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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오해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0년 4월
평점 :
세주, 유주, 비주... 세 자매의 이야기이다. 가족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비밀이 어떤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지 알게해줬던 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결혼식을 앞둔 큰언니 세주가 당일 약혼자인 형석이 그녀의 앞에서 '모두에게 죄송하다'라는 유서를 남긴채 투신자살을 하게 된다. 현장에서 마주한 세 자매는 각자의 비밀을 감춘채 상대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그 의심이 진실로 밝혀질까봐 두려운 나머지 서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책소개를 먼저 만나게 되었었다. 하지만, 이 세자매의 이런 껄끄러움은 아마도 그 이전의 단란했던 가정의 예상치 못했던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한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위치를 포기했고, 고작 15살이었던 세주가 동생들을 챙길수밖에 없었다.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만 했던 그 집을 세주는 결혼과 동시에 떠나려 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형석의 자살..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그렇게 세주는 독립을 했다. 세주의 역할을 떠안은 유주도 2년전 진우와의 동거로 떠난 집에 비주가 남아 홀로 살게 된다. 자신의 가족에게 불운이 드리운듯한 엄마의 부재를 잘 기억하지 못한채로...
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유주가 언니 세주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비주의 맹장수술... 그렇게 현재 진행형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세 자매에 얽힌 이야기와 그 속에 숨은 비밀과 그 비밀이 만들어진 오해들이 서서히 풀려나가면서 화해 아닌 화해에 이르기 된다. 사실 이 세자매는 서로에게 무심한듯 보이지만 그 내면은 참으로 애틋하고 서로를 너무나도 아낀다. 그래서 화해 아닌 화해라고 표현을 했다. 너무나 아끼는 관계라 알게된 진실에 대해 상처입을까 두려워 비밀을 선택했고, 아무도 아는척 하지 않는 가운데 오해를 키우게 된다. 하지만 오해를 해서 미워하는 것보다 묵묵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들은적이 있어. 충수염 진단은 100%까지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대. 80%까지 의심되면 그냥 수술한다는 거야. 진단 정확도를 높이려다 충수돌기가 터져 복막염으로까지 번지명 환자에게 위험하니까. 그리고 막상 수술에 들어가선 설령 충수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충수를 자른대. 일단 의심되면 그냥 떼어버리는 거지. 없어져도 상관없으니까"(p.78, 79)
비주는 세자매 중에 자신이 충수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를 그처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세월이 흘러 보니, 때론 침묵이 필요한 때도 있는것 같더라. 비록 그 침묵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는 많은 비밀이 등장한다. 세자매 처럼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비밀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비밀까지도. 비밀이 세상에 드러났을때 그로 인한 파장은 거셀수도 아닐수도 있다. 가끔은 그 후유증이 아주 오래 지속될수도 있다. 그럼에도 비밀은 필요할까... 소설속 비밀들이 한꺼풀씩 벗겨질때는 참 속시원 했는데, 정작 현실에서 마주했던 비밀은 아직도 씁쓸하기만 하다. '비밀', '오해'라는 단어로 깊은 생각을 하게한 소설이지만, 그 내용은 한달음에 읽어내려갈수 있는 이야기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