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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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 작가 이야기는 두말 않고 읽어보게 되는데, 이 소설 < 레디 슛 >도 마찮가지였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반전. 역시 고호 작가다.

교도소에 복역하던 혜수. 같은 방에 있던 언니에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옛날에 졸부 하나가 제 아이를 가진 첩을 버렸는데, 30년만에 복수를 하러 나타났다. 자신은 졸부의 손녀를 죽이라는 사주를 받았었다고 했다. 나머지 수고비를 받기 위해 출소한다고 좋아했던 언니였는데, 그녀가 돌연 사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나, 첩이었던 노인은 치매까지 앓게 되었고, 그녀의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혜수는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요양 보호사를 가장하고 노인의 집을 드나들던 혜수는 노인이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다 일이 쉬워질 거라 생각했지만, 이 노인도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노인인데, 스마트폰에는 도로 씨씨티비를 볼 수 있는 앱이 깔려 있었다. 정말 노인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녀를 돕는 조력자는 누구일까. 과연 혜수는 계획대로 노인의 재산을 가로챌 수 있을까.

고호 작가의 이야기는 딱 내 취향과 같다. 그래서 이제껏 출간된 이야기들을 모두 읽었는데, 이번 이야기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누군가 한명은 가짜를 연기하고 있다!"라고 하는말 때문에, 어느쪽이 연기를 하는가 주의깊게 봤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부분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허를 찌르는 고호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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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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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글이나 문장'을 이르는 말이며 '편지'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편지를 참 많이 썼었는데, 요즘은 낯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소설을 읽어보 휴대폰이 등장하지 않으면 좀 답답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소설은 참 정겨운 느낌이 든다. 게다가 실제 있는 '편지가게'다 보니, '글월'에 찾아가면 효영이를 만날 수 있다라는 기분마저 든다. 설마... 정말 만나는건 아니지?

공부를 참 잘했던 언니였다. 그야말로 집안의 기대주였는데, 언니가 사기를 당했다. 그 와중에 엄마가 크게 다쳤다. 효영은 결국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접을수 밖에 없었다. 사라졌던 언니가 효영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언니의 편지를 피해 서울로 도망쳤다. 그리고 대학 동문인 선호가 운영중인 "글월"에서 일을 하게 된다.

"글월"에는 독특한 '펜팔 서비스'가 있다. 편지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예전에 펜팔을 해봤으니까. 대신 펜팔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편지를 한통을 쓰고, 사람들이 써놓은 편지 한통을 선택을 하게 된다. 답장을 써도 되고, 꼭 그러지 않아도 되고.. 답장이 도착하게 되면 글월에서 '답장이 도착했다'라는 연락을 해준다. 예전의 펜팔과 다른 것은, 만나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의 정보를 아는데, 이 펜팔을 상대방이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어쩌면 익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다.

편지라는 건 결국 어느 정도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거리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아요. 편지지 위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옆 사람한테 건네는 건 아무래도 멋이 없잖아요.(p.389)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글월을 검색하게 되었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편지..너무나 빠르게 변화해지는 요즘 세상에 잠시 걸음걸이를 늦출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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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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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 제빵 명장, 혹은 제빵 신이라고 불렸던 안창석. 그의 몰락은 한 순간이었다. 제빵 명장이 되고 온갖 방송에 나가 제빵신으로 거듭났던 그의 명성은 보는거와는 다른 탈세와 편법등으로 인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술김에 휘두른 주먹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큰 부상을 입어서 더이상 빵을 만드는 건 힘들게 되었다. 다 큰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강물을 거스르는 것처럼 창석은 자신에게 화덕에서 구워내는 빵을 가르쳤던 스승님을 찾아 강화도로 향한다. 물론, 성공해서 돌아가면 좋겠지만.. 모든 걸 잃고 가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만 않았다. 치매를 앓는 있는 노년의 스승님은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라"는 유언같은 말을 남기신 후 돌아가신다. 창석은 스승님의 "라라제빵소"에서 스승님의 손녀인 라라와 함께 빵을 만든다. 아, 물론 감초같은 김포댁도 함께^^

강화도에 대한 기억은 어린날 극기훈련을 갔을때 올려단 본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보니, 그 곳에 가면 라라제빵소가 있을 것만 같다. 진심이 가득찬 단판빵, 소로루빵, 크림빵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항상 사람들은 '잘 나갈 때 더욱더 겸손'해야 하는 것같다. 한 순간의 오만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게다가 진심을 담지 않거나, 남에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결과는 뻔한 것 같다. 다만, 5G급으로 망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추리소설로 유명하신 윤자영 작가의 첫 힐링소설이다. 워낙에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 분이라 힐링소설인 이 < 라라제빵소 >도 순식간에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간 안창석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손라라, 그리고 걸쭉한 입담의 김포댁 아주머니의 조합이 너무 멋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향긋한 빵내음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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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공부 수학문해력 하나로 끝난다 - 초등학교 4학년, 수포자가 되는 이유
김은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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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수학을 참 좋아했다. 반면, 영어를 못했지.. 그래서 어쩌면 나는 '수포자'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영포자'는 이해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없는데,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내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과 성향의 아이들을 보면, 문제가 3줄 이상을 넘어가면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낀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아이들이 문제가 길어지게 되면 문제가 의도하는 바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 날이갈수록 두드러지게 나는 현상이다. 왜 그럴까. 바로 '문해력' 때문이다.

문제를 읽고 이해해야지 적절한 공식에도 대입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풀어낼 것인데, 아이들은 문제를 읽기만 했을 뿐, 그 뜻을 잡아내지 못한다. 요령만을 알아냈을 뿐, 조금만 문제가 방향을 틀기만 하면 문제를 탓하게 된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특히, 계산문제에서는 '모로 가도 서울면 가도 된다'한다. 꼭 정해진 길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가 있고, 아이들이 풀어낸 방법을 들어본다. 개념만 잘 이해한다면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본다. 그것이 수학이나 과학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중요한 것 한가지를 '혼자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많은 사교육을 하더라도, 배운 내용을 되새김질도 해야 하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맞췄다 하더라도 난이도가 높은 문제는 다시 풀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혹자들은 타이트한 학원 스케쥴을 병행하게 하면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그 곳에서는 누군가가 문제를 풀게 할테니까 말이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같은 문제를 여러번 푸는 것이 때론 좋은 방법일테다.

또한 어렸을 때의 "독서"도 문해력을 키우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아이들만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이들도 즐기면서 독서든 공부도 하는게 좋을텐데 현실에서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게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교육서를 읽고 조금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게 또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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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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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남편이 불륜 장면을 목격했다. 그 때 쌍둥이 재스퍼와 리버는 차에 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앨리스는 당황하고 있었다. 쌍둥이들은 연못에서 잡은 올챙이를 차안에 쏟았다. 이제 생후 두달된 비올라를 태운 카시트는 바닥에 놓았다.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차를 몰았다. 메인 도로에 들어서자 재스퍼가 말한다. 비올라를 두고 왔다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2킬로미터의 길..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올라는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아기를 데려가버렸다.

'어떻게 아이를 두고 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엄마가 맞을까'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 하나만 일때도 정신을 쏙 빼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앨리스의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본다. 앨리스는 자책감에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다. 비올라는 이미 죽었거나 유괴범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할 것 같다. 약을 먹고, 술을 마시고 앨리스는 영혼이 병들어갔다. 앨리스는 마치 자신의 엄마처럼 그렇게 될까봐 두려웠다.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비올라를 잃었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 하고, "내가 너와 헤어지는거다"라며 아이들과 남편 곁을 떠나, 대자연 속에서 캠핑 생활을 하며 병들었던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마는 그녀의 아빠는 '레이븐의 정령'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를 '레이븐의 딸'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레이븐 린드"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고작 이모와 이모가 데리고 오는 소아과 선생님뿐이었다. 마마는 레이븐을 철저하게 다른 사람들과 분리하고 사유지인 넓은 땅에서 고립된채 살아오고 있다. 또 그녀의 방식을 레이븐에게 은근하게 강요하고 있다. 레이븐을 학교에 보내라고 하지만 마마는 홈스쿨링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상했듯이, 레이븐은 바로 비올라다. 마마가 나름 비올라를 양육하고 있지만 그 행태는 이상하다. 아기였던 레이븐(비올라)는 그런 마마의 양육방식에 그냥 젖어들었겠지만, 앨리스나 레이븐 모두 영혼의 상처를 입었음에는 틀림없다. 앨리스와 레이븐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면서 원래는 같은 길을 가야 했던 모녀가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때, 그들이 다시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만나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가족 모두가 겪어야만 했던 지난 세월들을 '네 탓이다'라고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들의 잘못이라는 자책감으로 살아갔던 가족들이 참으로 안쓰럽기만 하다.

이 소설이 참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강요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주면 기다려주는 점이 꼭 자연을 닮은 것 같다. 그야말로 바쁜 일상을 살다가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항상 곁은 내주는 그런 자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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