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아 : 내일의 바람 사계절 1318 문고 120
이토 미쿠 지음, 고향옥 옮김, 시시도 기요타카 사진 / 사계절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2011년 경악스러웠던 동일본 대지진. 그 때 쓰나미가 일던 모습을 뉴스 브리핑에서 본적이 있었다. 지진이 저렇게 무섭구나를 절실하게 느꼈고 쓰나미의 공포를 알게되었다. 물론 눈앞에서 거대한 물을 바라본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지가 벌써 8년이 지났다. 내가 매우 둔감한 탓에 우리나라에서도 요즘들어 자주 일고 있는 지진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우리집 거실에서도 아버지는 느꼈다는데.. 그저 나는 내가 둔감하다기 보다 우리집은 진앙지에서 매우 멀어 못느낄뿐이라고만 아직 그렇게 믿고싶다.


아포리아 : 그리스어로 길이 없는 것, 통로가 없는 것이라는 의미 

 

동일본 대지진 후 24년. 그러니까 2035년 다시 거대한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그 재앙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살려내기 위한 이야기이다. 사실 요즘 일본이 좀 많이 밉다. 물론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시켰다는 것보다는 항시 그들이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옛 실수를 사과하지 않는다는 것에 무척이나 분노하는 편이다. 게다가 그 시절에 살았음직한 사람들이 '실제로 그러지 않았을것이다'라고 내뱉는 망언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때 피해를 입은 위안부 할머니, 강제징용자였던 할아버지들이 아직도 생존해 계신데 어찌 그것을 부정하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진실이 없어지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 사심을 감출수가 없다. 자연앞에 모든 사람들은 작은 존재이지만 내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동안은 아마도 다른이들과 마찬가지로 대할수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국토에 지리상 어쩔수 없이 자주 일어나는 화산폭발, 지진이라는 공포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 항상 밖으로 눈을 돌렸다고 들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 공포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가족을 버리고 피신을 해야하는 심정을, 불도 들어오지 않는 밤, 곳곳에 SOS를 써놓고 구조를 기다려야만 하는 그런 심정들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준 이야기이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참 대단한것같다. 이야기 속에서도 나오지만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는 곳곳에 대피소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당분간 지낼수 있는 물품들을 구비해 놓는다. 그리고 그들은 재난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모습을 예전에 뉴스를 통해 접해서 보았었다. 이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엄마와 둘이서 살던 이치야. 등교를 거부하고 방안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날은 엄마가 학교에 상담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진이 발생했다. 엄마가 쓰러진 건물에 갇혔다. 곧이어 닥친 쓰나미로 인해 지나던 아저씨가 자신을 억지로 차에 태워 도망쳤다. 이치야는 분노한다. 이 사람때문에 엄마를 구하지 못했다. 이 사람이 엄마를 죽였다....이 사람이.. 내가 엄마를 죽였다..... 이치야를 구해준 가타기리씨도 왜 이치야의 엄마를 구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곧이어 닥치는 쓰나미 때문에 그대로 두면 그들 모두가 죽음을 면치 못했다. 이치야를 구하기 위해서는 엄마를 포기해야 했다. 이치야는 자신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것을 안다. 자신이 스스로를 가두지 않았더라고 등교거부만 하지 않았더라도 엄마가 그날 출근만 했더라도 엄마는 죽지 않았을텐데 모든게 자신때문이라는걸 알지만 그것을 인정하는게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서히 이치야는 방문을 열고 세상속으로 나오게 된다.

 

자연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로 나약하다. 하지만 또 폐허가 된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지는 또 강렬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이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제목의 뜻은 길이 없는것, 혹은 통로가 없는 것이지만 그곳에서 희망을 찾고 또다른 길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빛공포증
배수영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몽실북스에서 출간전 연재를 하는 것을 보고 매우 궁금했었는데 말이다. 비로소 그 모든 의문을 풀었다. 사건의 내면에 감춰진 진실이 마음 아프다. 더군다나 아무런 악의 없는 행동일지라도 그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큰 문제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얼마나 불편하게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엄청난 파장은 고스란이 타인의 몫이 되어야만 한다.


경비행기 조종사인 한준은 연인인 희우를 만나러 가던 중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당한다. 좁은 어두운 공간속에 갇혀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몸에 쏟아진 강렬한 햇빛에 그는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만다. 그가 눈을 뜬 곳은 한 병실. '햇빛공포증'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게된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니 잊고 싶어서 지워버렸던 과거가 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쏟아진 햇빛과 함께 한준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를 공포속으로 내몰리게 했다. 최면치료로 만나는 한 소년. 이 소년은 누구일까. 한준 스스로 지워버린 어린시절의 한준은 아닐까. 그의 주치의 김주승은 독단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무언가 숨기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심리치료사인 소영은 주승의 치료의 의문이 생기고 그가 한준을 낫게 하는 진료가 아닌 더욱더 공포감으로 몰고 가는 것을 알게되면서 날선 대립을 하게 된다.


결과만 놓고 보았을때 한준은 이토록 자신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볼 필요가 없었다. 너무나도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범죄의 피해자이다. 그러다고 그에게 이런 위해를 가하는 인물의 사정 또한 이해불가인것은 아니다. 따지고 들어가 보면 그 인물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잔인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그 근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다. 과연 이것이 이렇게까지 파장이 커질만한 일이었던가. 정말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커다란 폭풍을 일으키듯, 사소한 행동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문득 생각해보았다. 나는 깨닫지 못하는 나의 행동이 날갯짓이 되어 다른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4개국, 54도시, 215일의 세계여행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짐을 싸서 며칠동안의 해외여행이 아닌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내 일상에서의 공백. 다시 내 세상속으로 들어갈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나의 스물다섯, 서른 인생들을 후다닥 지나쳐 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언젠가 태원준님의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라는 책을 볼적에 오래 걷기 힘든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을 왜 좀 더 일찍 생각해보지 못했었나라는 후회란걸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젊은 현실자매의 여행기를 보면서 조금씩 세계여행은 아니어도, 여행사를 통한 관광 목적이라기 보다 내 취향저격의 여행을 딸과 함께 더 늦기 전에 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쉽게도 난 자매는 없고 딸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시점, 작년 겨울에 다친 무릎이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할수 있을것 같다.

글쎄, 난 2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을 메고 비를 쫄딱 맞고 다닐 자신은 없다. 이 현실자매는 젊으니 멋있어 보이지만 나는 그닥 젊지도 않고 일한답시고 배낭에 책을 몇권 가지고 하루만 온종일 다니고 들어와서는 등짝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다고 난리인데 말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 젊은날 한번 "세계여행자"의 직업을 한번쯤 가져야 겠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 있게 본 것이 자매가 여행의 첫 시작점으로 선택한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이다. 4인1실인 침대칸을 타고 며칠을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하는 것을 한번 해보고 싶다. 어렸을 적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보고 그런 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동진을 갈때 침대열차를 타봤지만 생각에 미치지는 못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시베리아 열차는 그런 어릴때의 로망을 실현할수 있을꺼란 생각을 했다.

알콩달콩 재밌는 여행에서 아마도 자매애가 더욱더 돈독해졌음이 보이기도 했고, 혼자 하는 여행도 멋드러지겠지만 둘이서 함께 하니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수다 떨기도 좋고, 외롭지도 않고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사진을 실을때 왜 두자매의 뒷모습이 나오도록 찍었을까 한다. 예쁘게 생기신 두분이~ 멋드러진 풍경속에 뒷모습만은 좀 답답해만 보인다. 이왕 책으로 이야기를 펴내신김에 여행지 곳곳에서 함께 어우러진 사진을 보여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작 <팬텀>에서 올레그가 쏜 총에 맞고 의식이 희미해지는 해리를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바로 이 <폴리스>가 국내에 출간되지는 않았었지만 후속작이 있음을 알면서도 해리에게 일어나는 비극이 안타까웠다. 올레그를 향한 해리의 부정을 어찌 <팬텀>만으로 깨달을수가 있을까. 희미해지는 의식속에서 해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뒤늦게 해리 홀레에 빠져서 열심히 읽어나갈때는 <팬텀>까지 출간되어서 일사천리로 읽었는데, <폴리스>를 기다리는 동안은 너무나도 하루가 일년처럼 길었다. 이렇게 후속작을 애타게 기다린적이 있었던지... 그만큼 요 네스뵈의 매력이 해리홀례의 매력은 이루 말할수 없다.


항상 700여페이지에 달하는 벽돌같은 책을 선사해주시는 요네스뵈. 묵직하면서도 자꾸만 줄어가는 이야기에 조바심이 난다. 해리는 깨어났을까. 해리는 건강해졌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이 책은 초반부에 해리가 등장하지 않고 자꾸만 의식이 없는 형사, 형사가 죽었다라는 식으로 내 애간장을 녹였다. 이렇게 후반부 이야기가 많은데 설마 해리가 죽었을까.. 걱정하면서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수가 없었다.


자신이 수사하던 미제사건의 현장에서 경찰들이 죽어간다. 경찰킬러라고 명명된 연쇄 살인범. 자꾸만 수사는 난관에 부딪히고 해리의 빈자리가 커져만 간다. 경찰대학 강사로 일을 하게된 해리는 자문격으로 이 특별한 '보일러실팀'으로 합류하게 된다. 많은 경찰들이 그러하겠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정의를 위해 일을 하지만 간혹 부패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인가. 아마도 오슬로 경찰청에서는 미카엘 벨만이 아닐까. 이 사건의 시발점은 과거 어느 한사람의 소중한것을 잃어버리게 된 데 부터였을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해리는 그동안 소중했던 것을 너무나도 많이 잃어버린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악인으로 돌아서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인간은 스스로를 제어할수가 분명히 있는듯하다. 제어할수 없었다라는 변명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용서도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것이 더 소중하다 소중하지 않다라는 것은 비교할수 없지 않을까. 


이 <폴리스>에서 해리는 또 한번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해리뿐 아니라 해리를 읽어왔고 기다렸던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소중했던 사람을 잃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너무나도,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숨이 쉬어지지 않고,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침이 빠진 채 죽어가는 벌처럼 몸을 웅크렸다. 그의 귀에도 그의 입술 새로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낯선 사람의 소리처럼, 길게 울부짖는 그 소리가 조용한 동네를 휘감았다.(p.371)

해리의 고통이 고스란이 전해오는 것만 같아 슬펐다.


그래도 오랜 인연이었던 라켈과 올레그가 한가족이 될수 있어서 그들이 해리와 함께 해주어서 마지막은 그래도 편안해졌다. <스노우맨> 이후에도 계속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욱더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쥐락펴락하는 요네스뵈의 필력에도 무한 감탄을 한다. 사건이 해결되었음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요네스뵈의 매력이다.


하지만 그의 전작 <팬텀>을 보지 않고서 <폴리스>를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1편부터 차례대로 보지 않으면 진정 해리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리라 단언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빛공포증
배수영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와우~ 요즘 미리 만나고 있는데 완전 궁금증 유발하는 책이예요^^ 완전 기대되는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