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 스트링스 - 뉴 루비코믹스 619
아키라 노리카즈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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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작품은 만화책이 아니라 드라마 CD로 먼저 접했다. 들으면서 어찌나 웃었던지, 꼭 원작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요것을 읽기 전에 우선 트윈스 라비린스를 읽었는데, 알고 보니 하트스트링스가 트윈스 라비린스의 속편이자, 새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웠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뭐, 어찌되었든 순서에 맞게 읽어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笑)

트윈스 라비린스에 나왔던 린이 운영하는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호스트 유키와 야쿠자 사카키의 러브 스토리가 주된 이야기인데, 야쿠자 X 호스트, 이거 은근히 내가 좋아하는 설정이다.
사실상 호스트바는 야쿠자들이 관리하는 곳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설정이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야쿠자와 호스트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런 커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 자체는 간단하다. 다른 가게의 호스트끼리 싸움이 난 것에 끼어들었다가 우연히 사카키에게 도움받은 유키. 그후 사카키가 유키를 지명하면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유키는 사카키를 좋아하게 되지만, 그는 야쿠자 간부로 차기 회장으로 지목될 만큼 잘나가는(?) 야쿠자이다. 유키도 나름 잘나가는 호스트이지만, 사카키의 앞을 자신이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카키를 피하지만, 사카키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데, 내가 제일 뒤집어지게 웃었던 건 역시 유키의 여자 기모노 차림이었다. 드라마 CD를 들으면서도 유키의 기모노 입은 모습을 숱하게 망상을 해왔던지라, 실제로 만화를 통해 유키의 기모노 차림을 보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아키라 노리카즈의 인물들은 대부분 키도 크고 근육질 남성들이 나오는지라, 사실 유키의 기모노 차림에 대해 적잖은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실제로 너무나 예쁘게 나와서 감탄을 했다는.....

특히 기모노를 차려입고, 사카키의 보스앞에서 둘 사이를 허락받는 장면은 심각한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난 웃음이 터져버렸다. 오호라, 이렇게 공인된 야쿠자의 아내가 되는 거야? 이야기 전개도 빠르고 강렬한 긴장감을 주는 설정도 없지만, 은근슬쩍 숨겨놓은 웃음 폭탄이 많아서 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하트 스트링스.

트윈스 라비린스에 나왔던 쌍둥이 형제 린과 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연인인 아유무와 시오 이야기가 나오는 소중한 단편도 수록되어 있다.

아키라 노리카즈의 작품은 심각하지 않다.

거기에다 적절하게 배치된 웃음을 주는 요소와 더불어, 섹시하고 멋진 남자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다.

쌍둥이 편에 나왔던 린 X 아유무 커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수의 체격차이가 크지 않다. 솔직히 말해 190cm나 되는 사카키가 커도 너무 큰 것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까지 하다. 특히 H씬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강렬한 편인데, 너무 근육질 몸매들이다보니, 살짝 부담감은 있어도, 내가 원체 비쩍 마른 체형들을 좋아하지 않은데다가, BL물 전반이 여리여리 미소년 타입의 주인공이 많다 보니, 근육질의 이케맨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아키라 노리카즈 만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는 아키라 노리카즈의 작품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좀 더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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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디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2
레오폴도 가우트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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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지라, 이 책을 봤을 때 아무런 망설임없이 구매했다. 하지만, 책 띠지에 있는 내용이나 책 뒷표지에 있는 내용만큼의 자극과 두려움은 없었다.
초특급 호러란 말은 좀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소설 자체로는 구성이 탄탄하고, 온갖 복선들이 깔려 있어 읽는 재미는 컸다. 다만 호러 소설이라고 하기엔 무섭지 않은게 흠이랄까. 무섭진 않은데, 생각해보면 섬뜩하다, 이것이 이 소설이 주는 최종적인 느낌이었다.

처음엔 책 뒷표지의 문구를 보고, 진짜 유령이 등장하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밤 자정 이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곳>이라는 설명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왠지 낚였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테니,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계란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저승세계 혹은 사후 세계를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서는 평행 우주 개념으로서의 이계를 생각하는 게 무난하지 않은가 싶다.

주인공 호아킨은 십대에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다. 그 사고로 만난 건 충돌 차량의 유일한 생존자 가브리엘이었다. 동시에 부모를 잃고 혼자 생존하게 된 두 소년은 음악이란 공통된 취미로 서로 친구가 되지만, 불법 공연을 하다가 가브리엘은 감전 사고로 죽게 된다.

그 후 <고스트 라디오>라는 방송을 진행하게 된 호아킨은 조금씩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그것은 예고되어 있던 것이다. 사고가 나기 전 라디오에서 들리던 목소리,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던 섬뜩한 음악들....

이 소설은 5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호흡은 짧은 편이다. 그러나 그만큼 장면 전환이나 사건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고 빨리 진행된다. 호아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끔찍한 이계와의 접촉, 그리고 고스트 라디오에 자신들이 겪은 기괴한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청취자들의 이야기등 끊임없이 매시간 새로운 방송과 이야기를 내보내는 라디오처럼 이야기는 뺘르게 진행된다.

대부분 호아킨의 1인칭 서술이지만, 중간에 몇 번은 알론드라가 1인칭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이것도 작가가 마지막을 위해 미리 깔아둔 복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중후반부로 가면서는 알론드라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그녀는 누구일까. 그리고 호아킨에게 신호를 자꾸만 보내는 자는 누구일까.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도록 작가는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놓았기에, 마지막이 결론이 놀랍지는 않았다. 물론,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반전보다도 그렇게 되어 가기 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 
그 모든 것이 진실이고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라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진실이 아니라면?
호아킨의 말처럼 꿈꾸던 자가 잠에서 깨어나면 꿈속의 인물들은 어떻게 될까?
과연 우리가 현재 발딛고 살아가는 이 공간이 꿈속의 공간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한 번쯤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지금의 삶이 몹시 힘들고 지칠때, 이게 꿈이었다면, 깨고나면 행복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그 경험을 떠올려 보자.
하지만, 꿈에서 깬 현실이 꿈보다 더한 악몽이라면?
바로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소설이다.

마지막 부분이 왠지 우리나라 영화 <거울 속으로>를 떠올리게 했지만, 이승과 저승, 현실계와 이계라는 부분은 누구도 알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가 <고스트 라디오>를 읽으면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당신은 지금 꿈속에서 살고 있는가, 아니면 현실에서 살고 있는가.
그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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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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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던 보이는 영화의 원작이 되어 유명해진 소설이다. 사실 난 이 영화 개봉소식을 들었을때도 설마 원작이 소설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화는 벌써 한참전에 개봉했고, 보지도 않아서 영화에 대해 말하라면 난 입 꾹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어쨌거나, 영화를 미리 보지 않았다는 건, 원작 소설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영화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했는지 그 여부도 모르기 때문에, 영화와 원작을 따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이점도 있다. 왠지 영화를 안본 것에 대한 변명같은 말들이긴 하지만.

1930년대 말, 경성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가.
1930년대 말이라고 하면 일제 식민 통치가 더욱더 조선을 압박해오던 시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독립군 혹은 친일파 두 갈래의 길을 걷는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역시나 그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성향이 그런 것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모던 보이(원제는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는 그러한 우리의 통념을 싸그리 뒤엎어 놓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이 해명, 조 난실을 비롯해 주요 등장 인물인 신스케와 유키코는 크게 나누자면 조선인과 일본인, 그리고 남자와 여자이다. (너무 단순한 분류란건 인정한다)
이 해명은 조선총독부에 근무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친일도 아니고 독립을 위해 싸우는 혁명전사도 아니란 걸 알고 있다. 다만 근대의 낭만적 사나이쯤으로 자신을 미화하고 있는 인물이랄까.

조 난실은 수수께끼의 여자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건 홍길동 저리 가라이고, 그녀의 이미지란건 괴도 이십면상처럼 이리저리 바뀌는 변신의 귀재이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혁명적 여전사로 보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양장점에서 근무하고, 밤이 되면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여러 명의 애인을 거느렸던 그런 여자이다.

신스케는 일본인으로 이 해명의 친구이며, 일본에 아내를 두고 있지만, 시마국장의 아내 유키코와 불륜 관계이다.

등장인물을 살펴본 것만으로 이거 좀 이상한데...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난색을 표할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조금 돌려서 생각해보면, 아무리 식민통치하의 시대적 배경을 가진다 해도, 모든 사람이 독립군이나 친일파라는 테두리에 묶여 분류될 수는 없다는 것을 떠올려 본다면, 작가가 이런 인물들을 창조해 낸 것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힘들고 험악했던 시기지만 나름대로 유행도 있고, 낭만도 있었던 시기의 남녀 관계와 사랑, 증오, 질투, 배신등이 이 소설의 맛깔나게 배치되어 있다.

1930년대라는 근대를 시기적 배경으로 삼고 있기에, 인력거꾼이나 무슨무슨 구락부, 요진보같은 그 시대에만 쓰이던 용어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카페 스타벅스같은 현대물에나 나올법한 용어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이건 완전한 픽션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읽다보면, 이 책의 주된 내용은 그 시대의 암울함이나 어두운 현실을 차치하고, 사랑에 눈 먼 한 청년의 몸살로도 보인다. 조난실이란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비밀은 알면 알 수록 더 깊어지고, 게다가 절교 선언까지!

하지만 좀 아쉬웠던 부분은 조난실이란 인물의 정체이다. 실제로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끝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가 진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움직이던 여자였는지, 아니면 테러 박의 존재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그녀의 행동도 모두 거짓이었는지는 여전히 판단이 안된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거짓말을 일삼았던 이유도 모두 설명되지 않아 궁금증이 커졌다.

이 해명이란 인물은 너무 빤해서 속이 투명한 물고기같았다. 그의 생각, 행동, 사랑, 질투, 증오 등등은 일제시대에도 등 따시고 배 부르게 살았던 반 도련님같은 이미지였고, 결국, 마지막 장에서 조선총독부로 향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가는 전차를 타고 도망가는 모습은 서글펐다. 결국 그는 사랑을 선택하지도, 그녀가 바라는 대로 해주지도 못한채, 스스로의 낭만에 겨워 혼자 몸살을 앓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유쾌하고 코믹한 부분을 잘 살려가면서 낭만적 모던 보이의 어설프로 서글픈 사랑을 그려낸 경성활극 <모던 보이>. 비록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일관되었으나,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알 수 없었던 그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일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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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가는 뒤돌아본다 - 러쉬노벨 로맨스 240 협상가 시리즈 3
에다 유우리 지음, 나라 치하루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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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가 시리즈 제 3탄!


점점 아저씨스러워지는(사실 난 인정못함, 그러나 메부키 본인과 작가님은 그렇게 생각한다) 메부키와 점점 변태스러워지는 짓궂은 야쿠자 효우도(이 점에 대해서는 약간 수긍한다)는 조금씩 러브러브한 사이가 되어가지만(내가 보기에), 메부키는 여전히 자신과 효우도가 그런 사이라는 게 좀처럼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효우도를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지만, 신체적으로는 아직 익숙하지 못한데 다가, 효우도는 메부키가 정말 싫어하는 부류인 야쿠자이기 때문에.

어쨌거나, 둘의 러브라인은 잘 형성되어 가고 있다. 같이 변호사 일을 했던 시메노가 나타나 효우도를 긴장시키긴 하지만, 시메노는 노말이니 그다지 걱정할 건 없어 보인다. (아니지, 노말이었다가 좋아하는 상대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있으니, 효우도가 걱정하는 건 당연한가?! 다시 망상폭주를.... )

2권은 효우도의 과거와 관련된 인물이 등장한다면, 3편은 드디어 메부키의 과거와 연관된 인물이다. 메부키가 변호사 시절 변호했던 한 청년이 송금사기단의 리더로 변해서 그의 앞에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아사히나. 그는 여자친구와 몸싸움을 하다 사고로 여자친구를 숨지게 했다. 그러나, 그 사고 이후 아사히나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그 역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담그는 인물로 변했던 것이다.

송금사기단에서 아사히나를 빼내려고 하지만, 야쿠자 조직과 관련되어 있는 그를 일반인인 메부키가 쉽게 빼내온다면 그건 거짓말이고, 각고의 노력을 하지만 결국 아사히나를 구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의뢰인에 대한 신뢰라는 뚝심 하나로 버티는 메부키가 그를 포기할리는 만무하다. 결국 호랑이 굴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아사히나가 주는 커피를 마시고 합성마약에 취해 버린 메부키는 24시간 동안 마약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메부키와 그를 찾기 위한 효우도와 시메노.
그리고 혼자서 마약의 상승 효과와 하강 효과에 따른 부작용을 이겨내려고 하는 메부키는 끔찍한 고통을 겪지만, 아사히나에 대한 믿음만은 저버리지 않았다.

부모도 형제도 포기했던 아사히나지만, 메부키만은 그를 믿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메부키가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는 때 나타난 것은 메부키가 스스로 꼭 닫아 걸어둔 자신의 마음속 어둠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사건과 관련된 게 또 있을까. 확실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키요이의 말을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너무나도 믿고 싶어하는 마음과 실제 믿지 못하는 마음이 부딪혀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싶기도 한다.

어쨌거나, 마약에 취해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던 자신의 연인(?)을 보아야만 했던 효우도의 마음은 어땠을지를 생각해보니, 일반인이자 협상가인 메부키도 야쿠자 못지 않게 험난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메부키가 오히려, 일부러 더 위험한 일에 뛰어 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마지막 장을 보면 아사히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친구가 죽은 후 매달 그녀가 죽은 날이 되면 찾아가 꽃을 바치고 분향했다고 한다. 그것도 5년동안. 비록 마지막엔 마약에 취해 죽어 버린 아사히나였지만, 사람은 누구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바로 이 장면 아니었을까. 즉, 사람이란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 없고, 반대로 아주 악독해 보이는 인간이라도 어느 한구석은 사람의 따스함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보통 BL이라고 하면 남자 동성애물로 여겨 취향에 안맞는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기도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그린 이성애물이든, 동성간의 사랑을 그린 동성애물이든 그런 것을 떠나 사람 사는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다. 이야기가 좀 심각해져 가지만, 혐상가 시리즈는 메부키와 효우도라는 두 남자의 러브 라인도 나오지만, 오히려 메부키의 협상가 쪽의 일이 더 많이 표현된다.

게다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설정인 눈만 맞으면 베드인, 혹은 무리하게 그쪽 세계로 끌어들이기, 미약에 취한 상대를 위해 관계를 갖는다.. 이런 설정은 하나도 없다. 효우도는 효우도 나름대로 메부키에 대한 욕구를 가지면서도 어른스럽게 참아 내고, 그가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점도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메부키는 비록 수이지만, 여성스럽고 무조건 공이 구해주길 기다리는 타입이 아니라, 행동파이며 자신의 마음이 믿는 곳을 따라가는 그런 성격이다.

또한 이 두사람 이외에도 키요, 토모노리, 사유리, 아야카, 하쿠다, 시메노 등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도 무척 흥미롭다. 게다가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까지 곁들여져 있어 - 특히 메부키와 효우도의 대화는 만담같다 - 무척이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님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협상가 시리즈는 계속된다고 하니 다음 편도 기대된다.
그리고 나라 치하루의 일러스트는 역시 섹시하고 멋진 이케맨들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책 내용과 잘 어울리는 그림들이라, 멋지구나 하면서 감탄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풋하고 웃음이 터지는 코믹한 내용과 관련된 그림도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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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가는 의심하지 않는다 - 러쉬노벨 로맨스 211 협상가 시리즈 2
에다 유우리 지음, 나라 치하루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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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가 시리즈 제 2탄!
1편인 <혐상가는 침묵하지 않는다>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어, 역시 2편에 대한 기대도 컸다. 도대체 2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진행될까.. 완전 기대기대!!!

2편에서는 갑자기 메부키가 호스트로 출연해서 깜짝 놀랐다.
오호라. 사건 의뢰군.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국제분쟁과 고부갈등 이외에는 뭐든지 협상에 나서는 메부키 아키라.

이번에는 호스트에게 푹 빠진 딸을 구해달라는 의뢰이다. 그러나, 요것이 요번 편의 주요 내용은 아니고, 실은 효우도의 과거와 관련된 것이 실제 이 책의 주요한 줄거리를 이룬다.

잠깐 호스트로 일을 했던 메부키에게 같이 일했던 호스트가 찾아와 미조로기에 대한 의뢰를 한다. 앵커 하루키라 불리던 미조로기는 자기에게 빠진 여자들의 돈을 있는 대로 갈취하고 빚을 지게 한 다음 윤락가로 팔아 넘기는 일을 해왔던 호스트로, 지금은 결혼을 빙자하면서 여전히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조로기에 대한 의뢰를 받고 이런 저런 조사를 하던 메부키는 미조로기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된다. 물론 과거지사가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이젠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그녀를 구해내고 싶다는 미조로기의 말에 메부키는 미조로기의 정식 의뢰를 받아 들이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두 개 생겼다. 하나는 미조로기가 과거의 효우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고, 미조로기가 사랑하는 여인은 우자와 파의 가게에 고용되어 있다는 것이다. 뒤에는 호랑이가 버티고, 앞에는 절벽이 버티는 경우, 진퇴양난이로다. 그러나, 우리의 메부키, 의뢰받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해내는 뚝심을 가진 사나이렷다.

게다가 미조로기의 말에 따르면 미조로기의 형 렌은 효우도때문에 죽었다는 것이다. 메부키는 그러나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미조로기의 의뢰는 의뢰대로, 효우도에 대한 믿음은 그대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미조로기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그러나 상대는 야쿠자의 두목. 메부키는 자신의 전직을 이용해 멋지게 또 한 건 해결하지만, 무모한 메부키는 감금되어 있는 미조로기를 구하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가 상처를 입는다.

역시 2권도 메부키의 협상가로서의 능력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물론 메부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해 오는 효우도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메부키가 만나지 못한 10여년 이상의 과거 속의 효우도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도 나와 흥미롭다. (역시 멋있는 야쿠자였어. 프롤로그 부분을 보면 효우도에게 반하지 않을 재간이 없을 걸...)

아차차... 효우도와 메부키의 러브라인은 어떻게 되었나고?
중반부까지는 메부키는 여전히 효우도를 받아들일까 말까를 고민하는 상태였다. 왜냐면 고고시절 그런 일도 있었고, 게다가 메부키는 노말이고, 거기에 더해서 효우도는 메부키가 제일 싫어하는 야쿠자이니까. 하지만 그런 것을 제외하고 효우도 개인으로 보자면, 메부키에게 징글징글 할 정도로 다정하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효우도란 인간에 대해 점점 깊이 알아 가게 될 수록 효우도가 가진 매력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메부키. 또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들 속에서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면 어디서든 나타나는 효우도에게 안끌릴 이유가 없다. (게다가 매력적이잖아! 나라도 끌리겠다)

1편은 둘의 재회가 주를 이룬다면, 2편은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두 사람 - 사실은 메부키가 효우도에게 익숙해저 가는 것이지만 - 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씩 물들듯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해져 가는 메부키는 결국 그에게 허락을 한다. (무엇을? 그런 것 정도는 직접 읽고 알아내셔야지요.) 또하나 좋은 것은 효우도는 메부카가 진심을 허락할때까지 기다려 줬다는 것이다. (역시 이런 야쿠자는 멋있단 말이다)

2편에서는 키요이와 스오우파 두목의 손자 토모노리와의 사이가 좀 미묘하게 변해가는데, 토모노리가 아직 어린애(고등학생)이다 보니 그닥 눈에 튀는 것은 없다. 다만, 키요가 토모노리에게 반했다는 건 확실한데, 이 둘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는듯.

역시나 기대 이상의 이야기였다.
메부키는 의뢰인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 효우도도 의심하지 않았다.
(메부키,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은 거 아냐?!)

나라 치하루의 일러스트는 역시 만족 100배다. 섹시하면서도 스타일 좋은 두 남자를 멋지게 그려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메부키 쪽이 더 멋지게 그려졌다고나 할까. (사실 메부키가 멋지게 그려진 건 얼마 없고, 대부분 멍한 느낌의 메부키지만, 워낙 성격이 그러니 할 수 없는지도. ) 그리고, 멋진 일러스트도 있지만, 책의 내용에 맞게 코믹하게 그려진 일러스트를 보고 한참을 웃기도 했다. 역시 난 진지함 + 코믹이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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