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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
장민주 지음, 박영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1월
평점 :
조금 우울한 당신을 위한 자기 중심 에세이
이 책은 시작전에 우울증 자가 진단 검사가 있다. 총 21개 문항. 지난 2주동안의 기분이나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음~ 지난주 완전 격정적인 폭풍을 맞이 했어서 살짝 걱정은 했지만.. 무난하게 패스~ 했다. 나는 세상을 참 밝게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반백살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철없이 아무 생각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일까. 은근 고민이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막 화가 남을 어쩔수 없었다. 저자의 자존감이 살짝 낮아 보이긴 했지만, 그를 이유없이 험담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한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 오른다. 물론 냉정하게, 저자의 어떤 점이 그들에게 맘에 안들고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선 아주 낙제점인것만 같다.
나도 나름의 대학생활을 잘 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성격이 썩 좋다고 생각은 안한다. 물론 친구들과 트러블로 있었을 것이고, 맘이 잘 통해서 잘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음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서도. 석사과정에 있을때 6년 선배였던 언니가 박사과정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선배는 사사건건 내게 시비였다. 왜 연구실을 지키지 않느냐, 내 실험 결과를 분석해놔라부터 본교후배임에도 불구하고 내게만 너무나 막 대하는 것 같았다. 대학원에서 워크샵을 갔을 때도 다른방 연구실 소속인 후배한테는 안그러면서 나한테만 지금 씻을 때냐, 어쩌구 저쩌구.. 더욱 맘에 안들었던 무엇을 시킬때도 항상 명령조다. 내꺼좀 분석해놔, 너 여기좀 갔다와... 나도 그때 6년이나 선배이므로 당연히 그에 따르는게 옳은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다른 사람한테 내 험담을 하고 다니는 것을 참을수가 없었다. 당시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것에 여러가지 이유로 심사숙고 하던 가운데, 그 선배와 함께 하고 싶지 않아서 우선 잠시 미뤄두기로 결정했다. 연구실에 짐을 그대로 놓아두고 1년만 쉬었다 오라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게릴라전처럼 짐을 빼버렸다. 짐을 빼기전 내가 우선 중단한다는 말을 들었는지 분석기기 사용법을 써놓고 나가라고 하는 말에 '별로 써주고 싶지 않다'며 거절한 것이 지금도 얼마난 통쾌한 기분이 들었던지...
나는 저자처럼 우울증 진단을 받지도 않았고, 왕따를 당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우가 너무나도 싫었다. 내가 문제라기 보다 그 선배가 남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후배여도 명령조라기 보다는 "이것 좀 해줄래~"라는 식의 부탁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본다. 그래서 저자의 휴학을 결정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보면서 얼토당토 않는 행동을 하는 선배를 한대 쳐버리고 싶은 생각이 솟아오른곤 했다. 그리고 저자의 등을 아무말 없이 토닥토닥 내지는 그냥 꼬옥 끌어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찌보면 성숙하지 않은 사람을 대하다가 홧병에 우울증 진단까지 받게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어린 시절도 사촌과 항상 비교하고, 아무리 부모로서 첫시작이라고 해도 부모의 따듯한 관심과 말한마디였다면 이렇게 힘들어 죽음의 문턱까지 가지 않았을것이라 생각한다. 자살을 선택했던 이유가 삶이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계속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더 맘이 아프다.
그렇다고 너무나 과한 관심 또한 정중히 사절이다. 사사건건 조언한답시고 위로한답시고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사람은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저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을 갖게 조금 물러서있는것이 당신이 필요할때 언제든지 난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늦은 시간이라도 나를 찾는 것이 절대 내게 민폐가 아니라는 감정을 표현만 해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내 감정과 마음을 과소평가하더라도 상처받지 마라. 단지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할 능력이 부족할 뿐,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