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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ㅣ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요즘 출판사 마다 젊은 작가의 중장편 소설을 아주 예쁜 양장본 책으로 내고 있다. 이 <이제야 언니에게>는 창비에서 출간하는 "소설 Q"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클럽 창작과 비평 프롤로그(2019 겨울호)' 활동 미션을 수행하면서 만났다. 책을 접하지 않고 신간들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렴풋이 어떤 이야기인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읽어본 이야기는 그 때 내가 느꼈던 그 이상의 충격을 주었다. 이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힘들다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기도 힘이 드는데 예전에는 얼마나 더 심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제야와 제니는 자매이고 승호는 사촌이다. 작은 마을에 모여산다. 이야기는 제야이 일기 형식을 빌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진행된다. 2008년 7월 14일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날. 그 전까지 비교적 제야답게 살아왔지만 그날이 일어나고선 제야에겐 마지못해 살아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본인 혼자만으로도 힘들텐데 주변 사람들로 인해 제야는 길을 헤매게 된다.
두해만 지나면 스무살이 될텐데, 엄마는 공무원이 최고라고 하고 아빠는 교대에 가라고 하고, 하지만 제야는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당숙에 의한 성폭행으로 제야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제야는 이해할 수 없다.
나이 많은 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정말 그런 일을 겪었다 쳐도, 그래도 너는 잘못이 있다. 그렇게 자랑하듯 떠벌리면서 벌을 주겠다고 그러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너도 부끄럽고 우리도.... 우리가 다 부끄럽다. 감추고 쉬쉬해도 모자랄 판에 이게 재판을 받겠다고 나설 일이냐, 대체. (p.123)
함께 고민해 줘도 모자라는 판국에 이게 과연 할 소리일까. 그것도 2008년에.. 직접적으로 프로그램을 보지 않고 기사로만 접했는데, 어느 한 연예인의 어머니가 며느리를 태하는 태도를 보고 놀란적이 있었다. 자식 자식이 귀하듯 남의 자식이 귀할터인데 며느리를 태하는 태도가 너무나도 어이없었다. 연기를 한다면 며느리를 때려잡는 역을 하고 싶단 말에 할말을 잃었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말을 여과없이 내놓는 방송도 문제지만 아직도 이런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은 일을 한 것이다. 잠깐 잘못해서 여자애한테 실수한게 아니라 사람을 인격적 살인은 한 것이다. 당숙 뿐 아니라 그 마을 사람들 모두..
지금은 작은곰자리 알파별이 북극성인데, 만이천년 뒤에는 거문고자리 알파별이 북극성이 될거라고 말해줬다.(p.156)
지구 자전축의 끝에 있는 북극성은 일주운동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북극성의 고도를 알면 그 지방의 위도를 알수 있기에 '길잡이 별'이라고 불리운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축이 회전하는 세차운동으로 인해 13,000년(원래 세차운동의 주기는 26,000년이 맞는데, 왜 소설에서는 12,000년이라고 했는지 의문)이 되면 길잡이별은 바뀌게 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너무나도 오래 걸리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오래 걸리더라고 제야가 힘을 냈으면 좋겠다.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얼굴 없는 남자를 피해 문을 열면 벽이 아니라 새로운 출구가 나왔으면 좋겠다.
젊을 때 잠깐 실수라는, 합의된 관계라는, 꽃뱀이라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자신들의 잠깐 실수로 한사람에게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기는지..제발 좀 인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