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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찾아 떠나는 오지여행
홍상순.설태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천명관님의 <고래>를 읽고 나서였는지, 이 책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표지에서 보듯이 이렇게 바닷속에 고래들이 여러마리 있을수가 있을까? 돌고래는 몇마리씩 그룹을 지어 관찰된다고 왜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고래들은 무리를 짓지 않는다고 왜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표지에 나오는 고래는 귀신고래같다. 고래는 돌고래와 범고래밖에 구분을 못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났더니 귀신고래 같고, 숨구멍이 2개가 보이는 것을 보니 수염고래가 맞다. 이 책 한권 읽었다고 아주 고래에 대해서 박사가 된것 같아 웃음이 피식 난다.
이 책은 인사말에서 밝혔듯이 여행서적이다. 그러나 흔하지 않다. 고래를 찾아 오지로 떠난 두 기자의 모험담이다. 게다가 제목에서도 "QR코드로 미리보기"라고 나와 있듯이 중간 중간 QR코드를 스캔하면 영상으로도 만날수 있다. 아주 스마트한 시대에 스마트한 책이 아닐수 없다.이 책은 4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첫파트는 부조화에 대해, 그리고 고래 생태 관광, 고래잡이 고래문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독자들을 고래의 세계로 이끈다.
고래를 사냥했다.
사냥을 못 하게 하니 이제는 고래를 관광 상품화한다.
정작 피해를 보는 건 고래다. 인류는 폐를 끼친다.
그런 줄 알면서도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생존방식이자 도전이다.
고래 생태 관광과 고래잡이의 공존이 부조화를 이룬다. 고래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자 극단의 조치로 고래잡이를 금지했다고 한다. 상업적인 목적인 고래잡이는 금지했지만 고래잡이가 아니면 생계가 막막한 오지 마을 원주민들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고래잡이를 허용하고 있다. 생존포경을 제외한 고래잡이는 모두 불법이 된다. 그러니 이번에는 고래 생태 관광이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피해를 보는 것은 고래 자신인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업적인 고래잡이는 불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물고기를 잡으려고 어망을 쳐놨는데 고래가 걸려 숨을 못쉬어 죽은 고래는 유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말이 정말 사실일까. 울산. 고래. 요즘 자주 뉴스에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제발 고래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래 저래 인류는 골칫덩어리가 아닐수 없다.
고래들의 덩치들은 매우 큰 편인데 범고래를 제외하면 순하고 겁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동물이다. 생태관광을 할때도 최대한 고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진행방향을 피하고(실은 고래가 엄청 빠르게 헤엄을 치기때문에 다칠수도 있다.), 과속도 피하고, 큰 소리도 내서는 안된다고 한다. 실제 로 바다속에서 헤엄치는 고래를 보고 싶다면 책 중간중간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세번째 파트인 고래잡이는 범고래 잡이 영상을 보다가 너무나도 놀랐다. 새끼 범고래를 먼저 공격하면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어미 범고래까지 잡게 된다고 하는데, 영상에서 새끼를 살리려 주의를 끄는 어미의 몸부림이 너무나도 마음 아팠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미의 마음은 한결같은가 보다.
특히, 일본에서 돌고래잡이하는 부분에서의 돌고래가 일단 포획장인 만 안으로 들어가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잠수부가 입구를 가로 질러 그물을 친다. 만 안에 갇힌 돌고래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선별 작업이 이뤄진다. 어부들은 잘생긴 돌고래를 따로 분류한다. 쇼장에 수출할 고래들이다. 나머지는 모두 작살로 찔러 죽인다. 바닷물은 돌고래들의 피로 금세 빨갛게 물든다. 쇼장에 보내지기 위해 살아남은 돌고래들은 방금까지도 같이 바다에서 뛰놀던 가족이나 동료가 괴성을 지르며 죽는 모습을 본다(p.198)라는 설명은 실제 모습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공포스럽다. 거울을 보고 실제 자신이라고 인식까지 한다는 지능을 가진 돌고래인데, 슬픈 기억을 가지고 어찌 살아갈 것인가. 우리도 제주에서 포획된던 제주남방큰돌고래는 동물학대라는 여론에 자연으로 돌려 보냈지만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한 큰돌고래들은 여전히 쇼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도 종종 언급되고 있는 선사인이 남긴 울산 '반구대 암각화', 이는 국보 285호로 300여점의 그림중 50여점이 고래그림이다. 이 곳에서 향고래, 범고래, 귀신고래, 혹등고래 등 갖가지 고래가 사랑을 나누고 새끼를 돌보며 뛰노는 모습이 놀랍게도 '사실적으로'묘사되어 있고, 고래사냥에서 해체과정까지 오롯이 담겨 있는 세계 최고의 걸작이며 최초 그림이라고 한다. 흥미로 시작한 이 책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멋있는 우리나라의 반구대 암각화를 만날줄이야. 이 책을 읽다보니 고래가 참 친근해졌다. 이제 고래들을 보면 어떤 고래인지 구분할수도 있을것 같다. 기회가 되면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실제로 보러 가봐야겠다. 거기 새겨진 아주 예전 우리 동해바다에서 놀던 향고래, 범고래, 귀신고래, 혹등고래를 만나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