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이렇게 생기면 말이죠, 그냥 주어지는 걸 받을 수밖에 없어요 - 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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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판달마루와 돌고래 생각학교 클클문고
차무진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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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슬옹. 슬옹은 예술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백합원(국립 백합예술원 영재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루간스키 교수는 그의 재능을 알아봤고, 쇼팽 콩쿠르에 입상한 슬옹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로부터는 눈엣 가시같은 취급을 당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갈등으로 급기야 슬옹은 백합원의 가장 비싼 피아노를 방망이로 부숴버린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교수님과 아빠는 노력 덕분에, 백합원에서 퇴학당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낙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회봉사 기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가파도로 내려오게 되었다.

세계를 위협하는 '마린 포지 바이러스'로 인해 슬옹은 엄마를 잃었다. 아빠는 슬옹이 부순 피아노값을 변상하기 위해 신체를 기증하고 AI가 되었다. 슬옹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해서 상금으로 아빠의 신체를 찾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 무렵 만난 '새우탕'을 좋아하는 외계인 판달마루를 만나게 된다. 판달마루는 자신이 지구를 침략하러온 판-타노 행성의 일원이라고 한다. 그들의 침략을 막고 있는 것은 돌고래라고 한다. 하지만 돌고래의 개채수는 줄어들고 있고, 판-타노인들은 이제 지구를 전멸시킬 계획에 돌입했다고 슬옹에게 알려준다.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판달마루만 빠지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지난 몇년간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활동을 멈추어야만 했다. 그런데, 인간이 활동을 멈추고 난후 자연은 회복의 기회를 맞이했다. 히말라야 산이 보이기 시작했고, 베네치아에는 60년만에 돌고래가 돌아왔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지구 역사상 최대의 적은 인간인 것 같다.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어리석음, 자신만을 아는 이기심. 판달마루에게 보이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왜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이 편해질수록 지구는 자꾸만 병들어 가는 것 같다. 이방인이 지켜주고 싶어하는 지구의 아름다움, 그 소중함을 우리는 이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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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의 시대
이석용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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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스 구트(Alles Gut), 독일 격언 '끝이 좋으면 다 좋아'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고령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행복한 임종을 암시하도록 최면을 시술하는 복지정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말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게 정말로 맞는 것일까. 아직 끝을 맞이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나라면, 삶이 행복했다기 보다 죽는것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의 그동안의 삶이 어찌되었든 간에 모든 걸 다 이루었다, 만족감이 높은 상태로 이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어쩜 그동안의 삶이 부정 당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T는 복지 최면술사 중에서도 꽤 엘리트 최면술사이다. T레벨은 최면술사로서 꽤 높은 레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보다는 공리청에서 지어준 다소 도서관 청구기호처럼 딱딱한 이름을 부여받지만, T 레벨은 그가 유일했기에 그는 그냥 'T'라고 부른다. T의 새로운 부임지에서 첫번째 시술자였던 할머니가 육교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마지막 표정이 행복했던 것으로 보아 '알레스 구트'를 이뤄냈음이 충분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운을 떨칠수는 없다. 사실, 할머니는 처음부터 최면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T는 조금씩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다.

노년층을 위한 복지라는 개념에서의 '최면'이라는 것이 꽤 독특한 소재이다. 당사자가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을 이끌어내거나 혹은 전생의 기억까지 이끌어내곤 하는 것을 종종 방송을 통해서 보기는 했지만, 과연 저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안한건 아니다. 그런데 왜 꼭 고령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아마도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겠지만, 그래도 저소독층이 피술자의 주대상이 되긴 할 것 같다. 어찌보면 원래의 의도대로 사용이 된다면 긍정적인면이 더 높을수는 있겠으나, 소설 속 이야기에서는 부작용들이 드러나게 된다. 부작용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할 때, 왜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이나 현실에서나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제도들이 제대로 빛이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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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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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소녀가 있다. 인생 7회차를 살고 있는 송재이. 새로 태어나면서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는 아이이다. 그런데, 생이 반복되면서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은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날 태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생을 살게 되면서 전회차에서 겪게 될 위험에 대해 조심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2회차 생을 살때, 재이의 부모는 그녀를 집근처 소아청소년상담센터를 찾아간다. 자꾸만 환생이나 죽음을 입에 담는 재이가 걱정이 된 것이다. 다행히 조현병은 아니라고 했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소아청소년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정소영. 그녀는 세상의 종말을 맞이했었다. 바로 재이의 죽음이 맞이한 종말에서 모든 것이 리셋되었을 때 오직 그녀만이 리셋되지 못했다. 소영이 자연스레 나이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재이가 제대로 성장해야한다. 하지만 재이는 계속해서 죽음을 맞이했고, 소영은 서류상의 나이에서 자꾸만 멀어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꽤 독특하다. 한사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사람은 계속해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재이의 삶이 반복될수록 소영을 그녀가 무탈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면서 위험이 될만한 모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책의 마지막을 읽을 때 문득, "한 아이를 키우려먼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맹수여도 어린시절에는 많은 위험에 노출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새끼들은 귀엽게 생겨서 다른 존재로부터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며 자신을 보호 받게끔 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보호가 필요한 시절들을 우리는 지내며 어른으로 거듭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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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고해소 -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오현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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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작

경찰생활 18년차의 경찰 용훈.그에게 우편물이 도착한다. 이름도 낯선데, 교도소에서 발송된 편지였다.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사건이 있는데, 용훈이 해결해줬으면 한단다. 그리고 편지 뒷면에 약도 하나.. 그 곳은 30년전 '주파수 실종 사건'이 일어난 능리산이었다.

30년전, 능리산을 올랐던 아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성준은 기억을 잃었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현실, 기억을 잃은 탓에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없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성준은 고해성사로 죄가 사라질 수 있을 것라는 희망으로 천주교인이 되었다. 하지만, 다시 고통이 시작되었다. 용훈을 만나고부터.. 아니 두 친구가 유골로 돌아온 후부터... 아니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친구를 찾기 위해서...

꽤 오래된 미해결 사건들이 존재한다. 왜곡된 기억 때문에 혹은 단서가 없어서 그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사건들.. 혹은 피해자의 가족들에게는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들의 연속이었을 테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니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미해결 사건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용훈과 성준은 오래전 같은 학교에 다녔었다. 당시 꽤 떠들썩했던 친구들의 실종사건. 개구리 소년 사건들도 떠오르게 하기도 했는데, 마지막까지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30년전 아이들의 실종사건의 주축을 이루면서 여러 사건들의 조각들을 맞춰지는 점이 정통 추리스릴러를 맛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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