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검정 고무신
노형욱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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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한지은님의 <별걸 다 기억하는>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인지라 공감가는 것이 많았다. 그에 비해 이 노형욱님의 <아빠의 검정 고무신>은 나보다 조금 윗세대 이야기에 저자가 시골에서 자라서 내게 좀 낯선 혹은 부모님께 들었던 그런 이야기들의 이야기 비중이 좀 높다. <별걸 다 기억하는>은 내가 딸아이가 옛날에는~ 하고 이야기 해주는 이야기라고 하면 이 <아빠의 검정 고무신>은 부모님이 옛날에는~ 하며 내게 이야기해주는 그런 이야기이다.


'추억은 수하물(手荷物)처럼 따라다닌다'라는 말이 있듯이, 추억은 우리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아주 오래 전에 잊힌 기억들이 우연한 일과 장면을 통해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본문中, p.7)


우리는 '옛날에는말야~'라는 말을 항시 달고 다닌다. 아니라고 해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더 입에 달고 다니는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의 '추억은 우리 인생의 동반자'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옛날 살던 곳, 여행갔던 곳이거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여지없이 옛날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한번도 시골에서 살아본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찾아갈 시골집도 없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이 낯선감은 있지만 소풍가면 늘상 정해진 메뉴였던 수건돌리기라든지 보물 찾기들은 나도 안다. 혹시 내 뒤에 수건이 놓이는건 아닌지, 걸리면 벌칙을 어떻게 받을지도 걱정이었고, 보물찾기에서도 큰 보물을 찾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보물 찾은 기억은 없다. 요즘 아이들도 소풍가면 수건돌리기는 하는지, 보물은 찾는지 참 궁금하다. 워낙에 지금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도구에 노출이 많다 보니 예전같은 놀이는 하지 않을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골은 아니었어도 내 어린시절 중랑천 근처에서 살았다. 지금은 수질이 꽤 좋아지고 주변이 정비가 잘되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입학전후에는 살짝 냄새도 나기도 했던걸로 기억한다. 물이 지저분하다고 물로는 들어가지 말라고 엄마가 당부했는것 같은데, 친구들과 놀다가 물에 발이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 그때는 바로 내 발이 썩어들어가는줄 알았다. 참 순진했던 시절이다.


이 책에도 '세뱃돈의 진실'이 나온다. 설날에는 이집저집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녔는데,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은 인사보다 세뱃돈에 더 관심이 가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은 설날 세뱃돈이 좀 부담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세뱃돈 받아서 엄마에게 맡기는 것이 고민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때부터 엄마가 세뱃돈은 고스란히 내게 주셨다. 그러면 고대로 새학기 참고서를 사는데 썼다. 아마도 우리 엄마는 세뱃돈도 챙기지 않으시고 참고서도 자연스레 해결되어 세뱃돈계의 승자가 아니실까 싶다. 그 영향으로 나도 딸아이에게 세뱃돈을 고스란히 통장에 넣어준다. 그렇다고 딸아이는 참고서를 사지는 않는다. 본인이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을 당당하게 살뿐이다. 그러고는 친구들은 엄마에게 준다며 왜 그러냐고 내게 묻는다. 그럼 나는 답한다. 니가 세뱃돈을 챙길수 있었던 이유는 할머니의 교육덕분이라고..


옛일을 생각하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이가 들어가면 추억을 먹고 사는것은 당연한 것 같다. <생각을 압축한 딱 한줄>의 저자 김건호님은 '행복한 기억은 늙어서 안락한 쿠션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몇가지 이야기를 잘 끌어모아서 내 인생의 안락한 쿠션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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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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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은 내게 조금은 어려운점도 있었지만 또한, 왜 이 당연한 이야기를 써야할까라는 생각도 가져왔다. 왜 동물들은 감정에 대해 논해야 할까. 그들도 생명체이면서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당연하게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직도 동물들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또한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그 옛날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발표했던 라부아지에, 반응전후의 총 질량은 일정하다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꽤 중요한 화학적 법칙이기도 하니 말이다.(또... 직업병 투척)


저자가 영장류학자이다 보니 유인원에 대한 감정에 대한 관찰에 대해서 논하는 책이다. 사람과 가장 비슷한 그들의 감정 표현은 대단하게 세심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서 문득 사람만큼이나 섬세한 그들이 나중에 정말로 피에르 볼의 <혹성탈출>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자연의 유인원들을 끊임없이 교류하고 감정을 키워나가지만 인간들은 고도로 발달된 기술로 인해서 너무 삶이 간편화되고 있기에 말이다. <혹성탈출>중에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충분히 예상할수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두뇌를 쓰는 일을 싫어하게 되었다.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았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조차 너무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다. 오락에도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영화는 유치해서 우리의 마음을 끌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유인원들은 조용히 생각했다. 그들의 두뇌는 고독한 사색 속에서 발달했다...(생략) ... 마침내 그들은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에게 명령하는 사람들에게 거부할 때를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밤마다 우리가 떠나면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서로를 가르쳤다."라는 말이 나온다. 인간은 왜 퇴행을 했는지, 유인원은 왜 진화를 했는지 설명하는 말이다.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범주에 속한다. 더 나은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론 어떤이들은 동물은 감정이 없다고 하등하다고 치부하고 그들을 학대하기도 한다. 정말 그런 모습을 볼때면 인간이라는 것이 창피하다.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정말이지 인간이란 존재는 추악하구나라는 것이다. 무리생활을 하는 그들에게도 정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처럼 그렇게 추악하지도 않고, 가끔 동료를 죽이는 일도 있지만 사람들처럼 '묻지마 범행' 같은류는 아니다. 물론, 모든 인간이 다 그렇게 추악하지도 않고 모든 동물이 다 순수한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인것을 생각해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욕심많고 안하무인격에 잔인한 범죄까지 생각하면, 그들의 세계가 더 인간적인것만 같다.


며칠 비가 온 뒤에 어제 간만에 길고양이 친구들 밥을 주러 나갔다. 며칠을 제대로 먹었을까? 기다리고 있던 세마리가 꼬리를 한껏 치켜들고 다가온다. 내가 반가운건지 밥이 반가운건지 모르겠지만, '많이 배고팠지~~~?'하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억양에 묻어 있는 반가움을, 그들의 몸짓에 표현되는 그들의 반가움을 어찌 서로 모르겠는가.


동물들과 우리는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어울리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인간이 너무나도 단독적으로 차지하고 동물들을 벼랑끝으로 몰지 않는가. 우린 함께 해야하는 존재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배려해야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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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디스커버리 3 : 독일 - 교양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 학교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3
김재훈 지음, 조성복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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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 학교


내가 어렸을적엔 <먼나라 이웃나라>가 있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그 책이 생각나는건 왜일까. 그 책은 꽤 유명했는데 나는 안 읽은건지 못읽은건지. 별 부담없이 읽을수 있어서 꽤 좋은 것 같다. 덴마크, 부탄에 이은 3편 독일편이다. 사실 독일편에 더 관심이 있었던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등장했던 독일 친구들 때문이다.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가고 DMZ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일본과 같은 과거를 갖고는 있지만 현실을 대처하는 다른 자세를 갖고 있는 그들이 꽤 멋져 보였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을 여행하면 박물관을 먼저 들르는 나랑 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참 궁금했던 책이었다.


요즘 일본이 자꾸만 우리에게 도발을 해서, 더욱더 눈길을 끌었던 것이 바로 "빌리 브란트"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었다. 또한 2차 대전때 히틀러의 군대가 맨 먼저 침공한 나라가 폴란드 였는데, 독일군과 소련군의 틈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빌리 브란트가 바르샤바 광장에 세워진 유대인 케토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나날 일으킨 전쟁과 많은 이들을 학살한 죄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한다고...




그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뉘우침이 있었기에 이웃나라들과 녹아들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일본은 그럴 생각은 없다. 여전히 역사를 왜곡해서 가르치고 자신들의 잘못을 감춘다. 버젓이 강제징용 피해를 보신분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런일이 없었을것이라라는 말로 일관하고 현재도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시비를 걸고 있다. 물론 일부 독일인들도 나치를 숭상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는 있을지는 모르지만 국가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일본은 국가적인 입장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참 안타깝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그때 나도 뉴스를 통해 봤었다. 그 후에 독일은 통일을 했다. 그 후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았다. 글쎄.. 나는 별로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엄마가 어린시절 북한에서 태어나 남쪽으로 넘어오셨지만 실향민이라고 하기엔 엄마가 기억하시는게 별로 없어서 무늬만 실향민이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북한이라는 나라는 너무나도 폐쇄적이기도 하고 오래된 분단으로 너무나도 성향이 다른 두 정부가 과연 제대로 통일이 될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그저 비자없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긴 하다. 사실 독일의 통일과정과 현재 우리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다. 약간의 평화무드가 조성되었긴 했지만 지금은 한쪽은 연일 미사일을 뻥뻥 쏴대고 있고, 한쪽은 끌려다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통일은 아마 우리뿐 아니라 주변국가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본다. 독일도 통일하기전에 통일후 국경으로 확정되는 영토외에는 항구적으로 한 치의 욕심도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핵, 생물학, 화학무기를 생산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의 약속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독일은 전범국가였지만 우리는 전범국가도 아니였는데 왜 분단이 되었을까. 분단이 되려면 전범국가인 일본이 되었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독일은 지역성이 너무나도 강해 중앙집권이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성향이 지금은 골고루 잘사는 나라는 이루었다고 한다. 독일 연방 16개주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도시들이 고루 퍼져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과거 이웃나라들처럼 절대왕정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반전의묘미로 지금으르 골고루 잘사는 도시를 갖게 되었다고 하니 참 배울게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교양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 학교"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옛역사부터 머리속에 쏙쏙 들어온다. 원래 세계사에 세계지리는 내게 무진장 어려운 것인데, 자꾸 이렇게 보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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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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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시와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다. 전시회에 가봐도 뭘 느껴야 하는지 뭘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물론 그림을 감상하는데 어떤 규칙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야지 나는 그저 뭐가 급한지 쌩~하고 지나치기 때문에 미술이나 시 분야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저자처럼 그림에서 무엇을 읽어내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나도 나 나름대로 다른 분야에 탁월하지 않겠느냐라는 위안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 책은 좀 작고 내가 주로 읽는 책들에 비해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아서 빨리 읽겠구나 했는데, 의외로 좀 걸렸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들고 있었던 건 아니고 한 이틀쯤 읽었다. 말은 에세이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에세이는 아닌듯. 내가 생각하는 에세이라고 하는 것을 일상생활속 신변잡기라고나 할까 하는데 이 <광대하고 게으르게>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글귀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점차 내 나이가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던것 같다. 아니면, 에세이에 대한 나의 느낌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는 총 6부로 게으르게, 불편하게, 엉뚱하게, 자유롭게, 광대하게, 행복하게로 나뉜다. 그 안에 7편씩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내가 유심하게 본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오해"편이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디에선가 먼먼 훗날

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본문 中 p.47)

아름다운 숲길에서 갈래길이 나온다면 분명 한길만 선택을 해야겠지. 뭐 물론 얼마큼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다른길을 가도 좋고, 다음에 다시 방문에 이번에 지난번에 가지 않은길을 가야겠다고 할수는 있겠지만 어디 우리 인생이야 '다시 한번 갑시다~'가 될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한길만을 선택하고자 할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한다"라는 것을 교훈처럼 강조하는 오해가 생겨났다는 이야기이다. 프로스트는 굳이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내가 걸은 길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에 따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남기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치 '남들이 많이 가는 길'은 실패의 길이므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성공의 길처럼 생각하는 뉘앙스가 아니라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생기는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프로스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떠오른다는 조지 이네스의 그림을 옆에 실어주시니 저 끝 어디선가 두 갈래길이 나올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과연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감당할수 있을까도 궁금하다.


우리의 인생도 이런 망설임과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길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은 그 미지로 인한 신비와 아쉬움을 황홀한 안개처럼 두르고 저 멀리에 있을 것이다.(본문 中p.51)


두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을 거절할 권리도 있소이다"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은 <돈키호테>를 읽다가 어딘가 내 스타일과 맞지 않는것 같아 중도에 포기했었는데 왜 난 이런 이야기를 몰랐는지. 아니면 그냥 지나쳤는지 말이다. 이 이야기의 제목이 눈에 띄었던 것은 요즘 참 문제가 되고 있는 스토킹, 헤어진 연인에게 살해당하는 여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혹시나 이런일을 내 딸아이가 겪게 되는건 아닌가 걱정스러운 맘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은 어떤 일에 도전할때 쓰기 딱 좋은 말이지만 그것을 이성에게 쓰기는 좀 씁쓸하다. 아마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메타모르포세이스>에 나오는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이야기를 보면, 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하지만 그를 무시하는 포모나에게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신한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가 연애와 결혼을 부추기며 여러 이야기를 하고 본 모습을 드러냈다. 포모나가 계속 거절으르 하면 힘으로라도 굴복시킬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 없이 포모나도 베르툼누스의 이야기와 그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하는게 결말이라는데, 왜 꼭 남자들이 구애를 하면 여자들은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만약 포모나가 마음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사회에 빈번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하는가. 이에 반해 <돈키호테>에서는 어떤 양치기 청년이 아름답고 부유한 독신주의 여성 마르셀라 때문에 상사병을 알다 숨을 거두게 된다. 그 청년뿐 아니라 많은 남자들이 마르셀라에게 반해 상사병을 알고 있었는데 마르셀라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이에 마르셀라의 항변을 들어보자.


"진정한 사랑은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야지 강요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럴진대, 왜 오로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 말했다는 이유로 내 뜻을 억지로 굽혀 그를 사랑해야 한다고 하는 겁니까?(…) 나는 자유롭게 태어났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고독을 선택했습니다.(…)나 나는 그것을 그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욕망이 희망으로 지탱된다고 한다면, 나는 그리소스토모(상사병으로 죽은 청년)에게 아무런 희망도 준 적이 없으므로, 나의 잔인함이 아니라 그 자신의 집착이 그를 죽인것입니다."(본문中 p.130)


이것이 내가 다시 <돈키호테>를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왜 이런 이야기를 몰랐을까. 지금보다 400년전에 세르반테스는 벌써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참 진취적이다. 여성에게 사랑을 거절할 권리를 주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과거에만 머물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이 이야기는 "엉뚱하게"편에 속해있었는데 이보다는 "불편하게"에 넣어도 무방할것 같다. 꼭 여성에게만 사랑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보다도 여자가 피해자가 많은 이 시점에서 이 이야기로 하여금 나를 프로 불편러로 본다면 아직 사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렇게 생각할게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이다. 에세이를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내게 살짝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이야기속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같다. 이런 좋은 책에 첫번째 독자가 되는 영광을 안게 되어서 너무나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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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기억하는 - 어른이 추억 명작선
한지은 지음 / 보통의나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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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를 지나고 1990년대에 어른이 된 나와 우리, 그날의 이야기들... 어른이 추억 명작선


어 이거 난데??

이 책을 처음 만나고 한 이야기다. 어 이건 내 이야기인데~ 대학생이 되어서 1980년생이 후배로 들어왔을때, 아~ 1980년대에도 애들은 태어나는구나를 했다. 솔직히 그때야 몇년차이가 무슨 큰 차이라고 어릴때의 치기 아니었을까. 교복입고 다니던 고등학교를 벗어나니 - 그래도 난 교복세대 - 어른이 되었다고 세상다 내것이 된것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에서 생각하면 너무나도 우습기만 하다.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였지 않은가. 1900년대에서 2000년이 되면 뭔가 세상이 다 변해버릴것만 같았는데,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 똑같은 일상 같은데 벌써 2019년이 되었다. 그리고 뒤돌아 보니 추억거리가 참 많아졌다. 옛날에 어땠냐면 하고 딸아이한테 추억팔이를 하는 모습이 그 옛날 엄마와 내 모습이 아니던가.


제일로 기억나는 것은 휴거(p.251) 사건이다. 1992년 10월 28일 자정이 되면 지구의 종말이 다가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만 하늘로 올라가 사라진다는 이야기. 지금처럼 채널이 다양하지 못했던 시절에 그야말로 교회앞에서 생방송을 해주던 중계차들이 기억난다. 고등학생 때였으니 그리 어리지 않아서 정말로 종말을 믿은건 아닌데 TV에서 방송까지 해주다 보니 혹시 무슨일이 생기는건 아닌가 집중했던것 같다. 그런데 자정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 요즘이면 어떨런지. 워낙 방송채널이 많다보니 그냥 뭐 소리야~ 하면서 채널이 돌아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1999년에 세상이 멸망한다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까지..내 살아생전 2번의 종말이 올꺼라 했지만 그 이후로도 아직도 오래오래 잘살고 있다는~


요즘같이 더운날 아이스크림 하나만 물고 있으면 완전 좋다. 그런데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지 않나. 내가 딸아이에게 자주 해주곤 하던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빵빠레(p.299) 이야기이다. 아마도 초등학교(내가 다닐적에는 국민학교)시절 1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즐비하고 15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고급지다고 할판에 300원짜리 빵빠레는 그야말로 VVIP이면서 꿈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이 비싼 아이스크림을 엄마가 사줬을 땐, 정말 황홀 그자체인걸 나이먹은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딸은 멀뚱멀뚱 쳐다보며 이 빵빠레가 뭐, 그냥 다른 애들하고 똑같은걸 한다. 어린 중생이 무얼 알겠누~라면 혀를 찰 뿐이다. 내 나이 더 어렸을적에 초등학교 1학년때였나. 단칸방에서 살던시절 잠이 안와 뒤척 뒤척 하면 엄마가 100원 주면서 과자 사다 먹을래 하시면 냉큼 옆집 구멍가게로 뛰어가서 50원짜리 '딱따구리' 2봉지 사와서 엄마랑 단둘이 먹던 그 맛을 어찌 알겠는가.


지금이야 스릴러 좋아하고, 무서운 귀신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깜짝 놀래키는게 짜증나서 보지 않는편이지만 내게도 그 순수했던, 어린시절 <전설의 고향>(p.234)을 보면서 덜덜 떨기도 하고 밤에 잠을 못자고 기어이 부모님 이불속으로 들어가던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 "내 다리 내놔~~~"는 나도 기억하고 저자도 기억하고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걸로 봐서는 참 명작이긴 한가보다. 지금이야 CG가 어쩌네 저쩌네 한들, 그때의 허술한 분장이여도 마냥 재미있고 무섭고 기억에 남는데 말이다. <브이>에서 다이애나가 쥐를 삼키는 장면 또한 잊을수 없고, 솔직히 어렸을 때 무서워서 제대로 눈뜨고 못봤던 것 같다. 귀신들이 쫓아올것 같고, 외계인들이 와서 지구를 침공할것만 같고, 친구가 외계인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저것이 빨간피를 흘리는지 초록색 피를 흘리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하는 고민들도 이제는 정말이지 추억들이 되어버렸다.


별걸 다 기억하는 작가를 따라가는 시간 여행이 참 재미있었다. 유독 별나서 사소한것까지 작가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운만 띄어주면 너도나도 한보따리씩 풀어놀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공감력들이 대단하다. 그냥 단어 하나만 던져놔도 밤을 꼬박 세워 이야기할것만 같은데 말이다. "어른이 추억 명작선" 옛날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인것만 같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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