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동네 백수 형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던 밤, 그들이 살던 원룸 뒤편에서 수상한 사내와 마주친다. 그는 형진에의 얼굴에 불을 뿜고, 여동생이 있던 원룸 건물까지 송두리째 태우고는 사라진다. 얼굴이 일그러진 그는 분명 '입에서 불을 뿜는' 방화범이 있다고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방화범이 앗아간 것은 인간의 자격이었다"


한사람의 화자로 이야기가 진행되게 되면 다른 시각이라든가 다른 사람에게 벌어지는 일은 후에 설명으로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러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더 역동적이라고 하고 싶다.

 

이런 큰 화재를 실제로 본건 몇년전 우리집과 몇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검은 연기가 아파트 저편에서 피어오르고 소방헬기가 하늘에 뜨는 것을 보고 화재가 크게 났다고 생각했는데, 뉴스로 보고 정말로 엄청난 화재라는 것을 알았었다. 아무래도 동네다 보니 다음날 근처를 가보기도 했는데, 매캐한 연기가 나기도 했고, 건물 옆에 있던 집은 완전히 전소되었었고 피해도 꽤 심했었다. 몇년이 흐른 지금은 많이 복구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곳을 지나칠때는 아직도 그 때가 생각나는데, 그 일을 직접 겪었던 이들은 어땠을까.


이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서울 곳곳에서 방화가 일어나고 사상자가 많이 나는 대형 화재였다. 그런 화재를 정치인의 야욕에 이용되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을 권력을 이용해 무마시키려는 일련의 사건들이 지속된다. 서울시장까지 바뀌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위협받는 거대한 테러로 이어지는데...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드는 의문점이 정말로 이런 테러가 일어날수 있을까. 단순한 방화라기 보다도 거대한 건물을 형체도 없이 사라지게 할만큼의 화재이니 현실성이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어쩌면 방화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선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가 생길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 테러의 배후에는 우리를 꽤 위한다는 권력을 꾀하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겠다. 그래도 한가지 바람은 정말 소설속 이야기로만 끝났으면 좋겠다.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면 소름이 끼칠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들한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는 낯선 시집이다. 정말로 뼛속까지 이과라는 말이 맞는지... 아니면 내겐 문학적 감성이 없는 건지..예전부터 그랬다. 시집을 펼치면 그냥 무심히 책을 읽어내려가듯 후루룩 금새 읽고 덮어버리는.... 도대체 무엇을 느껴야하는지... 운율이 전해져 오기는 하는지... 그래서 어쩜 기피대상 1호가 시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시집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시집에 '도전!' 하는 느낌은 아니고, 저 '한들한들'이라는 제목이 나를 이끌었던 것 같다. 풀꽃시인 나태주님의 시집이라하니 왠지 풀꽃이 살랑이는 바람에 한들한들 움직이는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어쩔수 없구나라고 느꼈던 것중 하나가.. <시로 쓸 때마다>라는 시의 첫구절때문이었다. '지구는 우주 속에서 / 하나 밖에 없는 / 푸른 생명의 별'을 보면서 우주는 광활하기에 생명이 살고 있는 행성이 있을텐데... 그리고 지구는 별이 아닌데... 아무래도 내게는 무리였던가.. 이 시를 읽으면서도 너무나도 내가 어이 없어 너털웃음이 났으니 말이다.


이 시집에 가장 맘에 들었던 시 하나를 뽑자면 <예비시인>이다.


살았을 때는 어떠한 시인도 / 아직은 시인이 아니다

목숨이 다했을 때 / 관 뚜껑을 덮을 때 비로소 / 그는 한 사람의 시인이 된다.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시인은 / 시인이 되려는 예비 시인 / 시인 견습생일 뿐


관 뚜껑을 덮을 때 비로소 한사람의 시인이 완성된다는 구절에서 뭔가 울림이 왔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가끔 나는 그 명칭이 올바른 것인지 아니면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준비가 미흡해서 혹은 너무 피곤해서 수업이 맘에 들지 않는 날에는 혼자서 참 짜증이 난다. 왜 더 준비하지 못했는가 나를 질책하기도 한다. 앞으로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동안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력하지 않을때 아마도 나는 그 호칭을 포기하고 더이상 '선생님'이 되서는 안될것이다. 


각장마다 나태주님의 손글씨로 씌여진 시와 손수 그리신 연필그림이 있어서 눈이 호강했다. 나처럼 시가 읽기 힘든 사람은 인쇄된 글씨보다 이렇듯 손글씨가 있으면 한층 더 가까이 갈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학생때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란 말이 순우리말이다라고 배운 후부터 왠지 모르게 그 '시나브로'란 말을 좋아했다. 책을 읽다가 혹은 이 말을 쓰는 이들을 보면 왜 그렇게 정감이 가는지 이유는 알수 없다. 그런데 이 시집이 첫 시작은 '시나브로'였다. 그래서 더욱 끌린다. '들어가는 말'을 쓰신건지, 한편의 시를 쓰신건지.. 어쨌든 '시나브로'란 단어가 너무 좋다.


'시나브로 떨어지는 꽃잎을 받아 마음속 차곡차곡 보석으로 간직합니다.'라는 말처럼 나도 시나브로 시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도 변함없이 이 책에에선 한들한들 풀내음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여섯 밤의 주방 욜로욜로 시리즈
마오우 지음, 문현선 옮김 / 사계절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옥주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지옥이라고 하면 생전에 나쁜 죄를 지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여기의 지옥이라 함은 그냥 사후세계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그래서 지옥주방은 사후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같은 느낌.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이 다 죄를 지은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곳에 나름 멋진 모습을 하고 찾아오는 염라대왕, 그리고 갑작스레 죽어 이곳에 온 이 소설의 화자 맹파, 중국 전설 속 저승사자인 흑무상, 백무상이 있다. 나름 이 지옥주방의 주방장격이 바로 맹파이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들이 아무 미련 없이 길을 떠나게끔 돕는 일이 바로 맹파가 할 일이다. 그리고 밤하늘의 공명등, 공명등은 누군가가 품은 평생의 한을 대변한다. 그들의 한이 지옥을 밝히는 것이다. 자~ 지옥주방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옛말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별로 억양이 안좋게 들리려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사람들이 죽지는 않는다. 노쇠하거나 자살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아무리 명을 다하고 이세상을 떠난들 한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에 두고오는 미련쯤이라고나 할까.. 내 버릇 중 하나가 예전 안좋은 기억을 꺼내서 곱씹어 보다가 혼자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얼마나 나를 괴롭히는 버릇인지 모르겠다. 이런 나는 지옥주방에 들려 이런 안좋은 기억들을 다 남기고 가야할것만 같다. 사후세계에 들어서서도 예전 기억을 하면서 나를 고문하는 것은 싫으니까 말이다.


열여섯명의 사연들이 열여섯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음식과 함께 단편집처럼 이 이야기가 꾸며져 있다. 마지막 열여섯번째 이야기는 맹파와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맹파의 이야기가 좀 더 있지 않을까도 싶다. 그리고 특히하게 모히칸 머리를 하고 있는 염라대왕이나 간식을 아주 좋아하는 백무상도.. '맹파와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이 이 이야기의 속편을 기대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다.


혹은 2편은 없을것 같다는 생각도 된다. 그 이유는 말미에 열여섯 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스포 아님)

 

오늘은 보름의 만월이 지나간 밤이었다. 사람들은 열엿새 밤이란 기울기 시작하는 달을 의미한다며, 모든 일이 완벽함에서 결핍으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마치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룰 수 없고 아득히 멀기만 한, 망설임으로 가득한 길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 길을 계속 가야만 한다. 이미 인생의 정점에 이르렀어도 우리는 다음 순간 훨씬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p.360)


음력으로 열여섯째 밤은 보름달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밤의 시작이다. 인생이란 정점에 이룰수도 있고,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질수도 있겠지만 또 그것을 견디고 나면 새로운 정점을 만날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나락의 고통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미션이 있겠지만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는다면 그 또한 어쩔수 없다. 다음 손님을 기다리면서도 '영원히 당신을 만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라며 내게 말을 걸어오는 맹파는 앞서 소개되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언젠가 차오르면 다시 기울기 시작하는 달처럼 인생에 굴곡이 없으면 이세상 살아가는 맛이 있겠는가.

 

걱정마세요 맹파. 힘든일이 생기면 다시 차오를 달처럼 포기하지 않고 이세상에서 내 운명이 다하는 날 당신을 찾아갈께요. 제게도 정성스런 음식을 꼭 준비해두세요. 그곳에 남겨두고 가고싶은 기억일랑 많이 만들지 않을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제본판으로 처음 만난, 이 <레몬>뿐 아니라 가제본이라고 하는 것은 난생 처음 받아본 것이다. 레몬처럼 노란 표지에.. 가제본은 다 노란건지, 아니면 이 책은 제목이 <레몬>이다 보니 노란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어본 느낌은 다른 것과 어울려 깔끔한 새콤한 맛을 전해주는 레몬보다 그냥 레몬을 직접 먹었을 때의 과한 시큼함이 번져나오듯 무언가가 느껴진다. 일부만 읽을것이기에 레몬이라고 하는 작가님의 의도는 파악은 못했지만 그냥 딱 느낀 점은 어떤 사건이 다른 이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는 한순간의 안타까움이겠지만, 사건 당사자나 그들의 가족들에겐 평생 지울수 없는 그런 아픔이지 않을까 싶다.


어느날, 해언이가 살해당했다. 그저 '미모의 여고생 살인사건'이라고 불뤼었던 사건. 한남자가 등장한다. 어쩜 그는 범인일지도 모른다. 한만우라는 소년은 정말 마지막 목격자인지, 어눌한 그의 말투로 봐서는 생각보다 저능아인지 아니면 저능아 흉내를 내는 이외의 천재인가.


해언과 친구였고, 다언과 같은 문학동아리였던 상희. 해언의 사건이 있고 난후 그녀의 동생인 다언을 만났다. 헌데 그녀가 좀 이상하다. 그토록 챙기던 언니를 잃은뒤 전학을 가고 소식이 끊겼던 그녀의 모습이 왠지 이상하다 느꼈을즈음.. 다언은 언니를 닮기위해 조금씩 성형을 했음을 밝힌다. 과연 이 사건에서 상희 그녀는 어떤 역할을 맡은 것일까.


해언의 동생인 다언. 정말로 예쁜 언니가 어느날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 남겨진 가족의 상처는 언제쯤 옅어질까. 자신의 모습에서 언니의 모습을 찾는 엄마때문에 성형을 한다. "누군가 봄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잃었듯이 나는 내 삶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다."는 다언의 독백이 참 마음 아프다. 그리고 다언이 언니 죽음에 얽힌 어떠한 실마리를 잡은 것 같다.


심리상담을 하는 여인이 있다. 아마도 그녀는 한만우와 함께 해언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태림인것 같다. 그녀 또한 비밀을 품고 있다. 무언가 사건에 개입을 했든 아니면 사건의 일부를 알고 있든, 그래서 그녀는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무의식중에 나온 "죽을 때까지 부딪쳐서 그렇게.... 아무리 묶여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아무래도 사건을 풀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참 흥미롭고 과연 해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매우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이야기이다. 다언이가 언니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풀수 있을지 또 가해자를 응징할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누구에게도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애였다.


그녀의 고백. 누구에게도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애라는 말이 참 슬프다. 아일린 그녀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항상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그녀가 사라지기 일주일동안의 이야기가 독백형식으로 이어져 나가게 된다. "내 평생의 예금, 그리고 총이 있었다"라는 말 때문에 아일린은 정말로 도망을 쳐서 새 인생을 살아가는가 아니면 혹시 총으로 자살로 이세상의 삶을 마감하려는가 매우 궁금했다.

 

첫 시작부터 살짝 지루해지려는 느낌.. 헌데, 읽어나가면서 보니 아일린의 X빌에서의 삶은 그렇게 아무런 낙도 없는 지루한 삶 그리고 자존감도 그리 높지 못하는 삶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로부터 받는 정서적 학대를 그녀에게 얼마나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범죄 심리학자인 이수정 교수님께서 어느 프로그램에서 언급하셨던 말 중 학대받는 아이들과 사이코 패스의 뇌의 전두엽결함이 비슷하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이든 그에 버금가는 보호자격인 어른들의 감정교류로 인해 감정을 배우고 통제력을 배우는데, 그것을 습득하지 못하게 된다면 본능 그대로만의 행동을 한다고 한다. 아일린이 당했던 그 정서적 학대가 그녀를 얼마나 위축 시켰을까 싶다.

 

직장내의 한 경비원에게도 마음은 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마치 스토커처럼 그의 주위를 맴돈다. 그녀의 지루했던 날들, 뭔가 새로울게 없는 나날들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리베카로 인해 그녀의 삶이 바뀌는 계기가 된다. 진정 리베카가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고 자신을 사랑으로 대해준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그녀는 항상 꿈꿔왔던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그토록 학대를 할수 있을까. 물리적인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인 학대도 학대라고 볼 수 있다. 자식이라고 해서 과연 소유물이 될수 있을까. 함부로 해도 될수 있을까. 아일린의 결정을 지지하고 싶다. 그 어느 누구도 가족이라도 타인에 대한 정서적 학대는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 이야기는 아일린이 옛날을 회상하는 이야기이지만 X빌을 떠는 아일린이 행복하게 자존감을 높힌 생을 살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