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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시베리아 - 시베리아 아이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여행
리처드 와이릭 지음, 이수영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8월
평점 :
'시베리아' 하면 어떤 단상들이 떠오르시는지요?
동토의 땅, 끝없이 펼쳐지는 설경, 타이가기후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을 찌를듯한 침엽수림들, 특히 자작나무길~~ 우랄산맥 동쪽의 문화적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곳. 그리고 러시아문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죄수들의 유형지.....
그런 단상들이기에 밝고 맑은 느낌보다는 침울하고 침체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여기 우리들에게 '시베리아'를 좀더 정확하게 알려주는 책이 있으니 그 책은 '너의 시베리아'이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와이릭'은 작가이면서 변호사이다. 일때문에 방문하곤 하던 시베리아에서 그곳의 고아인 '아멜리아'를 입양하게 되면서 그 딸에게 남겨주고 싶은 일종의 선물의 의미로 쓰게 된 책이다. '아멜리아'가 성장한 후에 자신이 태어난 곳인 '시베리아'를 정확하게 알게 하기 위해서 그곳의 모든 이야기들을 책으로 담아 낸 것이다.
'리처드 와이릭'은 2004년부터 2005년에 걸쳐서 아멜리아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시베리아를 새롭게 조명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눈에 비친 시베리아는 과거 유형지였던 황량한 땅이 아닌 '약동하는 신화의 땅', '역사적 탐험과 지혜의땅'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미국 변호사가 시베리아 고아를 입양하기 위해서 떠난 여행중의 에피소드를 담은 좌충우돌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정을 따라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전달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류의 여행에세이가 많이 출간되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펼쳐든 순간, 설명식의 에세이가 아닌 짤막짤막한 100 편의 이야기가 너무도 담백하고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로 쓰여져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 이야기들은 시베리아의 대자연, 역사, 사회, 정치, 문화, 신화, 전설, 민담, 전통 등을 총망라한 이야기들이었다. 마치 '시베리아의 백과사전'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들로 짜여 있었다. 바이칼 호수의 신성한 생물들의 이야기. 철갑상어, 비버, 여름벌레, 얼음호박, 야생화.... 아름다운 풍경들.

로마노프왕조의 마지막 황실의 비참한 최후, 곰 7 마리에 의해서 살해된 일가족 이야기. 체첸 무슬림의 이야기....
이 책이 아니면 접해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글들은 시베리아로 우리들을 조금씩 다가가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아멜리아의 입양기로 시베리아의 현실상황을 많이 알려준다. 시베리아의 고아들의 이야기가 가슴이 찡해온다.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리처드 와이릭'과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입양이 된다면 운이 좋은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아이들의 앞날은 너무도 비참하기에.....
우리들의 정서로는 입양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처럼 생각되고, 고아들에 대해 무관심한 편인데 반하여 서양인들은 자신의 국가의 고아들이 아닌데도 이렇게 어려운 입양절차를 거치면서도 자신의 아이로 받아 들이고 있다.
'리처드 와이릭'은 그것도 부족해서 자신의 딸 '아멜리아'에게 자신이 느낀 시베리아를 고스란히 책에 담아 남겨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먼훗날에는 '너의 시베리아'가 '아멜리아의 시베리아'가 되어 그녀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책 속의 글들이 담백하고 정서적이며, 아름다운 문체로 쓰여진 것과 같이 삽화들도 채색되지 않은 삽화들로 시베리아를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이것 역시 '리처드 와이릭'이 폴란드 출신 인류학자이며 삽화가인 '예루힘 크레이노비치'의 책에 실린 것 중에서 선정했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이 혹시라도 미국인의 시각에서 시베리아를 왜곡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베리아 관련 연구소를 뒤진 끝에 찾아낸 삽화들이라고 하니, 작가의 열정이 돋보이기도 한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시베리아의 많은 부분들도 알게 되었고, 입양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가지게 되었으나. 그런 것보다도 이 책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멜리아'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