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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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십 대 소녀, 그러나 정작 위험에 빠진 건 그녀가 아니다.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제껏 현실에서나 소설에서나 피해자를 본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사건 이후 굉장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살지 못해 살고 있다. 얼마전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의 고백에 따라 그 옛날 유괴되어 살해된 초등학생의 유골을 찾는 일이 대대적으로 있었다. 수색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30년을 폐인처럼 살았다"라며 오열했다고 한다.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리를 펴고 잔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그것도 맞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때린놈들 가해자들이 더 뻔뻔하게 기를 펴고 사는 세상이 아닌가. 그런 세상에 이 <복수해 기억해>는 얼마나 통쾌함을 선사해 주시는지 아주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납치된 10대 소녀 리사. 그녀는 남다르다.

첫날 밤 그는 4.3시간 잤다. 나는 2.1시간을 잤다.

걸어서 1.1분

16번 도구, 17번 도구

이것이 무슨 납치된 이의 자세란 말인가. 이제껏 경험했던 피해자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며 자칫 자포자기 상태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리사는 다르다. 그녀는 납치당하는 그순간부터 탈출할것을,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이들에게 철저히 복수할것을 계획한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아기를 위해.


그렇다. 이들은 임신한 소녀를 납치하여 아기가 태어나면 다른 이들에게 팔고(설마 그들이 정상적으로 입양하지는 않을테니까), 소녀는 그냥 조용히 집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깊은 호수에 던져 버리는 범죄조직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참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도대체 인간이란 작자들은 어디까지 타락할수 있는 존재일까.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 이야기 속 리사는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소시오패스라는 진단은 받지는 않았지만 보통 사람하고는 다름에는 틀림없다. 아무리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산다"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속에서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주변 도구들을 이용하며 계획을 할 수 있겠는가. 리사가 존경스러울 뿐이다.


어제 '그것이 알고싶다'를 봤다. 농수로에서 발견된 어느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납치된 후 극한의 공포에 휩싸였을것으로 추정된다라는 말이 참 가슴을 후벼판다. 그녀가 겪었을, 많은 피해자들의 겪었을 공포에 비해 우리나라의 벌은 너무나도 가볍지 않은가. 그래서 어쩌면 리사를 응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깟 법. 법이 제대로 그들을 벌주지 않으면 내가 벌주겠어. 이 책을 덮고나서 어느 아내를 범죄로 인해 잃은 한 남편이 절대 범인에게 사형을 언도 하지 말아달라. 아이를 모두 성장시킨 후에 내가 그를 죽일수 있도록 제발 사형시키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던 일이 생각나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애달프다.


정말로 가해자들이 발뻗고 잘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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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 웨이보 인싸 @하오선생의 마음치유 트윗 32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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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암요, 암요, 처음이지요.

예전에 의사라면 좀 무뚝뚝, 물어봐도 이야기 안해줄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특히나 종합병원 의사들은 말이다. 그런데, 엄마때문에 알게된 종합병원 의사선생님은 얼마나 친절하신지 그리고 질문에도 대답을 잘해주신다. 하지만 몇몇 의사들은 아무래도 본인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직업군이다 보니 가끔은 환자를 내려다보는 그런이들도 없지않아 있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는군. 그래도 몇몇 실제로 만났던 사람들중에 기분나쁜 의사보다는 좋은 느낌의 의사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이 책의 저자인 하오선생은 아무래도 후자의 좋은 느낌의 의사를 넘어 살짝 허당끼가 있는 의사라고 할수 있겠다.


정신과라고 하면 예전에는 좀 진료받기가 껄끄럽고 뭔사 제정신이 아닌사람 같아 보이고, 혹은 그냥 아픈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조롱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나도 극에 달했고, 우울증, 불면증등의 많은 문제가 야기되므로 난 정신과 치료에 대해 별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정신과 치료라고 하는게 꼭 앞에서만 열거한 것만 있는것이 아니지 않을까. 뭐, 난 전문가가 아니니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원제는 원래 <어서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당신도 버섯인가요?>가 이 책의 원제라고 한다. 정신병원을 찾은 환자가 우산을 들고 모퉁이게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한다. 기이한 행동에 모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아무도 왜 환자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수가 없었고, 이러지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한 의사가 우산을 들고 환자를 따라 쪼그려 앉았다고 한다. 그러기를 한 달, 환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단다. "저기..... 당신도 버섯인가요?" 그렇게 말문을 연 환자는 버섯도 잠을 잘수 있다, 버섯도 약을 먹을수 있다라며 호응해주는 의사와 함께 열심히 잠도 자고 약도 먹으면서 치유했다고 한다.


정신 질환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미디어에서는 스토리를 위해 정신 질환을 과장해 표현하기도 하고, 언론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정신 질환이 타인에게 주는 피해를 확대해서 보도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정신질환과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점차 악마화되었고, 대중들은 오해 속에 공포심을 갖기 시작했죠. 안 그래도 설 곳이 좁았던 정신 질환 환자들은 한걸음 더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p.8, 9)


정신질환도 그저 감기처럼 몸이 아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전철에서 이상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선 겁이 나긴 한다. 그리고 때론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치료를 받는다면 병이 회복되고 나면 다 똑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조금만 더 너그럽게 그들을 바라봐 주고 지속적인 치료를 할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면 함께 어울려 살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많은 에피소드 중에 <호두나무의 약속>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저자의 어린시절 소꿉친구인 구이즈는 태어나자 마자 아빠를 사고로 잃었다. 그런데 그 시절 과부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 않아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이를 과부상이네, 역귀네 하는 말들이 오고 갔다고 했다. 구이즈 또한 아빠 없는 아니라고 놀리기도 했다고 한다. 아니 이것이 왜 놀림을 받아야만 하고 지탄을 받아야만 하는가. 그런데 종종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을 향해 구이즈의 엄마인 천아주머니가 평소엔 온화했던 분이 남편에게 빙의라도 된 듯 변하더란다. 그를 보고 사람들은 귀신이 씌었다며 더 멀리 했고 소문이 안좋게 나자 갑자기 구이즈와 천아주머니는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어른이 된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가 되고 나서야 천아주머니는 악귀에 씐것이 아니라 히스테리성 빙의로, 흔한 히스테리성 발작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천아주머니가 재앙을 부른다는 역귀가 되었던건 무지몽매한 시대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대는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고 예전의 무지몽매함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건강한 생각을 가졌다면 사고로 아빠를 잃은 아이에게 아빠가 없다고 놀리지도 않을 것이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 세상에 산다고 함부로 대하지도 않을것이며, 믿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괜히 이야기가 어둡게 흘러 온것 같지만 이 이야기는 유쾌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다. 제목처럼 정말로 이런 의사는 처음이다.


"우리는 신이 한 입 베어 문 사과처럼 누구나 결점을 갖고 있다.

만약 그 결점이 비교적 크다면 그것은 신이 특히나 그 사람의 향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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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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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한번 하실래요??" 이 물음에 절실하게 "네!"를 외치고 싶다.

아마 내 나이가 그런 나이인가보다. 휴식이 필요한 나이.. 사회생활을 한지 20여년이 넘어가면서 이젠 조금씩 휴식이 절실해진다. 나름 가족과 여행도 가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 휴식인가. 우리 가족의 여행은 전투적일뿐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휴식을 갖기에 매우 힘든탓도 있다. 짧은시간에 많은것을 보고 즐기는 그런 일상을 벗어난다는 여행만 했지, 낯선곳에서 이렇게 오랜 이방인 아닌 삶을 살아본 적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또한 아무래도 앉아도 꼬박꼬박 통장에 생활비가 입금이 된다면 한달이든 1년이든 어디론가 훌쩍 떠날텐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 게다가 일을 한만큼 댓가를 받는 프리랜서로서는 감히 상상해볼수 없는 그런 생활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주무대를 떠나서 외딴곳에서의 삶은 정말로 경력단절로 이어지면서 아마 남은 생은 안봐도 그려질만 하다. 다만 이제 원하다면 조금더 시간이 지나고 은퇴를 한다면 그제서야 나도 어디론가 가서 한달정도 혹은 1~2년정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곳이 내가 좋아하는 제주여도 좋고, 아니면 정말 필자들처럼 다른 나라 휴양지여도 좋을것 같다. 하나 아쉬운점은 필자부부처럼 역동적인 파도타기 같은것은 할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체력이 따라 주지 않을것도 같다. 어쩌면, 내 취미가 역동적이지 않고 책을 읽는다거나 십자수를 한다든지 하는 정적인것이 많아 다행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야자수나무가 그려져 있는 표지(? 껍데기)를 살짝 들춰보면 원책도 꽃무늬가 있어서 참 예쁘다. 게다가 가볍고 에세이같은 이야기가 참 매력적이다. 추리스릴러를 좋아하는 내게 어울려 보이지 않을것 같긴 하지만 나름 이런 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치 일기를 써나가듯이 자신들의 일상을 나열한 것이 보는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갖게 해준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느낄수 없는 에피소드들.. 이를테면 카이마나 해변(Kaimana Beach)에서 철퍽철퍽 물에오르는 물개 한마리.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유유히 해변으로 올라오더니 찜질방 나들이 온 아줌마처럼 자리를 잡고 드러눕더란다. 다소 낯선 모습이라 사람들이 주변에 모일법도 한데 안전요원들이 달려 오더니 접근금지 명령 깃발을 주변에 꼽더란다. 그래, 바다가 만들어준 그 해변은 사람들만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분명 자연은 모든 생명을 가진 이들에게 자신의 한켠을 내어주며 휴식을 즐기기를 바랄 것이다.


나는 필자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났는데, 남편을 지칭하는 말이 참 독특하다. 글속에 그를 이름 그대로 '우일'이라고 지칭한다. 가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귀에 거슬릴정도로 "오빠가, 오빠가~"를 남발하는 이들이 있다. 다른사람들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난 별로...내가 아는 사람도 아닌데 남의 오빠를 그토록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을 필요가 없지 않는가. 근데, 무척 독특하게 필자는 "우일은, 우일은"하며 남편을 칭한다. 한번도 그런 경우를 만난적이 없어서 그런지 색다르게 내게 다가왔다. 개구진 그림이 있었기에 더욱더 이 글이 편한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부부의 환상적인 콤비덕에 하와이가 그리 멀지 않은 바로 우리 옆동네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도시에서 자란탓에 산과 바다로 들로 그렇게 여행을 가면 이런 곳에서 며칠은 좋지만 계속은 못살것 같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건 그만큼 내가 편안한 세상에 찌들어서 금방에 영화관도 있어야 하고 교통도 편해야 하고... 등등 그래서 이것들을 모두 놓고 떠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테라스에 나서면 파란 바다를 볼수 있는 곳에 커피한잔 들고서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책을 읽는 삶을 꿈꾸기도 하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조금더 시간이 지나면 그런 삶을 지속적으로 아니더라도 한달, 두달 그렇게 지낼수 있는 그런 시절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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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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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없이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대재앙이 사람을 어디까지 변하게 할 것인가.


이 책은 물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블랙 아웃>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대규모의 정전 사태로 말미암은 사람들의 이기심. 그것은 그저 암흑속이기 때문에 목숨의 위협까지는 아니었고, 약탈 그 정도에서 끝이 났지만, 이 물이라고 하는 것은 그 부재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은 충분히 있을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몸의 3분의 1의 수분을 잃게되면 그 자체로 목숨에 위협적이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물부족국가로 분류되었다고 했는데, 실은 물부족이 우려되는 국가라고 한다. 그렇다고 물부족국가가 아니니 물을 마구마구 써서는 안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수도를 틀면 나오는 물들이 그냥 강물을 끌어와서 쓰는건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한시라도 물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20여년전에 내가 살던 곳에 큰 물난리가 있었다. 아마도 복개 사업때문에 배수가 잘 안되어서 그해 여름 게릴라성 폭우는 온동네를 물바다를 만들었다. 그때 우리 아파트는 지하실이 거의 물이 차서, 전기도 가스도 그리고 물도 끊긴적이 있었다. 뭐 먹을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방서에서 나와서 물을 일부 공급을 해주었고, 정말로 더운 여름날에 물 몇바가지로 샤워를 하며 며칠을 지냈던것 같았다. 그때 마트에서도 휴대용 가스같은것도 1인당 1개로 제한해서 판매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났다. 만약에 더 심각했던 경우라면 어찌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남의 일이라고만 할 것인가.


물부족은 사람들을 이성을 잃게 한다. 물을 얻기 위해서 남에게 위해를 가하게 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에 항의하며 폭동을 일으키고, 물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사람에게 오히려 해코지를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상황들을 얼리사, 켈턴, 재키, 헨리의 시각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독자들을 이끌며 한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책 말미에 이 물부족 사태가 해결되고 나서 얼리사는 사람들을 네 부류로 나눈다. 먼저 실감을 못하는 부류, 이들은 꿈이라도 꾼 듯 훌훌 털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 다음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부류. 솔직히 이런 부류가 대다수가 아닐까. 이 사태는 충분히 모든 이들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에 충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었고, 가족들을 잃었다. 생명의 위협도 받았다. 이 사태에서 살아남을수 없다는 공포감도 컸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성취감을 느끼는 부류도 있다. 난세의 영웅들. 자신이 진정 쓸모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선행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 마지막으로는 그림자들. 살기 위해 저질렀던 추악한 짓이 들추어질까봐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 가장 비열한 사람들 아닐까. 며칠전 문득 예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때 옷가지를 훔치던 사람이 포착된 사진이 다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실종되었는데 물건들을 챙길 생각이 드는 것인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볼수 있다. 그것이 위협적인 상황이든 아니든간에. 철저하게 이기심에 충만한 사람들은 남의 이목에는 관심없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에만 급급하다.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림자들처럼 추악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지인이 참 재미있을거라 했었는데.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현실로 다가오면 그다지 재밌지는 않을것 같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물을 아껴야할것 같다. 읽는 내내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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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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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 기자였던 헨리. 어느 날 만나고 싶다는 아들 샘의 편지를 받고 학교로 찾아가던중 템스강으로 떨어진 아이를 발견하고 그녀를 구한다. 그리고 연이어 일어난 사고로 그는 영원히 꿈속에 갇히고 만다.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샘은 매일 아빠 헨리를 만나러 병원에 간다. 10여년만에 만나는 아빠는 자신을 쳐다보지 못하는 채로 그냥 누워만 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아빠에게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더 이상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빠의 오른팔 손목에 플라스틱 매듭...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버렸다. 2년전 자신이 직접 엮어서 우편으로 선물했던 매듭, 엄마는 아빠가 그냥 버려버릴것이라고 아빠는 그런 사람이라고 했지만, 아빠는 그 매듭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친아빠를 그리워하는 샘에게 그 매듭은 아빠를 그리워해야할, 그리고 지켜야한다는 이유를 던져주고 있다. 아빠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꿈너머의 세상에 있는가보다.


에디는 2년전 헨리와 헤어졌다. 그를 사랑했지만 그는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야 겨우 그를 향한 그리움에서 벗어났는데 갑자기 헨리가 다시 에디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의식불명인채로... 의사가 에디에게 설명한다. 환자가 합법적으로 지명한 보호자로서 모든 치료와 처치를 결정한 권한과 생명을 유지시키는 기계들을 차단할 권한을 갖게 될것이라고 한다.


아직 내 가까운 사람이 의식불명인 상태인 적이 없었드래서.... 샘과 에디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한건 에디와 샘은 서로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 회복된다는 기약이 없다면 부질없는 연명치료는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너무 짐을 지우는게 아닐까. 그렇다고 반대의 상황이 된다고 해도 함부로 가족의 생명을 놓고 싶지 않을것도 같다. 내 사랑하는 가족의 끈을 쉽게 놓는다는 것은 힘이 들긴 할 것이다. 마치 창과 방패같은 그런 상황이네...


샘과 에디 그리고 헨리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지면서 그들의 현상황뿐 아니라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오해의 매듭들이 점차점차 풀리게 된다.

이 소설은 작가가 갑작스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뒤 사랑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려 했던 필사적 노력의 산물이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손을 놓아버려 상처로 남았던 헨리도, 아버지의 죽음이 내내 마음이 걸렸던 에디, 그리고 엄마와 가족들 사이에서 내내 어우러지지 못하는 그래서 친아빠인 헨리의 존재가 더욱 간절했던 샘의 상처를 그렇게 애절하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이 작가의 책이 처음이었다. 어떤 작가인지도 어떤 스타일의 책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떤 편견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다행스럽게도 이해심이 많고 악의가 없는 사람이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미래를 함께 하고자 하는 에디에게 남몰래 옛연인을 찾아가며 방황을 하지만 묵묵히 그자리에서 지켜봐주는 그의 연인 와일더나, 처음엔 냉담했지만 샘의 일종의 반항(?) 같았지만 아들의 상처를 미처 헤아려주지 못해 자책하던 엄마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헨리는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읽는 독자들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주는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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