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컨드 라이프 - 인생을 바꿔드립니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7
베르나르 무라드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평점 :
또 다른 삶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에게 두번째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쩌면 혹할수 있는 이야기이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다면 삶이 바뀔수가 있을까. 가능성이 없어서 더 궁금한 그러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처음엔 타임슬립을 해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인지, 아니면 환생을 하는 판타지 소설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첫책장을 열었다. 첫문장이 바로 세 시간 십육 분 뒤면 난 죽는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두번째 삶의 기회를 얻지 않았던가. 더욱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런 시작점이다. 마르크, 그게 내 본래 이름이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 어떤 것보다 내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이름은 아르노다. 그리고 곧 있으면 난 죽는다. 참으로 못알아 먹을 이야기를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이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독한 삶의 권태와 무기력에 빠져버린 마르크 바라티에. 지독한 삶의 권태와 무기력에 빠진 그는 아내와 아틸이 있지만 마흔번째 생일날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다. 초반에는 정말로 그의 무기력에 빠진 느낌을 전해지기라도 하듯 참 힘없고 이런 삶이라면 정말로 죽음을 선택한 그의 결정이 옳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이 있는 집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 가족들에게 남겨지는 슬픔은 또 어떻게 감내하라는 건지... 이해가 되다가도 또 도무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그때 마르크 바라티에게 온 메일 하나. 발신자는 구세주였고 두번째 기회에 관한 메일이었다. 어찌보면 그에게 그 메일은 열지 말아야 했을 "판도라의 상자"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는 희망따윈 나오지 않는 그런 판도라의 상자 말이다. 이제부터 이 책을 시작하면서 과연 어떤 판타지적 요소들로 두번째 인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는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이야?"라는 의문으로 바뀌게 되었다. 국가가 나서서 두 사람의 인생을 완전하게 바꾸는 것이다. 국가의 개입아래 완전한 삶을 바꾸게 된다는 "두번째 기회라는 권리에 대한 실험"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말일까. 하루아침에 내가, 내가 아닌것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모든 인연을 끊고 다른 새로운 삶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어차피 세상을 등지려고 했던 만큼 그 어떤 것도 문제되지 않는 것일까.
언젠가 케이블 방송에서 엄마를 바꿔서 일주일정도 살아보는 그런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완전 반대되는 두 엄마가 잠시 바꿔서 새 가족이 되는 것. '리얼'이라는 이름하였지만 대본이 없지는 않을테니 그다지 리얼은 아니겠지만 만약 며칠이 아니라 이 소설속 상황이 내게도 닥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을 해본다. 과연 나는 완전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수 있을런지..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을수 있을까. 글쎄 나는 자신이 없다. 소설속 마르크와 달리 지금은 그다지 무기력한 상태가 아니라서 나는 차마 가족까지 포기하면서 두번째 삶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내 삶에 100%는 아니더라도 나름 만족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문득 미야베 미유키 소설 <가모의 저택의 사건>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나 말이야, 과거를 보고 왔거든. 덕분에 알게 됐어. 과거는 고쳐봐야 소용없고 미래는 고민해 봐야 쓸모없다는 걸 말이야. 결국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그래서 나, 더욱 똑바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 변명 같은거 안 해도 되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자고." 과거를 알고 고쳐봐야 쓸모 없다. 결국 그렇게 될수 밖에 없는거니까. 두번째 삶도 마찬가지일것 같다. 내가 바뀌지 않고 환경만 바뀐다고 결국은 그렇게 될수 밖에 없지 않을까. 세컨드 라이프를 바라는 것보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