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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요즘에 독서모임에서 한국형(?) 탐정소설을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을지문덕탐정록"이다. 연이어 읽는 탐정 소설이 꽤 탄탄하고 짜임새있다. 외국 장르소설을 주로 읽었었는데, 요즘 들어 있는 책들로 인해서 우리 장르 소설의 인식이 꽤 많이 바뀌었다. 어떠한 소설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특히나 정명섭 작가님은 <저수지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났었는데, 원래 장르소설을 쓰신다니 이러한 필력을 가지신 분이구나라며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이 책은 <온달 장군 살인사건>에 이어 을지문덕이 명탐정으로 활약하는 역사추리소설이라고 한다. 안그래도 저자의 작품목록에 <온달 장군 살인사건>을 보고 관련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바로 온달장군의 무덤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관련된 이야기이니 말이다.
고구려의 무덤 중에 '환문총'있는데, 이 환문충이 특별한 것은 둥근 무늬들 사이로 희미하게 춤추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 흔적때문이다. 애초에 다른 형태의 그림을 그렸다가 그 위에 다시 회칠을 하고 둥근 무늬를 그려 넣은 것이다. 꼼꼼하게 회칠을 해서 가렸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안쪽에 숨어 있던 원래 그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p.415)그림들을 수정을 했을텐데, 그림 자체의 양식이 변경되었는데, 이처럼 벽화의 양식이 변하는데에 있어서 화가들의 생각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처음에 읽을 때는 그저 을지문덕과 담징 등 꽤 친숙하고 역사속 실존인물들이라 흥미로웠는데,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읽고나니 저자에 상상력에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온달장군의 벽화를 그리는 화가 집단의 우두머리인 거타지가 무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손에는 화상도 입었지만 그로 인해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터이다. 부검 결과 사인은 독살로 밝혀지고, 붓에 색을 빼기 위해 입에 문다는 행동으로 보아 물감에 독이 들었을것으로 예상하고, 물감을 관리하던 담징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담징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을지문덕을 찾았고, 그는 5일의 말미를 얻어 이 사건을 해결하기로 한다. 하지만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을 하게 되고, 무언가를 알아차린 담징은 도망을 치게 된다. 담징의 누명을 벗겨줌과 동시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을지문덕은 꽤 난감한 처지에 이르게 되는데..
묘주가 원하는대로 벽화를 그려줘야 하는 화공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예술관들이 존재했고, 또 서로들 인정을 받기 위해 모함하고, 암투도 등장한다. 비록 소설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옛날에도 사람사는 세상은 다 똑같지 않은가. 인간의 증오와 욕망은 또 다시 살인의 씨를 뿌릴겁니다(p.226)라는 말을 보면 인간은 다 똑같고 어느시태나 증오와 욕망 때문에 사고를 치르는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특히나, 살수대첩으로 수나라를 물리친 장군으로만 을지문덕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탐정으로서 그의 등장은 꽤 신선하고 독특하다. 또한 중간 중간 살인자의 독백이 등장한다. 살인자의 독백이 등장하는 것은 뭐 여느 추리소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지만 범인을 잡아내겠어라는 생각으로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길을 잃고 만다. 아마도 독자들을 홀리는 듯한 저자만의 매력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많은 역사속 인물들이 탐정으로 등장을 했지만 을지문덕이야말로 꽤 독특한 인물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순신 장군만큼이나 사랑받는 그런 인물이라서가 아니였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