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바랑 속의 동화 - 법정 스님에서 수불 스님까지 고승 14분의 뭇 생명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도서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랑, 승려가 등에 지고 다니는 자루 모양의 큰 주머니란다. 음... 그것을 바랑이라고 하는 구나.. 이 이야기는 법정 스님에서 수불 스님까지 큰스님 열네 분의 자비와 사랑, 지혜에 관한 명상동화이다. 제목에 "동화"라는 말때문에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사실 요즘 책의 경계가 어디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이야기이면서 따스해지는 그런 이야기이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절의 풍경에 얽힌 이야기이다. 어느 암자에서 수행을 하는 한 제자가 강가에서 물고기를 낚고 있어 꾸지람을 듣게 되었단다. 살생을 하지말라 꾸짖는 스님에게 자신은 물고기를 잡았다가 다시 놓아주고 있다고 변명했다. 이후 그 제자는 몹쓸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해서 스님이 물고기 밥이라도 되어 잘못을 빌라는 뜻으로 강물에 뿌려 주었는데, 등에 나무를 진 물고기로 다시 태어나 고통을 받고 있었다. 스님의 꿈에 나타난 제자는 자신이 죽어있을테니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부처님 앞에 매달아 달라 부탁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실은 이 이야기보다는 풍경에 대한 다른 이야기, 처마 끝에 물고기 모양의 풍경을 매달아 밤중에 산새들이 날아와 절 건물에 부딪힐까봐 미리 소리를 내어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것에 더 믿음이 가긴 한다. 하지만 어떠랴. 비록 물고기를 놓아주기는 하지만 낚을때 물고기의 아픔도 있을텐데 더군다나 수행한다는 사람의 행동으로서 옳지 않을뿐더러 혹은 자연속에 어우러진 절이기니 하지만 산속에 사는 새들에게 위험한 건물일수도 있으니 이렇게나 저렇게나 생명을 가진 것들에 대한 자비심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사실 많은 종교 중에서 작은 미물이라도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것은 불교인 것 같다. 글쎄, 변덕이 심한 나로서는 다른 책을 읽으면 또 다른 생각이 들려나, 하지만 마음이 참 따듯해지는 그런 책을 만난것 같아 너무나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략자들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외계인을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렸을 적 보았던 미드 "V"에서 외계인들은 참 잔인했던것 같다.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 않았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내 기억속 외계인은 "V"속 인물들이었다. 쥐를 먹고, 초록색 피를 흘리던. 그래서 지구를 침략한다면 마땅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소설 < 제노사이드 >를 보면서 그 생각은 좀 달라졌다. 인류보다 진화한 생물의 출현은 막아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을 해야하는 존재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고 하면 될까? 아직까지 우리는 인간을 다른 외계 행성으로 보낸적이 없기 때문에 만약 지구로 찾아온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과 대적할게 아니라 그만큼 과학기술이 발달되어 있다면 함부로 맞서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외계인 루이. 그를 데리고 온 빌리도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꽤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이름지어진 FF (Funny Fish). 바다에서 데리고 왔으니 그냥 웃긴 물고기 같긴하지만 털복숭이 같기도 하고 참 난감하다. 하지만 루이는 꽤 바르게 학습하며 익힌다. 그들이 지구를 찾은 목적은 우연히 발견한 방법으로 인해, 그냥 재밌게 지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냥 재미만을 택하기에 하는 짓은 좀 위험한데 말이다.

"우리는 그저 조금 재미있게 놀았을 뿐입니다. 이곳의 경제 시스템은 재미있게 노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더군요. 이곳에서는 스포츠도 놀이가 아닙니다. 죄다 승리와 돈에 대한 이야기뿐이예요"(p.141)

보기에는 좀 위태로워 보이긴 했지만 루이의 말에 동감할수도 있겠구나 생각된다. 우리는 재미라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 같다. 항상 남들과 비교하기도 하고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니 말이다. 사회풍가 곳곳에 드러나는 이야기인것만 같다. 특히나 프로테우스라고 불뤼우는 루이와 같은 무리들이 뜻풀이한 이야기에서 보면 인간은 지구의 자살수단(p.431)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공감한다. 요즘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제일 문젯거리가 인간들인것만 같다. 왜 지구는 인간을 이 땅에 허락했을까. 인간들이 빚어내는 일들로 인간뿐 아니라 지구위의 모든 것들이 위협받고 있는데 말이다.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닐까하며 시작했지만 은근 재미 있으면서 이런식의 사회풍자를 할수 있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스토리콜렉터 37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몽실북클럽 6월 스토킹 도서

여러번 읽으려다가 실패했던 책이다. 재미없다기 보다 능력보다 훨씬 많은 책을 빌려와서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대여기간을 꽉꽉 채워서 반납하기를 반복했었다. 욕심이 많은건 어쩔수 없나보다. 그래도, 이렇게 읽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마터면 마르틴 S. 슈나이더의 활약을 볼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 더벅머리 페티 >를 주제로 썼다. 이것은 독일 정신과 의사 하인리히 호프만이 쓴 3~6세 아동을 위한 동화책이다. 머리와 손톱, 발톱 깍는 것을 싫어하는 소년 페터가 무서운 벌을 받는 장면을 생활범절과 몸가짐을 가르치는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음.... 이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을 읽고나니.. 그다지 교육적인 내용은 아닌데.. 아마도, 당시 1844년에는 이게 교육적이었을까? 안그래도 교육에 공포심을 이용한 그림과 서술 방식이 아동심리 발달에 역기능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는데 말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언니와 엄마와 생활하던 경찰 자비네. 그래도 아빠와 가족중에 유일하게 연락하는 사이이다. 어느날 언니네 집에서 출근하던중 아빠가 찾아왔고, 누군가에게 엄마를 납치했으니 48시간안에 이유를 알아낸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48시간이 지난후였다. 그리고 출동한 성당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엄마를 마주하게 된다.


심리치료사인 헬렌 베르거. 그녀는 새벽에 잘린 손가락을 소포로 전달받고, 누구를 납치했는지 48시간 안에 알아내라는 범인의 전화를 받는다. 정답을 찾으면 그 사람을 살게 되겠지만, 누군지 밝혀내지 못하면 그 사람은 죽을거라는 경고. 참으로 난감할뿐이다.


유럽쪽 소설에 적응하지 못했었는데, 요 몇년간은 아주 제대로 스릴러 소설을 만끽하고 있다. 앞서 읽었던 안드레아스의 "복수" 시리즈보다도 이 슈나이더가 등장하는 소설이 더 흥미진진한것만 같다. 물론 "복수" 시리즈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괴팍하면서도 빈틈없는 슈나이더, 게다가 자신의 이름에 S를 강조하는 모습이 은근 고집스러우면서도 사건에 집착하는 면이 그에게 사건을 맡기면 해결되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기게 하는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전대박! 마지막으르 읽는 순간, 그냥 헉!하고 벌어진 입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런 호평을 했는데, 사람들이 정말?하며 읽었다가 실망했다고 하면 어쩌나. 그런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것치고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무언가를 논할 생각이 없는 나에겐 완전 충격 그 자체였다. 완전 놀라운 반전. < 영매 탐정 조즈카 >는 이국적 외모에 뛰어난 직감을 소유한 영매 소녀 '조즈카'와 논리적 추론을 무기로 하는 추리소설가 '고게쓰' 콤비가 경찰을 도와 난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이다.(김영사 블로그) 쿼터라 불뤼우는 혼혈인 조즈카. 수줍으면서 영매라는 특성상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할 것 같아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짠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의 주변에 다가오는 불온한 기운을 알아채는가 하면 희생자의 영혼과 접속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본인도 자신도 어떤 말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시시때때로 스산한 기분이 들기도 하면, 꽤 사는데 불편할것만 같다. 가끔 갑자기 소름이 끼칠적에 귀신이 지나간 거라는등의 이야기가 있어서 괜시리 한번쯤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는데, 좀 더 민감하다는 것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영매인 조즈카는 우는 여자 살인, 수경장 살인, 여고생 연쇄 교살 사건을 마주한 순간 즉각적으로 범인을 색출해내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수사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조즈카의 이야기를 토대로 추리작가 고게쓰가 논리적인 추론으로 범인을 옭아 매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사실 영매라는 것을 잘 믿지는 않는다. 그저 소설속 이야기니 흥미롭게 이야기 속에 빠져 드는 이야기일 뿐이기는 하지만 영매와 추리작가의 조합이 매우 신선하고 독자들의 눈길을 끌게 하는 것 같다.

다만, 첫편에 나온 「우는 여자 살인」의 희생자가 고게쓰에게 호감을 느꼈었고, 고게쓰 또한 싫지 않았던게 애처로왔지만 그 이후 조즈카와 고게쓰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면서 뭔가 둘이 잘 엮여서 흐믓해지던 찰나!! 여기까지!!! 이런 완전대박 추리소설 스포는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속편도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한껏 기대해봐도 될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끌렸던 것은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서도 '슬픔'이라는 생각이 안들었다. 그냥 일상적인 좋은 말들(?). 아마도 지금 내 기분 상태가 '슬픔'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였을까? 흔히들 이별을 했을때 유행가 가사가 다 내 이야기를 하는것 같다고 하는 것처럼 아마도 책도 자신의 기분과 통하는 점이 있는듯하다. 저자의 전작 <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을 읽었을 때는 나도 엄마가 아프신 상태라 눈물을 쏟으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은 조금 내가 힘들었던 상황에 놓였다면 저 공감을 하면서 읽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나와 맞지 않는 책이었다는 절대로 아니다. 그냥도 참 괜찮은 말들이구나 하면서 엄청 표시를 하면서 읽었으니, 슬프지 않은 지금의 내 상황이 감사할 뿐이다.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갔던 이야기가, 배우 오정세의 수상 소감이었다. 꽤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중에 하나인데, 흔히들 그렇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상복이 별로 없다. 많은 주연배우들이 거품이 낀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지 싶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쇼.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p.106, 107)

누구든 어떤 일을 할때는 열심히 한다. 물론 일부 예외인 경우는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일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디 그것이 본인 탓일까. 애초부터 다른 출발선에 서서 달리는데 말이다. 그러니 그건 당신이 열심히 안해서 그런게 아니라, 세상이, 삶이 원래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사실 말이라는 건 참 중요하다. 모두들 그 말이 듣고 싶은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말". 이 말이 정답이긴 한데, 간혹 눈치없이 기름을 확 부어버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눈치없는 것을 알까. 그런 사람들 공통점은 '나만 억울하다'일텐데 말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어느 프로그램에서 하교중인 한 여자아이에게 남자진행자가 질문한다. "어떤 사람이 될꺼예요?" 수줍어 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진핸자가 말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이때, 옆에 있던 여성진행자가 무심히 말을 던진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해(p.28) 뭐래?라고 처음에는 반응했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면, 남보다 더 잘되라고 너무나도 혹독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이 든다. 딸아이가 초등학생때 남들 다 한다는 한자능력시험에 욕심을 내서 시켜보려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근데 맘처럼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한자를 배우게 되니, 스스로 하게 되더라. 본인이 필요를 느끼면 열심히 하게 되던데, 내가 너무 무리하게 시켰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관심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원하는 것을 하게 하면 되는데,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압박을 너무 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하고싶은대로 나름으로 열심히 살면 안되는 것일까.

이 외에도 좋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 책이었다.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때문에 많은 이들이 힘들다. 또한 다른 별개의 문제들로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나도 지금은 괜찮지만 또 어떤 문제로 고민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때 따듯한 위로가 필요해질때 이 책에서 본 말들을 되새겨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듯, 매일을 버티는 우리를 안아주는 애틋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