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동네 길고양이
우재욱 지음 / 지성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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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길을 잃고 헤메는(?) 혹은 버려진 개들이 종종 보이곤 했는데, 요즘에는 개보다는 고양이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어쩌면 이건 나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항상 그곳에는 고양이들이 있었는데,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되니 고양이가 이제서야 눈에 띄었을지도 모를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내용 중의 한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잘 몰랐었는데, 혹은 무심결에 지나쳤는데, 우연찮게 눈에 띈 고양이가 그리고 읽었던 책 한 권때문에 동네에 고양이 급식소가 눈에 띄게 되었고, 생각보다 많은 고양이들을 볼 수가 있게 되었다. 이제는 어딜 가나 고양이를 먼저 알아차리게 된다. 어쩌면 고양이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나는 고양이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네 한 급식소에 밥이 오랫동안 비어있었다. 아마 그것이 계기였으리라. 간식정도만 준비해서 급식소 사료위에 얹어주곤 했었는데, 며칠동안 비어있는 사료통을 보고 혹시나 길고양이가 굻을까봐 안쓰러운 마음에 아이들의 밥배달을 시작했다. 저자는 그것을 측은지심으로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정! 그때는 큰일 나는줄 알았었다. 그리고 한번 시작된 일은 쉽사리 마칠수가 없어서 반려동물 하나 없는 우리집에는 늘상 고양이 사료가 한포대씩 자리잡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안은 길고양이가 야생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야생동물은 서로 거리를 두고 개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공존 방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니, 나로서도 마음이 썩 좋지 않다. 혹독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를 모른 체하는 것이 맞다고 하려니까 심정이 불편하다. 그러나 그런 혹독한 상황이 모든 야생동물이 사는 조건이다.(p.287)

저자의 말이 맞기는 맞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들이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이미 인간은 그런 야생동물들의 영역을 많이 침범하고 산다. 개발을 빙자해서 고양이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강탈하거나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가을이 되면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저곳에서 도토리를 말리는 사람들이 좀 있다. 도토리가루를 내서 사람을 별미로 먹는것이겠지만 산 속의 누군가는 먹을 것을 강탈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는 야생동물의 삶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본다. 세상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의 법칙만을 따를 수만은 없는 법이다. 저자도 차선책으로 TNR(중성화 수술후 방사)과 고양이 급식소에서 제한 급식을 제안한다. 고양이는 인간과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야생동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사람동네가 꼭 사람들을 위한 공간일수만은 없다. 그것은 사람들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조금씩 한발 물러나면 그들과 공존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 대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서로서로 양보라는 것을 조금만 하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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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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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커브길에서 우린 무얼 쫓고 있는 걸까?"

단순한 소설로 읽고 있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나?"라는 침체기를 겪었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깊은 고민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얼마나 절실했으면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가는 것일가 했는데, 살아갈 이유를 찾아 헤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고로 머리를 다쳐 온갖 기계 장치에 의지에 목숨만을 부지하며 병원에 누워 있는 도모야.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단짝 친구 유스케. 도모야가 다칠때 함께 있었지만 어떤 것도 해줄수가 없었기에 대신, 이 친구의 삶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만큼은 꼭 곁에서 지켜주고 싶다는 유스케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혹시 친구 이상(?)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얼마나 절친이면 그의 새 삶이 시작되는 순간을 지켜주고 싶을까라며 두 사람의 우정이 깊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뭔가 달라지기 하루 전날이라고 생각하는 거야"(p.41)

이 말 참 괜찮다. 어떤 희망을 갖구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꼭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내일은 달라질거야. 내일은 오늘과 또 다른 날이니까..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 과연 도모야와 유스케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의 관계를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다. 하나도 공통점이 없는 것 같았던 그 두사람은 어째서 단짝 친구가 되었을까. 그 둘의 관계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그 모습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테다.

세상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첫번째는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유형

두번째는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유형

세번째는 살아가는 이유가 없는 유형 (p. 367)

과연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이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을 요구하고 있을까. 가볍게 시작한 소설에서 나는 질문을 받았다. 과연 나는 어떤 이유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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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류팅 지음,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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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80후'(80후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류팅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소설집이라고 한다. 중국쪽 작품은 그다지 많이 읽어 보지 않아서 그런지 이름도 낯설고 문화에도 그리 익숙하진 하다. 이 소설은 「뒤바뀐 영혼」을 필두로 「귀」, 「당나라로 돌아가다」, 「허구의 사랑」 등 모두 12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늘상 단편에 약하다고는 하지만, 이야기마다 이해도가 제각각인 것 보면 아무래도 단편에만 특히 약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듯 자신과 맞는 이야기는 잼나게 보는 것이고, 조금 난해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야기도 내용을 알기 전에 끝이 나버려 황당(?)함을 느껴서 그런건 아닌지 싶다.

「뒤바뀐 영혼」에서는 꽤 천재적인 시적감각을 가지고 있던 야거.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자친구와 가정을 꾸렸고 쌍둥이를 얻었다. 그는 화장터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작업을 원했지만 상사는 시인에게 죽은 사람을 정리하는 일을 시킬수가 없다며 거절했다. 그 길로 야거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유골함 5개를 팔아 아이들의 분유와 아내에게 죽을 끓여줄 것을 사게 된다. 하지만 CCTV에 그 광경이 고스란히 찍혀 감옥에 수감된다. 빈곤한 삶에 야거는 가능하다면 자신의 모든 시재를 훌륭한 삶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감방 깊은 곳에서 정말 원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바꿀수 있는 방법을 말해준다. 과연 야거는 영혼을 바꾸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가장 환상적인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란 말은 곰곰히 생각하면 무슨 이야기인줄 알게된다. 다른 사람과 영혼을 바꿔 재주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사람과 바꾼다면, 다른이의 행운이 과연 내가 가질 수 있을까. 그러면 행복하게 될까. 하지만 야거의 결말은 가장 현실인 것만 남았다. 더 이상은 스포가 되니 여기까지..

「귀」는 꽤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정부의 토지개발 사업의 보상 문제에 맞서다가 굴착기에 머리를 맞아 온몸이 마비된 라오천. 결국에 보상금으로 받은 30만위안. 그 중에 병원비로 나가 버리고 가족들은 반지하방에 머물게 된다. 죽은 것도 그렇다고 산 것도 아닌 상황. 오직 라오천은 귀만은 살아 있지만 정작 그 가족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람이 죽을때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감각이 귀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마지막 죽음의 경계에서 넘어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 머물고 있는 이에게 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참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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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 FIC-PICK 1
윤이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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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의 FIC-PICK의 첫번째 책. 요즘 출판사마다 각자의 개성에 맞게 시리즈의 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책 너무 재미있게 봐서 뒤에 나올 책들도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 < 무드 오브 퓨처 >는 다섯명의 여성 작가들이 상상하고 고민한 근미래 로맨스 단편소설을 엮은 작품집이라고 출판사측에서 설명한다. 윤이나 작가는 왠지 이름이 익숙한데 혹시 < 놈의 기억 >의 그 작가가 아니신지...

이 책에는 윤이나 「아날로그 로맨스」, 이윤정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 한송희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 김효인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 오정연 「유로파의 빛을 담아」의 총 다섯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의 "퓨처"를 보더라도 지금보다는 좀 미래, 그렇다고 너무 멀지 않은.. 그런 미래의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로맨스 이야기이다. 「아날로그 로맨스」나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의 경우에는 가까운 미래에도 있을법한 이야기 이지만 다른 세 작품의 이야기는 조금 더 먼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2015년의 상상은 즐거웠지만, 실제 2015년의 모습이 아니지 않았던가. 그리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시대는 조금 더 훗날에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날로그 로맨스」에서 그려졌던 통역기 란토라는 것은 현재도 충분히 감정까지 싣는 것은 무리겠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용면에서는 좋았지만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에서처럼, 죽은 가족이나 애인을 추억하는 이들이 만든 주문 제작형 안드로이드가 인공지능과 감정을 가지게 되는 현실은 좋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나는 아직 그런 경우를 겪어 보지 않았으니 당사자들의 마음은 한번만이라도 가상공간에서라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다. 실제, 어떤 프로에서 그렇게 만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것은 어딘가 좀 미흡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살아 숨쉬는 모습을 만난다는 것은 남겨진 이들에게 위로를 건낼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라질 권리"라는 말에 동의한다. 남겨진 사람들의 위안을 위해 계속해서 끌려(?)나오는 경우라.. 아마도 제3자의 입장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이야기인 「유로파의 빛을 담아」는 초등학교때 잠깐 처음 만났었던 정현과, 현우의 편지로 이야기가 이끌어지는데, 다섯이야기 중에서 제일 맘에 들었고, 무언가 짐작하게 된 후로.. 아련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유로파로 날아가는 탐사선에서 메일을 보내는 정현, 드문드문 이어졌던 연락을 기다리던 그리고 과거의 풋풋한 사랑을 기억해내는 지구에서의 현우. 아.. 이 두사람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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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의 영역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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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라고 하면... 어쩐지 나쁜 이미지가 있다. 아마도 여러 이야기에서 나쁜 역을 도맡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혹은 예전에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했던 서양사의 불운한 기억때문에도 그리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해리포터 이야기 속에 헤르미온느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여자 마법사를 마녀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했지만, 고정관념이란 참 무서운것 같다. 도무지 "마녀"라는 이미지가 좋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단은 타로점을 보는 엄마와 함께 산다. 유치원 때 친구 로운이 '단이 엄마 마녀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본인을 진정한 마녀라고 생각한다.아주 오래전 엄마는 "봄의 마녀 모임"에 최연소 마녀로 집회에 참여했었다. 그렇게 줄곧 이단은 엄마가 언젠가 마법을 부릴거라는 기대를 안고 살았었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단은 12살이 되던에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다. 엄마 손에 이끌려 간 달동네에서 '에이단 매쿼리'라는 생물학적인 백인 남성의 아빠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날, 에이단은 뉴욕에서 사고를 당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희망을 찾아서, 아니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점을 보러 오기도 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점괘에 자신을 내맡기기 보다는 자신의 선택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맘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시커의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누구나 침범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

이단의 성장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마법과도 같은 내면의 힘을 인식해나가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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