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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평점 :
저출생대책으로 시행되는 <추첨맞선결혼법>의 적용대상자로 선정되었으니, 동봉해드리는 초대장을 참조하여 국가 주도 맞선에 응할 것을 통지합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이런 법령이 제정된다는 소재가 등장했을까 싶기는 하다. 뭐 굳이 이웃나라에서만 따질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도 저출산때문에 골머리를 썪고 있으니 말이다. 한때는 '둘만 낳아 잘기르자'는 등 여러 구호가 빈번했는데, 이번에는 제발 낳으라고 난리니 말이다. 하지만 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데서 나오는 해프닝 같다. 오죽하면 억지로 맞선을 주도하고 독신세를 걷고 할까만은 근본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워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는게 더 급선무 아닐까 싶다. 사회진출이 많은 여자들에게 전적으로 슈퍼우먼을 요구할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도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잘 실현한다거나 함께 공존할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준다면 당연스레 해결될 문제들이 아닌가. 그런 민생문제를 대변해주시는 분들께선 자신들의 밥그릇 경쟁에 밖에 신경들을 못쓰시니 어디 해결이 되겠는가 말이다.
"어린이집이니 아동수당이니 늘려도 다 소용없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이는 커녕 결혼 자체를 안 하려고 하는데, 그러니까 기혼율을 끌어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요!"
기혼율을 끌어올리는 정책 자체가 추첨맞선 결혼이라는 것과 이를 진행하는 공무원들에게도 할당을 채워야 한다는게 너무나도 웃긴 상황들이다. 이 소설은 그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어쨌든 행정에 맞춰 맞선을 보는 네 남녀가 등장한다.
후유무라 나나는 외모가 출중하지만 아빠와의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가 사사건건 자신의 일을 간섭하는게 아마도 숨막혔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런일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이 시행이 실행되기 직전 결혼을 서두르려고 애인인 란보에게 결혼이야기를 꺼냈다가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헤어지게 된다. 일거수일투족 엄마가 알고있는게 자못 마땅치 않다고... 하지만 왜 맞선에 나오는 이들은 다 '꽝'들인지 나나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미야사카 다스히코는 자신은 여자들에게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열등감으로 자리잡았다. 태어나서 27년을 모태솔로인 그에게 이런 제도가 아니면 어디 데이트를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역시나 속전속결로 거절을 당하고 만다.
스즈카케 요시미는 알코올 의존증인 아버지때문에 고생했던 엄마가 나를 위해 꿋꿋이 견뎌내며 살았다고 자신의 삶없이 딸에만 매달리는 엄마가 때로는 불편하다. 결혼을 해서라도 엄마에게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맞선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났지만, 결혼을 하기로 했지만, 뭔가 숨기는게 있다면서 엄마가 반대에 나선다.
간바야기 란보는 여행가이드로 자주 나나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일거수일투족 간섭하는 나나의 엄마때문에 그녀와 헤어지고 이 법령 시행으로 맞선을 보게 된다. 뜻밖의 이상형인 요시미를 만나지만 그에게는 비밀이 있다. 실은 란보가 요시미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때 설마,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 일부러 꾸민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면이 있었다.
참 어이없는 정책이지만서도 나름 그것을 받아들이고 맞선을 보는 그들만의 이야기도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이런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우리네 이야기들은 어떨지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