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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천성호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의 저자 천성호님의 새 산문집이 나왔다. 친히 내 블로그까지 오셔서 댓글까지 남겨주시는 섬세함을 가지신... 완전 팬입니다요^^
이번 책은 사진과 여러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부담없이 읽어내려갈수 있었고 산문집이라고 하기보다 산문시같다. 전작에서도 그렇고 공감되는 글이 참 많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감정과는 다르게 전이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은 보통 힘든 사람 옆에 있으면 눈물 나고 기쁜 사람 옆에 있으면 웃음이 나는데, 이상하게 사랑은 오롯이 내 감정이 아니면 크게 와닿지 않잖아요? 재밌는 책이나 슬픈 영화는 사람을 웃고 울게 할 수 있지만, 사랑은 자기가 직접 겪어야만 아는 감정인 거죠.(본문 p.21)"
오랫동안 절친이 친구가 해주었다는 말이다. 「전이 될수 없는 감정」이란 제목은 공감은 했지만 친구가 해주었다는 글에서는 좀처럼 동의할수 없는 점도 있다. 사랑뿐 아니라 어떠한 상황이더라도 실제 경험하지 못했다면 오롯이 함께 하지 못한다고 본다.
「사랑니가 사랑니인 이유」라는 것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났다. 한참을 고민하던 사랑니를 빼러 치과에 갔는데... 소독하러 다음날 오라고 했던 의사가 연휴 시작일이라고 본인이 안나왔다. 이런.... 입이 거친 군의관의 설명처럼 "지난 사랑처럼 졸라 아프거든. 그래서 사랑닌거야", 하지만 나는 그지같은 의사때문에 사랑니가 졸라 아프지는 않았지만 짜증나는 기억이 남아 있다.
아마도 이 산문집의 제목이 제목인지라 혹은 그래도 다른 작가님들보다 조금 더 안다고.. 달달하고 궁금했던 이야기도 많다.
「도서관 바나나 우유」를 읽으면서 집근처 도서관에서 볼펜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는데, 맞은편 사내는 아무래도 공시생인가보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 있던 바나나 우유 한병. 그 사내것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내것이라고 하기도 뭣한 위치의 바나나 우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듯 앳된 모습의 여학생이 쪽지하나를 건네곤 황급히 사라졌다. " 저, 그 우유 그쪽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ㅎ" 맞은편 사내와도 눈이 마주쳤단다. 나도 궁금하다. 저기요, 작가님.... 그래서요.. 그 뒤는요... 이야기는 계속되야지요.
「덕천동 로맨스」에서도 완전 밀당의 귀재시다. 우연스럽던 미용실 그분과 말고 독자들과 말이다. 이 글을 읽어보신분들은 알지 않을까 싶다. 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는 아들이 안스러웠던지 어머니가 조심스레 오작교를 놔주셨는데, 계속 뜸들이다가 한번 호감을 표현해 보려했을 때 그만 그녀를 더이상 미용실에서 보이지 않았다. 이루어지지 않을 운명일까,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페이스북 메시지가 와서 일거어보다가 이불을 걷어차며 벌떡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끝... 저기요, 오늘 왜 이러시죠?? 작가님.. 그래서요.. 어떻게 되었냐구요....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유쾌했다. 마치 함께 이야기 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벌떡 일어서 뒤돌아 나가는 친구같다. 그래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예쁜책이다. 뒷이야기를 들려달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