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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2023년 도쿄의 카지노 특구 이스트헤븐을 배경으로 한 형사추리물 <데블 인 헤븐>의 전일담으로, <데블 인 헤븐>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뽑냈던 '사신으로 불리는 남자' 진자이 아키라를 중심으로 한 편의 누아르 영화와도 같은 복수와 배신 열전이 펼쳐진다라는 작품소개를 보니, 괜히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렇게 또 한권을 집어들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을 읽으면서 살짝 열린 결말인가, 아직 뭔가가 남아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더니, 그 궁금증은 <데블 인 헤븐>에서 풀어야 겠다. 아마도 진자이 아키라를 그냥 떠나보내기엔 아쉬운 캐릭터라 그런가보다.
진자이 아키라는 전지 형사다. 어느날 관내에서 변호사 부부가 고가도로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순 사고사로 판결났지만 뭔가 의심쩍었던 진자이는 파트너 히와라 쇼코와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했고, 장물시장에 변호사의 시계가 나왔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다가 어이없게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때, 쇼코는 사망했고, 당시 쇼코에게 총을 쐈던 다섯명을 모두 쏴죽이고, 상사에게 보고한 후 그대로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파트너였지만 사랑했던 쇼코, 그리고 뭔가 석연찮던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더이상 살아갈 이유도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9년이 흐른뒤, 갑작스레 옛상사가 찾아오고 신종 합성 약물인 '스노우 엔젤'을 수사하는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를 만나게 되어 비밀수사를 하며 사건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그 옛날 거리에서 총격적이 난무하던 홍콩영화를 보는것 같다. 요즘에야 영화기술이 날로 진화해서 비교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지만, 종종 그 옛날 유덕화를 좋아했던 친구덕분에 영화관에 끌려다니곤 했었다. 그때 영화를 보던 느낌이 과연 저런 총격전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혹은 조직과의 싸움이 정말로 가능하다고?라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추격전과 더불어 총격전이 나오곤 하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홍콩영화가 떠오른다. 아마도 마약, 첩보작전 등등의 이야기가 오버랩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읽는 내내 나는 엉뚱한 짐작을 하고 읽었지만 후속작이 매우 궁금해진다.
특히나, 진자이가 접촉을 했던 판매상 이사가 했던 말 "왜 마약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아세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요"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이사의 입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 중 하나가 약물 사용자에 대한 징벌이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보고 옳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약문제 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성범죄나 음주운전에 관해서도 너무나도 처벌이 미약하다. 물론 다른 것도 그렇지만 굳이 이 두가지 이야기가 생각난것은 요즘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사건 때문이다. 어린 초등학생을 성폭행했던 이는 술을 마셔 심신미약을 핑계로 고작 12년형을 받아 이제 출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의 소아성애자의 기질은 조금도 변함이 없고, 그가 돌아가겠다고 하는 곳은 주민들은 불안해한다. 또한, 안타깝게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한 청년의 이름을 딴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부족하기만 하다. 이는 강화했다고는 하나 아직 그 처벌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또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술이나 담배를 봐봐. 그것때문에 전 세계에서 해마다 몇백만 명이 목숨을 잃어. 하지만 어느 나라도 그 정도로는 술 담배를 금지하진 않지. 세금이 쏟아져 들어오니까. 야쿠자가 팔면 중독물질이지만, 나라님 보증이 있으면 기호품이란 말씀이야. 도박도 그렇잖아? 야쿠자가 하면 도박판, 나라님이 하면 레저 산업이야."(p.309)이 이야기를 읽고는 어떻게 부정을 하지 못하겠다. 정말로 범죄는 사라지지 않겠구나 생각이 든다.
요즘엔 스토리 뿐 아니라 생각이 깊어지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을 한다. 이 책 또한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그런 이야기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