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벤 9 : 토호쿠 편 3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9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쿄에서 에키벤 가게를 운영하는 다이스케는 아내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일본 전지역을 돌며 기차여행겸 에키벤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큐슈에서 시작해서 츄고쿠와 시고쿠, 간사이, 홋카이도를 지나 토호쿠 지방을 여행하고 있으며 이번이 토호쿠에서의 마지막 여정이다. 프랑스 아가씨인 크리스티나와 함께. 

 

다이스케와 크리스티나가 함께 여행하고 있는 곳은 토호쿠 지방 중에서도 동해쪽에 면한 쪽이다. (지난번은 태평양쪽) 이곳은 특별한 쌀을 생산하는 곳이 많아서인지, 맛있는 밥요리가 많았던 편이다. 물론 지역 특산물로 만든 에키벤도 많지만.. 밥이란 건 좋은 쌀로 지으면 그자체로 훌륭한 요리가 된다. 혼자 생각하길 일본은 섬나라라서 맛있는 쌀이 많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더이다. 오호, 놀라워라.

사카타역의 <어머니의 찰밥>은 이름만으로는 이와테 누마쿠나이역의 <사나에 할머니의 찰밥 도시락> (토호쿠편 2에 등장)을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헐~~ 정말 밥만 들어 있는 도시락이다. 밥에 간을 한 모양이지만 순무만 들어서야, 이거 완전히 단무지에 쌀밥, 뭐 이런 걸 떠올리게 만들었달까.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데 이거 정말이지... 나같으면 안살 것 같은 도시락이었다. 또다른 맛있는 쌀도시락으로는 아이즈와카마츠역의 <아이즈 맛있는 쌀 도시락>이란 게 있는데, 여기에는 4가지 주먹밥이 들어있다. 이 4가지 주먹밥의 쌀은 모두 다른 지역의 쌀로 구성되어 있다. (반찬있음)

<반짝반짝 우에츠 도시락>은 차내 판매 에키벤으로 모양이 참으로 이쁘더이다. 직사각형 도시락통 안에 별모양 밥통이 따로 들어 있었는데, '반짝반짝'이란 표현과 잘 어울리는 듯. 가격은 좀 비싼 편이다. 뭐, 그래도 밥도 두 가지 종류이고, 반찬도 여러가지인데다가 모양도 이뻐서 괜찮은 듯.

니가타역은 판매하는 에키벤 종류만 65가지 이상이란다. 우와아, 진짜 많기는 많구나. 고르는 데에도 애를 먹을 듯 싶은 곳이다. 다이스케와 크리스티나가 선택한 것은 <사도 두근두근 도시락>과 <새우 천냥 치라시 초밥>이다. <사도 두근두근 도시락>은 보기엔 근사해 보이지만 의외로 반찬은 가짓수만 많아서 한 번 집으면 없어질 것 같았고, <새우 천냥 치라시 초밥>은 겉보기엔 달걀말이만 있는 것 같아서 별로인 듯 했어도 막상 달걀말이를 젖히니 이런저런 반찬이 가득. 역시 에키벤도 겉보기만 보고는 잘 모른달까.

도시락통 모양이 특이한 걸로는 니이츠역의 <눈사람 도시락>과 야마가타역의 <꽃삿갓인형>이었다. <눈사람 도시락>은 말그대로 눈사람 모양 도시락통이 귀여운 도시락. 눈사람 표정이 바뀌기도 하고, 나중에 저금통으로도 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꽃삿갓인형>은 뚜껑을 연 모습은 고양이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코케시(일본전통 목각인형)의 머리부분을 본따 만든 도시락통같은데 나같으면 안고르고 싶을 듯. 코케시가 원래 그렇잖우. 게다가 머리속에 들어있는 걸 먹는다니.. 아, 정말이지 싫다. (내가 생각하는 게 좀 이상한가?)

토호쿠 3편에서는 일품식 도시락으로 괜찮은 것들이 많았는데, 아이즈 타지마역의 <소스 돈까스 덮밥>이라든지, 코오리 야마역의 <여주인이 재운 도시락>도 괜찮아 보였다. 여주인이 재운 건 돼지고기로 특제 소스를 이용했다고. 후쿠시마역의 <토종닭 유자 된장구이 도시락>은 닭고기 덮밥이고, 요네자와역의 <한가운데 소고기>는 소고기 덮밥 느낌이다. 그리고 야마가타역의 <이 몸의 만찬 (쇼나이 돼지고기 도시락)> 역시 쇼나이산 돼지고기를 듬뿍 사용한 도시락. 나의 경우 같은 값이면 일품식 도시락을 먹을 것 같다. 한젓가락 거리 반찬이 가득한 것보단 한가지라도 듬뿍 들어 있는 것이 그 도시락 맛을 음미하는 데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외 특산물로 구성되어 있는 도시락으로는 후쿠시마역 <후쿠시마 맛기행>이 있고, 해산물 도시락으로는 하라노마치역의 <바닷가 도시락>과 <썰물도시락>, 이와키역의 <게 · 성게 욕심쟁이 필라프 도시락>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온천에 가는 장면이 많았는데, 토호쿠 지방도 온천이 많구나 하고 감탄을. 그리고 마츠오 바쇼가 들렀던 명소도 소개되어 있고,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도 소개되어 있었다. 참으로 알뜰하게 소개를 한단 말이지. (笑)

이번 여행 역시 두 식신의 즐거운 에키벤 이야기로 가득했는데, 정말 모든 에키벤이 맛있는지 궁금해진다. 특별한 에키벤만을 먹으면서 다닌다 해도 어째 그리 한결같이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는지. 게다가 프랑스인인 크리스티나의 입에도 어쩜 그렇게 꼭 맞을 수 있는지. 에키벤 소개 만화니까 어쩔 수 없나 싶으면서도 진실성이 안느껴진단 말이지.. (쩝) 또 한가지 더. 근데 정말 크리스티나는 다이스케와 다이스키를 구별 못한 것이우? 마츠오 바쇼의 하이쿠나 일본 속담을 줄줄 읊는 실력의 소유자가 설마 그 두가지를 끝까지 구별못한다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나요? 설정상.

어쨌거나 토호쿠 3편을 마지막으로 크리스티나는 고국인 프랑스로 돌아가게 되었다.
안녕, 크리스티나.
Bon Voyage~~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あっちとこっち (ビ-ボ-イコミックス) (コミック)
腰乃 / リブレ出版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벌써 6월달에 받아 놓고 이제껏 손도 안대다가 겨우 읽게 되었다. 아, 이런 밀물같은 후회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왜 그냥 놔뒀지? 그래도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야~~

 

 책표지를 살펴보다 띠지를 보고 빵터지고 말았다. "도츤데레 겁쟁이 소녀 샐러리맨 VS 성실하고 남돌보기 좋아하는 소녀 성소년"이란 표현이 넘 웃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쪽 하트안의 그림도 역시 웃기긴 마찬가지. 양쪽이 같은 사람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잖아. 도대체 왜? 이유는 읽어 보면 안다.

여름방학 종업식날 담배를 소지하고 있던 걸 들켜 여름방학 내내 화단가꾸기 봉사를 하게 된 나카지마군은 툴툴대면서도 열심히 화단을 가꾸던 중 펜스 바깥에 떨어져 있는 명함첩을 발견한다. 그 명함집의 주인은 펜스 바깥쪽 회사에 다니는 마츠자카 다이스케란 사람의 것이었다. 기념으로 한 장을 빼고 어떻게 돌려줄까 고민하던 중 마츠자카와 떡하니 만나게 되는 상황이 발생!! 펜스를 두고 매일 점심시간 마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놀림을 받기도 하는 나날이 시작된 것이다.

고2의 남학생과 23살의 샐러리맨이 만나 이야기 나눌 것이 무어 그리 많겠냐 만은 의외로 이야기가 잘 통하는 두 사람. 그러나 능글능글한 어른의 여유를 보이는 마츠자카씨에게 늘 당하고 마는 소년 나카지마군이었으니... 이 나카지마군은 키도 크고 잘생긴 녀석인데다 조금 노는 소년처럼 보이지만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머리방울, 머리띠, 핀 등을 이용해 머리를 묶고 화단을 가꾸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게다가 마츠자카씨에게 고백을 하면서 내민 손으로 만든 명함과 그 명함이 들어 있는 딸기 지갑.. 푸하하하핫. 미친 듯이 대폭소. 왜 띠지에 소녀란 말이 들어 있었는지를 잘 알겠더이다.

그렇다면 마츠자카씨는? 도츤데레와 겁쟁이소녀란 말은 아무래도 간극이 너무 큰데...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달까. 펜스를 두고 있을 때는 짐짓 어른의 여유를 보이며 츤츤거리기도 하며 능글능글하게 굴지만 일단 펜스가 없어지면 그야말로 순둥이랄까. 특히 나카지마 소년과 데이트를 할 때 그런 모습이 더욱 부각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표정을 보인달까.

뭐, 그도 그럴 것이 나카지마 소년과 마츠자카씨 모두 남자는 처음 사귀는 것이니까. 나카지마 소년은 소년답게 좋아죽겠단 걸 잘 못감추는 것이고, 마츠자카씨는 어떻게든 그 어색함을 감추지 못해서 츤츤거리는 거겠지. 나카지마 소년은 얼결에 마츠자카씨에게 키스를 해놓고 어쩔줄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는 등 소년다운 순진함을 보이지만, 의외로 소년답게 대폭주하기도... 푸하핫. 아이 참 이걸 어째.

한걸음 다가섰다가 깜짝 놀라서 두걸음 물러서고, 마음속 장벽인 펜스를 넘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외로 그게 쉽지 않아서 벌벌 떨고. 이런 두 사람의 이야기는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남자들의 심리를 굉장히 잘 표현한달까. 근데 그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웃겨 죽겠단 말이지.

읽는 내내 대폭소를 하면서 읽었던 코시노의『あっちとこっち』. 이제껏 읽었던 코시노의 작품 중 가장 즐겁게 읽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특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벽인 펜스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자칫 하면 폭주하기 쉬운 고교생인 나카지마군의 이런저런 야릇한 생각을 표현한 부분도 꽤 좋았다. 반면 어른인 마츠자카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도. 겉보기엔 어른의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달달 떠는 겁쟁이인데다가, 일외에 자기 주변 정리같은 것도 잘못해서 고교생인 나카지마 소년에게 의지하는 건 좀... 정신 좀 차리시오, 마츠자카씨. 나카지마 소년이 남 돌보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니 이러고 있는 것 아니겠소? 그나저나 나카지마 소년 역시 이런 상황에 점점 적응해 가니 별 문제 없으려나? (笑)

뒷부분에는 4컷만화가 있는데, 이 부분의 경우 본편의 이야기를 첨가해주는 부분이라고 하면 될듯 싶다. 굳이 본편에는 없어도 되지만 보충해주는 이야기라 그건 그 나름대로 즐거웠지요.

사진출처 : 책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리빵 6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 토호쿠 지방 이와테현의 베드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가 주변에 사는 들새와 고양이, 먹거리, 풍경, 생활 등을 소재로 그려내는 야생의 삶,『토리빵』제 6권의 표지모델은 쇠박새이다. 앙증맞은 모습으로 크리스마스 리스에 앉아 있는 두마리의 모습이 정답기만 하구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토호쿠지방은 정말 춥구나. 코샤크춤을 추며 등장한 위의 정찰부대가 왔을 때는 -27˚C였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입춘이 지난 마당에 들이닥친 시베리아 한랭기단 본대는 무려 -40˚C라니욧. 거기가 무슨 북극입니까? 하고 묻고 싶어진다. 이러니 눈이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변해가는 모습도 가히 놀라웠던 게지. 유리창을 뚫을 정도로 뾰족해진 눈이라니, 나로서는 상상도 안된다. 물론 눈이 평펑 쏟아진 후 차지붕 위의 눈만을 치우지 않고 달리는 생크림차는 나도 종종 본적이 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요, 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마찰계수 한없이 0에 가까운 '더러운 녹말가루눈'은 그림이나 이야기만으로는 상상조차 안된다. 그래도 작품으로 읽는 나로서는 보는 것으로도 즐겁지만, 매년 그걸 겪어야 하는 삶이란...

그래도 강추위나 폭설도 적응한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피하는 방법이 있는 듯 하다. 안그럼 진즉에 그곳을 떠났을 테니까.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불편한 삶이고, 힘겨운 삶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는 것도 사람들의 능력일지도 모르지. 

 

6권에는 앞권에 등장했던 희귀조 시리즈가 이어진다. 4권에서 블랙스완이 나왔고, 그 앞에는 언제 나왔는지... 기억이 잘.... (^^; 아하핫, 궁금하시면 직접 찾아보시어요.) 이번에 등장한 희귀조는 오리와 무척이나 닮은 기러기와 우리나라에서는 낙동강 하구에서 볼 수 있는 물닭이다. 물닭은 발가락이 참으로 독특하게 생겼네... 물갈퀴가 있다곤 하지만 - 물에 사니 물갈퀴는 필수 - 내가 보기엔 그냥 닭발처럼 보이오. (궁금해서 직접 검색해 봤는데, 특이하게 생기긴 했다)

늘 등장하는 들새 중 역시 빠뜨릴 수 없는 건 히요짱과 츠구밍. 이번에 새롭게 알았는데 히요짱은 히요도리(ひよどり, 직박구리)에서 츠구밍은 츠구미(つぐみ, 개똥지빠귀)에서 따온 애칭이었구려. 푸핫, 내가 일본어로 새들 이름까지 알기엔 아직은... 멀었지요. 어쨌거나 요 녀석들의 먹이터 싸움은 여전하다. 게다가 츠구밍 내부분열사태까지!? 순한 화이트 츠구밍에, 거친 블랙 츠구밍, 거기다 뚱땡이 데구밍까지 합세. 먹이터 주변은 크고 작은 소란으로 늘 붐빈다.

이번 편에 등장한 익숙하지만 새로운 얼굴들 중에는 까마귀와 올빼미, 그리고 솔개등이 있다. 까마귀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까마귀의 높은 지능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선 불길하다고 여겨지지만 의외로 까마귀가 까치보다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머리도 좋고 귀엽기도 하다. 예전에 봤던 동물프로그램에서도 까마귀의 지능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새대가리란 표현은 이제 삼가는 게 좋을지도... 까마귀는 머리도 좋고 기억력도 좋기 때문이다. 너의 매력을 더욱 많이 발산해 줘.

올빼미와 솔개는 둘 다 맹금류에 속한다. 이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참새나 백조, 오리, 콩새, 쇠박새, 직박구리, 개똥지빠귀, 곤줄박이, 물까치는 대부분 곤충이나 열매등을 먹고 살지만 맹금류에 속하는 올빼미와 솔개는 철저히 육식성 조류다. 근데, 솔개가 식빵을 받아가다니욧. 혹시 T마츠 연못에 오면 그렇게 되나요? 라고 묻고 싶을 정도. 시력이 좋은 매종류가 식빵과 날아가는 새를 구별하지 못하지는 않을텐데, 신기한 일이로다. 덕분에 T마츠 연못에는 평화가 지켜졌을지도. (笑) 올빼미의 경우 5월 둥지떠나기 편이 나왔는데, 나도 티비에서 몇번 본적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새끼때는 정말이지 솜털이 보송보송해서 어찌나 귀여운지...

아, 정말이지 깨알같은 에피소드가 차고 넘치는『토리빵』. 등장하는 들새나 동물들에 큰 변화는 없구만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늘 새로운 것으로 넘쳐난다. 사람도 각각 개성을 가지고 있듯 새들도 똑같은 생김새처럼 보여도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신비롭고 신기한『토리빵』이다.

아참. 일본에선 『토리빵 대도감』이란 책이 출판되었던데, 혹시 번역판으로도 나오려나요? 이 작품 속에 엄청나게 많은 들새와 동물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사진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많은데 말이지요.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25+ 41p, 29p, 3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이 목적인 게 어때서? - 뉴 루비코믹스 1133
코미즈 키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옷, 이런 발칙한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라뉘. 맨정신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죽어도 손에 들지 못할 책이지 않나. 온라인 서점이 있어 정말 다행이야, 란 생각으로 고른 책이 바로 이것이다. 코미즈 키요란 작가의 이름은 처음인데 - 일본서도 첫단행본을 낸 새내기 작가인 모양이다 - 첨부터 의외로 쎈 책을 내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의외로 이거 꽤 괜찮잖앗! 얼핏보면 작화도 소년만화 삘이 좀 나지만 자꾸보니 BL삘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작화가 매력적이란 뜻)

표제작인 <몸이 목적인 게 어때서?>에 등장하는 하스미와 카쿠노는 고교생이다. 상급생의 시비에 휘말려 곤란한 처지에 있던 하스미를 구해준 카쿠노.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자신을 구해주던 당시의 카쿠노를 보면서 물속에서 물고기가 튀어오르듯 아름다운 몸이라 생각한 하스미는 카쿠노의 몸을 보고 싶어 했고, 그후로 두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오고 있다.

예쁘장한 생김새에 작은 몸집을 가진 하스미는 생긴 것과는 달리 의외로 대범한 성격이랄까. 대놓고 몸을 보고 싶다고 하지를 않나, 카쿠노를 졸졸 쫓아다니질 않나. 카쿠노는 그런 하스미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하지만 이런 어정쩡한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 법이다. 평소 싫증을 잘 내는 카쿠노의 성격을 알고 있는 하스미는 잠시 카쿠노와 거리를 두고자 결심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쿠노는 그런 하스미가 당황스럽기만 하고...

아이쿠야, 귀엽다, 귀여워. 내가 보기엔 빤한데 오히려 당사자들은 잘 모른달까. 아니 하스미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카쿠노는 자신의 마음을 아직 잘 모른다. 게다가 카쿠노는 하스미의 마음도 잘 모른다. 나중에 하스미가 처음 만났을 당시 '몸을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말해 줘서 겨우 알게 되었달까. 덩치만 컸지 속은 순 어린애야, 카쿠노는. 그런 갭이 귀여운 녀석이다. 하지만 카쿠노를 더 귀엽게 만드는 건 하스미에 대한 마음이랄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 가는 게 참 귀엽더이다. 근데, 얘들아.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단다. 속으로 생각만 해서도 모른단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불안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 불안함이 좋아하는 마음보다 커져서는 안된단다. 뭐, 내가 이렇게 애기하지 않아도 둘은 이제 그런 건 다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말이다.

뒤에 수록된 <밤은 내리고>는 어린 시절 누나를 자주 찾아오던 구제불능의 남자와 고등학생이 되어 재회하게 된 나오야의 이야기이다. 누나가 집을 나가게 만든 남자,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오야를 찾아온 남자. 나오야는 화도 나지만 그보다는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더 고민이다. 부모님께 고자질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나오야는 이 사람을 숨겨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구제불능의 남자. 이 남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린 시절부터 어린 양처럼 유순하기만 했던 나오야의 변화와 구제불능으로 살 줄만 알았던 한 남자의 변화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발칙한 제목과는 달리 풋풋한 연애담을 그린 <몸은 목적인 게 어때서?>와 사랑이란 것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밤은 내리고>. 두 편 모두 작가의 첫단행본이란 걸 감안해도 꽤 괜찮은 작품이다. 작화도 좋고, 스토리도 좋달까.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은 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2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관계와 인간관계는 둘 다 어렵다. 인간관계야 그렇다쳐도 가족끼리는 무에가 어려워,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참 힘들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라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어지면서 소원해지기도 하고, 가깝다 보니 설렁설렁 대하거나 소중하게 대하지 않아서 앙금이 쌓이기 쉬운 것도 가족관계다. 가족관계는 그런 쪽으로 본다면 맺는 것보다 잘 유지하는 게 더 힘든 관계이기도 하다.

가족관계를 조금 넓게 보자면 인간관계가 된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관계를 맺고 친해지고 가족처럼 되어가는 것, 그런 인간관계는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한 관계이다. 물론 모든 사람과 가족처럼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 경우,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해 나가면서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물론 그러고 싶지 않은 상대와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어른이 되면 어쩔 수 없는 친분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의 삶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는 유지해야겠지만 말이다.

31살의 사촌 오빠인 하스미와 12살의 사촌동생 쿠루리가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어언 8개월. 오랜 기간동안 혼자 살아온 하스미도, 엄마와 둘이서 살아온 쿠루리도 새로운 삶이 어색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유지해오고 있다. 이 둘이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건 '도시락'이란 것. 하스미의 고모이자 쿠루리의 엄마가 만들어줬던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이 둘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끈인 것이다. (그야 두 사람은 8개월전에 처음으로 만났는 걸)

새로운 가족, 새로운 학교 생활에 마이 페이스로 적응해 가는 쿠루리는 말수가 없고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지만 이런 쿠루리를 좋아하는 친구도 생겼다. 하스미의 동기인 카야마의 딸 나츠키와 쿠루리가 자주 이용하는 수퍼 마루마루의 아들 마루미야가 바로 그 아이들이다. 쿠루리는 하스미와 하스미의 동료인 카야마, 코사카, 그리고 동급생인 나츠키와 마루미야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조금씩 익숙해져간다. 물론 여전히 말은 별로 없지만...

『다카스기家의 도시락』2권은 버섯이나 죽순같은 현지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요리를 통해 쿠루리의 인맥이 한층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쿠루리의 전학 이후 쿠루리만 따라다니던 나츠키가 왕따를 당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바로 이 도시락 덕분이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다른 것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든다던가. 아무래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지면 약간의 거리감이나 경계심, 적의등도 눈 녹듯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으니까. 그것이 음식의 또다른 효과?

그외의 이야기로는 크리스마스, 설날, 쿠루리의 생일 이야기도 있고, 코사카의 박사학위 취득 시험에 관한 내용도 있다. 크리스마스와 설날, 쿠루리의 생일의 경우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행사로 가족관계나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날이랄까. 그래서 와글와글 시끄럽게 보내는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코사카의 박사학위 이야기와 관련해서 나오는 양봉에 관한 내용은 역시 하스미가 전공하는 지리학과 관련된 부분인데, 재미있게 잘 풀어 놓기 때문에 나같이 지리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안타까운 초식남 하스미, 말수 적은 여중생 쿠루리, 그리고 제멋대로 보이지만 호탕한 나츠키, 복잡한 가족사를 가진 마루야마, 하스미에 대해 연심을 품은 코사카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풀어놓는 맛있는 음식 이야기, 요리 이야기, 지리학 이야기, 그리고 사람 이야기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