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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 - 네팔의 어린 노동자들을 찾아 떠난 여행
신명직 지음 / 고즈윈 / 2010년 2월
평점 :
이 책을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잠깐 이야기 해보련다. 몇 년전에 김혜자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와 박범신의 소설 '나마스테'가 생각났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전쟁과 가난으로 헐벗고 굶주린 곳을 찾아다니면서 구호사업을 하면서 그곳의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점들을 쓴 책이었는데, 읽는내내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나마스테'는 아름다운 히말라야 마르파 지역의 젊은이가 우리나라에 와서 외국인 노동자로 겪는 아픔과 사랑 이야기였는데, 주인공 카밀의 죽음이 너무도 슬펐지만,훗날 아버지의 나라인 네팔을 찾는 자식의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소설이다.
바로, 네팔의 어린이들의 현실이 이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작품 이름마저 생소한 '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는 우리나라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던 1970년대후반에서 1980년에 연세대학교를 다니고, 그 시절 '연세춘추'에서 활동을 하던 그 시대의 한국을 가장 잘 안다고도 할 수 있는 세대인 신명직의 에세이이다. 한때는 '부천노동법률사무소'를 만들기도 했고, 현대문학과 만화, 영상을 공부한 사람이다. 저자가 네팔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바로 1987년에 한국노동조건이 향상되어 우리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처참한 노동 현장이 시대와 장소를 건너뛰어 파키스탄, 네팔, 필리핀 등의 아시아 일대에서 그대로 행해지고 있기때문에 그 현장을 가서 보고 그 현실을 책으로 펴내고자 한 것이다.
갑자기 '난장이'(올바른 맞춤법은 난쟁이 - 작품명이라 난장이로 한다) 가 왜 나오는 것일까? 여기에서'난장이'는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난장이'이다. 우리나라 1970년대의 사회상에서 볼 수 있었던 '난장이들' 바로 노동 현장에서 착취당하고, 인권이 무시당하고, 힘없는 노동자, 특히, 이 책에서는 아동 노동자들의 지칭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파키스탄의 '이크발 마시흐'라는 아동은 카펫공장의 아동 노동자였는데, 카펫을 만드는데 아동 노동자들이 동원되는 현실을 전세계에 알린 장본인이라고 해서 카펫 마피아에 의해서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파키스탄을 찾아가서 아동 노동자들을 만나보려고 했으나, 정세가 안 좋아서 네팔의 어린이 노동자를 찾아서 떠난 여행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의 이야기인 것이다.
빨간 색의 코카콜라 광고판이 어떤 마을에 들어서게 되면 그 마을의 어린이들은 시골마을을 떠나 큰도회지로 간다는 말이 네팔에는 있다고 한다. 가난에 찌들었던 아이들, 부모로부터 매를 맞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문명이 밀고 들어오는 속도와 같이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수도인 카투만두로 모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카투만두의 뉴버스터미널은 이런 어린이들의 유입창구이며, 이들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어린이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침 6시부터 비닐더미에서 비닐을 하루종일 주워서 100루피를 벌거나 (1루피는 16원정도),템포(버스같은 교통기관)에서 보조역할을 하거나, 채석장에서 돌을 깨거나, 벽돌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다. 아니면 거리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고 고작 60~150루피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잠자리는 사원근처의 도로변, 아니면 쓰레기더미, 비닐더미.... 그래도 이 어린이들은 시골 고향집에서 죽도록 얻어맞고, 죽도록 일했던 기억보다는 지금의 도시 생활을 더 즐거워 한다.
그들에게는 빵을 먹을 수 있는 일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어린이들이 그들의 형이나 누나정도가 되면 가는 곳은 중동의 도하, 한국, 일본 등의 돈을 벌 수 있는 '해외이주 노동자'의 길이 되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이크발 마시흐'의 일이 있은 후에 카펫 공장에서 일하던 아동들은 거의 사라졌다. 유럽에서 아동들이 만든 카펫의 구입을 원하지 않고, 아동이 만들지 않았다는 인증까지 원하기 때문이다. 카펫 공장의 어린이들은 어디로 감추어 진 것일까? 바로 이렇게 채석장, 쓰레기더미, 비닐 더미, 도시의 구석 구석에 새로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좀더 성장하면 '해외이주 노동자'로....
'아동 노동'과 '해외이주 노동'은 이와같이 동전의 양면가 같은 존재인 것이다.
망치를 든 여자아이- 아스팔트를 만드는 돌을 작게 부수는 일을 한다. 표정만은 너무 밝지 않은가?

그 아이들이 들려 주는 노래가 '거멀라이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이다.
거멀라이 자이는 네팔어로 흙그릇에 핀 꽃이란다.
네팔에는 이런 아동들을 위한 '씨윈'이라는 아동 보호기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 민간 단체로는 벨기에인이 운영하던 '달뜨는 집'도 있다. '달뜨는 집'의 경우에는 식사 5루피, 숙식 10루피를 아동들이 낸다. 물론, 영리보다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힘으로 먹고 잔다는 의식을 일께워주려는 것이다. 벨기에인은 아이들의 돈을 맡아주는 뱅킹시스템과 아이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멤버십카드까지 발급해주었는데, 얼마전에 그의 고향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보호단체로는 원불교가 세운 마을회관인 '비하니바스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조그만 일에도 불평 불만을 일삼고, 자신의 처지에 힘겹다고 떠들던 사람이 있다면, 네팔의 어린이들을 생각해 보라. 아니, 그보다 더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지구촌의 사람들을 돌아보라. 아직도 투덜거리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어린이들의 사진들을 모아보았다. '아이들의 눈' 똘망똘망 맑은 눈동자들, 장난기가 어린 눈동자들.....

저자는 힘든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런 아이들의 눈동자들을 사진으로 함께 실어서 그들에게 희망이 남아 있음을 전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세계적으로 5~17세에 이르는 어린이 노동자의 수는 2억 4천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할 문제는 이런 어린이들의 노동을 막으면, 결국에는 그들은 그 수입마저도 없어서 더욱 굶주린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네팔의 어린이들도 말했다. 일을 하는 것은 막지 말아달라고... 빵을 얻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누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무능한 정부도 아닐 것이고, 민간 단체나, 세계 구호단체의 힘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인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공정무역, 공생무역도 이야기하지만 그것도 해결방안에는 못 미칠 것이다.
누가 이 어린이들을 학교에 가게 해 줄 수 있을까?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의무이며, 권리이건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이 책에는 DVD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생동감있는 영상으로 책의 내용은 내레이션으로.
가족들과 함께 감상해도 좋을듯 싶었다.
♡ 도와주세요 ♥
지구상의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자랄 수 있게....
그리고, 헐벗고 굶주리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