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안전한 곳이여야만 한다. 더군다나 어린이들은 그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장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아니, 어쩌면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우리는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는지 모른다. 이 이야기 < 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성추행과 폭력에서 살아왔던 한 여성이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굴레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여정을 담아낸 에세이이다.

일반적으로 가족을 상대로 하는 폭행과 폭언은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점은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그것을 피해 집을 나오더라도 결국에는 가정으로 돌려보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참으로 비참하다. 저자도 어린시절 음흉했던 아버지로 인한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기까지의 그녀가 겪었을 고뇌가 전해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웠다. 더더군다나 방관자였던 혈연관계의 가족들. 정말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맞는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느꼈을 불안감을 제대로 적절하게 치료를 받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응어리로 남긴 이들이 얼마나 세상에 많을까.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난 후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부모를 버리겠다는 과감한 선언을 한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그녀의 결정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하였답니다
한재우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한문에 익숙하지가 않다. 물론 학창 시절에 한문을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컴퓨터로 한글을 사용하던 세대라 그런지, 한자를 보고 그에 맞는 글자를 고를수는 있지만 직접 쓰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선뵈어 주는 "네 줄에 담긴 한시의 멋과 운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글로 풀어져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한시의 멋과 운율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하나도 아쉽지는 않다. 나는 한글에서 예쁜 감점들을 느꼈으니까 말이다...어째 지는 기분은 뭐지?

이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한 밤", 왜 그럴때 있지 않은가. 달을 멍하는 쳐다보는 날. 달 속에 산다는 토끼를 찾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는지.. 만약 내가 도심 중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길을 걷다 쳐다보는 것말고 정말로 달빛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적이 많지 않았을까. 게다가 "호월애미면(好月愛未眠)(p.13)"라는 싯구 보다는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하였답니다"라는 말이 더 예쁘게 들리지 않는가. 물론 한시를 읽을 줄 알면 "호월애미면"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 나에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마냥 진가를 모르니 많이 아쉽다.

유독 눈길이 끌었던 시가 있다. " 산봉우리 천 겹 만겹이라 / 구름 걷히니 그 모습 웅장하고 / 곤하여 조는 아이 / 책상에 얼굴 방아 찧는다네" 책을 펴놓고 꾸벅꾸벅 조는 아이를 "책상에 얼굴 방아"를 찧는다는 표현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예전에 학원에서 강의를 할 적에 피곤함에 혹은 노곤함에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보면 선생님이 너무 설명을 잘해서 잘 알아듣겠냐는 이야기지라고 아이들을 환기시켰다. 혹여 고개가 뒤로 넘어갈라치면 그렇게 선생님 수업이 감동적이냐며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는데, 낮이나 밤이나 학교로 학원으로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곤할까. 그날의 모습들이 생각나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라는 책을 읽었었다. 이 책은 누구나 아는 옛날 이야기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추리소설로 변화시켰다고 했었다. 그런데, 사실 일본의 옛날 이야기를 잘 모르니 얼마나 상상력이 덧입혀졌는지 알 수 없었었다. 하지만, 홍정기 작가의 책 < 전래 미스터리 >는 너무나도 잘 아는 이야기인지라 몰입도가 더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 < 전래 미스터리 >에서는 단편 「콩쥐 살인사건」, 「나무꾼의 대위기」, 「살인귀 vs 식인귀」, 「연쇄 도살마」, 「스위치」가 담겨있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이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우누이', '혹부리 영감'을 기본으로 썼다고 하는줄 알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제목이 바뀐 것인가? 어쨌든, 그 이야기들을 기본으로 다른 이야기들을 첨가하면서 미스터리로 발전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특히, 이끌렸던 이야기는 「나무꾼의 대위기」였는데,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도와준 나무꾼은 선녀와 결혼할수 있는 방법을 전해 듣는다. 의심은 가지만 나무꾼은 선녀의 옷을 훔치기 위해 그 장소로 갔고, 의미심장하게 웃는 사슴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혈기 왕성한 나무꾼이 음흉한 생각이 떠오를 무렵, 갑자기 선녀가 물속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급히, 선녀를 구해냈지만, 선녀는 의식이 없었다. 선녀를 깨우기 위해 귀에 대고 소리지르며 도끼로 돌을 내리치던 그때, 나무꾼의 손을 벗어난 도끼가 선녀탕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때, 도끼를 들고 나타난 하얀 백발의 도인은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라고 물으려는 중, 심상치 않은 범죄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도인의 등장과 더불어 익숙한 대사에 웃음이 터져나왔는게 갑자기 CSI 를 보듯 전환된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나무꾼은 과연 이 위기를 넘길수 있을까. 마지막 문장까지 한시도 안심할 수 없던 이야기라 너무 좋았다.

또한, 「연쇄 도살마」는 아들 삼형제와 늦둥이 딸을 얻은 집안의 이야기이다. 보름달이 뜨는날 집안의 가축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감시를 하던 큰아들은 막내 여동생을 애지중지하는 아버지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지만, 동생들에게는 막내여동생이 소 간을 빼어 먹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로 여동생은(이름도 '미호'다.) 이제껏 가축들을 죽였던 것일까. 범인을 밝히기 위한 둘째의 추리도 대단했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괜시리 온몸에 소름이 돋게 되서 인상이 깊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잔혹동화로 변형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더더더욱 사실은...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또한 재미나지 않던가. 그러니까, 아이들은 동심을 잠시 지켰다가 어른이 된 후에 소설을 읽는걸로~ 그리고 나는 이미 어린시절을 아주 오래전에 졸업했으니가, 이런 미스터리를 마음껏 즐기는 걸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된 < 사료를 드립니다 >의 개정판이다. 10여년이 지난 탓에 사회적 감수성에 뒤처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문증들을 고치고 다듬어 < 건조주의보 >로 제목을 바꾼 개정판이다. 「사료를 드립니다」와 「건조주의보」 모두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이라 어느것이든 무방하겠지만 작가님 생각에는 「건조주의보」가 전체를 보다 잘 아우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건조주의보」, 「닮은꼴 모녀」, 「요술주머니」, 「이상한 숙제」, 「사료를 드립니다」의 5편의 동화가 담겨져 있다. 이금이 작가님의 이야기는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따듯한 마음을 전해준다.

특히나 「건조주의보」에서는 가족에게서 소외되고 있다고 여기는 건우가 등장한다. 누나와 터울이 7년이나 되는 건우는 집안식구들의 관심이 집중되던 아이였다. 갑자기 조연으로 밀려났던 누나는 그때부터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렸다. 고등학생이 된 누나의 목표는 서울대학교에 합격하는 것이고, 건우네 집에서는 왕이나 다름없다. 그런 누나는 안구건조증이 있다. 아빠는 온몸이 가려운 피부 건조증, 엄마는 입안이 바짝 마르는 구강 건조증. 그런데, 건우는 건조증이 없다. 그래서 겉도는 것만 같아 고민중인데, 친구 아윤이가 건우에게 말한다. "넌 마음이 너무 건조하다고". 건우도 드디어 자신도 건조증이라는 것을 찾아냈다. 그래서 너무나도 기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게 되면서 < 발가락이 닮았다 >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무엇 하나라도 닮은 점을 찾아내려는 건우의 마음이 빗대어 보이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는 느낌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 더욱더 전해져 온다. 예전에는 동화는 어린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동화책도 참 재미있다. 어쩌면 예전 어린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인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퇴근 후 바닐라, 라떼
욱시무스 지음 / 하늘세상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제목을 보고나서, 육퇴를 하고 난후 '바닐라 라떼' 한잔 하며 여유를 즐기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완전히 뒷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나 할까. 아... 쌍둥이 이름이 '바닐라', '라떼'라니... 게다가 이 아이들의 정체가.... 아~~~~~~ (결말을 확인하심이)

바닐라, 라떼의 엄마 아빠 "우째, 쓰유". 우째, 쓰유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도 있다. 꼭 그것까지 읽어봐야겠다.

지금 나는 육아에서 벗어났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키득키득 옛날로 돌아간다. 특히나 처음에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는 것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걷는 그 순간을 설명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더 감동적일까. 인류 역사상 과학의 한 획을 그은 닐 암스트롱(책에서는 루이 암스트롱이라고 나와있는데, 오타죠?)의 첫걸음일까. 내 아이의 한걸음일까. 부모라면 후자겠지. 아이들이 하나씩 새로운 것을 해낼때 마다 박수를 치며 온가족이 즐거워 했던 것이 생각난다. 혼자서 뒤집은 것을 모르고 누가 애기를 뒤집어 놨냐며 제대로 뉘였는데, 한동안 낑낑 대더니 그날은 거침없이 뒤집던 날. 물건을 잡고 일어났을 때, 그리고 아무것도 잡지 않고 걷기 시작했을 때 어느 하나 감격적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잊었던 기억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여름이 되면 태풍이 다가온다. 그리고 북에서 보낸 오물풍선은 남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앞의 두가지보다도 정말로 무서운 것은 어린이집의 방학이 다가온다. 그렇다. 어린이 집의 방학이, 학교의 방학이 다가옴이 얼마나 두려운지 안다. 오죽하면 아이들의 개학이 되었을 때, "기쁘다 개학 오셨네"를 소리 높여 부르지 않았던가. 정말로 어린이집 선생님들, 학교 선생님들이 얼마나 존경스럽던지.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때의 힘듬도 지금은 다 추억으로 남게 된다. 요즘에는 사실 출산률이 많이 떨어지는게 문제기는 하지만 난 그래도, 아이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육아는 힘들지만 지나고 나니 다 추억이고 행복을 주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