게, 처음부터는 아니겠지만 결국 뭔가를 은폐하게 마련이다." p76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끝난 직후, 살아남은 자들이 `안도의 열광`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흥청대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p231, 해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개츠비를 뉴머니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폴로용 말 떼를 거느리고 동부에 나타난 톰 뷰캐넌은 올드머니에 가까운 인물이라 할 수 있다." p233, 해설
"우리의 주인공 위대한 개츠비가 인생을 걸고 사랑하는 여자가 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여자라는 아이러니는, 사실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아니다." p236, 해설
"그는 무가치한 존재를 무모하게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의연하게 그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신의 상상 속에 머문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위대하다. 따라서 그 위대함에는 씁쓸한 아이러니가 있으며 불가치한 자조의 기운이 스며 있다" p237, 해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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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6-03-25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졸라를 졸라라고 쓰지 못하세요! ㅎㅎㅎ

초딩 2016-03-25 13:5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 댓글을 한참 보고 아 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