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월"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글이나 문장'을 이르는 말이며 '편지'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편지를 참 많이 썼었는데, 요즘은 낯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소설을 읽어보 휴대폰이 등장하지 않으면 좀 답답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소설은 참 정겨운 느낌이 든다. 게다가 실제 있는 '편지가게'다 보니, '글월'에 찾아가면 효영이를 만날 수 있다라는 기분마저 든다. 설마... 정말 만나는건 아니지?

공부를 참 잘했던 언니였다. 그야말로 집안의 기대주였는데, 언니가 사기를 당했다. 그 와중에 엄마가 크게 다쳤다. 효영은 결국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접을수 밖에 없었다. 사라졌던 언니가 효영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언니의 편지를 피해 서울로 도망쳤다. 그리고 대학 동문인 선호가 운영중인 "글월"에서 일을 하게 된다.

"글월"에는 독특한 '펜팔 서비스'가 있다. 편지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예전에 펜팔을 해봤으니까. 대신 펜팔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편지를 한통을 쓰고, 사람들이 써놓은 편지 한통을 선택을 하게 된다. 답장을 써도 되고, 꼭 그러지 않아도 되고.. 답장이 도착하게 되면 글월에서 '답장이 도착했다'라는 연락을 해준다. 예전의 펜팔과 다른 것은, 만나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의 정보를 아는데, 이 펜팔을 상대방이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어쩌면 익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다.

편지라는 건 결국 어느 정도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거리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아요. 편지지 위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옆 사람한테 건네는 건 아무래도 멋이 없잖아요.(p.389)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글월을 검색하게 되었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편지..너무나 빠르게 변화해지는 요즘 세상에 잠시 걸음걸이를 늦출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대한민국 제빵 명장, 혹은 제빵 신이라고 불렸던 안창석. 그의 몰락은 한 순간이었다. 제빵 명장이 되고 온갖 방송에 나가 제빵신으로 거듭났던 그의 명성은 보는거와는 다른 탈세와 편법등으로 인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술김에 휘두른 주먹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큰 부상을 입어서 더이상 빵을 만드는 건 힘들게 되었다. 다 큰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강물을 거스르는 것처럼 창석은 자신에게 화덕에서 구워내는 빵을 가르쳤던 스승님을 찾아 강화도로 향한다. 물론, 성공해서 돌아가면 좋겠지만.. 모든 걸 잃고 가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만 않았다. 치매를 앓는 있는 노년의 스승님은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라"는 유언같은 말을 남기신 후 돌아가신다. 창석은 스승님의 "라라제빵소"에서 스승님의 손녀인 라라와 함께 빵을 만든다. 아, 물론 감초같은 김포댁도 함께^^

강화도에 대한 기억은 어린날 극기훈련을 갔을때 올려단 본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보니, 그 곳에 가면 라라제빵소가 있을 것만 같다. 진심이 가득찬 단판빵, 소로루빵, 크림빵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항상 사람들은 '잘 나갈 때 더욱더 겸손'해야 하는 것같다. 한 순간의 오만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게다가 진심을 담지 않거나, 남에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결과는 뻔한 것 같다. 다만, 5G급으로 망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추리소설로 유명하신 윤자영 작가의 첫 힐링소설이다. 워낙에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 분이라 힐링소설인 이 < 라라제빵소 >도 순식간에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간 안창석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손라라, 그리고 걸쭉한 입담의 김포댁 아주머니의 조합이 너무 멋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향긋한 빵내음이 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공부 수학문해력 하나로 끝난다 - 초등학교 4학년, 수포자가 되는 이유
김은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시절 수학을 참 좋아했다. 반면, 영어를 못했지.. 그래서 어쩌면 나는 '수포자'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영포자'는 이해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없는데,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내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과 성향의 아이들을 보면, 문제가 3줄 이상을 넘어가면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낀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아이들이 문제가 길어지게 되면 문제가 의도하는 바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 날이갈수록 두드러지게 나는 현상이다. 왜 그럴까. 바로 '문해력' 때문이다.

문제를 읽고 이해해야지 적절한 공식에도 대입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풀어낼 것인데, 아이들은 문제를 읽기만 했을 뿐, 그 뜻을 잡아내지 못한다. 요령만을 알아냈을 뿐, 조금만 문제가 방향을 틀기만 하면 문제를 탓하게 된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특히, 계산문제에서는 '모로 가도 서울면 가도 된다'한다. 꼭 정해진 길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가 있고, 아이들이 풀어낸 방법을 들어본다. 개념만 잘 이해한다면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본다. 그것이 수학이나 과학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중요한 것 한가지를 '혼자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많은 사교육을 하더라도, 배운 내용을 되새김질도 해야 하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맞췄다 하더라도 난이도가 높은 문제는 다시 풀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혹자들은 타이트한 학원 스케쥴을 병행하게 하면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그 곳에서는 누군가가 문제를 풀게 할테니까 말이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같은 문제를 여러번 푸는 것이 때론 좋은 방법일테다.

또한 어렸을 때의 "독서"도 문해력을 키우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아이들만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이들도 즐기면서 독서든 공부도 하는게 좋을텐데 현실에서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게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교육서를 읽고 조금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게 또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앨리스는 남편이 불륜 장면을 목격했다. 그 때 쌍둥이 재스퍼와 리버는 차에 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앨리스는 당황하고 있었다. 쌍둥이들은 연못에서 잡은 올챙이를 차안에 쏟았다. 이제 생후 두달된 비올라를 태운 카시트는 바닥에 놓았다.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차를 몰았다. 메인 도로에 들어서자 재스퍼가 말한다. 비올라를 두고 왔다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2킬로미터의 길..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올라는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아기를 데려가버렸다.

'어떻게 아이를 두고 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엄마가 맞을까'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 하나만 일때도 정신을 쏙 빼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앨리스의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본다. 앨리스는 자책감에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다. 비올라는 이미 죽었거나 유괴범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할 것 같다. 약을 먹고, 술을 마시고 앨리스는 영혼이 병들어갔다. 앨리스는 마치 자신의 엄마처럼 그렇게 될까봐 두려웠다.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비올라를 잃었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 하고, "내가 너와 헤어지는거다"라며 아이들과 남편 곁을 떠나, 대자연 속에서 캠핑 생활을 하며 병들었던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마는 그녀의 아빠는 '레이븐의 정령'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를 '레이븐의 딸'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레이븐 린드"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고작 이모와 이모가 데리고 오는 소아과 선생님뿐이었다. 마마는 레이븐을 철저하게 다른 사람들과 분리하고 사유지인 넓은 땅에서 고립된채 살아오고 있다. 또 그녀의 방식을 레이븐에게 은근하게 강요하고 있다. 레이븐을 학교에 보내라고 하지만 마마는 홈스쿨링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상했듯이, 레이븐은 바로 비올라다. 마마가 나름 비올라를 양육하고 있지만 그 행태는 이상하다. 아기였던 레이븐(비올라)는 그런 마마의 양육방식에 그냥 젖어들었겠지만, 앨리스나 레이븐 모두 영혼의 상처를 입었음에는 틀림없다. 앨리스와 레이븐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면서 원래는 같은 길을 가야 했던 모녀가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때, 그들이 다시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만나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가족 모두가 겪어야만 했던 지난 세월들을 '네 탓이다'라고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들의 잘못이라는 자책감으로 살아갔던 가족들이 참으로 안쓰럽기만 하다.

이 소설이 참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강요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주면 기다려주는 점이 꼭 자연을 닮은 것 같다. 그야말로 바쁜 일상을 살다가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항상 곁은 내주는 그런 자연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퐁"이란 말은 불어로 "다리"라는 뜻이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카페 '퐁'. 어딘지 알며 그 카페에 나도 한번 가보고 싶네. 19살의 나이로 묘생을 잘 끝내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치즈 태비 '후타'가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의 마음을 배달해주는 임무를 맡았다.

이승세계를 '초록세계', 저승을 '파란세계'라고 퐁카페의 점장 니지코씨와 후타가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파란세계의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연수에 출석해야 하고, 첫 7개월동안은 주인을 만나러 가면 안된다. 물론 자유롭게 오고갈 수는 있겠지만, 초반에는 지구가 뒤틀리기 때문에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퐁카페의 '마음 배달부'로서 다섯번의 임무를 완수하게 되면 보고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다. 후타는 미치루를 만나고 싶었다.

후타가 미치루를 만나고 싶어서 다섯 임무를 차근히 실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반려 동물이 먼저 세상을 뜨면, 저승의 입구에서 주인을 맞아하기 위해 기다린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먼저 떠난 시각장애인 안내견 '해피'가 주인은 마중 나온 장면을 얼마전 인스타에서 뜬 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데, 역자후기에서도 이를 언급하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나의 첫 개인전을 보여드리고 싶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이를 만나고 싶다", "헤어진 연인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학창 시절 내게 상처르 준 선생님께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싶다", "나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엄마와 이야기 하고 싶다"라는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일하는 후타 역시 미치루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잠이 쏟아져도 동분서주 일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나 카페 점장 니지코씨의 사연이 더 마음에 쓰인다. 22살의 나이로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묘. 고양이가 22살 까지 살았다는 것은 참 장수를한 것이다. 그런데, 집에서 간호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픈 고양이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힘이 없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아이를 이동장에 넣어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입원한 날 밤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살았을 텐데, 외롭게 보냈다는 생각에 언뜻 언뜻 내비치는 한숨이 참으로 애처롭다. 문득 문득 나도 길을 멈춘다. 다행이야 하는 맘 한켠에 조금만 더 잘해줄 걸 하는 맘이 자리잡고 있다. 얼만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 나도 퐁 카페에 가면 후타가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해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톰즈 2024-05-3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퐁~퐁~네가 어디에 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