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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10년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는, 제목처럼 요즘같은 12월 어느날에 읽게되면 좋을 러브스토리...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나인데도 홀딱 빠져서 읽은 이야기이다. 서로의 엇갈림이 참 안타깝지만 또 요런 엇갈림이 있어야 러브스토리의 맛집이 아니겠는가 싶기도 하다.
로리와 잭이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하면서 그들의 혼란스러운 그리고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둘의 첫만남...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겨울철 버스안에서 병균을 신경쓰고 앞에 서있는 여자가 비듬을 털어내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서술되서 로리는 매우 결벽증 환자인가라며 왜 까탈스럽게 굴지.. 하면서 시작을 했다. 이 주인공 뭐 이래.. 하려는 찰나.. 정차한 버스에서 우연히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멋있게 책을 보고 있던 남자...그러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게 된다. 그순간 로리는 이 만원 버스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만 한다. 그라도 버스에 탔으면, 어서 올라타라는 텔레파시를 보내지만 뒤늦게 움직인 그는 간발의 차로 버스에 타지 못한다. 2008년 12월 21일 단 60초만에 로리는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세라는 로리의 절친이자 룸메이트. 2009년 새해에는 둘은 그 '버스보이'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다. 완전 "한양가서 김서방 찾기"만큼이나 어려운 미션이다. 번번히 '버스보이'를 찾는데 실패했고, 1년이 지날즈음, 세라의 남자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는 남자친구, 내 베프의 친구. 그런데 오 마이 갓!!! 세라의 남자친구가 바로 그 '버스보이'였다.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하나. 세라가 로리에게 소개팅을 주선한걸 보면 그녀의 눈썰미가 그리 좋은편도 아니었고, 말로만 설명했으니 세라가 못 알아챘을수도 있다. 혹은 세라에게도 전기가 파파팍 튀어서 눈에 콩깍지라도 씌운 탓에 로리 이야기를 잊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나처럼 포커페이스가 되지 않는 사람은 금방 얼굴이 굳어지면서 이 상황을 난감하게 몰고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리는 참 대단한것 같다. 살짝 티가 났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을 접고 불편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버스보이' 잭과 친구가 된다. 아니면 그렇게라도 곁에 있고 싶은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잭도 실은 그녀를 몰라본건 아니다. 1년전 버스 정류장에서 로리를 얼빠지게 쳐다보던 기억은 있지만 모른척 한다. 한달남짓 사귄 세라에 더 빠져 있기 때문이다.
참 사랑이라는 것이 양방 통행이어야지 일방 통행이면 참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서로를 맘에 담았으면서도 어떻게 엇갈리기만 하는지 참 속터지면서 책장을 넘겼다. 이야기가 재미없어서 속터진다기보다 긴시간이 엇갈리기만 하는데 속터진다. 그야말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야! 니네 정말 몰라보는거 아니잖아. 니들 불꽃 팍팍 튀고 있는데 왜 모른척 하냐라며 알려주고 싶지만 솔직히 20대의 그들에겐 이런 감정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얼마전 '캠핑클럽'에서 오랜만에 만난 멤버들이 20여년전 노래 가사를 재해석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 당시에는 너무 애절한 사랑이였는데, 나이들어보니 뭘 바람난 남친한데 매달려.. 하는 상황이랄까, 그 옛날 모르고 읽었던 이야기를 지금와서 다시 읽어보면 왜 잘사는 유부남한테 꼬리치고 이래????라며 내 생각 자체가 달라진걸 느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이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세월속에 무뎌졌는지를 알겠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 시절 그랬던 것 같았다. 내 20대시절을 생각하면서 입꼬리가 올라가게 해준 이야기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
두사람, 열 번의 기회, 단 하나의 잊지 못할 사랑,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마법 같은 러브스토리에 휩쓸릴 준비가 되셨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