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꺼져가는 생명과 함께 이 시간의 흐름을 공유하는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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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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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은 어렸을 적, 집에 불이 나서 부모님과 어린 동생을 잃었다. 그토록 가족들을 살려달라고 무작정 신께 빌었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준은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 사실, 나도 신은 믿지 않는다. 아닌가? 종교는 같지 않았지만, 어딘가에 간절히 빌었으니까, '신'이라는 존재를 은연중에 인정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어딘가'가 아니라 '믿는 구석'이라는게 있다.


이준은 홀로 그렇게 잘 성장했다. 초등교사가 된 후 시골의 '한사람 마을'로 발령 받았다. 동기들은 왜 굳이 시골로 가려 하느냐고 하지만 가족도 없기 때문에 외딴 곳에 홀로 가도 상관없었다. 표지판도 제대로 없는 '한사람 마을'. 마을 이장님은 빈집도 선뜻 내주시고, 마을 사람들은 집수리를 해주기도 하고, 살뜰히 이준을 대해준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일요일이면 새빨란 액체가 고여 있는 투명한 비닐봉투를 들고 교회로 향한다. 궁금했던 이준은 교회로 가봤지만, 입장을 거부당한다. 이장이자 목사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허락을 받고 예배에 참석한 이준은 신과 영접했다며 굽은 허리가 곱게 펴진 할머니를 만나게 되며 놀라게 된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이준은 이 날부터 신과 만나기를 고대하기 시작한다.


사실, 처음에는 한 마을 전체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은 아닌가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컬트로 바뀌더니 스릴러 소설로 변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소설에 빠져들게 된다. 아주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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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
해원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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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선 "아카식"이라는 말을 모르니 얼마나 흥미로울까 고민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해원작가의 책이라는 것을 알고, 어떤 믿음이 생겼다. 작가의 < 굿잡 >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재미있었다. 게다가 뒤늦게 알게된 그 뜻을 모르고 이 책을 읽은게 신의 한수였을려나.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는 신비학(오컬트)에서 우주와 인류의 모든 기록을 담은 초차원의 정보 집합체 혹은 과거, 현재, 미래 삼세의 모든 사건과 상념이 명세되어 있는 세계의 기억이자 경로이며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움직임을 우주 공간(akasha)를 기록함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 말을 알고 봤다면, 이 소설의 진행방향을 얼추 짐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말의 뜻을 모르니 이 소설이 향하는 대로 종횡무진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서울역을 떠나 부산으로 향하던 KTX 070가 사라졌다. 과거 교통사고 이후 기억을 잃은 선영을 애지중지 돌봤던 언니는 늘상 제시간에 들어왔지만, 언니 은희는 돌아오지 않았다. 언니는 부산에 갈 예정이 없었기에 마음 한켠으로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우선 지켜보고자 했는데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언니는 탑승자 명단에 있었다. 언니는 선영에게 교통사고 이후 뇌가 매우 취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약을 꾸준히 먹게 했고, 선영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영은 여러 조직에 주목을 받게 되었고, 언니의 그동안의 일상은 거짓투성이로 밝혀지게 된다. 도대체, 언니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언니는 어떻게 이 사건에 연루되었을까.

이 책의 부제인 '우리가 지나온 미래'는 꽤 독특했다. 미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곳이지 결코 지나온 곳이 아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게 되면 이 부제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스펙타클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결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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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로 오컬트 포크 호러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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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로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 성인 "섭주"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쌓았다. 섭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 3편(「수낭면에 가면 수낭법을 따르라」, 「며느리는 약했지만 여인은 강했다」, 「지옥에 떨어진 형제」)이 담겨있다. 작가의 이야기가 섭주를 무대로 진행되다 보면 가끔 전작들의 모습이 깜짝 등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래된 친구를 만난듯 반갑다. 그렇다고 해서 전작을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전작을 읽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특히나 세번째 이야기 「지옥에 떨어진 형제」는 오컬트 소설로만 보기에는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별>은 나이 지긋한 시골 아낙, 슬픈 표정의 큰 키의 청년, 아직 어린 소년을 그린 한폭의 풍경화다. 이 그림을 그린 이정욱 화백은 섭주역 근처 좁은 골목에서 사망한채 발견되었다. 누가 화백을 죽인 것일까.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고 말았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고 한 잡지사 기자에게 "이정욱 비망록"이 배달되었다. 이정욱 화백은 자신이 죽게되면 이 비망록을 기자에게 전해달라고 했단다. 과연 이 비망록 속에 화백의 죽음의 비밀을 알 수 있게 될까.

이정욱 화백의 과거 지옥같았던 삶을 살게 되었다. 그 배후에는 엄마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신차선녀라는 하실옥이 있었다. 단짝 친구였던 엄마와 실옥은 어릴적 작은 오해로 인해서 실옥에게 지배를 받게 되며 그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정욱의 가족들이 실옥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줄은 마을 사람들은 알고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은 없다. 실옥은 무당인데다가 그녀에게 특이한 능력이 있어, 모두가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해로 작가의 이야기 속 주 무대는 "섭주"인데, 그 한자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섭(懾)'은 '두려워할 섭'자이다. 여기 섭주에 사는 사람들, 마음은 하난데 귀는 셋이다. 하나는 듣는 귀, 하나는 못 듣는 귀, 하나는 안 듣는 귀야.실제로 진실을 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진실을 듣고 있으면서도 안 듣는 척하고 있어.(p.226) 나는 어떤 귀를 가지고 있을까. 누군가의 위험을 못 듣는 것인지. 진실을 듣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것인지... 차라리 전자의 경우라면 미처 몰랐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진실을 듣고도 외면하지 않아야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외면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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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 현실 공감 120%! 팩폭과 위로를 넘나드는 아찔 에세이
아찔 ARTZZIL(곽유미, 김우리, 도경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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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그런 좀 쉬어"라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니 딸아이가 어렸을 적, 공부가 힘들다고 하면 "그러면 하지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설마 거기서 끝이 났을까. 전혀 그러지 않았다. 곧이어 나온 말은 "그리고 나중에 거지돼"...지금 생각해보면 왜그리 냉정했을까? 하지만 당시 딸아이의 말은 지금 조금 힘드니 잠시 쉬었다가 할께라는 정도가 아니라 '공부'라는 것 자체가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가끔은 내 일이 하기가 싫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거나, 누워서 잠만 자고 싶다. 하지만 돈을 쌓아놓고 사는 것도 아닌 이상은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싫든 좋든 경제활동은 지속되야 되지 않겠나. 그야말로 "대충 살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인 것"(p.100)이다.

이 책은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아찔 ARTZZIL' 특유의 유러머스한 에너지를 가득 담은 에세이인데, 음.. 아쉽게도 나 이 책을 통해서 아찔이라는 팀을 처음 만났다. 매우 이 책을 공감하며 읽다가 리뷰를 쓰려고 보니, 이 캐릭터들의 인형도 나와 있는데, 꽤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팀인것 같은데 미처 몰라봤다.

이 책에 등장하는 꽉몬이라는 캐릭터는 날기가 귀찮아 펭귄 코프스레 중인 오리 종족이란다. 그래, 오리라고 꼭 날아다니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가끔은 내가 아닌척 하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젊은 날의 나는 매사에 열정을 토해내며 차라리 '내가 다할께'라며 이것저것 다 떠안고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사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열심히 안해도 대충 살아도 누가 뭐라지 않는다. 다만, 개인 특성상 그렇게 못 사는 것일테다. 우리 주위에는 정말 이해못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에게 피해를 줄 지언정 자신은 편하니까 그렇게 사는게 아닐까.

초등학생이었던 딸이 나를 닮아서인지 살짝 오지라퍼였는데, 반친구들과 모두 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 자신의 일도 미루면서 반아이들의 부탁이라면 친구로서 다 들어줘야했다고 생각했던 아이에게 "모든 아이들하고 다 친구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모든 아이들하고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책에도 그런 말이 있어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스스로 봐줄 만하고 사랑해 줄만하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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