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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 생명의 정의를 초월한 존재
야마노우치 가즈야 지음, 오시연 옮김 / 하이픈 / 2020년 7월
평점 :
요즘 때가 또 그런 때인지라... 이 책이 무척 끌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2020년은 참 전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사실 몇년을 주기로 돌아오는 위협, 신종플루나 메르스 일때도 마스크는 쓰고 다니지는 않았었다. 전염병보다는 숨이 막혀 죽지 않을까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꽤 위협적이다. 아직까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스크는 이제 필수가 되어버렸다. 처음 확진자가 근처에서 등장했을 때는 호들갑을 떨면서 동선을 확인하곤 했는데,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무뎌졌다고 할까.
내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는 생물체와 무생물체의 중간정도. 숙주 안에서는 생명체처럼 활동하지만 밖에서는 그저 단백질 결정체로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전공도 아니였으니 그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이 책은 바이러스란 어떤 존재인지 소개하고,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현 생태계와 지구의 진화 과정과 급속히 발전한 문명을 함께 살펴볼 수가 있다.
특히나,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6장(때로는 파괴자가 수호자로) 이야기이다. 흔히 바이러스라고 하면 병원체로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6장의 제목처럼 때로는 파괴자가 수호자로 변신을 한다. 예를 들면 대서양에 살고 있는 2~3센티미터 정도의 나뭇잎 모양을 한 에머랄드 푸른민달팽이라는 동물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푸른민달팽이는 연체동물이지만, 식물처럼 태양광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며 산다는 것이다. 동물이라면 세포내에 엽록체가 없어서 광합성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된것일까. 이 달팽이의 먹이는 바우체리아 뿐인데, 이 바우체리아의 엽록체는 소화되지 않고 소화관을 따라 특수한 세포로 들어가 이 달팽이가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이들에 기생하는 내재성레트로바이러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바우체리아의 RNA가 DNA로 전사되어 태양광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더 연구되어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굳이 음식을 먹지 않아도 우리도 광합성을 하여 에너지를 얻을수 있으면 참 좋을 것도 같다. 맛을 음미할수 없으면 삶이 별로 재미없으려나.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바이러스는 세균여과기를 통과할 만큼 작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세균학자들이 거대 바이러스를 관찰했을 터인데 그것을 바이러스라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광학 현미경으로 볼 수 없다'는 20세기 초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대 바이러스의 발견은 선입견에 사로잡히기 보다 자연계를 관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p.146)라는 말이 나온다. 살짝 벗어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선입견이라는 것은 참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것 같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이들을 보면 항상 선입견을 버리고 도전하기 때문인것 같다. 항상 선입견에 지배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참 인간이 세상에 못할짓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실제 생태계에서 만나지 못할 생명체들도 인간의 욕심때문에 한곳에 모이다 보니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들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었을때, 히말라야가 보이고, 베네치아의 물이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 역시 이 지구상의 최대의 문제아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종종 그런 사람들을 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이 벌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